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신라면배]
이호범에겐 빅게임 DNA가 있다!
이호범, 탄샤오 누르고 한중 대결 1-1 무승부
김지은 기자2012-10-20 09:45:20
▲ 이호범에겐 빅게임 DNA가 있다.
2011년 1월 23일 국립중앙박물관. 눈이 펑펑 내리는 가운데 신안천일염과 한게임은 2010 한국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단판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결과에 따라서 1억5000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승부였다. 5명 개인으로 따져도 웬만한 타이틀 하나에 해당하는 3000만 원짜리 빅 승부.
먼저 벌어진 1,2경기에서 서로가 한판씩을 가져간 후, 나머지 세 대국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한상훈-강동윤(장고), 이세돌-진시영, 이호범-김주호 판(앞이 신안천일염). 이세돌과 강동윤이 각각 이겼고, 가장 마지막까지 이호범-김주호 판이 이어졌다. 이름 하여 결승 판.
김주호는 이호범을 만나기 전까지 6연승을 내닫고 있었고 '풋내기' 이호범과 직접 비교 하는 자체가 자존심 상할 때. 그러나 긴장된 순간에도 간혹 눈만 꿈쩍 거릴 뿐 반면만 쳐다보던 이호범이 결국 그 바둑에서 결승타를 치면서 신안천일염이 우승컵을 들어올린다.
▲ 탄샤오(왼쪽) vs 이호범.
2012년 10월 19일 부산 농심호텔. 국내 선발전에서 안국현 허영호 백홍석 등 상위 랭커를 꺾으며 합류한 대표팀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상대는 두 달 전까지 중국랭킹 1위였던 탄샤오. 이미 3연승을 내달았고 이동훈을 제압했다. 이호범이 이길 것이라는 시각은 별로였다. 그러나 탄샤오는 제 풀에 지쳐 방심한 탓에 4연승 초대박의 기회를 놓친다.
"3연승은 할 것 같아요!"
세계대회에서 첫 승을 올린 이호범은 분명히 밝혔다. 한판 이겼다고 해서 두어 판 더 이기겠다고 말한 것이 승자의 치기(稚氣) 어린 멘트는 아닐 것. 오히려 반드시 중국선수 한 명을 더 꺾겠다는 것이다. 물론 부산으로 같이 날아왔던 중국의 왕시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렇듯 이호범은 큰 경기를 작은 경기처럼 느끼는 강심장 DNA가 있다.
▲ 한국으로선 다소 아쉬움이 남은 제2국. 탄샤오(왼쪽) vs 이동훈.
●○…1차전 리뷰, 한중 1-1 무승부
1국에서 부전을 뽑은 것은 한국으로서는 좋은 징조였다. 16일 '총알 탄 사나이' 탄샤오와 일본의 다카오신지의 대국은 팽팽하게 진행되었지만 320수까지 간 바둑에서 탄샤오의 마무리가 빛났다. 언제 어디서 우세를 확립했는지 모르지만 탄샤오의 끝내기가 확실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했다.
다음 날 14세 이동훈이 등판하는 2국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첫 세계대회 출전이지만 예선에서 이창호에게 반집승을 거둔 기대주였다. 그러나 탄샤오의 후반만 대단한 게 아니라 흔들기도 잘한다는 것을 알았다. 탄샤오는 후반으로 갈수록 야금야금 추격을 허용하다 어느 순간 이동훈에게로 승기가 넘어왔다. 그러나 곧장 이어진 탄샤오의 흔들기를 막아내지 못하고 조금씩 흔들리다가 이동훈은 뼈아픈 반집패를 당한 것.
이때부터 부산에서는 탄샤오가 싹쓸이를 할 것이란 얘기들이 오고 갔다. '아직 두 판이나 남았는데 싹쓸이라니?' 이호범은 자존심 상했다. 그러나 그 보다는 탄샤오가 톱타자로 나올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 더 옳겠다.
이어서 3국. 일본이 '혹시나' 싶어서 내놓은 이다아쯔시는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바둑은 그렇지 못했다. 안 그래도 손이 빠른 탄샤오에게 거의 끌려만 다니다가, 자존심을 상하지 않는 선에서 바둑을 넘겨주었다.
탄샤오는 대국을 마친 다음 의례적인 멘트를 한 후, "오늘보다는 오히려 어제 이동훈과의 대국이 엎치락뒤치락 힘들었다. 이동훈의 기량이 무척 세다"며 마치 이다아쯔시는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로써 탄샤오의 3연승. 이때만 해도 이동훈이 아깝게 반집패한 죄가 이토록 무거웠을까 싶었다.
▲ 이호범.
19일 4국에 이호범이 나섰다. 그리고 탄샤오에게 '중국의 박정환'이 되려면 천재적인 비범함 외에 또 하나의 비기(秘技)가 있어야 함을 가르쳐 주었다. 진득한 기다림이요 끈질김이었다. 바로 한국바둑의 특질을 이호범은 보여주었다.
사실 이호범은 타이젬 ID는 전혀 유명하지 않으며 탄샤오의 ID도 잘 안다. 그와 직접 대면하니 그의 천재성이 신기할 뿐이라는 말도 했다. 탄샤오가 중반까지 잘 나가던 바둑을, 오히려 너무 잘 나가서 만심했던 것이 패인이었다. 이동훈의 기보는 보았고 이호범의 기보는 안 보았다고 스스로 고백한 탄샤오는 이미 패인을 알고 있을 듯.
▲ 농심배 1차전이 치러진 부산 농심호텔 전경. 1차전의 마지막 대국은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2차전은 본격 한중전 불꽃 튈 듯
1차전은 한중간 무승부로 끝났다. 1-3으로 뒤졌는데 '웬 소리냐'하겠지만, 일단 한국이 부전을 뽑았고 일본 선수 중에 한중 선수를 위협할 선수가 없다고 보면 무승부가 맞다.
가장 변수가 적은 일본부터 살펴보자. 작년 농심배에서 일본은 다카오신지 사카이히데유키 하네나오키 유키사토시 아먀시타게이고 등 유수의 타이틀 보유자를 모두 내보냈지만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젊은 피'에 대한 아쉬움만 달랬다.
올해는 부쩍 젊어지기는 했지만, 과연 한중 정상급에게 그들이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심일 듯하다. '젊은 피'가 아니라 '젊기만 한 피'가 아닌가 싶다. 무라카와다이스케 안자이노부아키 등 이름도 생소한 이들로 1승을 올리기가 마뜩찮아 보인다. 일본은 없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의 대결이다. 탄샤오가 이동훈을 꺾었지만 이호범은 탄샤오를 꺾었다. 이는 한중 무승부가 아니라 오히려 한국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중국의 남은 선수들은 랭킹1위 천야오예. 4위 셰허, 7위 장웨이제, 8위 왕시. 중국랭킹이 한국랭킹보다 버블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한국의 박정환 최철한 김지석 이호범에 비해 굳이 나을 것도 없다. 즉, 이동훈과 탄샤오가 애초 전력에서 빠졌다면 분명 중국에게 타격이 클 터. 결론은 이호범이 일시에 나락으로 빠져들 위기에서 한국을 구한 것이다.
농심신라면배는 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농심이 후원한다. 농심신라면배의 총규모는 10억원, 우승팀에게는 2억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이 외에도 3연승을 거둔 기사에게는 1천만원의 연승상금(이후 1승씩 추가 때마다 1천만원씩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
■ 제1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일정
본선 1차전 (1국~ 4국) 2012년 10월 16일~ 10월 19일/ 한국 부산
본선 2차전 (5국~ 10국) 2012년 11월 26일~ 12월 1일/ 중국 베이징
본선 3차전 (11국~14국) 2013년 2월 26일~ 3월 1일 / 중국 상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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