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
공책바둑의 추억을 간직한 친구야!
경남고 동문바둑대회 용마바둑대회
진재호2013-12-04 23:20:11
▲ '추억 우정 친구 바둑….' 경남고 동문바둑대회장 전경.
학창시절 바둑깨나 둔 기객들의 삭제되지 않는 기억 중 하나가 공책에 줄을 그어서 만든 바둑공책일 것이다. 자나 깨나 바둑생각 뿐인 학생 바둑광은 수업시간에도 한판의 바둑을 즐기기 위해 고안했던 일명 바둑공책-. 별난 친구들은 모눈종이에다 바둑판을 대신하기도 했고 아예 스케치북에다 크게 바둑판을 그리기도 했지만, 역시 선생님 눈을 제대로 피하기엔 공책이 제격이었다.
강산이 몇 번씩 바뀌었는지 모르는 유수 같은 세월 속에서도 까만 교복에 청색가방 옆구리에 낀 그 시절의 추억을 그대로 간직한 동문바둑모임이 있다. 야구와 공부와 바둑이 유명한 부산의 명문 경남고 용마바둑대회를 찾았다.
한눈에 100명은 무조건 넘어보였다. 명문고여서 명사도 많음일까. 기자가 아는 유명 인사도 여럿 눈에 띄었다. 유력 기업가이자 한국기원 이사도 역임한 바 있는 신준호, 산업은행 전무를 지낸 최병태, 대주배를 후원하고 있는 TM마린 대표 김대욱, SBS논설위원에서 경성대 교수로 변신한 신병식 씨 등이다. 아예 한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거목들이 모두 바둑판 앞에 집합했다. 오로지 공책바둑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전 출전자가 기원1급으로 타이젬 6단 이상입니다. 70대에도 바둑을 즐기는 분은 많지만, 같은 기수에서 강1급 5명을 모을 수 있는 학교가 과연 있을까요? 더욱이 재경동창으로만 이 정도입니다. 동문들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24회 신병식 교수. 신교수는 용마바둑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이하 인터뷰도 그의 입을 빌었다.)
▲ 경성대 교수인 아마7단 신병식 씨는 대회준비위원장을 맡았다.
고교기우회를 많이 다녀봤지만 일단 회원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용마기우회에 대해 소개 부탁합니다.
용마는 용과 말을 합친 강력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경남고의 상징입니다. 일종의 날개달린 말 페가수스와 같은 가상의 동물이죠. 용마바둑대회는 일 년에 한번 씩 정례적으로 하기 시작한 지 31회년 째이며, 2~3년에 한번 씩 하기도 했으니 실제로는 40년을 훌쩍 넘깁니다. 올해 75세인 12회 동문이 용마대회 최연장자입니다.
경남고는 야구명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바둑도 명문이라고 들었습니다.
경남고 동창들의 양대 행사가 바둑과 야구죠. 야구 동호인이 50년째 이어지고 있고 바둑도 40년 정도 됩니다. 역시 부산에서는 공부 야구 바둑 등에서 부산고가 라이벌입니다. 야구도 바둑도 맞수지만 조금은 경남이 낫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용마대회는 재경동문, 본부동문(부산에 기반을 둔)이 별도로 바둑대회를 갖습니다. 지금 이 대회는 재경동문대회입니다. 처음엔 재경동문들이 시작했지만 10년 전부터 본부동문들도 꾸준히 동문대회를 하고 있습니다. 본부기우회장이 대주배 김대욱(29회) 씨입니다. 재경대회를 하면 부산에서도 올라오고 서울서도 본부대회에 내려가곤 하죠. 서울고 보성고 용산고 경북고 경북사대부고 등도 이러한 행사를 매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 인원이며 기력이 다양할 텐데 총 호선이네요?
(웃음) 정 반대죠. 전국아마대회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아마도 예선전을 거쳐서 각 기수 대표로 나온 쪽도 있을 정도입니다. 20명 정도가 기수별 대회 출전하는데, 그러니까 여기 출전한 선수들은 다들 강1급이라고 보면 됩니다. 15개 기수에서 5명의 대표선수를 내니까 75명. 그리고 후보 선수도 있으니까 얼추 100명이 참가한 전국대회죠. 뒤풀이 장소만 묻는 동문도 50명은 추가될 것입니다. 경남고는 타이젬에서 론칭한 'YES24 고교동문전'에서도 8강에 진출했습니다.
용마대회에 유명한 분들이 많이 출전했습니다. 바둑을 다들 즐기신다니 반가운 맘입니다. 알만한 분 소개 부탁합니다.
대통령비서실장이자 한국기원 이사인 김기춘, 대법관 김문희(이상 9회), 또 기업인 신준호(12회), 산업은행 전무를 역임한 최병태(14회), 대주배를 후원하는 김대욱(29회) 씨 등은 아마 알만한 분들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최병태 씨는 바둑가족으로도 유명합니다. 아마고수인 최호철의 부친이며 그의 아들 둘과 함께 삼부자가 경남도민바둑대회를 매번 쓸어담고 있죠. 또 하호정 프로는 최호철의 이종사촌이죠.
공부 잘하는 명문고에서 과거 프로기사도 꽤 배출한 것으로 압니다.
경남고의 자랑이죠. 작고한 강철민(11회)과 양건모(14회)에다 백흥수(14회) 사범 등 3명을 배출했습니다. '우주류'의 원조였던 호방한 기풍의 강철민은 부산일보 최고위전을 따내는 등 부산바둑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경남고는 따로 심판위원을 초대할 필요 없이 백흥수 사범님이 수고하시죠(웃음). 또 낮 익은 분들도 눈에 띄는데요. 아마 아실 겁니다. 임강택 강성훈 양시후 등은 과거 전국대회 멤버였죠. 또 천풍조 사범의 동생 천이식(30회) 씨도 경남고 동문입니다.
역시 고교평준화 이후 세대는 참가가 저조하겠죠?
아무래도 세태의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본부대회에는 평준화 이후 후배들도 몇 팀이 출전하지만 아직 재경에는 없어요. 우리 때는 고3때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해서 대학도 가고 했는데, 요즘은 중학교 때부터 공부의 길에 들어가니 강1급은 단생하기 힘든 구조죠. 평준화 이후 세대들이 명문대 진학률이 과거에 비해 10%대로 급감하니까 아무래도 5명의 선수를 출전시키기가 힘들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교수님의 학창시절 바둑얘기라면?
학창시절에 바둑공책 없던 던 사람은 바둑 팬이 아니질 않나요? 노트에 선을 긋기 귀찮아서 모눈종이를 사서 연필로 그려가면서 바둑을 즐겼다는 정도. 그때는 백 차례가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백은 동그라미만 그려도 되고 흑은 원 내부까지 연필로 그려야 하니까요.
공부도 잘하고 바둑도 잘 두는 교수님으로서 바둑예찬을 다시 한다면?
소위 과거 명문고일수록 바둑 잘 두는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경남고를 예를 들면 강1급이 10명 이상 되는 기수도 있어요. 바둑을 잘 두어서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닐 지 모르지만,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바둑을 잘 두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 '친구들! 오늘 하루 바둑에 흠뻑 빠져 봅시다!' 용마기우회장 한명경 씨의 축사.
▲ 용마기우회 고문단, 맨 왼쪽은 백흥수 사범.
▲ 용마기우회 임원진. 맨 왼쪽은 대주배를 후원하는 김대욱 대표.
▲ 반가운 얼굴들. 신병식 백흥수 김대욱.
▲ 대회 최연장자인 12회(75세 오른쪽 줄) 동문대표와 18회의 경기.
▲ 12회 동문 신준호(75세) 씨.
▲ 14회 최병태(73세) 씨.
▲ '후석'을 아시나요? 타이젬 초창기 때 지도사범
역을 맡았던 23회 임강택 씨 .
▲ 한때 전국구로 이름을 떨쳤던 29회 강성훈 씨.
▲ 천풍조 프로의 동생인 30회 천인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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