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미생'은 윤태호를 보강해주는 작품
미생 9개월 간의 복기
김지은 기자2012-09-29 09:43:05
1993년 월간점프에 '비상착륙'으로 데뷔 후 야후, 로망스, 이끼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쏟아낸 바 있는 만화가 윤태호는 올해 1월부터 포털사이트 DAUM에 주 2회 웹툰 미생을 연재하고 있다.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묘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던 바둑.
관심이 있었던 직장인.
그리고 이 두 주제로 풀어가는 웹툰 미생.
서울의 야경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은 샐러리맨의 땀이라고 생각했던 윤태호 작가는 연구생출신 바둑기술분야 전문가이지만 사회에서는 이제 막 첫 수를 둔 장그래를 통해 샐러리맨들을 응원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고, 미생으로 표현하고 있다.
출근 첫 날이 저물어 간다.
언제나 그랬지.
그날의 대국을 복기하며…수많은 패배를 마주해야 했다.
언제나 그랬다.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나는 나의 행복과 슬픔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오늘의 바둑을 마친다. (웹툰 미생 6화 中)
좋아하는 바둑이었고, 작품을 위한 실 취재만 3년을 했을 정도로 미생에 공을 들였지만 연재 초반까지 나름대로 마음고생이 있었다는 윤태호 작가.
그러나 미생 6화 마감에 들어갈 위의 문구를 담은 마지막 컷 작업을 마쳤을 때 윤태호 작가는 '아. 이 만화는 이렇게 가는 거구나'라고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다.

▲미생의 독자평점은 9.8. 현재 다음에서 연재 중인 웹툰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daum 화면 캡쳐)
작품의 갈피가 잡히자 독자들의 반응으로 이어졌다. 10점 만점인 독자평점에서 9.8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고, 9월 미생 1,2권이 단행본으로 출시되자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 뉴스에 자세히 소개되며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특히 미생 1,2권에는 미생 연재에서 나온 제1회 잉씨배 결승 5번기 최종국을 한수, 한수 중앙일보 박치문 바둑전문기자의 해설과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하는데….
전세계에 바둑열풍을 몰고 온 '고스트바둑왕'이 약간의 허구적인 픽션이 들어 간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였다면. 윤태호의 만화 미생은 철저한 리얼리티를 추구한 현실의 만화다.
어쩌면 미생이 완결될 때 즈음 미생은 '한국 바둑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콘텐츠의 공기청정기'로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추석을 맞이해 미생을 복기하면서 더불어 윤태호 작가가 타이젬 고객에 전하는 추석인사 메시지를 전한다.

▲카페에서 만난 윤태호 작가. 머리가 많이 짧아졌다.
part.1 예상하지 못한 미생에 보인 독자들의 반응
- 타이젬과는 두 번째 인터뷰인데 그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Daum-만화속세상에서 9개월 동안 연재 중인 웹툰 미생이 독자평점 9.8로 1위를 기록하는 등 많은 샐러리맨의 공감대를 얻으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 예상하셨는지요?
정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고, 너무나 감사하죠. 특히나 이 만화로 바둑책을 사봤다는 댓글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흐뭇한 미소)
- 가족, 동료 만화가 등 주위 분들이 평하는 미생은 어떤지요.
저의 관리자인 아내는 마음 편하게 봐도 되는 제 유일한 작품이라면서 빨리 끝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스승 허영만 선생님은 '제목이 너무 좋다!'라고 말하시더군요.(허영만 작가역시 바둑광으로 알려져 있다. 기력은 4~5급.)

▲질문에 답하기전 스마트 폰으로 6수를 다시 보고 있는 윤태호 작가.
- 미생의 9개월간의 행마 전반적으로 복기한다면 어떻습니까. 이전 타이젬과의 인터뷰에서 '소재(바둑과 샐러리맨)'에 대한 감을 잡는 것이 어려워 연재에 대한 부담이 있으셨다고 했었잖아요.
미생 초반 샐러리맨 취재에 들어가기 전까지 작품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았고, 이 때문에 초반 묘사도 모호하게 지났어요. 바둑 위주로 홍보가 돼서 애기가분들이 보러오셨다가 허술한 기보와 용어 바둑에 관련 부분 악플도 있었죠.
그러던 중 샐러리맨 취재가 확보가 되면서 스스로 '재미있겠다.'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죠. 하지만 이것도 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었어요.
그러다가 서서히 바둑으로 보는 삶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리가 됐죠. 지금은 잘 맞춰졌어요. 독자가 즐기는 방향도 정리가 됐고, 저만의 강점이 미생에 잘 녹아든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마음이 편한 상태입니다.
아직도 초반부는 매우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그것도 연재하는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모든 걸 다 계량화시켜서 완벽하게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사실 완벽이란 것도 큰 의미가 없잖아요? 그 과정까지 안아야 완성이지 않을까요?
- 앞서 스스로의 확신이 들었다고 한 지점을 살짝 짚어 주시면요?
(휴대폰으로 미생을 보며) 미생 6수 엔딩에서 장그래가 바둑알을 내려놓으며 '오늘의 바둑을 마친다.'라고 하는데 이 부분을 썼을 때 ‘아 이 작품은 이런 뉘앙스로 가는 거구나’ 라고 마음속에서 결정을 내려지더군요. 장그래가 사회로 나왔을 때 이미 갖춰진 사회의 각에서 흰돌을 하나 내려놓으면서 그 위치에서 저만의 가이드가 생겼다고나 할까요?

▲미생 1권 표지. 독자들을 바라보는 듯한 장그래의 시선이 재미있다.
part.2 바둑팬을 위한 선물로 선택한 '기보해설'
- 독자들이 이끌고 가는 지점들이라….소재가 바둑이기 때문에 그만큼 독자들이 던지는 것도 많을 것 같은데 인상적이군요.
사실 바둑팬과 일반 독자 양쪽을 만족시켜야 되는 부담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전 '고스트 바둑왕'에 작은 바둑알이라 할지라도 맞게(규격 등) 표현이 됐는데 우리나라도 만화에 바둑이 나온다면 기보에 맞게 두어졌으면 하는 바람, 야생연후살타, 외통 바둑용어의 정확한 표기 등 바람이 크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도 맞고요.
이때가 기로죠. 작가가 그것을 인정하느냐, 무시하고 가느냐. 이 부분에 대한 선택은 작가의 성향이죠. 여건상 연재 중에는 실시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단행본에는 수정을 거쳐서 바로 잡았습니다.
- 그러고 보니 단행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죠. 최근 단행본이 나왔죠. 보통 작가 분들이 단행본을 출간하실 때는 '비장의 무기'(비공개 컷, 만화주제와 연관된 사은품)가 있던데요. 미생 단행본의 비장의 무기는 무엇입니까? 또 바둑인들을 위한 선물은 없나요?
연재 전부터 '바둑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 만화를 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보고 계셔서 그 분들을 위해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만화가 전제가 샐러리맨 위주로 흘러가잖아요. 그 전제의 정체성 색채를 결정하는 것은 바둑입니다. 그래서 넣은 것이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인 제1회 잉씨배 결승5번기 최종국에 대한 해설이었어요. 원래는 기보해설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미생 댓글에 독자들이 기보해설을 좋아했고,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대국자체를 따라가는 것이 흥미롭게 생각할 것이다.'라고 결론에 도달해 추진하게 됐죠.

▲미생 본문 中/제1회 잉씨배 결승 5번기 최종국이 각 1수마다 기보해설과 함께 중앙일보 박치문 바둑전문기자의 당시 취재 내용이 담겨있다.
- 그렇군요. 수를 해설하신 분이 중앙일보 박치문 바둑전문기자이네요. 어떻게 연을 맺게 되었나요?
한국기원 측에 문의해 섭외 문의를 드렸죠. 명필가를 모시고 싶었고, 그 대국에 관한 전문가를 모시고 싶었습니다. 연락처를 알아낸 후 박치문 기자님을 찾아갔는데 이미 미생을 보고 계셔서 말씀드리기도 편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흔쾌하게 ‘수는 약한 것 같은데 바둑을 확실히 좋아하는구만!’이라며 흔쾌히 승낙하셨죠.
박치문 기자님이 각 수마다 의미를 부여해 그 해설과 함께 잉씨배 기보만 따라가도, 그 해설만 들으면서 충분히 재미를 느끼실 겁니다. 각 수마다 이런 고급해설을 듣기에는 어렵지 않을까요? 딱딱한 해설이 아니라 그 수에 임하는 조훈현 9단의 심리적인 부분에 디테일한 묘사, 그 정도만 되도 매우 즐겁게 읽을 만한 선물이 될 겁니다.
사실 해설부분을 놓고 박치문 기자님이 '독자층'을 놓고 고민이 많으셨어요. 아무래도 해설에 수에 대한 부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바둑을 모르는 사람'이 난감해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해설 부분은 바둑독자로 한정을 지어서 써달라고 말씀드렸죠. 오히려 후에 바둑을 모르는 독자가 해설을 보면서 "재밌네? 바둑이 뭐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참. 여담인데요. 기보해설 부분을 놓고 한 분의 후보가 더 계셨죠. 미생을 업로드하면 바둑내용을 해설해주시는 허허허라는 아이디에게 소박하게 우리끼리 만들어가는 만화 형식으로 제안했었어요. 그런데 허허허 아이디가 "바둑을 뭘로 보고 나 같은 사람이 기보해설을 맡느냐!"라고 화를 내시더라고요.
▲미생 2권 표지. 영업업무를 하는 박대리가 날개를 단 이유는?
part.3 미생은 편하고 윤태호라는 이름을 보강해주는 작품
- 미생이라는 작품에서 제일 염두 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바둑 기술 전문가인 '장그래'를 '모든 진리를 아는 만능인'으로 보이게 하지말자였죠. 그렇게 되면 미생은 판타지로 흘러갈 수밖에 없어요. 바둑은 고수의 실력이지만 사회에서는 아직 하수인 장그래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복기를 하면서 깨우치는 사람인거죠, 장그래도 깨져봐야 알죠.(웃음)
그래서 적성에 맞지 않는 영업 업무를 하는 박대리가 날개를 펼치는 장면으로 사회에서 성장한 사람도 자신만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표현했어요.
- 그동안 '야후' '이끼' 등 많은 작품들을 연재하지 않았습니까. 여러 작품 중에서 윤태호 작가가 느끼는 '미생'의 위치와 만족도를 표현하자면요.
5년 동안 20권이 나온 '야후'는 제 첫 장편 작품이었다는데 의미가 있고 '로망스'는 1권이지만 처음으로 많은 선생님들에게 칭찬을 들었던 작품이죠. 이끼는 내부적으로 모순이 있었음에도 제일 많은 관심을 받았고, 제 이름을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미생은 편하고, 제 이름을 보강해주고, 주변인들에게 격려를 받는 작품이에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총합적인 작품이랄까.
전 의심이 많아서 그리기까지, 또 그린 후 후회할 때가 많아요. 미생 역시 아이디어에 쫓기듯이 아껴서 써야 할 에피소드를 그린 것도 있었죠.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제 능력이상의 지점이 있는 것 같고, 독자들이 이끌고 가는 지점, 수 해석, 자신의 이야기와 닿았을 때 자기고백 이런 댓글들을 보면 미생은 저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 다 공감해주신 부분, 그 지점이 만족스럽습니다. 제가 만든 부분보다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에 매우 만족해요. 감사하고요.
-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사람' 등 탄탄한 스토리의 웹툰이 연재 종료 후 영화로 제작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윤태호 작가님의 전작 '이끼' 역시 영화화됐었죠. 그렇다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미생’'에 러브콜을 외치는 제작사는 없나요?
드라마 제작 4~5번, 영화 1번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드라마의 경우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 부분도 있었는데, 제가 미생=을 조금 더 진행한 후 결정하고 싶어서 보류한 상황입니다. 미생의 경우 영상으로 잡기에는 재미를 뽑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직 매력 있는 제안을 듣지는 못했어요.
- 제의를 받으셨다고 했는데 장그래를 비롯한 등장인물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배우는 있었나요? 혹은 평소 이끼를 그리실 때 떠오르는 배우라든지.
글쎄요…. 미생은 이끼 때와는 다르게 만화 제작만을 목표로 두고 시작해서…
part.4 “당신이 해결해야 되는 고민이라면 건강하게 극복하라”
- 이전 타이젬과의 인터뷰에서 '1년 정도 연재 계획'라고 밝히셨죠. 그런 것을 감안하고 보면 미생 감상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초읽기에 몰린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 슬프네요.
당시에는 출판사와 '단행본 분량'으로 협의한 부분과, 기보 저작권 문제가 있었는데, 연재 직전에 잉씨배 기보를 쓸 수 있게 저작권 허락을 받았지요. 그래서 기보 마지막 수인 145수까지 진행된다고 보면 내년 초여름까지 단행본 9~10권 분량이 나올 것 같네요.
145수까지 가려면 겨우 절반 온 거죠.(9월 29일 기준 69수 연재 중)
- 타이젬 고객을 위해 이후의 스토리를 살짝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장그래가 그리는 아이템으로 계약을 성사하는 것이 나오는. 최종적인 목표는 장그래가 자기의 보고서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내고 그것을 성사시키는 데까지가 이 만화의 핵심적인 과제라고 보면 된다. 이 이야기가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 정도 노출은 괜찮죠.
- 세종대 출강, 콘텐츠진흥원 멘토링, 기타 출강 등 만화 제작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요.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들과 소통을 하시면서 그들의 고민을 들을 기회가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제2의 장그래, 또는 곧 장그래가 될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소통을 목적으로 젊은 세대들과 교류하는 것은 아니고, 상황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죠. 멘토링 같은 경우 제가 무엇을 가르치는 것보다 그들을 목격해주는 느낌이 짙죠.
그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 전하고픈 메시지라면 “당신만의 고민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고민이 당신의 것이라면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 어느 한 고민을 운 좋게 모면해봤자 다시 온다. 너만의 고민이 아니니 건강하게 극복해라.”라고 전해주고 싶네요.
- 음. 최근 업로드한 67수 내 나온 '내 바둑이다'라고 표현하신 것과 같은 뜻 인건가요.
네. 남이 대신 할 수는 없잖아요.
- 최근 페이스북에서 종종 모습을 뵈었습니다. 동료 작가들, 지인, 미생팬들까지 소통을 활발히 하시더군요. sns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주로 마감 날 페이스북에 접속하죠. 소통, 공유 이런 목적보다는 그냥 제가 쏟아내는 것에 가깝죠. (웃음)

▲타이젬 고객들을 위해 직접 그림과 글을!
- 추석이죠. 여러 만화가분들의 인터뷰를 보니 연재 중에는 명절이 명절 같지 않다고 하더군요. 윤태호 작가의 명절계획은요.
제일 중요한 것은 리듬을 잃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연재에 들어가면 고향(광주)에 못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요.
- 앞으로의 미생 연재 포부와 함께 타이젬 회원들에게 멋진 추석인사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미생 많이 사랑해주시고, 좋은 기보 남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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