[중국통신]
이세돌 VS 구리 10번기 가능할까?
당대 최고의 고수인 두 기사의 10번기, 역사적으로 가치있어…
김경동2012-07-25 11:44:12
▲ 제3회 비씨카드배 결승 최종국 당시 사진. 복기 중인 두 사람.
이세돌 VS 구리 10번기, 더 늦기 전에 가능한가?
당호십국(當湖十局)이란 말이 있다. 중국 청나라 시대의 국수인 범서병(範西屏)과 시상하(施襄夏)가 절강성 당호에서 둔 10판의 대국을 이르는 말이다. 아직까지도 전해져 내려오는 이 10판의 기보는 당대 초고의 고수들이 최고의 함량을 담은 기보로 중국 바둑예술의 진귀한 보물로 여겨진다.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세돌VS구리 10번기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무산되기도 했고 지금도 소문만 무성하다. 이들이 둔 한판 한판의 대국은 다른 프로기사들의 교과서가 됐고, 현대바둑의 기예나 바둑팬의 취향까지도 바꿔 놓을 정도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최근 이 두 영웅이 후배들의 거센 도전 탓인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이다. '컨디션 탓이다', '일시적인 현상이다, 아직도 건재하다'는 등의 의견도 나오지만 아무튼 두 기사의 기량은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예전 같으면 불리한 바둑도 '곧 역전시키겠지...'라며 지켜보던 바둑팬들도 이제는 형세가 조금 불리해지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관전하게 됐다.
물론 지금도 이세돌과 구리는 세계최강이라는데 토씨를 다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이들의 카리스마와 기예의 함량은 아직도 세계최강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호십국의 가치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이들의 10번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두 사람은 공식 기록상으로는 이미 이들은 박정환, 탄샤오 등에게 1인자의 자리를 내준 상황이고 또 다른 후배들의 기량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만 30세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10번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늦으면 늦을수록 그 함량은 줄어들 것이다.
이 두 사람의 10번기는 역사이다. 당대 최고수의 맞대결은 항상 바둑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도대체 누가 세계 최강인가? 심지어 실현 불가능한 우칭위엔과 이창호의 가상대결까지 예측하는 바둑팬들도 나왔다.
과거 10번기는 중국 명나라, 청나라와 일본 등에서 유행했었는데 비교적 유명한 10번기로는 중국 청나라 때의 황용사(黃龍士)와 서성우(徐星友)의 혈루십국(血淚十局) 그리고 이들보다 조금 이후 세대인 범서병(範西屏)과 시상하(施襄夏)의 당호십국이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1941년 6월, 우칭위엔과 가리가네준이치(雁金准一)가 10번기를 처음 시작했는데 '영원한 기성' 우칭위엔(吳淸源)이 일본 당대최고수들(기타니미노루, 하시모토 우타로, 사카다에이오, 다카가와가쿠, 이와모토가오루 등)과 둔 10번기가 유명하다.
중국 고대 10번기는 일반 대국과 별 차이가 없었으나 일본의 10번기는 치수고치기로 치러졌다. 노파심에 하는 얘기지만 만약 이들의 10번기가 이루어 진다면 치수고치기와 같은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계최강의 자리를 다투는 두 사람이 일순간의 컨디션 난조나 착각으로 인해 한쪽이 연패를 해서 두 점 바둑을 두게 됐다고 하자.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세돌, 구리와 동시대에 살면서도 두 사람의 10번기 대국을 직접 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애석한 일일까?
최근 구리는 자신과 이세돌이 대국 총28대국을 자전해설한 <용연(龍淵: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전해내려 온 전설적인 명검)>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어쨌든 당대 세계최고의 국수들의 대결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28대국 모두가 당대 최고의 기량을 갖춘 이들이 만들어낸 것이기에 그 의미와 가치가 적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의 10번기를 직접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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