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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영웅들의 귀환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전

김종서 작가2012-11-15 09: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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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라이벌의 품격

다시 이세돌과 구리가 만났다.
비씨카드 결승 5번 기의 명승부가 언제였던가?
그 사이 많은 별들이 명멸했다.
업그레이드된 신진세력들의 화력은 정말 가공했었지.
두 사람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세돌은 정환에게 왕관을 잠시 이양했고 구리는 중국 10위까지 밀려나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한중 양국 바둑계의 정신적 지주로 버티고 있었다.

▲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치러지는 2012 삼성화재배 32강. 구리(왼쪽)와 이세돌은 4패빅 무승부를 펼쳐 바둑팬들에게 바둑의 오묘함을 보여줬다.

그들이 모처럼 다시 만난 것은 삼성화재배 32강전.
4패 빅 무승부에 이은 재 시합.
하루에 두 판을 두는 희귀한 기록에다가 예측을 거부하는 강수와 묘수를 연발하며 반전의 드라마를 선보였었다.
그 황홀했던 강신무의 여운을 우리는 기억한다.
두 사람 모두 승부를 떠나 아찔한 곡예를 즐기는 듯싶었다.
그 신 내림의 의식(儀式)에 패자는 없었다.
더블 일리미네이션 제도에 의해 조1,2위를 차지한 영웅들은 16강에 진출했고 먼 길을 돌아 마침내 결승에서 다시 만났다.

▲ 2012 삼성화재배 준결승 3번기 중 제2국 전경.

유성에서 벌어진 준결승전.
최철한과 박정환이 어디 쉬운 상대던가?
그런데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했다.
이세돌과 최철한의 대결은 그렇다 치고 구리와 박정환의 바둑이 2:0으로 끝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일정보다 하루 늦게 유성에 도착한 필자는 주최 측의 배려로 스페어 객실 키를 받았다.
중국 선수단이 묵고 있는 라인으로 구리의 옆방이었다.
통역 겸 중국 팀 총무로 참가한 이철용 혁성 사이트 대표와 방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컨디션 좋아 보이던데요?"
"아주 좋아요. 최근 중국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어요."
"박정환은 쉽지 않을 텐데요?"
"박정환의 내공은 인정하는데 왠지 질 것 같지는 않다던데요."
"자신 있다는 이야기?"
"뭐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큰 승부에서 뿜어내는 집중력이 아직은 좀……."
그 표현은 구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 백을 쥔 구리(왼쪽)는 박정환의 초반 무리수를 응징하며 완승을 거뒀다.

그 느낌대로 구리의 2:0 완봉승.
이세돌도 그렇지만 구리도 결승 이전에 서로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였으리라.
모든 경쟁자들을 밀어내고 둘 만 남은 이 상태.
이제는 서로 뿌듯한 포만감으로 결전의 그날을 기다릴 수 있으리.
최강 승부사들만 남은 결승 카드.
2012 삼성화재 월드바둑 마스터스의 품격은 또 이렇게 빛을 발한다.
이세돌과 구리는 바둑 사에 길이 남을 라이벌.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상호보완적 관계라서 보기에 아름답다.

▲ 2012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만난 구리(왼쪽)와 이세돌.

S#2. 운명의 상하이 3번기

결승 3번기는 12월 11일~13일 상하이에서 열린다.
아마도 올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최고의 빅게임일 것이다.
2012년의 결산뿐만 아니라 두 라이벌의 운명까지도 가를 승부 아닐까?

▲ 이세돌의 국제대회 기록(출처- 위키디피아)

▲ 구리의 국제대회 기록(출처- 위키디피아) 


2008년 엘지배 결승에서 그들은 처음 큰 승부를 펼쳤다.
백담사 대국으로 기억되는 그 때, 이세돌의 컨디션은 최악이었고, 구리는 이세돌을 발판으로 삼아 정상에 등극했다.
그해 구리는 엘비, 후지쯔, 도요타덴소배까지 휩쓸어 3관왕이 된다.
(물론 이세돌도 같은 해 삼성화재 배와 TV바둑 아시아에서 우승했다.)

▲ 2011 제3회 비씨카드배 결승 기자회견에서 악수를 나누는 구리(왼쪽)와 이세돌.

두 사람이 다시 정상에서 격돌한 것은 3년 후 2011년 비씨카드배 결승.
5번기 모두 숨 막히는 시소게임을 벌이며 이세돌은 기어이 엘지배의 아픔을 고스란히 되돌려준다.
구리의 내상은 컸다.
그날 이후, 서리 맞은 낙엽처럼 팔랑팔랑 추락했다.
그 빈틈으로 90후, 95후 세대들이 죽순처럼 쭉쭉 치고 올라왔다.
이세돌도 박정환이 부상하면서 절대자의 존재감을 잃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2 삼성화재 월드바둑마스터스를 통해 두 사람은 '승부사의 조건'을 두루 보여주면서 마치 둘이 짜 맞춘 듯 절묘한 각본에 의해 재회한 것이다.
두 사람의 통산전적은 공식 비공식 모두 합해 14승 1무 16패로 구리가 앞선다.
그러나 통산 세계대회 타이틀 획득은 15:7로 이세돌 우세.
12월 예정된 상하이 3번 기에서 양웅의 우열이 확실하게 가려질 것이다.
이런 큰 승부는 다시 보기 어려울 터.
두 사람이 수시로 세계대회 결승에서 만난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 바둑계는 넓고 강호들은 도처에 즐비하기 때문에.


두 라이벌의 승부는 바둑 팬들에게도 로망일 수밖에 없다.
최근 상종가를 치는 신진들의 바둑은 '쉽게 지지 않는 냉정한 기풍'이 많다.
그러나 이세돌과 구리의 바둑은 '휘몰아 쳐 이기고자 하는 열정의 기풍'이다.
냉정과 냉정이 만나면 그야말로 피 터지는 눈금재기.
냉정과 열정이 만나면 뭔가 어색하고 불안정한 악천후.
열정과 열정이 만나면 밤하늘을 수놓는 축포가 떠오른다.
19로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상상력과 반전의 미학을 기대한다.
진정한 라이벌은 서로에게 축복이며 위로이며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S#+ 덤 (6집 반?)   


필자 : 두 분 닮은 것 같아요.
세돌 : 제가 좀 딸리죠.
필자 : 음....인정! ㅋㅋ


필자 : 요즘 이세돌9단 굉장히 부드러워진 느낌이던데요. 페이스북을 통해 팬들과 소통도 열심히 하려하고?

세돌 : 하하 페이스북을 과거에는 몰랐잖아요. 저 원래 부드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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