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기상대]
최철한-박정환 투톱, 만리장성 돌파할까?
농심배 최종라운드, 2대3 한-중전으로 압축
志石居士2013-02-24 16:48:46
이창호의 무관탈출을 무위로 돌린 박정환의 KBS바둑왕전 대역전 우승, 원성진의 LG배 우승 실패 등의 빅뉴스를 뒤로한 채 2월 바둑계의 초점은 중국에서 펼쳐질 남녀 바둑대항전으로 모아지고 있다. LG배 결승을 정리하고 한-중대전의 일대 결전이 될 농심배 최종라운드를 전망해본다.

▲준우승자 원성진 9단(왼쪽)과 우승자 스웨 5단.
[LG배 결승] 기대했던 원성진, 中 90後 스웨에게 뜻밖에 완패
◇…비록 우승에 실패했지만, LG배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뜻밖의 결과였다. 올 시즌 세계대회 한중전의 첫 빅매치이자 '황소 3총사 세대'와 '중국 90后'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은 제17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번기에서 원성진이 중국의 스웨에게 0-2로 셧아웃당한 것.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2011년말 삼성화재배 결승, 중국의 에이스 구리(古力)를 꺾고 세계제패를 이뤘던 원성진에 대한 한국팬들의 기대가 워낙 컸기에 중국의 신예급 기사에게 그토록 맥없이 물러난 것은 충격에 가까웠다. 그러나 뒤집어 얘기하면, 중국 90後의 실력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LG배 결과는 꼭 1년 전의 데자뷰였다. 2012년 2월 열린 16회 LG배 결승에서 이창호와 중국의 신흥강호 장웨이제가 만났을 때 대부분의 팬들은 이창호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결과가 정반대로 장웨이제의 2-0 완승으로 끝나자 많은 국내팬들이 '멘붕'에 빠졌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하지 않은가.
결국 얼굴만 바뀌었을 뿐 중국 90后가 지난 해와 올해 LG배를 연달아 석권한 셈인데, 그만큼 그들이 이미 세계정상권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강하다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한달 전 끝난 1회 바이링배 우승자인 저우루이양도 역시 91년생이었다. 이제 바야흐로 '90后 시대'가 열렸다고 해야 할까.
지난 대회 이어 또다시 中 90后 우승… '90后 시대' 열려
◇…이번에 일약 세계정상에 오른 스웨는 사실 그동안 한국팬들에게는 생소한 얼굴이었다. 세계대회는 물론 중국 국내기전에서도 신인왕전 우승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낸 적이 없기 때문. 그러나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한 성적으로 늘 중국 랭킹 5위권을 유지해 온 '소리없는 강자' 였다. 특히 2012년 각종 세계대회에서 한국의 정상급 기사를 상대로 17승2패라는 높은 승률을 과시한 사실은 이번 우승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이터다. 이번 대회에서도 16강전에서 이세돌을 격침시키며 일찌감치 최대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16강전에서 이세돌을 이겨 자신감이 생긴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우승 직후 스웨 소감)
본인의 말처럼 세계최강 이세돌을 꺾은 게 결정적인 분수령이었다. 이후 스웨는 8강전에서는 나현, 준결승에서도 강동윤을 연파하며 새로운 '한국기사 킬러'의 면모를 보인데 이어 원성진마저 꺾고 우승함으로써 일과성 돌풍이 아님을 여실히 입증했다.
▲새로운 한국기가 천적으로 떠오른 LG배 챔피언 스웨.
우승자 스웨, 이세돌-강동윤-원성진 연파… '新 한국킬러'로 부상
◇…이름이 생소한 만큼 그의 기풍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바로 그런 점이 그동안 한국기사들에게 강점을 보인 비기(秘器)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눈에 띄는 특징이 없으면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그의 기풍은 "센 것은 모르겠는데,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조훈현 9단)는 말이 대변한다고 할까. 아무튼 셰허(謝赫), 장웨이제에 이어 한국은 또 한 명의 '한국킬러'를 맞이한 셈인데, 이번에 깜짝 월드스타로 부상한 스웨가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한국기사들을 얼마나 괴롭힐지가 또다른 관심사가 되었다.
반면, 군 입대까지 미루며 LG배 결승에 올인했던 원성진에겐 몹시 허탈한 결과가 되었다. 군대 가기 전에 반드시 세계타이틀을 따겠다는 압박감과 조급함이 너무 앞섰던 탓일까, 결승 1국에서 그답지 않은 실착을 거듭한 끝에 다 잡았던 대마를 놓치며 역전패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그 후유증 탓인지 2국에서는 초반부터 우왕좌왕하다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맥없이 물러났다. 패배 자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색깔과 특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주저앉았다는 게 더욱 아쉬웠다. 그의 이번 실패는 승부에서 조급증과 압박감이 얼마나 큰 변수로 작용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실례라고 하겠다.
▲ 농심배 참가 선수들의 숙소 겸 대회장인 화팅호텔. 바로 앞에는 상하이 체육관이 있다.
[농심배 최종라운드] 韓-中, 2:3 매치로 농심배 우승 다퉈
◇…이창호-이세돌이 빠진 가운데서도 과연 한국이 농심배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그 결전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2월 26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속개되는 제1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라운드에 남은 선수는 한국의 박정환, 최철한 2명, 중국의 셰허, 장웨이제, 천야오예 3명이다. (일본은 2차전까지 전원 탈락)
2:3의 대결로 겉보기엔 당연히 한 명 많은 중국이 유리해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 번 기세를 타면 3~4연승 정도는 쉽게 해내는 이 대회의 특성 때문인데, 전설처럼 남아있는 2005년 이창호의 막판 5연승 신화를 비롯하여 특정인의 막판 연승으로 숫적 열세를 뒤집은 경우가 꽤 많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재작년 12회 대회에서 최철한이 막판 4연승으로 단숨에 한국의 우승의 결정지은 일도 있다.
그러한 인연 때문인지 26일 3라운드 첫 대국(11차전)에 출격하는 최철한에게 쏠리는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사실상 우승 판도가 가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 2라운드에서 중국의 왕시의 연승 행진을 저지시키며 2연승을 구가 중인 최철한이 이번 판마저 잡아 3연승의 기세를 탄다면 흐름은 오히려 한국에게 넘어온다.
발동이 제대로 걸렸다 하면 그 누구도 못말리는 최철한의 기질상 아예 5연승 싹쓸이로 일거에 우승까지 확정지을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 반대로 최철한이 첫 판에 져 탈락할 경우 사실상 중국은 우승고지의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한국에는 박정환 단 한 명만 남는 반면, 중국에는 한국기사에게 강한 셰허, 장웨이제, 천야오예 트리오가 고스란히 남게 되는데, 아직은 세계무대 커리어가 부족한 박정환 홀로 과거 '이창호의 5연승 전설'처럼 숫적 열세를 극복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 인터뷰 중 환하게 웃는 최철한.
연승 가도 탄 최철한 활약 여부에 우승 판도 판가름
◇…결국 26일 열릴 11국의 결과 여하에 따라 이번 대회 우승 판도의 절반 이상은 결정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점에서 중국의 다음 주자(대국 전날인 25일 오후 오더 제출)로는 천야오예가 나설 공산이 높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천야오예는 최철한에게 상대전적 9승2패의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는 '독사 킬러'. 특히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최철한은 천야오예에게 판맛을 보지 못하며 무려 8연패를 당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가장 최근(작년 12월)에 벌어진 두 기사의 맞대결(2012스포츠어코드 개인전)에서 최철한이 기나긴 연패의 사슬을 끊고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점이다. 당시 최철한은 여세를 몰아 스포츠어코드 개인전과 페어 종목까지 석권하며 2관왕에 오른 반면, 대만 기사에게도 패하며 메달권에도 들지 못한 천야오예는 그 후유증 탓인지 이후 슬럼프 기미를 보여 명암이 엇갈렸다.
양대 세계대회(춘란배, 바이링배) 결승에 오르며, 중국 랭킹1위에 등극하는 등 지난 해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갔던 천야오예는 최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 랭킹도 떨어졌으며, 무엇보다 한 달전 열린 1회 바이링배 결승에서 우세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라이벌 저우루이양에게 0대3으로 무너졌다. 어릴 적부터 소문난 '바둑신동'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천야오예는 10대 시절인 2006년 LG배, 2007년 TV아시아선수권 결승에 거푸 올라 각광받았지만, 모두 우승에 실패하며 한동안 슬럼프에 빠진 바 있다.
운명의 결전을 앞둔 최철한은 임전 소감을 통해 천야오예에 대해 "지난 스포츠어코드에서 이겨 한결 부담을 덜었다"면서 "뒤에 남아있는 박정환이 농심배 직후 큰 승부(응씨배 결승)를 앞두고 있는 만큼 내가 최선을 다해 가능하면 5연승(우승)까지 하겠다"며 필승의지를 밝혔다.
▲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천야오예 9단.
'독사 킬러' 천야오예 최근 슬럼프 … 최철한 승산 높아져
◇…이번 농심배 한국대표팀 진용을 두고 선발 당시부터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농심배에 13회 전회 출전하여 10번의 한국 우승 가운데 혼자서 무려 8번의 우승을 결정지은 '농심배 수호신' 이창호가 빠진 것은 좀처럼 상상되지 않는 그림이었으리라. 뿐더러 그동안 농심배에서는 부진했지만, 자타공인 세계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세돌마저 빠졌기에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차·포 떼고 장기 두게 됐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1라운드에서 별로 기대하지 않던 이호범이 3연승을 달리던 탄샤오를 잡은 데 이어 2라운드에서는 최철한이 역시 3연승 중이던 왕시를 잡는 등 예상 밖의 선전 끝에 현재 3라운드(최대 4판)을 남긴 가운데 중국과 호각세를 이루게 된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양이(兩李)'가 빠진 가운데 한국이 우승에 도전하는 농심배 3라운드는 26일 오후 3시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된다.

[동양증권배 한중신예대항전] 한국 신예, 중국 신예에 0-5로 참패
◇…그동안 인터넷바둑대회의 메카 역할을 해온 동양증권배 타이젬 왕중왕전이 10주년을 맞아 뜻깊은 기념 이벤트를 만들었다. 일과성,장식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차 한국과 중국바둑계의 동량(棟梁)이 될 신예들의 대항전을 창설했는데, 특히 '90后'에서 한 술 더떠 '95后'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한국과 중국의 신예기사 각 5인이 참가한 가운데 2월18일 막을 올린 한중신예대항전은 1라운드는 1:1 매치업으로 겨루고, 각 승자가 2라운드에 진출해 한중 연승전으로 자웅을 가리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5대0, 중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룰에 따라 2라운드가 사라진 채 중국의 우승으로 조기 결정)
동양증권배 10주년 이벤트, 3월에는 한-중 최강매치로 이어져
"세계대회 등 경험면에서 앞서는 중국이 한 수 위일 것"이라는 유창혁 9단의 예상처럼 중국의 신예들이 다소 앞설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전망이었는데, 그래도 이처럼 일방적인 완봉승으로 끝나리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일방적인 승부로 이번 대회의 흥미는 떨어졌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바둑계는 값진 교훈과 소득을 얻은 셈이다. 지난 해부터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90后'의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후배 그룹이 있다는 사실이 이번 대회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인데, 향후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비전과 대책이 한국바둑계에 숙제로 남게 됐다고 할까.
동양증권배 10주년 기념 이벤트는 계속 이어진다. 특히 3~4월에는 한국과 중국의 최강들이 출전하는 한중 최강매치전이 펼쳐저 색다른 관심을 모을 것 같다.
● 날씨로 보는 기사 기상도 ●
이세돌 (◑ 구름 약간)
KBS바둑왕전에서 이창호-박정환에게 연달아 져 체면이 좀 상했지만, 1인자 위상은 아직 강고하다. 다만, 1~2월 대국 일정이 뜸해 컨디션 조절에 애를 좀 먹지 않을까.
박정환 (○ 맑음)
KBS바둑왕전 결승에서 이창호에게 역전 우승한 괴력이 놀랍다. 농심배 최종라운드에 이어 대망의 응씨배 결승을 앞두고 있어 3월에는 '세계바둑계의 중심'이 될 듯.
최철한 (○ 맑음)
농심배 우승의 막중한 사명을 지고 상하이로 날아갔다. 과연 'AGAIN 2011'(막판 4연승으로 우승 결정)을 이룰까.
박영훈 (○ 맑음)
계사년 들어 '가장 잘 나가는 남자' ♬~ 천원전 우승으로 엑셀레이터를 밟았는지, 현재 7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창호 (/// 장마)
다 잡았던 타이틀(KBS바둑왕전)을 결국 놓치고 말았다. 예전과 달리 뭇 기전에서 예선부터 뛰어야 하는지라 이젠 본선무대를 밟기도 쉽지 않은데….
김혜민 (○ 맑음)
여류국수전 결승3번기에서 선승, 입단 15년만에 첫 타이틀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필생의 기회를 과연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저우루이양 (○ 갬)
'종이 호랑이'의 오명을 씻고 드디어 첫 세계 쳄피언이 됐다. 이제 '한국기사의 밥'이라는 오명도 벗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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