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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타]

'바둑으로 세계인이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 것'

미국프로입단대회 탄생 주도자 김명완 9단 인터뷰

김지은 기자2012-08-07 0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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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인기 두뇌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바둑협회, 타이젬, 한국기원 등 여러 기관들이 협력한 끝에 올해 신설된 미국입단대회. 타이젬은 미국입단대회 비용을 지원했고, 원활한 미국입단대회 진행을 위해 6월 9일부터 7월 1일까지 타이젬 대국실에서 진행된 온라인 예선(1st AGA-TYGEMGO Pro Online) 운영을 돕기도 했다.

첫 미국입단대회 개최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김명완 9단이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 보급활동을 시작한 김9단은 올해 초 타이젬에 미국프로입단대회 후원을 요청하는 등 미국프로입단대회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움직임을 펼쳤다.

이런 가운데 한국시각 8월 5일 새벽.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진행된  1st AGA-TYGEMGO Pro Finals(미국프로입단대회 본선)에서 Andy Liu와, Gan Sheng Shi가 최종선발되며 첫 미국프로입단대회를 통과한 프로기사로 기록됐다.

첫 미국입단대회 추진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김명완 9단. 입단대회 기간 동안 마음은 어땠는지, 또 지난 4년간 미국에서 어떤 보급활동을 펼쳤는지, 타이젬이 만나봤다.
 


▲입단한 Andy Liu에게 입단면장을 전하며 포즈를 취하는 김명완 9단(왼쪽)

- 먼저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합니다. 기자가 된 후 김명완 9단을 쉽게 뵙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2008년 미국 바둑보급활동 시작했기 때문이더군요. 제12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준우승, 2005년 삼성화재배 8강 등 꾸준히 프로기사로 좋은 모습을 보인 김 9단이 미국으로 바둑보급을 하러 떠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 프로기사로서 시합만 두고 사는 것보단 바둑 외의 일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물론 바둑보급도 바둑과 관련된 일이죠. 하지만 보급과 시합은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도 많이 다르구요.
두 번째, 미국서 바둑보급을 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프로기사로 사는 것보단 미국에서 바둑을 개척하는 게 훨씬 보람도 있고 이룰 수 있는 게 많을 거라고 봤죠. 미래를 예측한 것은 아니지만 막연히 나란 존재가 미국에서 더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 미국 바둑계의 상황은 어땠나요? 이미 김 9단 외에도 펑윈, 제니스 킴 등 프로기사들이 보급활동을 하고 있었을 텐데요.
열악했죠. 사실 그 부분은 지금도 비슷해요. 어른들을 위주로 가끔씩 강의를 하거나, 카페에서 예닐곱 명이 모여 오순도순 바둑을 두는 정도였죠. 물론 그런 바둑풍경들도 운치가 있긴 하지만 그것으로만 바둑계가 발전하기는 힘들거든요.
가장 큰 문제는 발전이 너무 더디다는 거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바둑보급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었어요.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백 년이 가도 비슷할 거라고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 흠. 조금은 막막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보급활동을 시작하셨는지요.
네. 막막했어요. 아마추어에게 바둑을 지도한 경험도 거의 없었고 영어로 해야 하니 더욱 그렇게 느꼈겠죠. 처음에는 다른 프로기사들이 해왔던 것처럼 바둑보급을 했어요. 한국기원 최원장님의 도움으로 미국인 10여명에게 강의를 일년 가까이 했고, 가끔씩 다른 지역으로 가서 워크샵을 열고, 개인지도를 하는 등 이런저런 활동을요.
그런데 어느 날 회의가 들었어요. 아마추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것도 좋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미국을 온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가 아무리 많이 가르쳐봤자 일년에 백 명을 넘진 못할 것이고. 대부분 지도기 한 판 해주는 것이 전부라 실력을 늘려주는 것도 사실상 힘들었어요.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나를 가장 잘 활용하고, 미국에 바둑보급을 빨리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죠. 답이 뻔했는지 이틀 만에 다 정리가 되더라구요.

- 해답은 무엇이었습니까? 김 9단의 바둑보급활동 내용을 보다 자세히 듣고 싶네요.
제가 내린 결론은 미국 내 프로기사 제도를 만들자는 거였어요. 프로제도가 없는 한 미국바둑계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어떻게 바둑을 발전시켜 왔는지만 봐도 알 수 있는 거였어요.
생각이 굳혀지자 당장 AGA를 설득하기 시작했고, 한국기원, 입단대회 후원사인 타이젬 등 여러 기관을 찾아가 설득했죠.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여러 가지가 동시에 맞아야 하는데 생각처럼 쉽진 않았거든요.
정말 타이젬 인터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만약 타이젬이 마지막에 후원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으면 미국입단대회 개최는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 뿐만 아니라 수 많은 사람들이 타이젬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입단대회로만 끝난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되고 말겠죠. 미국 내 프로기전도 만들고 유능한 영재도 발굴하여 동양 3국과 나란히 어깨를 겨눌 수 있는 바둑강국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바둑계가 앞으로 먹고살 수 있는 거대한 바둑시장을 만드는 거였습니다.
과거형을 쓴 이유는 다른 이유가 추가가 되었거든요. 미국에서 살면서 느낀건데 여러 인종이 섞여 살면서도 각자를 고립시키더군요. 가장 좋은 예가 교회입니다. 다같은 신을 믿지만 동양인과 서양인이 가는 교회가 다르고 한국, 중국인들이 가는 교회가 서로 다르며 심지어는 같은 한국인끼리도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 가는 교회가 따로 있습니다. 언어문제도 있겠지만 서로 함께 어울리려고 하질 않아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둑대회에서만큼은 유일하게 동서양인이 함께 즐기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봐도 정말 바둑밖에 없어요. 전미 바둑대회 등을 보면 동양인과 서양인이 딱 절반 정도씩 있고 서로 바둑을 주제로 거리낌 없이 어울리거든요. 바둑을 통해서 다른 민족끼리 어울리고 이해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놓는다면 이것보다 더 의미있는 일은 없겠다 싶었습니다.
이런 생각에 미치니 서양에 바둑시장을 설립하겠다는 목표는 오히려 작게 느껴지더라구요. 내 능력과 주제에 더 이상 뭘 바랄 수 있겠습니까? 이젠 얼마나, 또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능력이 닿는 한 최대한 노력해 보고 싶습니다.

- 1930년에 설립된 AGA는 한국기원보다 역사가 길어서 내심 놀랐습니다. AGA 산하에 100개의 클럽이 있다고 들었는데, 미국 바둑협회가 미국바둑 활성화를 위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칭찬할 일도 많지만 있는 그대로를 얘기해야겠죠. AGA의 역사는 길지만 설립 목적 자체가 순수 아마추어들이 함께 보여서 바둑을 둘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어서 아직 동호회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AGA가 하는 가장 큰 사업은 전미 바둑대회입니다. 전 미국에 거주하는 바둑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 바둑을 둘 수 있게 해주는 거지요. 대회는 해마다 꽤 성공적입니다. 올해도 440명 정도가 참여한다고 하네요.

어린이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일에도 적극적입니다. 하지만 비용, 강사 부족 등 열악한 여건과 또 어린이들이 바둑에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프로기사 제도를 통해 이런 일도 더 쉽게 이루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프로제도를 추진하면서 AGA의 설립목적에도 프로기사를 배양하는 등의 목적이 추가가 되었습니다. 이젠 동호회 수준에서 한국기원 수준으로 급상승 할 일만 남았어요. 저의 바람이지요.

- 한국에 유학 온 외국인 바둑팬을 보고 있자면 정말 바둑자체를 너무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가득 느껴지는데요, 김명완 9단이 보는 한국과 미국의 바둑문화에서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미국에서 바둑은 한정된 직업 군이 즐기는 다소 독특한 문화라고나 할까요? 조금 독특한 문화입니다. 신기할 정도로 바둑을 배우는 사람들의 직업이 의사, 변호사, 교수,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요. 그래서인지 바둑을 대하는 자세도 다르구요. 굉장히 진지하고 바둑을 탐구하면서 둡니다.
그렇다고 꼭 상류문화라고 보기도 힘들어요. 의외로 직업도 없고 돈도 없는 무일푼의 사람들도 바둑을 많이 둡니다. 바둑 두는데 돈이 들진 안잖아요? 시간이 많고 돈 없는 사람들이 하기엔 딱 좋죠. 굳이 따지자면 중간층이 없고 하류층과 상류층만 바둑을 두는 거 같아요. 클럽에 가보면 정말 땡전 한 푼 없는 사람들과 몇 천억씩 있는 사람이 함께 바둑을 둬요. 하지만 누구 하나 그런 데에 신경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게 오히려 바둑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하고도 그게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한국은 바둑뿐 아니라 뭐든지 끼리끼리 어울리는 문화잖아요. 어쩌면 미국에서도 바둑만 유독 그런 건지 모르겠네요.

- 미국에서 첫 입단대회가 열리고 있죠. 2008년 김명완 9단이 미국에 바둑보급을 해 온 이후 가장 큰 결실을 맺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시고 계신데, 그 느낌이 어떠신지요.
뿌듯하죠.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들고요. 프로기사를 뽑아만 놓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국내 프로기전이라도 하나 만들어야 할텐데 할 일이 더 많아졌어요. 그래도 뭔가 하나 이룬 거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미국에서 프로기사가 된 이들이 바둑을 잘 두어줬으면 좋겠어요.

-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첫 입단대회에서 아쉬웠던 점은 없습니까? 김9단의 기고문에서 순수 백인들의 부진도 나오던데요.
이번 본선대회 16명 중 중국계 미국인 혹은 캐나다인이 12명이어서 2명씩 차지한 한국인과 순수 백인에 비해 수적으로 유리했죠. 입단도 결국 중국계가 했구요. 현재 미국 내 강자들이 대부분 중국계라 앞으로 수년 간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거 같아요. 순수 백인이 입단한다면 더 좋겠지만 이들도 미국 혹은 캐나다 시민이기 때문에 차별할 수는 없지요. 그래도 거의 이민 2세의 젊은 세대라는 게 다행입니다. 적어도 바둑도 더 늘 수도 있고 바둑계를 위한 활동도 더 많이 할 수 있으니까요.

- 보다 미국바둑계의 발전을 위한다면 타이젬이 한 지원(입단대회 비용 및 운영, 기술 등)등 기업 및 단체의 후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인터뷰를 통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시자면요.
한국기원이나 기업, 정부가 미국 바둑발전에 대한 지원을 투자라고 여길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미국사람, 미국바둑계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미래 바둑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초기투자라는 거죠. 투자 중에 가장 효율적인 투자는 사람에 하는 투자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미국 프로기사를 키우는 것도 훌륭한 지원이구요, 한국에서 보급기사를 더 많이 보내는 것, 교재나 교육시스템에 투자하는 것 등도 효율적인 지원방안이 될 것으로 봅니다.

- 첫 프로기사가 탄생한 후 이들에 대한 미국바둑협회가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있나요?
미국 프로기사는 한국의 5개 기전(삼성화재배, LG배, 비씨카드배, olleh배, 명인전)에 참가할 수가 있어요. 미국 바둑협회에서도 한국까지 가는 비행기표를 지원하는 등의 계획도 가지고 있구요. 그 외에도 프로기전을 만들어서 대국할 기회를 많이 주고 활동무대를 넓히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 언제까지 미국에서 바둑보급을 하실 계획이신지, 한국에서의 프로생활, 또는 개인 생활이 그립지는 않으신지요? 또 결혼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지.
아직 결혼을 못했어요. 이제 곧 해야할텐데 아직 상대를 못 구했어요. 아무래도 미국에 있으니 결혼을 더 하기 힘든거 같네요.
한국생활이 그리울 때도 가끔 있지만 원래 제가 어디서 뭘 하고 살든지 무감각한 편이라…. 시합도 불참한 지 꽤 되어서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한국에서 프로기사 생활을 접은 것에 대해 큰 미련은 없어요. 여기서 하던 일을 다 버리고 당장 한국에 가버릴 수도 없구요. 미국 바둑협회가 자립심을 가지기 전까지는 이 곳에 남아서 도와줄 생각입니다.

- 김 9단이 미국에서 보급을 시작한지 어느덧 4년이 넘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장기간 미국바둑보급을 구상하고 가셨는지요? 물론 김 9단이 생각하기에는 그리 긴 기간이 아닐 수도 있지만요.
처음 미국으로 향할 때 무엇을 해야 할 지 결정하고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있을 거라는 계획은 없었어요. 하지만 지내다 보니 어떻게 하는 것이 바둑보급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보이고, 제 예상보다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알게 됐죠.

- 끝으로 김명완 9단 개인의 목표와, 미국바둑협회 목표가 있다면요.
이제는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이죠. 우선 내년까지 미국 내 프로기전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새로운 프로기사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 하나 정도는 만들어 줘야죠. 한국이나 중국까지 가서 대회를 참여할 수도 있지만 짧은 시간 내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일이니 미국 내에서 치를 수 있는 대회가 꼭 필요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발전하다보면 언젠가는 큰 변화를 볼 수 있을 걸로 봅니다.

또 5년 안에 미국에서 미국기업의 후원으로 세계대회를 만드는 겁니다. 미국에서 세계대회 하나를 만드는 것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목표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코웃음 치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그것도 프로기사입니다. 누구라고는 여기서 안 밝히겠어요.)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걸 꼭 보여주고 싶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될 걸로 봅니다. 대회도 라스베가스에서 할 계획이고요. 실제로도 비용을 알아보는 등 추진 중인데 생각보단 비싸서 꽤 큰 스폰서를 잡아야 되겠더라구요.

그 다음엔 우리나라의 이창호, 이세돌 같은 영웅을 만드는 겁니다. 한국바둑도 다 그렇게 해서 발전해왔거든요.  이창호나 이세돌보다 더한 천재가 유태인 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거에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제가 가르치던 학생들 중에 유태인 아이 한 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2급에서 3단까지 4점을 느는데 불과 4개월 걸리더군요. 학교도 휴학하고 바둑공부를 했었는데 유태인이라 그런지 정말 다르게 느껴지더군요. 질문의 깊이가 달랐어요. 이 친구는 나이가 많아서 힘들지만 이런 애들을 발굴해내는 게 제가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입니다.

전 한국바둑이 발전하기까지 그 과정을 미국에 도입하고자 합니다. 미국바둑협회에서는 제 말을 믿고 그대로 따라오기로 했구요. 저랑 미국바둑협회의 목표가 같은 셈입니다. 목표를 이루고나면 미국에 한국보다 훨씬 더 큰 바둑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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