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프로기사 권익 단체에서 벗어나라!
바둑밥 먹고 사는 사람은 프로기사들뿐 아니다. 바둑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프로기사 200여명에 한국기원 임직원들 약 50여명. 그리고 바둑관련 뉴스를 전달하면서 각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약 30여명. 인터넷바둑 서비스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들 150여명. 바둑교실 사범들 약 200여명. 그리고 바둑TV 관계자 100여명, 전국 각지의 기원 직접 운영자들 500여명 . 이렇게 어림잡아도 1000여명이 넘는 대 식구이다. 바둑판 만드는 사람, 바둑학과의 교수나 그 과를 매년 졸업하는 30여명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하는 바둑계와 관련있는 사람들을 합한다면 더욱 많아질 것이다. 여하간 바둑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한국 바둑의 힘이기도 하고 역량이기도 하다.
축구협회는 축구선수들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어쩌면 축구협회는 선수들과의 정서상의 거리감은 축구팬들이 느끼는 거리감 만큼이나 클는지도 모른다. 하나의 종목이 사회의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폭넓은 저변이 구축되지 않고서는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얻기가 힘들다. 축구협회가 축구팬들의 욕을 많이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과 사랑이 지극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축구협회에 비하여 왜소하기 짝이 없는 한국 바둑도 그 밥을 직접 먹고 사는 사람들이 1000여명이 넘으니 축구협회는 얼마나 많겠는가. 그만큼 한국 축구의 저변은 확고하고 부동하다. 바람잘날 없는 곳이지만, 한국기원이 장점으로 취해야할 점도 많은 곳이 축협이다.
한국 기원의 탄생은 프로기사들에 의해서 였다. 한국 바둑을 나타내는 상징이며, 프로기사들의 구심체이고 한국 바둑의 기둥이다. 얼마 전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프로기사 인원도 많지않았고, 기전 수입이라야 고정된 것이어서, 프로기사들은 단수당에 일반 프로기전에 참가하여 대국료 챙기고 나이들면 입회인으로 한 자리 차지하여 대국 지켜보면 적지않은 고정된 수당이 떨어졌다. 한국기원 직원들은 프로기사들의 뒷바라지를 해주면서 고정된 월급을 받으면 되었다. 월간지로서는 상당한 고정 출판부수를 가지고 있던 월간바둑의 수입도 고정적이었고, 각 언론에서 활동하는 바둑 기자들 역시 고정된 기전의 고정된 상투적인 글을 써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시대는 급변하여 더 이상의 고정을 거부한다. 한국 바둑은 더 이상 과거의 고정된 사고방식만으로는 바둑팬들의 지지를 얻기 힘든 지경에 와 있게 되었다. 프로기사 숫자는 나날이 늘어만 가고, 한국기원의 경영 상태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바둑 팬들의 요구는 수준이 높아만 가지만, 즐기기는 하되 즐기는 비용은 부담하기 싫어한다. 이런 바둑 팬들을 어떻게 만족 시키고, 설득할 수가 있을까?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한국 바둑은 어떻게 대응해야만 할까? 한국기원은 지금 현 상황에서 어떤 새로운 출발을 해야할까? 고정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한국기원은 단순한 한국 프로기사들의 권익 보호기관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과연 프로기사가 자기 실력만 가지고, 세계 바둑계에서 단 하루라도 활동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작게는 한국기원 직원들의 행정적인 지원과 크게는 바둑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폭 넓은 배후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기원은 포괄 분야가 너무 좁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한국기원 사무총장 자리는 항상 프로기사들의 전유물이 되어 온 것이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다. .
한국 바둑 미디어 종사자들중 대부분은 프로기사 출신들은 아니다. 그래서 한국 바둑에 대하여 더욱 날카로운 직설을 펼칠수가 있는가? 아니다. 프로기사에게 껄끄러운 내용이라면 단 한 줄도 못쓰는 이상한 글쟁이가 되고 말았다. 한 중견 바둑 기자는 한국 바둑의 개혁에 대하여 말을 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 면전에서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개혁의 '개'자로 꺼내지 않고, 언젠가부터는 개혁에 대하여서라면 바둑 기자들 모두가 다 입을 막고산다. 왜 그럴까?한국기원 자체가 프로기사들의 권익 기관화가 된 마당에 프로기사들이 꺼리는 글 올리는 자체가 바둑계에서 왕따되는 신세가 될 것이니 누가 바른 말을 해주겠는가. 쓴 소리 안한다. 그냥 생기는 바둑밥이나 먹고살지.
바둑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한국기원에 대한 거리감을 느끼는 큰 이유중에 하나가, 한국 바둑 대표하는 기관이라기보다는 프로기사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로 전락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프로기사들을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못하다. 프로기사들의 권익단체화에 불과하다면, 한국기원은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기관이라고 볼 수는 없다. 프로기사를 대변하는 기관이지.
프로기사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한국 기원 직원들은 프로 기사들 덕분에 밥 먹고 산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프로기사들이 한국기원 직원들을 위해서 열심히 돈 벌어다 주는 사람일까? 이런 식의 생각은 바둑 밥을 먹고 사는 사람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질문이다. 바둑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프로기사 덕분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프로기사들 그들 덕분에 활동의 장이 열린다는 점에서는 서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상리공생.
바둑밥을 먹는 모든 사람들은 바둑팬들 때문에 밥먹고 사는 것이다. 누가 더 한국 바둑계에 기여하느냐를 놓고 따진다면, 그들이 존재할 수 있는 바둑팬들에게 그 공을 돌려야지 서로 자기들의 공으로 돌린다면 지나가는 소가 웃을 노릇이다. 바둑팬이 없다면, 프로가 무슨 소용이며, 한국 기원 직원이 왜 있겠으며, 관전필자는 웬 사람이며, 바둑기자는 뭣하러 있을 것인가.
한국 기원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 중에 하나가 귀족계층이나 정부의 비호아래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 이다. 프로기사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한국기원은 그런 점에서는 선배 프로 기사들의 노고를 백 번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한국 바둑계의 중심에는 프로기사들과 함께 한국 바둑팬들도 같이 서야 한다.
바둑 팬이 중심을 서고, 바둑 팬을 위해서 봉사하는 자들이 바둑 밥을 먹어야한다. 바둑팬은 바둑을 좋아해주고 즐거워하며, 지원을 한다. 바둑 팬이 한국 바둑의 주인이며, 한국기원의 대주주이다. 한국 바둑계에는 프로기사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바둑은 프로기사들 만의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문화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바둑 뿐만 아니라 바둑계의 모든 것들이 다 그러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기원은 발전적인 개혁을 해야만한다. 무엇보다도 한국 바둑의 혁신적인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 경영 마인드를 가진 전문가에게도 한국 기원 사무총장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한다.
바둑은 수천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프로기사 제도는 우리에게 겨우 50년 남짓. 프로기사가 있기전에도 바둑인들은 있었다. 알고 보면 프로기사보다 바둑인이 더 먼저이다. 그렇기에 한국기원은 전체 바둑인을 위한 단체가 되어야한다. 지금의 한국 바둑의 혁신구호는 허공속의 메아리밖에 되지 않는다.
구조 조정은 시급하다. 미래의 한국 바둑의 모습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새로운 젊은 바둑 팬들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젊음의 마인드가 꼭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한국기원 자체가 오픈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만족할 수는 없다. 차근차근. 무엇보다 먼저 전체 바둑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곳으로 한국기원이 개혁되어야 한다. 진정한 한국 바둑의 발전에 매진하는 유능한 분들이 한국기원 수장으로도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동시에 한국 바둑의 모든 구성원들, 바둑팬, 프로기사, 수 많은 바둑인들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글쓴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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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료1] 바둑학과 취업전적
'백전백승'
명지大 개설
8년째…他科로 편입 옛말
바둑학과는 고건 국무총리가 명지대 총장 시절이던 1997년 개설됐다. 올해가 8년째다. 고총리의 바둑 실력은 중급 수준이지만 바둑이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게임이자 스포츠고, 동양권이 서양에 내세울 만한 고급 문화유산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5000년의 긴 역사를 지닌 바둑은 외관상 전쟁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이면엔 동양철학과 심리학이 작동하고 행마의 원리나 승부의 전개가 경제학적이며 수학적이기에 이를 학문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고총리는 당시 학교 관계자와 정부 관계부처를 직접 설득해 체육학부에 바둑학과를 설치했고, 첫해에 25명의 학생을 뽑았다. 지금은 한 학년이 30명으로 늘어났다. 학과의 첫 교수는 한양대 출신의 프로 9단인 정수현씨. 이후 심리학박사인 최일호 교수, 서울대 출신의 여성 프로기사 남치형 교수 등이 합류했고 호주 시드니대의 한상대 교수 등 바둑계의 많은 전문가가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 과목은 어느덧 40개로 늘어났다. 바둑사.바둑문화론.바둑교육론에서 사활의 원리 등 기술적인 과목, 그리고 교양에 해당하는 바둑영어 등도 생겨났다. 학생들도 점차 수준이 향상되면서 요즘엔 타과 편입도 거의 없어졌다. 이름만 걸어놓던 프로기사나 연구생 출신들도 지금은 공부에 열심이다. 대학원도 생겼고, 외국 유학생도 찾아오고 있다. 그러나 바둑학이란 학문은 아직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령 학술진흥재단 같은 기관엔 바둑학이 존재하지 않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 바람에 고전 번역과 같은 필수적인 기초작업조차 경비가 없어 쩔쩔매고 있다. 학술단체의 냉대도 감수해야 한다. 남치형 교수는 "바둑의 정체성 확립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바둑은 이미 스포츠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문화관광부에서 바둑은 여전히 예능이다. 명지대 자체에서도 바둑학과는 예체능 계열로 분류돼 있을 뿐 예능인지 체육인지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이 같은 정체성의 혼돈은 바둑학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며 또한 바둑학이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바둑학과는 이미 세계학술대회를 두번 열었고 외곽 조직으로 바둑학회도 지난해 탄생했다. 지난 8년간 학과를 이끌어온 정수현 교수는 "할 일은 산적해 있고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바둑학은 수많은 설(說)을 확인해야 하고 수많은 물음에 답해야 한다. 바둑은 언제 생겨났고 누가 만들었나. 바둑이 어린이 지능개발이나 치매예방에 왜 효과적인가. 바둑판 위에 분명히 존재하는 고등수학과 경제논리에 대해서도 핵심 이론을 찾아내야 한다. [중앙일보] 2004.0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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