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대회]
시니어가 분당으로 간 까닭은?
27일 분당시니어배 개막… 우승상금 1천만원, 2년 전부터 프로기사도 출전
타이젬2013-04-23 15:07:59
▲ 분당기우회 백정훈 회장 (사진- 조선일보 이진한 기자)
"회장은 무슨…보이는 사람들에게마다 꼭 출전하라고 하고 다녔더니 나보고 영업부장이라고들 합디다." 분당기우회 백정훈(67) 회장이 껄껄 웃었다. 전국에 기우회(棋友會)는 수백개도 넘지만, 2000년 분당 한국기원(수내동) 단골 멤버 20여명으로 시작된 이 모임은 확실히 특별하다. 우선 40세 이하는 끼워주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판 치는 바둑계에서 시니어들을 보호, 격려하는 것이 모임의 취지이기 때문.
2005년부터는 비회원도 출전할 수 있는 '분당기우회 회장배'를 시작했다. 매년 이 대회가 열리는 4월이 다가오면 전국 시니어 바둑계가 들썩들썩한다. 그간 공한성 김세현 김정우 박영진 등 '전국구' 아마 강자들이 우승을 장식했다. 2011년 제7회 때부터는 프로들도 불러들였다. 프로가 아마에 오픈하는 경우는 많아도 아마가 프로에게 문호를 연 프로암 대회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
전국 유일의 시니어 프로암 바둑대회인 분당기우회장배를 9년째 이끌어 온 백정훈 회장. 프로에게 3점으로 버티는 실력인 그는"출전 하한연령을 더 높여 시니어 비중을 강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 이라고 밝혔다.
▲ 지난해 벌어진 분당기우회장배 예선 전경.
올해도 작년 우승자 서봉수(60) 九단 등 프로 10여 명이 참가, 아마들과 128강전부터 치른다. 아마 선수가 프로에게 정선(定先)에 덤 5집을 받는 규정. 오픈화 후 우승 상금이 종전의 2배(1000만원)가 되면서 대회 비용도 4000만원 선으로 커졌다. 회장이 대부분 부담하지만 회원들도 각자 능력껏 '십시일반 회비'를 납부한다. 백회장은 "나 혼자 내면 기우회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했다.
삼성 현대 대우 등 대기업 고위 임원을 두루 거친 백회장은 현재 자동차 알루미늄 휠 제조업체 (주)알룩스를 운영한다. 그의 말로는 '중소기업'이라지만 독자기술로 세계와 상대하는 알찬 업체다. 그렇다면 '분당기우회장 배'보다는 '알룩스 배'가 어떨까. 그는 "좋아서 하는 일인데 바둑을 이용한다는 소리 듣기 싫다"고 했다. 이 모임은 시상식 때 지역 거물들의 축사를 철저히 물리치는 '결벽성'으로도 유명하다. 정치색을 띠면 모임의 뜻이 훼손, 변질된다는 것.
백회장은 작년 가을 위암 진단을 받고 거의 위(胃) 전체를 잘라냈다. 식도와 소장을 이어 묶은 공간으로 위를 대신하는데 의사도 놀랄 만큼 회복됐다. 그가 말하는 '비방(秘方)'은 바둑이다. 아침 양재동 사무실에 출근, 공장 현황을 점검한 후 4시쯤 분당 한국기원에 '2차 출근'한다. '가족보다 더 가까운' 기우들과 오로(烏鷺)삼매를 즐기다 보면 금세 자정이 된다. 하루 일과의 3분의 2가 바둑이다.
9회째를 맞는 올해 분당기우회장배는 4월 27~28일 한국기원 본원 및 분당지원서 예선을, 29일 바둑TV서 준결과 결승전을 각각 치를 예정. 백회장은 "논리 학습에 바둑만 한 게 없어 평생 교훈을 받으며 살아왔다"며 "누구나 우승을 꿈꾸는 마스터스 대회로 브랜드가치를 더욱 높일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4월22일자 이홍렬 기자가 쓴 [월요바둑] "시니어 棋士들 행복한 4월이 왔어요"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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