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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수첩]

미추홀 사람들

-인천 바둑 지킴이 모임

김종서 작가2012-12-09 15: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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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인천은 뭐든지 짜다

세계에서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크다는 한반도 서해안.
그 바다의 대표적인 항도가 인천이다.
일찍이 삼국시대에 미추홀로 불렸던 곳.
미(彌)는 물을 뜻하고, 홀(忽)은 고장을 뜻하니 '물의 고장'이다.
속된 의미로 승부의 세계에서 '물'은 약한 상대를 칭하나 미추홀의 물은 짜고도 짠물이다.
야구도 짜고 당구도 짜고 바둑 역시 짜고 맵다.
바둑이나 당구에서 에버리지가 짜다는 건 승률과 직결된다.
그러나 인천 사람들의 해석은 좀 다르다.
“겸손한 거 아닐까요? 제 실력이 아직은 이 정도 밖에 안 됩니다 뭐 그런 뜻이라고 봅니다. 허풍스럽게 과장했다가 망신당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 언덕 동네 사진

270만 인구의 항도 인천에는 바둑 인구도 상당하다.
1993년 가을, 부평의 한 바둑교실에서 30여 명의 바둑애호가들이 미추홀기우회를 결성했다.
어느덧 20년 가까이 흐르면서 전익하, 김종성 등 창립 멤버들이 세상을 떠나기도 했지만 모임은 흔들리지 않았다.
프로기사 나종훈 7단과 아마 강자 서부길, 이문의, 윤명철, 방준식을 비롯해 김종화, 김태흥 등 30여 명이 꾸준히 리그전을 통해 우의를 다지고 있다.
미추홀 리그전이 벌어지는 주말, 인천을 찾았다.
남구 구월동 모래내 시장에 위치한 인천바둑발전연구회관.


▲ 치과와 기원

김종화 치과원장의 배려로 마련된 바둑 공간이다.
대구 덕영치과의 이재윤 원장처럼 인천에서는 김종화 원장이 바둑계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 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바둑연구회관은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과자와 커피가 놓여있는 바둑 탁자가 정겹다.
들어오는 대로 회원들은 빈자리에 앉았고 눈길 마주치는 벗과 수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미추홀 기우회는 바둑강사, 교사기우회, 의료인들이 대부분이어서 평균 기력이 센 편이다.


▲ 리그전 기록표

리그전 기록표의 전적이 치열함을 입증한다.
무엇보다 미추홀 리그전은 참여 인원이 꾸준하다.
좋은 공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 바둑연구회관에서 수담을 즐기는 기우회사람들.

S#2. 다정도 병인 양 하여

주말 오후에 인천여성바둑연맹 회원들이 합세했다.
미추홀기우회와 한 식구들이라고 한다.
그녀들은 필자도 잘 알고 있다.
전국대회에서 자주 보는 분들이다.
지난 여름 청풍명월 바둑가요제에서 2위 입상해 타이젬 1년 정회원 권을 무려 20장이나 싹쓸이해 간 여걸들이다.
그러나 그 정도 상품이 결코 아깝지 않은 이유는, 그녀들이 타이젬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밤마다 강의실을 열어 함께 공부하고 게시판에 동영상과 사진을 업데이트하는 등 하루도 빠지지 않고 타이젬 대국실에 출입하고 있다.
그래서 인천 바둑가족들을 유저수첩에 소개하는 것이다.


▲ 기우회 고문 나종훈 7단과 인천여성연맹 이연풍 회장의 대국

인천의 여성바둑인들은 주요 바둑대회에 출정할 때 관광버스를 이용한다.
버스를 대절할 정도의 인원이 참가하니 대회 주최 측 입장에서는 인천 팀이 고마울 수밖에.
그녀들의 기력은 비교적 약한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규모 바둑대회에 즐겁게 참여한다.
그리고 인천의 바둑행사에서는 대장금을 자처하며 손님을 맞이하고 궂은일을 도맡는다.
그녀들이 아름다운 이유다.


▲ 김종화, 곽계순 부부의 대국

김종화 원장과 곽계순 부부의 한 판.
부부는 캠퍼스 커플이다.
전북대학 기우회에서 만났는데 김 원장이 사부를 자처하며 그녀에게 바둑을 가르쳤다.
승부욕이 강한 그녀, 허투루 배우지 않고 차근차근 기리를 흡수했다.
수담의 인연으로 결혼했고 지금까지도 수담을 즐긴다.
그녀의 기력은 5단 수준. 전국체전 은메달까지 획득했다.
남편과는 두 점 치수다.

S#3. 새로운 형식의 미추홀 바둑대회

12월 16일.
미추홀 바둑최강전 프로 아마 대항전이 열린다.
이민진, 김은선, 문도원, 김신영 등 여류 프로기사들이 초청돼 여류 아마강자 및 40세 이상의 시니어 선수들이 함께 미추홀 수퍼리그를 펼친다.
송년 바둑잔치로 진행되는 미추홀 최강전의 묘미는 상금보다 상품의 부피가 크다는 것이다.
임플란트 시술권을 비롯해 미추홀 기우회원들이 정성을 모았다.
대회요강을 아래 소개한다.




▲ 식당에서

협회가 아닌 기우회에서 이 같은 바둑대회를 꾸준히 지속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회원들 모두 십시일반 재능과 경비를 모으고 무엇보다 뜻을 모아야 가능하다.
미추홀 기우회의 생명력은 개인보다 전체를 위하는 회원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듯싶다.
인천이 짜다는 것은 속설이다.
그래도 짜다면 짠 이유가 겸손 때문이란 한 회원의 말에 동의한다.
미추홀 바둑최강전은 16회를 맞으며 더욱 알찬 대회로 성장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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