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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초 읽기 아가씨의 눈물겨운 애국심(?)

[칼럼] 초 읽기 아가씨의 눈물겨운 애국심(?)

i진선2005-07-19 13: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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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읽기 아가씨의 눈물겨운 애국심? -


천재 소년 기사 이창호 9단의 첫 세계 챔피온 도전국이던
제3회 동양증권배 세계 바둑 대회 결승...

16세의 나이에 세계 바둑 대회에 참가한 것도 놀라운데  
일본과 중국의 무수한 강호들을 가볍게 누르고 결승까지
오르자 일본과 중국의 바둑 관계자들은 거의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까지 할 지경이었다.


그때 일본 기자들이 이창호에게 지어준 별명은 '외계인'이었다.
도대체 사람일 수가 없다는 거였다. 16세의 나이에 그토록 깊은
바둑의 이치와 진리를 깨우칠 수는 없다고 했다. 바둑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창호가 누구인가.
한국이 낳은 '믿거나 말거나' 아니던가? -_-;;  


일본의 한 기사는 이창호를 보고는 요절한 일본의 바둑 천재
본인방 수책의 환생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그 일본 기사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이창호는 수책보다도 더 잘 둔다. -_-;;
  

동양증권배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일본의 이중허리 임해봉 9단.  
당연히 모두들 임해봉 9단의 승리를 예상했다. 제 아무리 천재소년이지만
이중허리 임해봉을 넘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측도 막연히
이창호가 이기기를 기대했지만 결승까지 오른 것도 잘 한 거라고
자위했다. 한 판만 이겨도 성공이라는 방정맞은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임해봉이 누구던가... 일본의 전설적인 기사 면도날 사카다의 화려한
전성시대를 마감하게 하지 않았던가. 그의 이중허리엔 조치훈마저
자주 쓰러졌다. 그리고 중국의 철의 수문장 섭위평 9단을 후지쯔배
결승에서 만나 다시는 재기하지 못할 정도로 이겨놓질 않았던가...

   
하지만 창호는 이미 임해봉을 이길 준비가 돼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임해봉을 궁지로 몰고 갔다. 임해봉이 먼저 한 판을
이기면 다음 판은 창호가 이기는 식으로 끈질기게 임해봉을
물고 늘어졌다.  
 
국후에 임해봉은 이창호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 무엇보다도 표정이 없어서 무서웠다. "

그렇다. 이창호는 시종일관 ' -_- ' 표정으로 바둑을 뒀던 것이다.
임해봉으로선 무서웠을 것이다. 어린 놈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는
게 어디 있을 수나 있는 일인가?
  
임해봉은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는지 5번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런
말을 한다.

   " 이창호는 내 아들보다도 한살 어립니다. 아마 이번 5번기
     동안 저는 심히 괴로움을 맛볼 것입니다. "


그렇다. 임해봉은 5번기 내내 괴로움을 넘어 고문을 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린 아이와 진검 승부를 벌인다는 게 어른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지면 망신 아닌가?  


4국까지는 흑번을 쥔 기사가 이겼다. 이른바 흑번 필승이다.   
운명의 마지막 5국. 그 전까지는 흑백을 번갈아 가며 잡지만 결승은
다시 돌을 가려야 한다. 여기서 백을 잡으면 곧 패배를 의미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제발 이창호가 흑을 잡기를 빌고 또 빌었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오고 돌을 가렸다. 창호는 한움큼 잡은 돌을
바둑판 위에 펼쳤다. 수십개의 돌이 나왔다. 거기서 홀수가 나와야 한다.
홀수 나와라! 홀수 나와라! 홀수 나와라!! 홀수 안 나오면 자살한다!! -_-;;


드디어 돌이 가려졌다. 오우 마이 갓! 창호가 펼친 돌은 짝수였다.
여기저기서 나즈막한 탄식이 흘러 나온다. 흑번을 잡은 임해봉은 거의
천하무적이 아니던가. 하늘이 창호를 외면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창호의 국후 소감을 들어 보자.

  " 백을 잡아서 기분이 나빴어요. 그래서 승부를 길게 끌고 가는
    작전을 써야 했어요. 그러면 기회가 한 번은 온다고 생각했어요. "
 
      
바둑계에서 흑번이 유리하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응창기배에서는 백에게 5집반이 아닌 파격적으로 8집의 덤을 준다.

아니나 다를까 백을 쥔 이창호가 시종일관 끌려 다니는 형국이다.
누가봐도 창호의 백돌에게 패배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한 번이라는 기회는 올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곧 쓰러질 것 같은 창호는 쓰러지지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일어났다. 그리고 임해봉의 이중허리의 비좁은 틈새를 조금씩 파고
들었다. 그리고 믿기지 않게도 어느새 형세는 미세해 졌다.  


창호는 이미 3시간을 거의 다 소비해 초읽기에 들어가 있었다. 이미
1분짜리 초읽기도 10개 중 9개를 소비하고 마지막 하나를 남겨두고 있었다.  

1분 동안에 한 수를 두는 건... 피를 마르는 작업이다. 그건 16세의 어린
소년에겐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마지막 남은 1분 중 50초가 지나면 초읽기는 인정사정 없이 시작된다.
국제 시합이라 초읽기도 영어로 해야 한다.

  "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씩스,  세븐.... "


으아악, 거의 지켜보는 이는 실신할 지경이다. 저러다 실수로 돌을
놓다가 놓치기라고 하면 시간패가 아닌가? 나인에 가서야 돌을 놓는
창호의 손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돌리기 바쁘게 다시 초읽기 시작된다.

  "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


초읽기는 거의 가학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승부사는 그래서 고독하다.
누구하나 도와주는 이 없고, 혼자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오죽하면 박수동의 "만방 아저씨" 라는 만화에서 초읽기에 몰려있는
만방 아저씨가 인정사정 없이 초읽기 하는 아가씨의 입을 향해 바둑돌을
던지는 장면이 다 있을까. 그 돌은 정확히 아가씨의 입에 들어 간다. 만화니까...  


다시 피도 눈물도 없는 마지막 초읽기 시작되고 모두들 가슴을
졸이며 지켜 보아야 했다. 마지막, 마지막, 마지막....  

  "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


아니, 이럴수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가 귀를 의심했다.
분명히 파이브 다음은 씩스인데 그날은 아니었다. 초읽기 아가씨의
초읽기를 리플레이 해서 다시 들어 보자.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초조하게)

 

'마지막 입니다.

 

 

빨리 둬 주세요!' 

 

 ............................................씩스..   
    

오마나, 빨리 둬 주세요, 라니.. 초읽기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 아니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초읽기 하다 말고 "마지막이니 빨리 둬 주세요!"
라고 한 사람은 여지껏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초읽기 하는 사람은 초읽기 외에는 어떠한 말도 해선 안된다.
" 마지막이니 빨리..." 라고 말할 동안에 4초가 흘러가 버린다. -_-;;
한마디로 그건 사고다. 중립을 엄격히 지켜야 할 계시원이
노골적으로 창호편을 들고 만 거였다.      
 

해설자인 김수영 7단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생방송임을 의식해
초읽기의 돌발행동에 대해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 간다.

    " 초읽기가... 쩝.. 오바했네요. "  -_-;;;
  
      
초읽기 하는 입장에선 이창호 9단이 마지막 초읽기를 하는데 그것도
다섯을 셀 때까지도 두지 않으니 혹시나 이창호가 시간을 착각하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불쑥 그런 말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른바 초읽기 아가씨의 작은 애국심?에서 나온 돌발행동이었다.

나는 그날 그 바둑을 보면서 혹시나 저 여자가 또 무슨 망발이나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읽기 하다가 창호가
또 안 두면 이번엔 "제발 좀 둬 주세요" 라고 할 것만 같았다. -_-;;

만일 일본측에서 나중에 딴지라도 거는 날이면...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예전에 명인전에서 계시원이 조치훈 9단에게 패감의 유무에
대해 말했다가 노게임이 된 적도 있었다. 어쨌든 그 아가씨의 뜨거운
피는? 이해가 되지만 도가 지나친 행동이었다.    
   

반집을 다투던 바둑도 어느덧 끝이 났다. 계가를 해보니 창호가
한집반을 이겼다. 최연소 바둑 세계 챔피온이 된 것이다.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그리고 이 기록은 깨어지기 힘들 것이다. 왜냐? 요즘 애들은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에 너무 빠져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최연소 세계 챔피온이 되고 난 후, 창호에게 따라 다니던
수식어에도 변화가 있었다.    
   
 되기전 - 신동, 괴동, 애늙은이, 강태공, 능구렁이...
 된 후  - 터미네이터, 외계인, 기신(棋神), 신산(神算)...


이제는 신이란 표현이 그를 따라 다닌다. 그리고 덤으로 하나 더
얻은 게 있다면, 이중허리 임해봉을 이긴 댓가로 '삼중허리'란
별명까지 얻었다.   
   
마지막으로 임해봉이 패전 후 기자회견 때 한 말이다.

" 그는 나보다 강했다. 그의 미래는 정말...무시무시하고 두렵기까지 하다. "
   
세계를 향한 창호불패의 신화는 서서히 시작되었다.    


이상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둔남 (lotte97@chollian.net)

[i진선 한 마디]

요즘에 우울한 논쟁도 많고 해서...웃음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유모스럽기는 하지만 분명히 칼럼이 맞네요^^::

 

출처는 이 곳 입니다.

http://www.antsoft.com/wwwboard/CrazyWWWBoard.cgi?db=humor&mode=list&fsubject=checked&ftype=2&fval=바둑&backdepth=1

 

둔남님은 대단한 순발력을 갖추신 분 같네요...

한국 바둑계의 보배같은 분입니다.

바둑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프로기사 못지않게 바둑계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좋은 글 기대합니다^^::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초조하게)

마지막 입니다. 빨리 둬 주세요! 

 ,,,,,,,,,,,,,,,,,,,,,,,,,,씩스.. "  

 

정말 웃깁니다 ㅋㅋㅋㅋㅋ

그 때 초읽기하던 아가씨가 누군가요?

정말 궁금하네요.

그런 재치...라면^^::

 

그리고 지난 일이니 말이지만..

이창호 어드벤테이지도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ㅋ

마효춘이 틈만 나면 불평하는 것 하나있지요?

삼성화재배때 이러가라 저리가라 하는 통에

나중에 녹초가 되어서 실력 발휘 못했다고요 ㅋㅋㅋㅋ

 

마효춘 선생...억울하모..세계기전 하나 더 만드시욧 ㅋ


    

좋은 글 알려주시면..

제가 기사화 해드리겠습니다.

가능하면 밝고 명랑한 것이면 더욱 좋구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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