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기사' 1호 김영삼 七단·현미진
三단
[조선일보 이홍렬, 이덕훈 기자]
“우리가 첫 프로 기사 커플이 되는 셈인가요? 우와!”
‘반상(盤上)의 YS’ 김영삼(30) 七단과 바둑계 ‘미녀 스타’로 유명한 현미진(25) 三단이 오는 12월 27일
월드컵 경기장 웨딩홀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3일 공개했다. 앞서 바둑계 첫 커플로 예고됐던 이상훈·하호정의 결혼
예정일(2005년 3월 12일)을 2개월 이상 앞지른 국내 최초의 ‘부부 기사’ 탄생이다.
이들이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는 소식에 가까운 프로 기사들은 단순한 ‘축복’ 이상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제 기간만
6년에 이를 만큼 기가(棋街)의 대표적 커플로 꼽히면서도 종교가 불교(김영삼)와 기독교(현미진)로 완전히 달랐기 때문. 두
사람이 양쪽 집안의 완강한 반대 속에 힘든 사랑을 계속하자 바둑계는 그간 안쓰러운 눈길로 이들을 지켜봐 왔다.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둘의 ‘치밀한 수읽기’와 ‘기다림의 묘수’였다. 5년여를 그렇게 버텨 각자 집안의 결혼
재촉에 쫓기기 시작하자 둘은 10월 하순 비로소 처음 양가를 방문했다. 그러곤 결코 헤어질 수 없다는 호소와 함께
“지혜롭게 극복할 자신이 있다”고 간곡하게 설득, 완강하던 어른들로부터 마침내 “서로 노력해 잘 살아보라”는 허락을
받아내기에 이른 것. 1일의 양가 상견례, 2일 결혼식장 예약까지 모든 과정을 단 열흘 새 마무리한 둘은 2일 오후 살
집을 알아보기 위해 쏟아지는 빗속을 신나게 뛰어다녔다.
김·현 커플이 처음 만난 것은 92년 우이동 소재 허장회 도장. 이곳을 거쳐간 23명의 현역 프로 중
김영삼(93년)이 남자 입단 1호, 현미진(95년)은 여자 1호였으니 이래저래 천생연분이다. 현미진이 “오빠가 군 복무할
때 편지와 기보를 보내 주었다”며 예전 추억을 더듬자 김영삼은 “미진이가 귀찮아하는 일은 제가 다 해줬어요. 업어 키운
공도 모른다니까요”라며 익살을 부렸다.
속기(速棋)에 능한 김영삼은 95년 비씨카드배 도전자 결정전에 진출한 데 이어, 제1회 농심배 한국대표를 거쳐
중국리그 연승 질주로 화제를 낳았던 중견 기사. 2002년 여류 명인전서 준우승했던 감각파 현미진은 다음주 베이징서 열리는
제3회 정관장배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데 ‘예비 신랑’ 김영삼이 에스코트에 나선다. “1호답게 모범을 보이도록 매사에
노력할 겁니다”(김영삼), “쉽게 하는 결혼도 아닌데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야죠”(현미진). 역경을 뚫고 함께 스타트
라인에 선 ‘국내 최초 바둑 커플’의 당찬 다짐이다.
(글=이홍렬기자 [ hrlee.chosun.com])
(사진=이덕훈기자 [ leed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