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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국 바둑, 세계무대 싫여?

[세계] 한국 바둑, 세계무대 싫여?

i진선2008-03-30 16: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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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대의 바둑] ② 광장으로 나오는 ‘마인드 스포츠’
체스·장기·브리지와 ‘애프터 올림픽’ 게임
베이징 올림픽 끝나자마자 ‘월드 마인드’ 대회
한국은 대국 일정 겹쳐 아마중심으로 출전할 듯
바둑의 세계화는 중요한 과제지만 이창호나 이세돌 같은 기사들이 등 번호를 단 채 드넓은 경기장에서 대국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동양적인 깊이를 간직한 바둑이 ‘스포츠’라는 이름 아래 너무 가벼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은 체육관에서 열린 세계아마대회의 모습.

마인드 스포츠(mind sports)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프로 바둑은 마인드 스포츠의 대열에 합류할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인 길을 걸을 것인가. 이런 질문을 뒤로한 채 올 10월 3∼18일 보름간 베이징에선 제1회 월드 마인드 스포츠 게임(World Mind Sports Games)이 열린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올림픽이 열린 그 경기장에서 5개 종목 35개의 메달을 놓고 열전을 벌임으로써 올림픽의 열기를 이어받고 ‘마인드 스포츠=스포츠’의 이미지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예상 참가국은 150개국. 체스·브리지·바둑·중국 장기·체커보드(draughts) 등 5개 종목에 3000명의 선수가 모일 것으로 주최 측은 보고 있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IMSA)라는 단체는 3년 전에 창설되었고 바로 그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국제경기단체연맹(GAISF)에 가입되었다. 회장인 호세 다미아니(프랑스)는 세계브리지연맹 회장이고 부회장 역시 세계브리지연맹 부회장인 패트릭 초이(중국)가 맡고 있다. 사무총장은 국제바둑연맹(IGF)의 이사인 에릭 퓨이트(네덜란드). 브리지 측이 주도해 단체를 만든 뒤 2008년 올림픽을 주최하는 중국과 손잡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베이징 시장과 자크 로게 IOC위원장 등이 명예위원으로 위촉되어 있다.

브리지는 카드 게임이다. 체스는 물론 서양장기이고 체커보드는 체스 판에서 벌이는 게임. 바둑 쪽에서 보면 체스는 몰라도 다른 게임들이 어떻게 유구한 역사와 수많은 팬, 수많은 프로선수를 보유한 바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느냐고 묻고 싶겠지만 IMSA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체스는 팬(player)이 3억 명. 5대륙에서 156개국이 프랑스에 본부를 둔 세계체스연맹(FIDE)의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브리지는 팬이 1억 명. 회원국은 130개국이다. 이에 반해 바둑은 팬이 6000만 명에 회원국은 68개국이다. 체커보드는 57개국에 4000만 명, 중국 장기는 20개국에 2000만 명.

이리하여 10월에 벌어지는 1회 월드 마인드 스포츠 게임은 메달 분포에서도 체스가 10개, 브리지가 9개, 바둑이 6개, 중국 장기와 체커보드가 5개로 되어 있고 각 부문 종합 우승국에 트로피가 수여된다. 가장 확고한 기반을 갖춘 바둑이 오히려 들러리 역할을 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바둑은 남자 개인, 여자 개인, 남자 단체(1국 2팀), 여자 단체, 아마추어, 페어(남녀 복식) 등 6개 종목. 중국에선 벌써 이 대회의 열기가 뜨겁다. 구리 9단은 농심배 우승 직후의 인터뷰에서 올해의 목표는 세계대회 우승과 함께 이 대회에서의 금메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럽 쪽의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개인전 우승에서 첫손에 꼽히는 기사는 단연 한국의 이세돌 9단이다. 단체전도 농심배 15연승의 신화를 남긴 이창호 9단에 대한 화려한 설명을 곁들여 한국 우승이 유력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선 오래전부터 대회 스폰서를 구한다는 광고와 함께 세금이 면제된다는 사실을 사방에 올려놓고 있다(이 대회 체재비는 주최 측이 부담하지만 항공료는 참가국 부담이다. 참가비도 별도로 내야 하며 상금은 없다).

밖에선 이처럼 요란하지만 한국 사정은 한마디로 무심한 상황이다. 우선 한국은 바둑의 세계 최강국임에도 유럽과 중국이 주도하는 대회 준비에서 거의 배제되었고 전후 사정에 대해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한국기원 담당 부서는 아마추어 16명에 프로 8명 정도로 선수단을 보낸다는 초안만 마련해 둔 상태다. 일류기사들은 어차피 가기 힘들 것 같아 이창호와 이세돌에겐 상의도 하지 않았다. 엔트리 마감(5월 말)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연구생 참가 등을 고려해 본다는 계획이다.

사실 ‘상금’ 또는 ‘대국료’에 익숙한 한국과 일본의 일류기사들이 상금은 없고 참가비만 있는 이 대회에 단지 메달을 따기 위해 참가할 것이냐 하는 것은 프로 바둑의 새로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회는 개막일인 10월 3일부터 폐막일인 18일까지 정확히 16일간이나 되기에 국내대회나 세계대회의 스케줄과 겹치는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애국심, 국가적 명예와 자존심, 메달의 가치, 대회의 흥행, 바둑의 세계화를 위한 봉사 등 복잡한 논의가 남아 있다.

이창호 9단은 “그런 대회가 있다는 얘기는 풍문으로만 들었다”며 참가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바둑은 과거엔 큰 승부일수록 조용한 밀실에서 두어졌고 근래엔 TV카메라 아래서 두어졌다. 오직 수백 명이 운집하는 아마추어 대회만이 체육관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이제 바둑도 올림픽 경기장으로 가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이나 이세돌 9단이 등 넘버를 붙이고 드넓은 경기장에서 바둑을 두는 모습은 쉽게 상상이 안 간다.

여러 가지 어색함과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바둑도 새로운 변화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이 대회가 끝나면 2010년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기다리고 있고 그런 변화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이어질 것이다. 글로벌 시대의 바둑은 결국 스포츠와 동행해야 하는데 그 형태는 어떤 것인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베이징의 제1회 월드 마인드 스포츠 게임은 어쩌면 그 시금석이 될지도 모른다.  
박치문 전문기자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1200&Total_ID=3089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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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료]

글로벌시대의바둑 ① 바둑 영어
‘두터움 = Thickness’보다 좋은 말 없나요?
초기엔 일본말 거의 그대로 쓰다 용어 많이 만들어
‘승부수 = do or die move’ 한국말은 ‘행마’유일
서양에서 바둑은 동양적 신비를 담은 고도의 지적 게임이기에 엘리트층이 주로 둔다. 그들은 수많은 바둑 용어를 영어로 만들었고, ‘대마불사’같은 재미있는 속담을 노래로 지어 부르기도 한다. 사진은 바둑 축제 기간 이탈리아 로마 교외에서 바둑을 두는 여성들 모습. [바둑세계 제공]
바둑의 세계화는 19세기 말, 일본이 유럽에 바둑을 보급하면서 시작됐다. 어느덧 세계 60여 개국에서 바둑이 두어지고 있고 바둑이 스포츠로 정체성을 바꾸면서 2010년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도 들어갔다. 올 10월엔 세계마인드스포츠대회가 베이징에서 열린다. 바둑학이 생겨나고 세계바둑학 학술대회가 정기적으로 열린 지도 꽤 오래됐다. 그러나 바둑의 세계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통일되기 힘든 바둑 룰에서부터 바둑 용어, 문화적 차이, 해외 바둑 지도자 부족 등 많은 문제가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점검하고 바둑의 세계화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 보기 위해 ‘글로벌 시대의 바둑’이란 시리즈를 기획했다.

첫 주제는 바둑 영어. 바둑은 서양이 동양의 언어를 수입하고 소화해야 하는 몇 안 되는 종목 중 하나인데 과연 우리의 바둑 영어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 의미는 서양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명지대 바둑학과 남치형(프로기사) 교수와 서양 바둑 보급, 바둑 영어 교육에 힘써온 전 시드니대 한국학 교수 한상대씨 두 분을 초빙했다. 남치형 교수는 『BADUK, Made Fun and Ease』 란 영문 바둑책을 펴냈고 한상대씨는 호주바둑참피언과 바둑협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한상대=바둑 영어는 초창기엔 일본말이 거의 그대로 쓰였다. 이후 영어권에서 자체적으로 많은 용어를 만들어냈는데 do or die move(승부수), bamboo joint(쌍립), monkey jump(비마), thank you move(이적수) 등 재치가 번득이는 근사한 용어도 꽤 있다.

▶남치형=바둑책을 번역하거나 서양인에게 해설할 때 아직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문화적 차이가 강하게 함축된 단어, 즉 두터움(thickness), 감각(intuition), 일본어를 그대로 쓰는 뒷맛(aji) 같은 용어들이 대표적이다. 한국 용어 중엔 행마(haengma)가 유일하게 한국어 그대로 쓰이고 있다.

▶박치문=두터움이란 용어는 이미 바둑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두터움은 대단히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서 그 의미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유단자라는 소리도 있다. 그런데 이걸 thickness로 표현한다면 서양인 등은 두터움을 알기까지 너무 먼 길을 돌아야 할 것 같다.

▶한상대=국어사전에 두터움은 ‘정의(情誼)나 인정이 많다, 또는 ‘사랑이 깊다’로 나와 있다. 바둑에선 엷음과 대비되는 용어인데 Thick란 단어는 미련하거나 고집불통 같은 부정적 뉘앙스도 있어 적합한 단어는 전혀 아니지만 아직 다른 좋은 단어를 찾지 못한 것 같다. 일본이나 중국은 모두 후(厚)라는 한자로 표현된다.

▶남치형=두터움은 ‘모양이 두텁다’에서 시작됐지만 ‘형세가 두텁다’ ‘두터운 반집’ 등 많은 부분에서 플러스적 가치로 쓰인다. 중립 가치인 thickness와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또 기세는 fighting spirit으로 쓰이는데 이건 투혼이지 기세는 아니다. 사실은 두터움이란 용어가 책을 한 권 써야 할 만큼 복잡한 의미가 있어 오늘은 이 용어에만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

▶박치문=바둑은 실리와 세력, 전투와 타협, 공격과 타개처럼 대부분의 용어가 선악을 논할 수 없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두터움과 엷음은 다르다. 엷음은 나쁜 것이고 두터움은 좋은 것이다. 고수들의 세계는 두터움을 알아보는 안목의 차이가 곧 실력의 차이로 귀결된다. 후지사와 슈코 9단은 두터움을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잠재적 가능성’으로 설명했다.

▶한상대=가령 기세의 경우 서양에선 이해가 안 되니까 over play로 오해하곤 한다. 특히 두터움은 한국에서조차 세력과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동양의 바둑 용어는 자못 추상적이고 함축적인데 반해 서양은 언어의 투명성을 원하기 때문에 바둑 용어도 미운 정, 고운 정처럼 설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양권에서도 서서히 두터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고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들이 바둑의 두터움을 이해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지 않을 수 있도록 Thick보다 더 좋은 표현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언어는 살아있는 것이라 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남치형=두터움은 아직 미스터리고 바둑의 기술적 진보와 함께 그 의미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이 생각하는 두터움과 이창호 9단이 생각하는 두터움도 서로 다르다. 어쩌면 기풍도 여기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바둑 영어에 담긴 문화적 차이와 세계화 문제를 다루다가 다소 엉뚱하게 비약한 측면도 있지만 오늘은 문제만 제기하는 정도로 마쳤으면 한다. 누군가 또 두터움이나 기세 같은 용어를 제대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촌철살인의 단어를 발견해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정리=박치문 전문기자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1200%20%20&Total_ID=30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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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진선 한 마디]

박치문 기자님께서 정말 좋은 기획 기사를 써주셨네요. 한국 바둑계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뜻입니다.

한국 바둑이 바둑의 스포츠화를 꾀했으므로, 스포츠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함은 물론 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바둑을 스포츠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스포츠와는 그래도 무척 다르다면서, 고고한 자체 만을 취해서는 앞으로 비인기 스포츠 종목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 입니다.

비록 중국과 유럽세가 주최하는 대회라고는 하지만, 바둑 역사상 의미있는 전 세계통합전 이라 할 수 있는 제1회 월드 마인드 대회인데, 한국의 대표적인 기사가 출전을 외면하게 된다면 아쉽습니다.  세계 각국의 바둑 선수들이 모입니다. 만약 이창호나 이세돌이 참가를 한다면 가장 스포라이트를 받게 되겠지요. 한국 바둑 홍보에 이것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국내 일정 때문에 출전을 못한다면, 뭔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탐대실이 아닐까요? 자 사진속의 수 많은 젊은이들을 보십시오. 뜨거운 바둑의 열기가 느껴지지않습니까? 일본 바둑이 세계무대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가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서 입니다. 우리도 그 길을 걷게되나요? 케런티가 한 푼도없다고 해서, 의미있는 세계대회에 최강 선수단을 파견하지않고, 들러리 파견한다면, 스포츠 맨 쉽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각종 스포츠 선수들은 세계적인 대회에 기꺼이 참여하는 것이 미덕으로 되어있습니다. 명예이면서도 의무이기도 합니다. 팬들이 원하기만 하면, 그것을 영광으로 알고, 세계 어느 곳에서 활동하다가도, 총알같이 달려옵니다.

한국 바둑은 대내적으로 개혁, 대외적으로는 개방하여, 세계 바둑계에서 주인공 노릇을 해야하는데, 이제 슬슬 피곤증이 몰려오나보죠? 아니면, 세계 바둑팬들 앞에 서기가 두려워서 인가요? 아니면, 국내 기전 수입이 더 짭짤해서? ㅡ.ㅡ:: 광장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하고, 밀실에서만 안주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승자박 아닌가요? 우리 바둑팬들은 제1회 월드 마인드 대회에 한국의 최강 대표선수들이 적극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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