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젬 시사저널]
中 일인자는 누구인가
춘추전국시대 돌입
김경동2013-09-19 16:45:46
▲ 현재 중국1위 천야오예.
중국바둑의 1인자는 누구인가?
중국랭킹 1위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아마도 구리일 것이다. 하지만 구리가 실질적인 1인자의 권좌에서 내려온 것은 이미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구리는 중국기원이 금년 초부터 매월 랭킹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바뀐 뒤 1월(퉈쟈시와 공동1위), 2월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는 2009년 8월말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처음이었으나 곧이어 퉈쟈시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긴 뒤 스웨, 천야오예 등이 자리바꿈을 해가며 1인자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은 간단하게 말해서 춘추전국시대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아주 강력한 랭킹 1위가 없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랭킹을 보면 천야오예, 퉈쟈시, 스웨, 왕시, 구리 순으로 TOP5에 올라있다. 그렇다고 이들 중 특정한 한 명이 중국바둑의 최강자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에 있으며 언제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고 언제든지 끌려 내려올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원의 랭킹 전문위원인 배태일 박사가 최근 7월 발표한 랭킹에 따르면 스웨, 천야오예, 탄샤오, 구리, 저우루이양, 퉈자시, 박정환, 김지석, 이세돌, 왕시 등의 순으로 세계랭킹 TOP10을 구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중 특정한 한 명이 중국바둑의 최강자 혹은 세계바둑의 최강자라고 하는 이도 없다.
중국랭킹은 4개월 마다 성적을 집계하여 한 차례 랭킹을 발표해 오다가 금년부터 매월 랭킹을 발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단순하게 횟수로만 최근 3년간의 기록을 보면 천야오예와 퉈쟈시가 네 차례로 가장 많이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이어 구리, 저우루이양, 탄샤오가 두 차례 랭킹 1위 자리에 오른 바 있다.
▲ 근소하게 2위 그룹을 지키는 스웨, 퉈자시
최강자를 가리는데 세계대회 성적은 좋은 기준이 될 것이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중국기사의 세계대회 우승 성적을 보면 퍄오원야오(2011 LG배), 장웨이제(2012 LG배), 저우루이양(2013 바이링배), 스웨(2013 LG배), 판팅위(2013 응씨배), 천야오예(2013 춘란배) 등이 세계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이중에 금년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4명이 현재 실질적인 중국의 최강자로 보는 견해가 많다.
중국바둑팬들도 누가 최강자인지 어리둥절하다. 뭔가 강력한 인물이 나와서 그들의 높은 욕구를 충족시켜줄 눈높이(?)에 맞는 진정한 최강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시시때때로 바뀌는 최강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용이 아닌 세계대회에서 한국바둑을 꺾어줄 강력한 초특급 슈퍼스타를 원한다. 이 때문에 랭킹1위를 차지하고 세계대회 우승을 하지 못하면 국내용이라는 오명을 씌운다.
설사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등의 세계대회 우승을 요구하며, 랭킹1위는 이런 보이지 않는 압박에 시달린다. 마치 이창호, 이세돌과 같은 슈퍼맨이 되기를 원한다. 중국바둑계는 오래 전부터 한국의 이창호, 이세돌와 같은 인물부재에 대해서 많이 안타까워했다. 이 때문에 마치 율곡의 '10만양병설'과 같이 구리와 같은 인물을 10명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런 인물을 10명 키우면 그 중 한 두 명은 이창호, 이세돌 같은 인물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깔려있는 듯하다.
최근 몇 년 사이 '90후' 세대가 구리, 쿵제, 후야오위 등의 ‘소호세대’를 끌어내리고 세대교체를 이루었으며, 이미 중국바둑을 대표하는 하나의 계보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중심에 현재 천야오예, 스웨, 저우루이양, 퉈쟈시 등이 있으며, 이들을 위협하는 미래권력인 판팅위, 미위팅 등이 조만간 랭킹1위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 그 아래로 5위권을 지키고 있는 저우루이양, 구리
중국 체단주보의 바둑전문기자인 씨에루이는 "중국바둑계에는 현재 1인자가 없다. 전국시대이다. 천야오예, 스웨, 저우루이양, 구리 등 4명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 년 간은 누가 1인자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이후 아마도 과거 일본의 6대 초일류기사(린하이펑, 오타케, 가토마사오, 다케미야마사키, 고바야시고이치, 조치훈)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시대에 같은 상황에 접어들 것이다. 특히 구리의 경우는 앞으로 1~2년 사이에 세계대회 우승을 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복잡하고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과거 녜웨이핑 시대, 마샤오춘 시대, 창하오 시대, 구리 시대 등과 같이 장기집권시대를 맞이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기껏해야 1~2년 동안도 권좌를 지켜내기가 힘들어졌다. 그만큼 랭킹1위의 유효기간이 예전보다 훨씬 짧아졌다는 것이다.
중국바둑은 최근 몇 년 사이 부흥기를 맞았다. 바둑은 중국에서 축구, 농구, 베드민턴, 탁구 등과 같은 구기종목에 버금갈 정도로 중국인들이 아주 관심 있어 하는 종목 중 하나가 됐다. 크고 작은 기전이 만들어지고 중국여자갑조리그가 탄생하는가 하면 바이링배, 몽백합배 등의 세계기전을 창설하는 등의 분위기가 한 몫을 했다. 마치 10여 년 전 한국바둑의 전성기 시대를 보는 것 같다. 그런 분위기라면 이창호, 이세돌과 같은 인물이 나올 법도 한데 이것만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나긴 춘추전국시대를 끝낼 중국바둑의 이창호, 이세돌은 언제쯤 나타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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