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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배 세계기왕전]

LG배 1회전 진기명기

KO! 역전! 이변! 해프닝!의 파노라마

tygem2003-06-18 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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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던 대마가 부활하고, 대마 살려주고 보따리까지 빼앗기고….

제8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1회전 8판이 벌어진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 특설대국장 주변은 거듭되는 해프닝과 역전극으로 종일 탄성과 한숨 소리가 교차했다.

팬들을 열광케한 LG배 1회전 진기명기를 모아보았다.

○목진석 6단 ●하네 나오키(羽根直樹) 9단
<106수 끝, 백 불계승>


한·일의 촉망받는 젊은 간판스타끼리 맞붙은 빅카드. 그런데, 최대 빅카드로 꼽힌 이 바둑이 불과 100여수의 최단명국으로 끝나 주위를 아연케 했다. 목진석 회심의 KO펀치가 통쾌하게 작렬한 것.

요즘 일본에서 가장 잘나가는 하네 나오키(羽根直樹)를 녹다운시킨 목진석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문제의 장면
('괴동'의 괴초식)

흑1이 하네 9단 득의의 강수. 백A를 기대한 의욕넘치는 액션이었는데, 이 수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될 줄이야.
백2·4가 목진석다운 반발이며 백6이 의표를 찌른 묘착. 귀에 뒷맛을 붙여놓은 다음 백10으로 젖혀가자 아연 흑이 곤란해졌다.

단수된 곳을 잇지 않고 젖힌 '괴초식'이 승착이라니…그래서 이 바둑은 진기명기감이다.


참고도1(흑의 주문)

흑의 주문은 백2로 받아달라는 것. 그러면 흑5까지 깨끗하게 봉쇄하여 '흑 대만족'이다. 자충 관계로 완전히 틀어막혀버린 것.

그러나 이 그림은 흑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실전진행1(허공에 뜬 흑대마)

흑1에 백2로 되몰자 뜻밖에도 흑은 응수가 궁하다. 백6로 머리를 쑥 내밀자 졸지에 중앙 흑이 허공에 떠버렸다.

이윽고 백12가 통렬한 펀치! 이 수에 흑은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실전진행2(목진석의 마무리펀치)

실전의 마지막 장면. 거대한 흑대마가 몹시도 시달린 끝에 괴로움을 못이겨 자폭하는 장면이다.
백1의 추궁에 흑A로 두면 대마는 살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비참하게 살아서는 어차피 희망이 없는 바둑, 하네 9단은 흑2로 반발했다. '목을 쳐달라'는 장렬한 옥쇄(玉碎).

그러자 목진석 6단은 백5~9로 정확히 대마의 목을 베었다. '괴동'의 완력과 수읽기가 빛을 발한 명국이었다.



○알렉산드르 디너스타인 초단 ●왕리청(王立誠) 9단
<270수 끝, 백 1집반승>


'샤샤'로 더 유명한 23세의 디너스타인. 입단 1년도 안되는 벽안(碧眼)의 '애송이 프로'가 얼마전까지도 일본 1인자로 군림하던 거목 왕리청(王立誠)을 무너뜨리리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배부른 토끼(왕리청)가 낮잠자는 사이 부지런한 거북이(샤샤)는 침착하게 때를 기다리다 단 한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덜미를 잡아챈다. 지난 97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바둑유학 온 이후 지난해 한국기원의 특례입단 조치로 작은 꿈★(프로입단)을 이뤘던 샤샤로선 바둑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이었으리라.

97년 LG배에서 독일 출신의 故 한스피치 4단이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를 격침시킨 이후 최대 이변이으로 꼽히는, 세계바둑사에 남을 사건이었다. 경적필패(輕敵必敗)라!

문제의 장면
('왕서방'의 실족)

흑이 반면 10집 이상 앞선 상황. 별 사고가 없으면 흑승이 확실시되는 장면에서 돌연 '사고'가 터진다.
백2는 백대마를 살리는 수. 그런데, 손따라 받은 흑3이 무심한 패착이었다. 백4에 흑5를 손뺄 수 없어 선수가 백의 차지 아닌가.

백12까지 실컷 기분내고, 백14마저 선수한 후 백16으로 완생해버리니 흑은 완전히 헛물켠 꼴. 죽었던 ○가 거저 살아가서는 손식간에 흑은 5집이상 손해보고 말았다. 게다가 ▲들도 떨어져 형세역전!



참고도(흑의 낙승코스)

백1을 외면하고 흑2로 따냈으면 흑의 낙승. 국후 샤샤 초단은 이 그림을 제시하면서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했다.



○조치훈 9단 ●안조영 7단
<138수 끝, 백 불계승>


이번 1회전의 최대 해프닝이 '안조영의 실족'이다.

평소 누구보다 침착하고 뒷심이 강해 '반집의 사나이' '질긴 짜장'으로 불리는 안조영 7단이 막판 골인 문턱에서 실족했기에 큰 화제거리가 되었다.

그것도 상대가 조치훈이라는 대어였기에 그 아쉬움이 더했으리라.

문제의 장면
(안조영의 실족)

초반 하변에서 백대마(○)를 때려잡은 흑의 승리가 유력시되는 장면. 그런데 백1의 간단한 선수활용에 흑이 동문서답하면서 별안간 믿지 못할 참사가 일어난다.

흑2가 욕심사나운 패착. 5로 뚫는 순간 중앙 흑 다섯점이 떨어지면서 죽었던 미이라(○)가 부활하는 대형사고가 터진 것.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었기에 많은 팬들은 안7단의 실수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안조영은 무엇을 착각했을까?



참고도1(흑, 낙승)

백1에 흑2로 받으면 그만이었다.

다름아닌 흑의 주인이 평소 정밀한 끝내기로 수많은 '반집승'을 일궈냈던 안조영이기에 흑승이 더욱 확실해보였는데….


참고도2(안조영의 '찰칵')

안7단은 그냥 백3으로 뚫는 것만을 생각했다. 그러면 흑4·6으로 치고 나가 그만.

그런데, 백A가 놓여있다면 이젠 거꾸로 흑 사망 아닌가! 바로 A가 절대선수라는 사실을 깜빡한 것이다.



●안영길 5단 ○창하오(常昊) 9단
<206수 끝, 흑 불계승>


안조영의 패배에 못지 않게 아쉬운 판이 이 바둑.

독특한 감각에 막강한 '신공권법'으로 유명한 '이세돌 킬러' 안영길은 이날도 득의의 묵직한 펀치를 적중시키며 창하오를 몰아붙인 끝에 '만방승'을 눈앞에 두었다.

그러나 '이겼다'고 느낀 순간 중대한 수상전 착각을 범하며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안-안 컴비'로선 최악의 날이었다.

문제의 장면
(안영길의 실족)

흑의 파상공세를 얻어맞은 공룡같은 백대마(○)가 그로기 상태. 일견 우상 흑대마와 수상전 같지만, 흑이 두어수는 빨라서 이대로라면 99% 흑승이다.

백1~5는 돌을 던지기 직전의 몸부림. 그런데 창하오가 곧 돌을 던질 순간, 안영길에게서 패착이 나온다. 흑6이 천국과 지옥을 가른 패착!
백7로 끼우는 순간 대마의 생사가 뒤바뀌고 말았다. 결국 1수 차이로 흑대마가 거꾸로 잡혀 백의 역전승.



참고도1(5궁이 아니라 4궁)

백이 착각한 그림. 우변 흑은 일견 5궁도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이 그림은 흑이 백돌을 따낸 가상도인데, 이때 백1로 치중하면 흑이 A에 받아야 하는 형태이므로 4궁도인 것이다.
5궁(8수)과 4궁(5수)의 수 차이는 무려 3수. 그래서 흑이 1수 부족으로 잡히는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참고도2(흑승 코스)

흑1로 뒤에서 몰았으면 흑이 지는 일은 없었다. 백2에는 흑11까지 알기쉽게 처리한 후 흑13으로 파호해 흑승.

유가무가(有家無家)의 형태라 백의 수부족이다.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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