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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글은 얼마나 우수할까, 위대할까?

[칼럼] 한글은 얼마나 우수할까, 위대할까?

i진선2004-10-08 21: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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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진선 한마디]

 

9월달에 논단방에서 중국어 표기에 대하여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워낙 전문가 분들이 출두하여 논하는 바람에 저 같은 비 전문가는 끼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냥 저는 당위론...자존심론을 내세웠는데...좀 제가 열세였지요...ㅠ.ㅜ:

그런데...

이창호 홈피에 jilli 님께서 설득력 있고 뛰어난 분석력과 지식으로 압도 되는 글을

올려 주셔서 갑자기 힘이 납니다^^::

두 편의 글 입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마침 내일은 한글날 입니다^^::

꾸벅

 

한글은 얼마나 우수할까, 위대할까?

 

전세계 언어학자치고 이제 한글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한글은 가장 과학적이고

 편리한 문자임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한글은 과연 다른 문자와 비교하여 얼마나 우수한 문자일까, 위대한 문자일까?

첫째는 만들어진 기간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여지고 있는 문자는 로마자와

한자인데, 이것들은 각기 3천년 이상에 걸쳐서 만들어졌다. 지금도 한자는 계속 만들어지

고 있다. 어쩌면 한자가 쓰이는 동안은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불완전한 문자라는 말이다.

로마자가 불완전한 것도 두말할 필요 없다. 로마자 표기에 대해 우리 나라에서 유독

갈팡질팡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거의 완벽한 한글에 비해

 로마자는 표현할 수 없는 음이 너무 많아서 어떤 수를 써도 한글로 쓴 것을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한글이 로마자보다 시원찮은 문자라면 오히려

 한 번  정해진 로마자 표기에 모두들 감탄하기 바빠서 딴죽을 걸지 않았을 것이다.

로마자가 지닌 결정적인 약점은 모음이다. A, E, I, O, U 다섯 글자밖에 없다. 이를 보완

하는 게 반자음인 W, Y이다. 그러니 한글로는 간단히 표시되는 'ㅓ, ㅕ, ㅡ, ㅢ' 등은 원천

적으로 표기 불가능하다. 'ㅐ, ㅒ, ㅚ' 등도 불가능하다. 반면에 한글에는 모음이 무려 10개

나 되는데다가 이를 응용하면 얼마든지 이중 모음을 더 만들어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이 모음을 발견하기까지 무려 3천년이 걸렸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이를 불과

 30년도 안 되어 완벽하게 창제하셨다. (세종 25년인 1443년에 창제 완료하고 세종 28년인

 1446년에 반포함.)

로마자는 멀리 이집트로 그 기원이 올라간다. 아직도 이집트 글자를 상형문자로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아니다. 그것은 표음 문자이다. 이를 밝혀낸 사람이 바로 로제타

돌을 해독한 저 유명한 언어 천재, 16살에 대학 교수가 된 샹폴리옹(Champollion)이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에서 가져온 로제타 지역의 괴상한 돌을 그 이전 사람은 모두 그림

을 보고  추호도 의심없이 상형 문자로 알고 그 뜻을 읽어내려고 머리가 빠지고  벗겨지고

 희어지도록 아둥바둥 애만 태웠다.

샹폴리옹은 그러나 그 아래 쓰인 그리스 문자에 힌트를 얻어 그것이 상형 문자가 아닌

표음 문자라는 과감한 가정을 하고 연구한 결과, 마침내 이를 다 해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부 동그라미가 왕을 뜻한다든지 하여 약간의 표의 문자적 요소도 있긴 있었다.

문제는 이 이집트 문자가 너무 복잡했다는 데 있었다. 그 그림을 일일이 외워서 그린다는

 건 보통 사람으로선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를 아주 간단히 바꾼 인종이 나왔다. 그가

 바로 오늘날 중동 지역에서 나와 지중해를 휘어잡아 곳곳에 식민 도시를 건설한 페니키아

인이다. 그들이 건설한 도시로 제일 유명한 게 바로 한니발의 카르타고이다.

이들 페니키아인들은  상업과 군사 중심의 인종이라서 복잡한 문자는 영 생리에 안 맞았다.

그래서 이를 대폭 간소화한 것이다.  거의 그림이라는 느낌이 안 드는 추상화한 문자를 만

들었다. 이와 비슷한 것이 구약 성경을 기록한 셈족의 문자이다. 이것도 이집트 문자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두 문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음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 이름을 여호와라고 하다가 현재는 야훼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하나님

이름을 입으로 감히 발음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그 발음을 잊어 버렸기 때문이다. 여호와

나 야훼나 문자 상으로는 똑같다. 로마자로 표기하면 둘 다 'YHWH'이다. 사실 음운 현상에

서 모음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이 변하지만 자음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런 대

로 사람들은 이런 문자를 큰 불편함 없이 쓸 수 있었다. 대신에 그 발음을 정확히 하려면

굉장한 교육을 받아야 했다. 보통 머리로는 거의 불가능했다.

모음을 발명하고 또 글자 모양도 더욱 간단하고 아름답게 만든 인종이 바로 저 유명한

그리스인이다. 이들 때문에 비로소 문자가  소리나는 대로 기록할 수 있었고 보통 사람도

누구나 약간의 교육을 받으면 바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이건 정말 획기적인 일이었다. 말은 어차피 누구나 아는 일이고 이제 이를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쓸 수 있고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자 익히는 데 허비하는

시간 대신 생각하는 시간에 투자함으로써 인류의 지식과 지혜가 폭발적으로 늘어 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한국의 남한 정도 되는 그리스가 그 후 얼마나 찬란한 문화를 꽃 피웠

는지는 삼척 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 원동력은 바로 자음에 이은 모음의 발명이었다.

이것은 후에 아라비아 문자가 발명됨으로써 수학적 지식에 날개를 달아 주었던 것과

유사한 엄청난 일이었다. 여담이지만, 그리스에서  나온 영어 단어 rational(합리적인)은

원래 구구단을 욀 수 있는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사람이란 뜻이다. 그만큼 문자로 기록한

구구단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외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라비아 숫자로 기록해

버리면 천치 아닌 한 누구나 몇 대 회초리만 맞으면 초등학교 2학년이라도 외울 수 있다.

그리스인은 이 모음을 발명한 게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알파벳의 제일 첫 자와

끝 자를 모음으로 장식했다. 그게 바로 알파(A)와 오메가(Ω)이다. 각각 'ㅏ', 'ㅗ' 발음이다.

 알파벳이란 말도 첫 두 자, 곧 모음 하나와 자음 하나를 일컫는다. 로마자로 말하면 에이비

(AB)나 마찬가지이다. 알파베타(Alphabeta)라고 하던 것을 나중에 영어에서 알파벳

(Alphabet)이라고 한 것이다.

표음 문자는 크게 셋으로 구분되는데, 페니키아문자 같은 자음만으로 된 것, 일본의

가나와 같은 자음과 모음을 함께 발음하는 음절 문자, 로마자나 한글 같이 자음과 모음

으로 나누어 있는 알파벳(음소 문자)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음소 문자가 가장 발달한

것임을 두말할 필요 없다. 만약 음절 문자로 표현하게 되면 우리 나라같이 음이 다양한

말은 최소한 3천 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소리를 자음과 모음으로 구별하여 적는 데, 인류는

무려 3천년이 걸렸던 것이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세종 즉위 후 바로 시작했다고 해도

불과 25년만에 그리스 문자를 압도하는 완벽한 문자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건 세종대왕

 혼자가 아니라 집현전 학사 모두가 오로지 이 일에만 매달렸다고 해도 경천동지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의 창의력이 세계에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한글 창제는 요새 식으로

계량화하면 노벨상 100개에 해당하는 위대한 업적이라고 본다.

한글의 위대성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몇 개만 더 들자.


둘째, 소리와 발음 기관의 완벽한 연관성이다. 로마자는 소리와 문자는  전혀 별개이다.

그냥 약속일 뿐이다. 이집트에서 예를 들면 '소'할 때 'ㅅ' 소리가 나니까 '소'를 그려 놓고

 이를 'ㅅ'이라고 하자라는 식이었다. 이것이 말이 다른 페니키아, 그리스로, 로마로 가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약속일 뿐이다.

그런데 1940년 안동의 희방사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됨으로써 한글은 발음 기관을

  본떠서 만들었다는 것이 비로소 밝혀졌다.  이것은 세계 언어학자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

다. 서양에서 음성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겨우 [d, t], [b, p], [s, z], [v, f], [g, k] 등

을 짝지어 유성음 무성음을 구별해 놓고 득의만면하고 있었는데, 15세기초에 벌써 이런 것

을 완벽하게 알아냈을 뿐만 아니라, [g, k]를 혀가 입천장에 닿는 모양을 본떠서 아예 글자

 모양과 비슷하게 [ㄱ, ㅋ] 더 나아가 된소리까지 표현하여 [ㄱ, ㅋ, ㄲ]까지 만들었던 것이

다. [ㅋ, ㅌ, ㅍ, ㅎ]에서 보듯이 기본자 [ㄱ, ㄷ, ㅁ, ㅇ]에서 격음일 경우에 힘이 더 드는

걸 감안하여 줄을 한 두 개 더 그었던 것이다.

이 원리를 응용하여 한글을 가르치면(이런 교재가 빨리 나오기 바란다. 마음만 먹으면

아주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일주일 이내에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한글은 정말 배우기 쉽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머리가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어떤 외국인에게도 금방 가르칠 수 있다.

사람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다가 새로운 것을 연관시키면 아주 쉽게 배우고 잊어

버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모음은 더욱 경이롭다. 천지인과 발음 기관을 같이 본떴다. 하늘은 둥그니까 간단히

아래 아 [·], 땅은 평평하니까 [ㅡ], 사람은 서 있으니까, [ㅣ], 세상에 이보다 더 간단할

수가 없다. 실지로 발음을 해 보면  전세계의 모든 발음이 [·]할 때는 입이 둥글게 크게 벌

어진다. [ㅡ]는 입이 옆으로 벌어지면서 혀가 평평해진다. [ㅣ]는 혀가 앞으로 내밀어지

면서 세워진다.

여기서 각각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등이 나오는데, 물론 처음에는 [ㅣ, ㅡ]

에 앞 뒤 또는 위 아래에 '아래 아'자를 덧보탠 것이었다. 이것도 경이로운 것이 세계

모든 발음이 [ㅏ] 발음을 할 때는  반드시 숨을 내쉬게 되어 있고, [ㅓ]할 때는 숨을 들이

쉬게 되어 있다. 그래서 각각 밖과 안에 '점'을 찍은 것이다. [ㅗ, 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는데, [ㅗ]는 반드시 아래로 내리쉬고, [ㅜ]는 아래에서 위로 치받치게 되어 있다. 

놀라운 일은 하나 더 있다. 한글은 누가 보아도 자음과 모음을 구별할 수 있다. 왜? 모음은

반드시 가운데, 또는 오른쪽에 있기 때문이다. 로마자는 풀어쓰기 때문에 척 보고 자음과

 모음을 구별할 수가 없다. 한글은 소리나는 단위가 음절로 되어 있다는 것을 그대로 활용

하여 한 자 한 자에 자모를 붙여 놓아 소리 단위를 금방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로마자는 어지간한 전문가가 아니면 음절 구분을 못한다. 한글은 바보라도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한글을 아는 사람은 바보라도 로마자 아는 천재와 같은 급이 된다

는 말이다. 음소 문자이면서 음절 문자의 장점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컴퓨터가 나오면서 다시 위력을 떨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직 한글에서 뒤지는

 이유는 바로 한글의 24자가 하나의 디지털로서 무한한 조합을 가능케 한다는 것을 간과하

고 완성형을 택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찬진의 한글은 조합형을 택했던 것이다. 역시 똑똑

한 조상 덕에 간단히 미국의 천재를 바보로 만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완성형을 표준으로 삼은 일은 정말 개탄스런 일이다. 디지털이란 것도 기껏해

야 [0]과 [1]이라는 두 문자를 이용한 이진법을 무한히 연결하는 것인데, 한글은 그 자체

가 무한히 응용할 수 있는 24개의 디지털 기호이다. 지금은 겨우 워드프로세서에 응용하는

 정도이지만, 이를 잘 응용하면 엄청나게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세계를 휘어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글이 이렇게 자음과 모음을 확실히 구별하면서도 음절 단위로 쓰게 됨으로써 정보화 시

대에 또 하나의 경이적인 장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공병우식 자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원리는 바로 과학적인 한글의 장점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현재 널리 보급된 것과는

 달리 왼손은 초성을 치고 오른손은 중성과 종성을 동시에 치는 원리이다. 한 글자를 한 번

에 치는 방식이다. 그러면 아무리 손가락이 굳은 사람도 1분에 쉽게 3백 타 이상을 친다.

무려 1분에 1300타, 1400타까지 가능하다.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 쓸 수 있다. 속기사는

 전부 공병우식을 쓰고 있다. 속도가 생명인 정보화 시대에 이것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다. 그러나 이것도 어리석은 위정자 때문에 공병우씨가 그렇게 평생을 애썼는데도 일반에

게 보급되지 않았다. 2년 전인가 삼성에서 공병우식 자판을  만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었

는지 모르겠다. 현재 방식으로는 아무리 빨라야 7백 타, 8백 타가 한계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세종대왕은 한국의 바보도 외국의 천재와 비슷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는데, 서양 바보들에게 배워서 도리어 바보가 된 위정자가 서양 흉내내느라고 우리

좋은 것을 다 버렸으니 말이다.

한글의 위대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있다.


 그것은 바로 표음 문자이면서 표의 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글 전용을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한글의 이 장점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한글은 음절 단위로 쓰기 때문에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음절 문자의 장점을

가질 뿐만 아니라, 어원을 밝혀 적을 수 있어서 표의 문자 구실도 제법 훌륭히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순수한 우리말과 한자말로 구별해서 설명하기로 하자.

우리말 -- 훈민정음 해례에서 종성부용초성법을 택해서 가능한 일이었는데, 조선 중기의

 8종성법에서 한글학회에서 이를 다시 살린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예를 들어 보자.

'나뭇잎'-이것을 소리나는 대로 '나문닙'이라고 적는다고 해 보자. 그러면 도대체 말로

할 때와는 달리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어원을 밝혀 '나무'에다가  관형격 조사 '의'에

 해당하는 사이시옷 'ㅅ' 거기다가 주둥아리 입이 아니라 받침에 'ㅍ'을 써서 '잎'이라고

함으로써 척 보면 이것이 나무에 달린 잎이구나, 라고 알게  된다. 어원을 밝히기는 매우

 어려운 일인데, 한글을 배우면 웬만한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안다.

'이것을'-이것을 소리나는 대로 '이거슬'로 적는다고 해 보자.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이것을'은 '이것'과 '을'을 합한 것임을 아주 간단히 나타낸다. 뜻이 금방 머리가 들어오

게 되어 있다.

'있다'-이것을 '이따'라고 적는다고 해 보자. 이것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일어난다.

한글의 이런 장점은 뜻글자인 한자도 도저히 나타낼 수 없는 것이다. 음성을 나타내되,

시각적인 효과로 뜻글자 구실도 훌륭히 해 내는 것이다.

한자말--이것도 아주 잘 나타낸다.

'천리만리'-이것을 '철리말리'라고 쓴다고 해 보자. 그러면 말할 때와는 달리 도대체

무슨 뜻인지 헤아리기가 머리가 아주 비상한 사람 외에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천리만

리'라고 쓰면 초등학생도 '천 명, 만 명',  '천 개 만 개'  '천 원 만 원'의 '천, 만'이란 걸 알

수 있다. 선생님은 이런 걸 좀 가르쳐 주어야 한다.

한자까지 가르쳐 주면 더 좋지만, 그에 앞서 바보 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게 이런 걸 가르쳐

 주면 설령 한자를 모른다고 해도 말뜻을 아주 정확히 알 수 있게 되고 바보 학생도 천재가

 되어 새로운 말을 척척 만들어낼 수 있다. 

대신 천재, 천사, 천국, 천치, 천성 등의 '천'은 '하늘, 타고난'의 뜻이 있다는 것도 꼭 알려

주어야 한다. 물론 한자를 곁들이면 더욱 좋고. 그러나 이를 꼭 한자를 병기해서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정도만 가르쳐 주면 아주 정확한 언어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머리가 어느 정도 되는 학생들은 한자를, 한문을 꼭 가르쳐서 조상들이 한문으로 남긴

엄청난 정신적 유산을 계승하여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울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한글은 바보를 보통 사람으로 보통 사람을 천재로 만드는 경이의 문자이다.

한글의 장점은 연구하면 할수록 계속 쏟아져 나올 게 틀림없다. 널리 알려진 것은 이

글에서 생략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한글은 누가 만들었을까.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나는 세종대왕이라고 본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런 경이적인 창작품은 절대 여러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천재의 머리에서

나온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위대하다고 수천 명의 머리를 합해서 나온 게 아니다. 상대성

원리가 신의 영역을 건드린 발견이라고 해서 일류 과학자 만 명의 머리를 합해서 나온 게

 아니다. 고독하게 한 천재가 각각 발견한 것이다. 이런 것은 사람이 많을수록 오히려 방해

가 된다.

  둘째, 세종대왕은 두 가지만 스스로 했다고 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그것은 훈민정음 창제

와 작곡이다. 나머지는 누가 했는지, 그 본인의 이름이 거의 다 밝혀져 있다. 만약 세종대왕

이 왕의 신분을 이용해서 자기 공으로 만들 생각이 있었다면, 이런 것도 대부분 '어제(御

製)'란 말을 붙였을 것이다.

세종실록에 보면 매우 겸손했던 세종대왕이 음운학에 대해서만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말도 아주 직설적이었다.


 "너희가 운서(韻書)를 아느냐, 사성과 칠음에 자모가 몇 개 있느냐? 만약에 내가 운서를

바로잡지 않으면 누가 바로잡겠느냐?"


 "너희가 (이두를 정리한) 설총만 옳게 여기고 임금의 일은 그르게 여기니 어찌된 일이냐?"

  셋째, 당시 학자들은 오로지 유학이었다. 집현전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요새 식

으로 말하면 이런 따위의 음성학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연구하는 걸 수치로

여겼다. 그런 상황에서 설령 연구에 일부 참여했다고 해도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했을 리가

없다. 더군다나 한문 숭배가 종교의 수준까지 이르렀던 때이다. 실지로 신숙주, 성삼문이

 만주로 음운학자 황찬을 만나러 가는 것은 한글 창제 이후의 일이다.

이들은 완벽을 기하려는 세종대왕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황찬에게는 무슨

 훈민정음에 대해 자문을 구하려는 게 아니었고 동국정운을 정확히 만들기 위해 중국 음운

에 대해 물어봤던 것이다.

세종대왕은 왕자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훈민정음을 거의 혼자 발명하신 듯하다. 설령 직

접 창제하지 않으셨다고 해도 관계없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훈민정음은, 한글은 결코 태어

나지 않았을 것이니까.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뺀 것도 못난 위정자들 탓이라고 본다. 모든 공휴일을 다 폐지해도

한글날은 공휴일로 지정해야 할 것이다. 바보를 보통 사람으로 만들고 보통 사람을 천재로

만들어 주는 한글을 기리는 날을 공휴일로 안하고 도대체 무엇을 공휴일로 한단 말인가.

열심히만 일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한글 창제하는 것처럼 창의적으로 머리를 쓰면 열흘

놀고 하루 일해도 능히 선진국을 앞설 수 있는 법이다.

      (2000년 한글날에)

 

 현지음 좋아하는 자들의 오만과 편견, 그 무식함

 

언젠가부터 북경을 베이징이라 하고 사천을 쓰촨이라 하게 되었다. 풍신수길을 도요토미

 히데요시라 하고 덕천가강을 도쿠가와 이에야쓰라 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멀쩡하게 잘 쓰

던 게놈을 한사코 지놈으로 쓰는 신문도 있다. 히로뽕을 꼭 필로폰이라고 하고 심지어 알레

르기를 앨러지라고 혀를 꼬부린다. 스티로폴은 틀렸고 스티로폼이 맞다고 동경대 박사가

우기는 것도 보았다. 알레르기와 스티로폴은 독일어이고 앨러지와 스티로폼은 영어에 지나

지 않음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더 가관인 것은 현지음대로 쓴다면서 베네치아는 베니스라 한다. 영어식 발음에 지나지 않

는 것을 무슨 대단한 학식이라도 되는 듯이 으시댄다. 불란서의 파리도 패리스라고 하려나.

모차르트의 세례명은 원래 볼프강우스 테오필루스(Wolfgangus Theophilus)였는데, 테오

필루스는 아시다시피 그리스말로 '신의 사랑'이란 말이다. 이를 독일에서는 'Gottlieb'라 했

고 라틴어로는 'Amadeus'라 했다. 뜻은 모두 동일하다. 이 중에서 'Amadeus'가 발음하기

 좋았기 때문에 그냥 아마데우스라 했던 것이다. 왜 발음하기 좋았을까. 그리스말은 18세기

의 일반 서양인에게는 너무 오래된 생소한 말이라 그걸 기억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영어 이름 존(John)은 독일에서는 요한(Johann), 불란서에서는 장(Jean)이라도 한다.

영어 이름 헨리(Henry)는 독일에서는 하인리히(Heinrich), 불란서에서는 앙리(Henri)라고

한다. 다들 자기 나라 음운에 알맞게 발음한다. 마이클 잭슨이 독일식으로 발음하면 미하엘

 약존이다. 불란서 식으로 하면 미셸 작송이다. 나의 성은 최가인데, Choi라고 쓰면 미국인

은 초이, 독일인은 호이, 불란서인은 솨라고 한다. 꼬이라고 발음하는 나라도 있다. 내가 눈

에 도끼를 세우고 화를 내면 그들이 단 한 명이라도 최라고 발음해 줄까. 

박세리를 Seri Pak이라 쓰고 이를 쎄리 팍이라고 읽으면, 신문 활자에 뽑으면 무슨 세련된

 발음인 양, 영어 잘하는 듯이 누군가가 착각해 줄 듯한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원 발음을

중시한다면서 한국의 원 발음을 영어식으로 읽고는 즐거운 몽상에 빠진다. 김을 Kim이라

쓰고 꼭 킴이라고 발음한다.  'ㄱ'은 초성에서 무성음이라서 반드시 'K'로 써야 한다는 걸

크게 자랑하고, 개탄하고 이를 영어로 옮겨 놓고는 'ㅋ'으로 읽는다. 케네디를 왜 게네디라

고 못할까. 클린턴을 왜 글린턴이라고 못할까. 같은 무성음인데. 영어의  폴(Paul)을 바울

, 피터(Peter)를 베드로라고 한 빛나는 전통이 있지 않은가. 폴은 영어지만, 바울은 우리말

이다. 

동경은 우리말이지만, 도쿄는 일본말이다. 베이징은 중국말이지만 북경은 우리말이다.

광동은 우리말이지만 꽝뚱은 중국말이다. 중국인도 베이징을 페킹이라 하는 곳이 많다. 영

어에서도 수백 년 이렇게 썼다. 이걸 중국이 국제적으로 베이징으로 고치는데, 40년이 걸렸

다나, 50년이 걸렸다나. 그건 영어로 표기할 때 그렇게 하면 되고 우리말은 북경이다. 5백

년 동안 쓴 우리 발음이요, 우리말이다. 중국인은 의연하여 한국의 지명을 모조리 자기 식

으로 부른다. 

이런 발음은 우리 조상이 한자를 들여오면서 무려 2천년 동안 갈고 다듬어 완전히 우리말

로 바꾸었다. 그 복잡한 한자를 불과 300여자의 한글로 바꾸어 쓸 수 있게 만들었다. 한번

들으면 기억할 수 있게 만들었다. 모국어 음운과 전혀 다른 단어 하나를 외기는 여간 어려

운 게 아니다. 수십 번 수백 번 되풀이해도 외워지지 않는다. 

서세원과 신은경의 '좋은 세상 만들기'에서 노인들이 'SBS' 발음을 못하는 촌극을 보고

전국민이 박장대소를 하면서 즐기던 것을 생각해 보자. 에스비에스, 이것은 우리 음운에서

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려운 발음이다. 천 번 만 번 들어도 우리 발음에 귀와 입이 완전히

고정된 사람에게는 기억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서울방송이라고 해 보자. 그러면 노인들

이 한 번만 듣고도 대번에 외우고 평생 잊어 버리지 않는다. 서울방송과 SBS가 다른가. 이

를 노인들에게 꼭 발음시켜 보고 ABC도 모른다고 놀릴 것인가. 그건 파렴치한 짓이다. 

이런 저런 사정을 잘 알고 우리 조상들은 한자를 들여 오면서 수만 자의 한자를 아주 간단

한 발음 몇 개로 고정시켜 버렸다. 한 번 듣고 두 번 들으면 외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엄청

난 조상의 지혜이다. 

현지 발음은 그 말을 써야 하는 사람이 배워서 그 나라 사람과 얘기할 때 쓰면 된다. 우리끼

리 말하는데 굳이 들으면 잊어 버리고, 들으면 잊어 버리고 하는 것을 억지로 발음해 내면

우월감을 느끼고 그렇지 못하면 열등감을 느끼고 하는, 본말이 전도된 괴이한 짓을 할 필요

가 없다. 발음은 형식이고 뜻은 내용인데, 평생 단 한 번도 써 먹지 못할 발음을 정확히 한

다며 내용은 알지도 못하고 끙끙대는 일을 우리 조상들은 참으로 어리석게 보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역관들이 중국어를 못했던 게 아니다. 중국어, 거란어, 만주어, 몽골어, 일본

어 다 기가 막히게 잘했다. 설령 말은 못해도 사신끼리 만나면 한문 필담으로 동양 삼국은

얼마든지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모택동은 우리말이지만, 마오쩌둥은 중국말이다. 등소평은 우리말이지만 뎅샤오핑은 중국

말이다. 중국말 중에 북경의 보통화이다. 장개석은 원래 이름이 장카이석이다. 이를 북경의

 보통화도 장졔스라 할 뿐이다. 이를 기어코 장졔스라 표기해야 밥맛이 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태리의 로마를 미국 사람은 백이면 백, 만이면 만, 로움이라고 한다. 이태리 사람도 영어

로 말할 때는 로마라 하지 않고 로움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 시비를 거는 사람도 스스로

주눅이 드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일본인은 커피를 고히라고 하고 호텔을 호떼루라고

한다. 이를 아나운서 선발할 때 제대로 발음하는지 시험한다. 원음으로 발음하는 자는 감점

이다.  참으로 현명한 국민이다. 원음은 영어로 할 때 정확히 하면 된다. 

미국, 영국, 독일 이 세 나라를 원음대로 발음한다고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어메리

커'니 '더 그레이트 브리튼'이니 '도이칠란트'니 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사람 중 한 명도 없

다. 참 잘하는 일이다.  일본을 '니폰'이니 '니혼'이니, 중국을 '뒹귁'이니 '둥궈'라는 사람도

 하나도 없다. 이것도 참 잘하는 일이다. 

언제부터 우리가 아니 한국의 지식인들이 혀를 꼬부리며 잘난 척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창피하고도 우습게도 일제식민지 통치 때부터였다. 신학문을 일본어로 배우게 되면서부터

 일본의 지명과 인명을 우리 식으로 읽다가 막상 일본어를 배우게 되면서 일본 발음을 알게

 되자 급속도로 일본의 지명과 인명을 원음대로 발음하게 된 것이다. 일반 서민들, 신학문

을 배우지 못한 선비들, 일본어를 아주 잘하되 표시 내지 않는 사람들은 여전히 동경, 대판,

 대마도, 북해도, 이등, 명치, 덕천, 소서, 가등, 풍신이란 말을 썼다. 

개인적인 말이라서 미안하지만, 필자의 부모님은 두 분 다 일본인들이 거의 외국인인 줄

모를 정도로 일본어를 잘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분은 한번도 우리말을 하시면서 도

쿄니 오사카니 쓰시마니 호카이도니 이토니 하신 적이 없었다. 반드시 우리 발음으로 말씀

하셨다. 왜 그렇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도 말씀하신 적이 없었다. 그분들에게는 그게

 너무도 당연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만난 사람을 얘기할 때, 일본 사람 이

름이 나와서 혹 일본 발음을 하게 되면, '다나까 한자로는 전중'이라고 반드시 알려 주셨

다. 

우리말에 외국어 단어를 되도록 원음에 충실하여 많이 섞어 쓰는 사람은 얼치기인 경우가

99%이다. 1% 정도 그 외국어를 아주 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안타깝게도 그 얼에

양 귀신이나 중국 귀신이나 일본 귀신이 쓰인 분들로 무식한 사람을 버러지 취급하는 교만

하기 짝이 없는 분이시다. 99%의 얼치기들은 그런 말을 쓰는 스스로를 대견해 하고 남들이

 자신이 얼치기가 아니라 도사인 줄 착각해 주길 바란다. 1%의 도사는 도사이긴 도사로되

도사 세계에서는 겨우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엉덩이에 뿔이 난 도사들로서 산소가 희박한

높은 산 정상에서 무식한 자들을 한없이 깔보면서 세상을 까마득히 내려다보며 고독을 즐

기는 분이시다. 알고 보면 대단히 무식한 자들이다. 

해방 후에는 영어를 제대로 배우게 되면서 영어 발음을 우리말에 정확히 쓰는 것에 엄청난

 시대적 소명을 갖는 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게 되었다. 외국에 살다 온 사람들은 이미

 우리말이 된 단어들에 개탄을 금치 못했다. 학회에 신문에 방송에 줄기차게 바른 지식을

전파했다. 

마침내 중국의 지명과 인명까지 원 발음대로 교과서에 신문에 싣기 시작했다. 영어는

학교에서 이윽고 거의 모든 국민이 다 배워서 원음으로 교정된 발음의 영어 단어는 그런

대로 외워지지만,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극소수라 그것이 99.99%의 국민에게 외워질 리

가 없다. 교과서를 쓰는 양반도 신문 기사를 쓰는 양반도 마찬가지이다. 극소수의 중국어

배운 사람 외에는 수십 번 들어도 잊어 먹을 수밖에 없다. 수도 없이 찾아보아야 한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중학교 지리부도엔 한자도 괄호 안에 집어넣지 않고 지명을 모조리

 중국말로 바꾸었다. 중국 지명을 중국식으로 발음하면 중국 전문가인 줄 착각해 주길 바라

는 신문 기자 양반들이 어찌나 많은지. 실은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한국의 큰 신문사에조차

 중국 전문가는 한 명이 있을까 말까 한다. 

삼국지를 한 번만 읽으면 현재도 두루 쓰이는 중국 지명을 아무 노력도 없이 줄줄 외우게

 되는데, 이렇게 잘 알고 있는 지명과 중국말로 표시된 지명을 연결할 재주가 없다. 졸지에

유식한 사람을 도리어 열등감이 가득한 무식한 사람으로 만들게 되었다. 참 웃기는 것 중

 하나가 '만주는 우리 땅' 이렇게 호기롭게 말하면서 압록강, 두만강만 건너면 모조리 아리

까리한 중국말 지명으로 바꾼다. 지린, 헤이룽, 옌벤 -- 멀쩡한 길림, 흑룡, 연변을 두고 해

괴한 짓을 하고 있다. 그런 말은 중국인하고 말할 때나 쓰면 된다. 

한글 창제의 뜻을 새겨 보자.  

 

 최만리를 욕할 줄은 알면서(암기 수준), 자기가 오늘의 최만리임을 모르는(이해와 응용,

비판, 창조 모두 밑바닥) 자가 바로 오늘날 한국의 지식인이다. 특히 대학교수와 신문기자

가 그렇다.  

  
한글 창제의 가장 큰 뜻은 어문일치이다. 말과 글을 일치시키면 인간의 사고 능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약한다. 그 어려운 한문도 우리말로 쉽게 풀어 써서 노비에게 읽어 주면

순식간에 그 지적 수준이 수십 년 한문을 읽은 주인과  비슷하게 된다. 어떤 외국어를 수십

 년 배웠지만 원서를 평생 한 권도 제대로 못 읽은 사람과 그 외국어는 전혀 모르지만 원서

를 맛깔 난 우리말로 번역된 책을 천 권 읽은 사람 중에서 누가 더 똑똑할까. 어문일치는 이

렇게 보통 사람들을 얼마든지 실질적인 석학으로 만들 수 있다. 민초를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는 바로 어려운 말을 쉽게 표현하여 보통 사람을 지혜롭게 만드는 데 있다. 

한글로 어떤 소리든 표현할 수 있게 한 목적은 크게 둘인데, 첫째는 우리말을 표현하기 위

한 것이고, 둘째는 한문이 아닌 중국어나 다른 외국어를 배울 때 발음을 정확하게 하기 위

해서 즉 발음기호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동국정운). 이건 오늘날도 그대로 적용된다. 외

국어를 배울 때 한글을 발음기호로 사용하면 아주 멍청한 사람도 제법 그럴 듯하게 발음을

 잘한다. 이를 옛날에 중국의 사성을 표시하기 위해 방점을 찍었듯이, 외국어마다 한글을

약간 변용하여 쓰면 원음을 거의 완벽히 표기할 수 있다. 

우리말이 된 외래어는 원음으로 표현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것은 보통 사람을 깔보기 위한

수단밖에 안 된다. 스스로 무식을 탄로시키는 행위밖에 안 된다. 그는 외국어와 외래어도

구별 못하는 자이고 한 언어의 음운은 그 언어 사용자들간에 수천 년 수만 년에 걸쳐서 굳

게 약속한 바를 모르고 있는 자이다.  

우리 음운에 맞게 하여 누구나 한 번 들으면 기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미국'하면 즉시 기

억할 것을 유치원생한테, 노인한테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어메리커'라고 혀를 꼬부

려서 정신적 테러를 가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들끼리만 한문을 배워서 길이길이 서민들 위

에서 군림하려던 최만리를 필두로 한 대부분의 양반과 흡사한 심보이다. 오죽 서민들이 열

등감과 아니꼬움을 느꼈으면, 흥부가 박을 타서 부자가 되자마자 제목도 읽지 못하는 한문

 서적을 선반에 줄줄이 꽂아 두었을까.  

이렇게 하자. 중국과 일본의 지명과 인명은 한자로 표시하고 우리식 한자음으로

읽자. 일본인의 인명은 대개 4자이므로 그 성만 두 자 쓰면 될 것이다. 일본인은

우리와 달리 성이 10만 개나 되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성만 써도 혼동이 안

된다. 

다른 나라의 외래어는 국어학자를 비롯하여 여러 학자들을 중심으로 어떤 원칙을 정하는

 게 좋을 듯하다. 예를 들어 어느 나라든 관계없이 로마자의 무슨 자는 한글의 무슨 자로 한

다는 단일한 원칙을 정하되, 가능하면 단순하게 하여 외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한 번

들어도 기억하기 쉽게 하면 좋을 것이다. 또 필요하면 아예 '미국, 영국, 백림, 남가주' 하는

 식으로 한자말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건 중국이 모조리 그렇게

 하고 있는데, 중국과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발음은 아주 발음하기

 쉽게 하는 일본을 참조하고 뜻은 중국을 참조하는 게 좋을 것이다. 

문제는 이미 우리말이 된 외래어이다. 이것은 언어의 사회성을 존중하여 그대로 쓰도록

 하자.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그 외국어 발음을 정확히 배워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경우도 한국식 어투가 조금 들어가는 것은 전혀 관계가 없다. 외국인이 정확히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이 경우도 발음에 주눅들 필요는 없다. 인도인, 필리핀인, 독일인,

프랑스인 보고 미국식 발음을 못한다고 아무도 핀잔주지 않는다. 내용이 훨씬 중요하다.

한국식 어투가 있는 형식도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세상에 당당한 사람보다 아름다운

사람도 드문 법이니까. 

전세계 개고기의 95% 이상을 먹을 게 확실한 중국인한테 개고기 먹지 말라고

협박하는 세계인은 아예  없고 이제 개고기 먹지 말자고 굳게 다짐하는 중국인도

 전혀 없다. 스스로 주눅이 들어 고개를 못 드는 한국인이 제일 만만하니까, 줄기

차게 두들겨 맞고 나라 안에 내분이 끊이지 않는다.   줏대를 세우자. 남의 원칙에

나를 맞추지 말고 남의 원칙을 일부 또는 필요하면 과감히 받아들이되 내 원칙을

확고하게 정립하여 당당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줏대이다. 

(2001. 11. 23.) 
 

[i진선 한마디]

 

너무너무 속 시원한 글 입니다.

타이젬에서 언젠가 부터 응씨배를 잉씨배로 고착한 것을 보고

제가 몇 번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왜 우리가 중국식대로 발음해줘야합니까?

그네들이 짜장면이라도 공짜로 갖다 주었나요?

저는 등소평이 좋고 떵샤오핑은 싫습니다.

네이펭웨이가 누군가요? 섭위평이죠?

그리고 오청원은 뭐라고 하던데...?

일본에 귀화한 중국인에게 왜 본토 발음으로 깍듯이 예의를

찾아 주어야하는지?

 

저는 타이젬 명예기자이기는 하지만..

한국기원과 타이젬의 외국어 표기에는 엄청나게 불만이 많습니다.

(중국측의 모종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ㅡ.ㅡ::)

 

ㅡ.ㅡ:: 

 

jilli 님 너무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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