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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일, '10위이내에 들고 싶습니다.'

2014년의 기대-변상일을 만나다

진재호2014-02-02 18: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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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공부에 열중하는 변상일(17).


2013년 7월5일. 인천실내무도경기 바둑경기가 벌어지고 있던 인천 연세대 국제캠퍼스 종합관. 한국 변상일과 중국 탕웨이싱이 남자단체 결승에서 마주앉았다. 왠지 16살 변상일은 20살 탕웨이싱에게 기에서 눌린 듯 보였다. 변상일은 순둥이처럼 시선을 아래로 깔아 자신이 없는 듯 보였고, 탕웨이싱은 마치 이런 빅승부를 자주 해본 듯 필요이상으로 자세가 느긋했다.

중국 주장 탄샤오를 4강전에서 꺾고 결승에 진출하여 금메달을 놓고 마지막 한판을 벌이는 국가대표의 변상일의 표정은 너무 나약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주 앉은 탕웨이싱에게 1주일 사이에 세 번을 만나 세 번을 모조리 패했다. 남자개인 예선과 결승, 남자단체 예선에서 이미 세 번을 거푸 패했으니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으리라.

5개월 후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당대 최고수 이세돌을 물리치고 세계선수권좌가 되고 마는 탕웨이싱. 전력상의 우위를 인정한다고 해도 변상일이 네 번을 연속으로 그에게 패한다는 것은 앞으로 프로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밖에 없을 것. 연신 울음보를 터뜨리기 일보직전의 변상일은 기어코 그 판을 이기고 한국에 대회 유일한 금메달을 선사한다. 당시 총감독이었던 이홍열은 "오더가 또 그렇게 결정되었을 때 변상일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스스로 이겨내 보라는 뜻도 있었다. 역시 변상일은 의지의 한국인이었다."고 회고했다.

변상일(17)은 2012년 1월 입단했으니 이제 만 2년째다. 앞서 소개한 신진서 신민준과 같은 해 입단했지만, 심정적으로는 훨씬 더 되어 보이고 중량감도 더 있어 보인다. 벌써 랭킹21위. 게다가 앞서 인천실내무도의 예도 들었지만 변상일에게는 세계대회나 중국리그 등 경험에서도 '양신'보다는 월등하다. 당연히 올해쯤엔 뭔가 일을 만들 때가 된 듯.

그의 지금까지의 이력으로 보면 서서히 성장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2012년 1월 입단하자마자 제1회 바이링배 통합예선을 통과하고서 64강에 얼굴을 내밀었다. 한국선수 중 최연소였다. 최연소-. 언제부터인가 한국바둑계에서 가장 듣고 싶은 수식어가 최연소였다. 어쩌면 재능이라는 말보다 나이라는 말이 더 비교 우위에 있을 만큼 젊음 어림에 대한 바람이 크다.

▲ 2013년 바둑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변상일의 무뚝뚝한 모습.


변상일은 재능도 갖추었다. 바이링배를 다녀오고 난 후 그해 6월 2012 olleh배에서 이창호 원성진을 꺾었고, 작년과 올해 바둑리그 락스타리그에서 맹활약하기도 했다. 급기야 작년 동아팜텍배 신인왕전에서 이동훈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7월에는 인천실내무도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단체 금메달과 남자개인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 후 중국갑조리그 산둥에서 9경기를 뛰었고, 또 을조리그로 내려간 항저우에서 불러 올해엔 을조리그에서 뛰게 되었다. 중국에서 벌써 진가를 알고 있는 소년 강타자가 변상일이다.

새해를 누구 못지않게 결의에 차있을 변상일을 왕십리 골들벨도장(원장 김정렬)에서 만났다. 마침 도장에서 2014년 입단자가 두 명이나 나와서(김명훈 이현준) 잔치분위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분한 분위기였다. 그 차분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것은 변상일이었다.

"꾸준해요. 상일이에겐 잔소리가 필요 없어요. 오히려 변화가 필요할 정도로 한결같아요." 골든벨 김정렬 원장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때 그 자리에서 꾸준히 책을 펴놓은 사람이 변상일이란다.

변상일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를 굉장히 어려워하는 프로다. 지난 연말 바둑대상에서 최우수신인왕을 수상한 것을 떠올리며 당시 어떤 수상수감을 말했는지 물어봤다. "… 기억이 잘 안나는데, 객석에서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역시 예상했던 무덤덤한 대답이었다. 이 짧은 말을 하는데도 한 30초 걸렸을까. 대뜸 김원장이 또 썰렁한 분위기를 깨뜨려준다. "쟤는 인터뷰 안하려고 우승을 안 해요."

▲ 2013년 인천실내무도경기대회 바둑 남자단체 결승에서 중국 탕웨이싱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던 모습.


올해 목표가 있을 텐데?
세지고 싶은데, 뭐가 센 지도 모르겠고…, 약한 것은 다 약한데….

중국리그에서 자주 부르는데 올해도 부르던가?
작년 갑조에서 을조로 떨어진 항저우팀에서 불렀어요. 작년과 달리 한꺼번에 리그를 치르기 때문에 약간 수월해졌어요. 중국리그를 뛰면서 느낀 점이라면? 중국리그엔 잘 두는 기사가 참 많은 것 같아요. 리그 자체가 세죠. 그리고 선수들이 비교적 빨리 두는 것 같아요. 자신 있게 두는 것 같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질문. 늘고 있다고 느끼나?
작년 말보다 준 것 같아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늘 나이가 아닌가? 확실히 준 것 같습니다.

기풍이 어떤 편인가. 딴 친구들은 매우 사나운 편이라고 하던데?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정해진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답변이 계속 단답형으로 끝나자, 김원장이 보충설명을 해 준다. "사춘기이기도 하고 정체성에 대해 눈을 뜨고 있는 시기입니다. 분명 발전은 하고 있는데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어요. 자신의 기풍에 대해서도 명확히 뭔지 혼란을 느끼고 있죠."

1주일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1주일 동안 빡빡하게 돌아갑니다. 화 목요일은 상비군훈련하고, 월 금요일은 목진석 안조영 선배들과 쉐르빌리그전 합니다. 형들에게 많이 배워요.

상비군 효과가 있다고 느끼는가?
효과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잘 두는 선배들이 많으니까 공부에 도움이 됩니다. 이번 리그전은 4승5패입니다.

▲ 골든벨도장에서 변상일과 김정렬 원장.


지금 랭킹이 20위권인데, 1년 뒤엔 랭킹 몇 위까지 올라가고 싶나?
10위 정도는 하고 싶다. 물론 올라갈수록 어려운 것은 잘 안다. 상위 형들과는 노련미에서도 차이가 나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미세한 차이가 있어요.

바둑 분야 중 가장 재밌는 공부분야는?
기보를 주로 놔보는 편입니다. 사활을 풀면 잠이 와서…. 특별히 시간을 정해놓고 공부하지 않아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공부를 합니다. (그런데 기자와 방문하기 전까지도 사활책과 씨름했다.)

타이젬 성적은 어떤가? 누구와 라이벌인가.
중국 친구들도 나를 아는 지 궁금해요. 안다고 대답하자 이젠 잘 두어야겠네요. 작년 하반기보다는 확실히 많이 지는 것 같아요. 판팅위 천야오예 30% 대 승률이며, 커제가 상당히 까다로운 기풍이라서 최근에는 거의 한판도 못 이깁니다.

김원장의 보충이다. "상일이는 타이젬에서 실험적인 바둑을 둔다고 할까. 원래 바둑과는 다르게 엄청 어지럽게 두기도 하고, 약간 스테레스 해소용으로 두어요. 타이젬은 자신보다 고수라고 할 상대가 두는 만큼 그 속에서 승률이 나오려면, 왜 지는지를 고민해보아야 하고, 맘 자세를 다지고 두어야 하겠지요."

신예라이벌이라고 할 이동훈 신진서 신민준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두 저보다 세요. 전 걔들에게 이긴 적이 없어요. (신)진서에겐 작년에 비공식시합이었던 신예대결에서 한번 졌어요. 전투형이었던 것 같아요. (이)동훈인 저보다 세요. 두 판을 뒀는데 다 졌어요. 집바둑이고 실리파예요. 전투를 벌이면 편하긴 한데 전투 이후엔 변화가 없는 바둑을 구사하니까 담담함을 느끼고 있어요.

변상일은 자신의 단점은 명확하게 지적을 하는 반면 자신의 장점은 다른 이의 입이나 판단에서 나오곤 한다. 늘고 있으며 중국리그 세계대회 등 경험도 비교적 풍부하다는 것은 분명 다른 기대주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다. 이제 그의 나이 17세.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결코 '미래'를 얘기하면서 적은 나이도 아니다. 올해 그 누구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하는 변상일이다.

그림자처럼 변상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김원장이 기자가 보는 앞에서 변상일에게 당부의 말을 던진다. "(변)상일이는 꾸준함이 장점입니다. 팬들에게는 좀 더뎌 보일지 몰라도 아직은 자기 바둑의 정체성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가까이서 볼 땐 오히려 한눈을 안파는 게 문제입니다. 생각의 틀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 돌게 되면 정체될 수가 있어요. 요즘은 그래서 수영과 헬스도 다니고 나름대로는 바둑 이외의 일도 가끔은 합니다. 책속에 길이 있겠지만 책 밖의 길도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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