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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추락,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이창호의 추락,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운영자302006-10-10 16: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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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춘란배에서 이창호 이세돌 두 쌍두마차가 4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한국바둑은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특히 10여년 성상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이창호 9단의 갑작스런 추락은 곧 한국바둑의 추락과 동격이다.

이창호는 06년은 벽두부터 지금까지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기만 했다. 엊그제 벌어진 춘란배에서 그간 3승1패의 상대전적을 보이던 ‘만만한’ 상대인 중국의 구리에게 패했다. 그날 대국은 한중 랭킹 1위끼리의 대결이라서 더욱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팬들의 걱정도 커졌다. 올 초 이창호가 무너져 내릴 때는 그의 패배를 감싸주는 반응이었으나, 여름을 넘기고 가을이 깊어 가는데도 계속 맥을 못 추자 급기야 ‘한국바둑의 위기’라며 한탄이 늘어가는 요즘이다.

국내기전-여전히 중천에 뜬 태양.

국내기전에서 이창호의 기상도는 여전히 쾌청이다. 그가 허리춤에 두르고 있는 타이틀의 무게가 그를 말해준다. 이창호는 국수전 십단전 전자랜드배 왕위전 바둑왕전 등을 보유한 국내 5관왕이다. 이세돌(한국물가정보배) 박영훈 (기성전) 최철한 (GS칼텍스배) 고근태 (천원전) 등이 각 타이틀 한 개씩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군계일학이다.

또 단체전으로 치러지는 한국바둑리그에서도 이창호의 개인성적은 9승1패로 단연 발군이다. 더불어 랭킹은 지난 1월을 제외하고 2월부터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따라서 국내기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확고하다.



세계기전-끝없는 추락

세계무대로 눈을 돌리면 긴긴 추락에 브레이크를 걸 수도 없을 지경이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날개달린 천리마였다. 이창호 덕분에 한국은 매년 세계기전을 3~4개 거머쥐었으나, 그의 활약이 없는 올 한해는 뜻밖의 박정상(후지쓰배 우승)으로 말미암아 전패를 겨우 면했다. 외국기사에게 일격을 당한 예만 살펴보자.

주장으로서의 진면목이 나오는 단체전. 2월에 벌어진 제8회 농심신라면배에서는 예상을 깨고 일본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이 대회 7연패를 기록하는 동안 절반 이상을 한국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이창호. 작년만 해도 마지막 주자로 남아서 만화 같은 5연속 승리를 극적으로 거두면서 한국의 우승을 사수하던 그였다. 개인적으로는 14연승을 기록했던 애정 어린 대회에서 ‘오래된 천적’ 요다노리모토에게 그만 분패한다.

요다에게 패한 적은 또 있다. 5월 제4회 CSK배 1회전에서 한국은 일본과 맞붙어 4-1로 이겼으나 그 1패가 바로 이창호가 요다에게 패한 것이다. 상대전적 8승10패. 절정고수 이창호가 한물 간 요다에게 거푸 패한다?


▲ 요다노리모토(오른쪽)와 이창호가 제8회 농심신라면배 최종 대결을 벌이는 모습.

3월 제1회 강원랜드배에서 주장으로 참가한 이창호는 상대전적 20승4패를 마크 중인 ‘약체’ 중국의 창하오에게 막힌다. 창하오에게는 4년 만에 처음으로 패퇴하는 수모라고.

이창호의 끝 모를 부진은 개인전에서도 마찬가지. 1월 제10회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중국의 뤄시허를 만난다. 이전까지 4전 전승을 거두었던 상대에게 그만 1 대 2로 패해 준우승에 그쳐 충격을 주었다.

그가 세계대회 결승에서 외국기사에게 우승을 빼앗긴 것은 처음이었다. 뤄시허는 세계바둑계에서 그리 강미를 나타내지 못한 인물. 그가 결승까지 올라온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극강’ 이창호를 물리친 것은 오래토록 중국 팬들에게 회자될 사건이다.

이창호는 8월에도 준우승에 그치는 변고를 겪는다. 제18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에서 그간 2전2승을 기록 중이던 중국의 신예 왕시에게마저 무너지고 만다. '우승=이창호’라는 등식이 올해만큼은 단 한 번도 적중한 적이 없다. 바둑가에서는 이창호의 이력에 준우승 숫자가 대거 늘어나게 된 요인 분석에 한창이다.


▲ 제10회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이창호(왼쪽)와 뤄시허가 만났다. 이창호는 끝까지 분전했지만 1대2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기량의 평준화-이창호는 여전히 강하지만 다른 기사가 그의 수준까지 따라왔다고 보는 것이다. 국내기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이창호의 기량은 여전히 강세를 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다만 여타 기사들이 그간 축적된 정보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창호의 전력을 탐색하기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정보의 과다노출-왕시를 제외하고는 요다 뤄시허 창하오 등 전부 익숙한 멤버에게 패했다는 것에서 그 심각성은 덜 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들에게 워낙 많이 이겼다. 따라서 ‘한 번쯤 질 수도 있다’는 논리가 성립하니 아직은 일과성 패배라는 시각이다. 아직도 많은 기사들이 이창호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만 제 기량을 발휘하면 아직은 해쳐나갈 만 하다는 것이다.

기풍의 변화-아직도 정착하지 못한 이창호의 기풍이 과도기를 형성하고 있는 중이라는 시각이다. 최근 2~3년 전부터 이세돌 최철한 등 사나운 기풍의 후배들에게 맞서기 위해 기풍변화를 준 대목을 말한다. 이창호의 바둑이 기존의 형세판단력에다 전투력을 장착하는 중이지만 아직도 제 위치를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싸움의 기술’이 제 위치를 찾으면 달라질 것이란 주장이다.

마샤오춘의 훈련-구리 뤄시허 왕시 천야오에를 비롯하여, 한때 저우허양 후야호위 등이 이창호에게 자주 이기는 것은 마샤오춘의 영향 탓이라는 주장이다. 90년대 후반 마샤오춘은 세계대회 결승에서 이창호에게 번번이 패했던 인물이다. 한때 이창호에게 내리 10연패를 당하기도 하는 등 극도의 시련을 겪은 기사. 따라서 그는 현재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수행하면서 출중한 기량의 전수 뿐 아니라 이창호에 대한 분석도 뛰어나다는 얘기이다.

언젠가 이창호의 입에서 ‘부담’이라는 말이 나온 적이 있다. 입단 후 20년 세월을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한 번쯤 쉬어가도 되련만 그것이 부담스럽나 보다. 한번 쉬어가려다 자칫 계속 쉬게 될 지도 모른다는 압박이 그를 괴롭힌다. 강한 구심력이 작용하는 생존의 톱니바퀴 속에서 자칫 중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면 다시금 따라 붙기는 힘든 법임을 잘 알기 때문.

팬들은 그가 십 수 년 간 한국의 대표로서 활약한 것에 감사하고 있고, 지극히 인간적인 이창호로 돌아오는 것도 잘 이해하고 있다. 이창호에게 쏠린 부담은 20년 쌓아온 내공으로 결국 스스로 이겨내리라 믿는다.


■ 2006년 이창호 세계대회 패배 일지
일시
대회
상대(당시 단위)
1월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
뤄시허 9단
2월
농심신라면배 최종 우승 결정국
요다노리모토 9단
3월
강원랜드배 최종 우승 결정국
창하오 9단
5월
CSK배 대 일본 주장전
요다노리모토 9단
7월
후지쯔배 8강전
이세돌 9단
8월
TV바둑아시아선수권 결승
왕시 5단
9월
도요타덴소배 4강전
이세돌 9단
춘란배 8강전
구리 9단
2005년 5월
LG배 세계기왕전 16강
천야오예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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