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 속에서 기전은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 생겨나기도 한다. 현존 메이저 타이틀은 모두 10개. 이창호(33)는 이 중 9개를 정복, 사상 두 번째 사이클 히트까지 단 1개 기전만을 남기고 있다. 3월에 시작될 제4기 물가정보배서 우승할 경우 국내 바둑사상 두 번째로 전 기전 제패라는 대기록이 만들어지는 것. 최근 완연한 회복세 속에 4관왕으로 도약한 이창호의 페이스에 비춰볼 때 성사 가능성이 꽤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세계 최다우승 기록 보유자인 조훈현(55)은 현존 10개 기전 중 절반인 5개 기전서만 우승을 맛봤다. 절정기를 지난 뒤 많은 새 기전이 창설되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그는 모든 기전을 동시에 보유하는 전관왕(全冠王)을 80년과 82년, 86년 등 세 차례나 기록했었다. 이창호조차도 전관왕 경험은 한 번도 없다. 이순(耳順)이 눈앞인 조훈현이 나머지 5개봉마저 올라 사이클 히터로 등록할 수 있을까.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볼 수만도 없다.
사이클 히트와 관련해 주목할 기사론 이세돌(25)도 있다. 우승 횟수에선 조·이 사제는 물론 조남철 김인 서봉수(이상 30회)에도 뒤진 역대 6위에 불과한데, 최근 1년 간 3개 기전을 연속 함락함으로써 총 6개 기전을 정복했다. 이런 속도라면 사이클 히트 달성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은 4개 기전 중 기성전에선 도전자 결정전에 진출해 있고, 전자랜드배에선 탈락했지만 주최측 시드로 왕중왕전에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 3명이 조남철 김인 시대를 거쳐 우리 바둑계 1인자 계보를 이어온 주역들이란 점도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마치 자기세대를 대표라도 하듯, 격렬한 대국 현장에서 아직도 자주 마주친다. 조훈현은 최근 '황금 의자'로 불리는 명인전 본선에 올라 이창호 이세돌과의 정면 격돌을 예약했다. 현역 4관왕 이창호와 7관왕 이세돌은 올해 잇달아 타이틀매치를 펼칠 전망. 그 중 최대 각축장은 이창호의 '화룡점정' 여부가 결정될 물가정보배로 점쳐진다.
9세 입단 이후 기사 생활 47년째를 맞는 조훈현, 국내외 무대에서 바둑의 역사를 바꿔놓은 이창호, 현역 1인자 대접 속에 무풍지대를 질주 중인 이세돌은 마주앉지 않더라도 기록으로도 싸우고 있는 셈. 각종 기록부문 중에서도 사이클 히트 다툼이야말로 최고의 명예가 걸린 승부처임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