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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춘란배에서 이창호 이세돌 두 쌍두마차가 4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한국바둑은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특히 10여년 성상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이창호 9단의 갑작스런 추락은 곧 한국바둑의 추락과 동격이다.
이창호는 06년은 벽두부터 지금까지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기만 했다. 엊그제 벌어진 춘란배에서 그간 3승1패의 상대전적을 보이던 ‘만만한’ 상대인 중국의 구리에게 패했다. 그날 대국은 한중 랭킹 1위끼리의 대결이라서 더욱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팬들의 걱정도 커졌다. 올 초 이창호가 무너져 내릴 때는 그의 패배를 감싸주는 반응이었으나, 여름을 넘기고 가을이 깊어 가는데도 계속 맥을 못 추자 급기야 ‘한국바둑의 위기’라며 한탄이 늘어가는 요즘이다.
세계무대로 눈을 돌리면 긴긴 추락에 브레이크를 걸 수도 없을 지경이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날개달린 천리마였다. 이창호 덕분에 한국은 매년 세계기전을 3~4개 거머쥐었으나, 그의 활약이 없는 올 한해는 뜻밖의
박정상(후지쓰배 우승)으로 말미암아 전패를 겨우 면했다. 외국기사에게 일격을 당한 예만 살펴보자. 주장으로서의 진면목이 나오는 단체전. 2월에 벌어진 제8회 농심신라면배에서는 예상을 깨고
일본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이 대회 7연패를 기록하는 동안 절반 이상을 한국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이창호. 작년만 해도 마지막
주자로 남아서 만화 같은 5연속 승리를 극적으로 거두면서 한국의 우승을 사수하던 그였다. 개인적으로는 14연승을 기록했던 애정 어린
대회에서 ‘오래된 천적’ 요다노리모토에게 그만 분패한다. 요다에게 패한 적은 또 있다. 5월 제4회 CSK배 1회전에서 한국은 일본과 맞붙어
4-1로 이겼으나 그 1패가 바로 이창호가 요다에게 패한 것이다. 상대전적 8승10패. 절정고수 이창호가 한물 간 요다에게 거푸
패한다?
3월 제1회 강원랜드배에서 주장으로 참가한 이창호는 상대전적 20승4패를 마크 중인 ‘약체’ 중국의 창하오에게 막힌다. 창하오에게는 4년 만에 처음으로 패퇴하는 수모라고. 이창호의 끝 모를 부진은 개인전에서도 마찬가지. 1월 제10회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중국의 뤄시허를 만난다. 이전까지 4전 전승을
거두었던 상대에게 그만 1 대 2로 패해 준우승에 그쳐 충격을 주었다.
정보의 과다노출-왕시를 제외하고는 요다 뤄시허 창하오 등 전부 익숙한 멤버에게 패했다는
것에서 그 심각성은 덜 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들에게 워낙 많이 이겼다. 따라서 ‘한 번쯤 질 수도 있다’는 논리가 성립하니 아직은
일과성 패배라는 시각이다. 아직도 많은 기사들이 이창호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만 제 기량을 발휘하면 아직은
해쳐나갈 만 하다는 것이다. 기풍의 변화-아직도 정착하지 못한 이창호의 기풍이 과도기를 형성하고 있는 중이라는
시각이다. 최근 2~3년 전부터 이세돌 최철한 등 사나운 기풍의 후배들에게 맞서기 위해 기풍변화를 준 대목을 말한다. 이창호의 바둑이
기존의 형세판단력에다 전투력을 장착하는 중이지만 아직도 제 위치를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싸움의 기술’이 제 위치를 찾으면
달라질 것이란 주장이다. 마샤오춘의 훈련-구리 뤄시허 왕시 천야오에를 비롯하여, 한때 저우허양 후야호위 등이
이창호에게 자주 이기는 것은 마샤오춘의 영향 탓이라는 주장이다. 90년대 후반 마샤오춘은 세계대회 결승에서 이창호에게 번번이 패했던
인물이다. 한때 이창호에게 내리 10연패를 당하기도 하는 등 극도의 시련을 겪은 기사. 따라서 그는 현재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수행하면서 출중한 기량의 전수 뿐 아니라 이창호에 대한 분석도 뛰어나다는 얘기이다. 언젠가 이창호의 입에서 ‘부담’이라는 말이 나온 적이 있다. 입단 후 20년 세월을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한 번쯤 쉬어가도
되련만 그것이 부담스럽나 보다. 한번 쉬어가려다 자칫 계속 쉬게 될 지도 모른다는 압박이 그를 괴롭힌다. 강한 구심력이 작용하는
생존의 톱니바퀴 속에서 자칫 중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면 다시금 따라 붙기는 힘든 법임을 잘 알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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