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의 실수가 잦아지고 있다. 2일 벌어진 국수전 도전2국 장면.
절대 권력자 이창호가 2005년 중국 뤄시허에게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일격을 맞았다. 그 이후로도 언제고 이창호는 다시 권좌에 복귀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불행히도 단 한 번도 세계무대 꼭대기에 올라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비단 이창호뿐 아니라 절대 권력자들이 한번 내려온 권좌를 다시 되찾은 예는 없다. 조남철이 김인에게 그랬고, 김인은 조훈현에게,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그랬다. 당시 이창호의 나이가 30이었고 지금 이세돌이 슬럼프에 빠진 시기도 공교롭게 30이다. 이세돌은 고빗길에 접어든 것이다.
첫수부터 끝수까지 맑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서야 한판의 바둑이 완성된다고 할 때, 착각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 수읽기의 회로가 가끔 끊어진다는 것이고, 승부사에겐 노화의 징후다. 그 노화를 더디게 하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 단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단련에는 건강관리 생활철학의 정립 등 무형의 것이 포함된다.
31세 이세돌에게 기회는 남아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올해 최대의 이슈가 될 삼성화재배 우승상금의 3배 크기(8억7000만원)인 '이세돌-구리 10번기'가 기다리고 있다. 1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 한판씩 두어지는 이 10번기는, 그 시대적인 의미는 차치하고서라도 이세돌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매우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 승승장구를 한다면 지금 그가 겪는 아픔을 잊고 그의 정점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만약 실패를 거듭한다면 그의 하락세도 가속이 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팬들이 작금 이세돌을 제외하면 나머지 한국기사들로는 중국에게 버겁다는 현실적인 불안감을 토로한다. 그래서 이세돌이 조금 더 버텨주길 학수고대한다. 아직은 '마지막 승부'가 남아있으니 부디 이세돌이 청마의 기운으로 다시 일어서길 소원한다. 오는 26일 구리와의 10번기 1국에는 멀리 캐나다에서 그리던 부인과 딸(8 혜림)이 '아빠 이세돌'을 응원하러 올 것이라고 한다. 이세돌에게는 '가족힐링'이 최고의 특효약이 아닐까.
▲ 2011년 바둑대상 시상식에서의 이세돌과 딸 혜림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