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세돌의 記事를 자주 못 봐서 환장하는 사람이다..그가 원성을 살수록 그의 記事는 더욱 많아져야한다...바둑계가 대단히 보수적인 세계다....그에게 '싸가지가 없다'고 질책하기 전에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라는 배려를 먼저 해보라...이세돌은 한 번 결정하고 나면 중간 점검을 하고 조심스럽게 나아가기보다는 끝이 보일 때까지 거침없이 질주하는 폭주기관차다....이세돌은 그의 운명과 더욱 적극적으로 '맞짱떠서' 바둑으로도 얼마든지 세상읽기가 가능하다는 진리를 입증해 주기를 고대한다.....(일부 발췌 요약)
기질, 통찰, 풍운, 영화 이야기-이세돌론
1부......
저는 심리학에서 사람의 '감정의 경향으로 본 개인의 성질'인 기질을 정형화시켜 심리 분석의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듯이, 만약 승부사 특유의 기질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정형화시켜 승부와의 상관관계를 유추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미 충분히 시도 되었는데 저만 모르고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바둑만큼 심리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게임도 드물기에 꼭 헛손질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생각을 곧 접어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승부사도 여느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인 이상, 승부기질이라는 것도 보통사람들의 기질에 '이기고 싶다'는 열망을 덧붙인 것 이상이나 이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즉시 눈치 챘기 때문입니다. 하마터면 집사람만이 알고 있는 '나는 바보올시다'라는 일급비밀을 태연자약하게 털어놓을 뻔했습니다. 하하.
'승부기질이 있다'고 하면 흔히 '승부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승부하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딘가 구멍이 뚫린 듯 공허합니다. '승부가 끝나기 전까지는 승패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런 대로 심금을 울리지만, '지든 이기든 진검승부 자체를 좋아한다'면 '흙 파먹고 사나?'하는 의문이 먼저 떠오릅니다. 승부기질은 '이기고 싶다'는 열망을 떼어 놓고서는 절대로 성립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만약 어떤 승부사가 "승패를 떠나 좋은 기보를 남기고 싶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한 번도 패배를 떠올려 본 적이 없다. 반드시 상대를 코피 내고 싶다'라는 속내를 대외용으로 '네다바이'친 거라고 믿어도 좋습니다.
'사람이 좋으면 승부에 약하다'는 속설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심리학자나 할 수 있는 일이겠습니다만, 특정한 승부사에게 '근성이 부족하다' '기가 약하다' '독기가 없다' 따위의 진단이 따라다니는 경우가 있는 걸 보면, 그 승부사가 평상시에 보여주는 성품에 의하여 '먹고 들어가는' 면이 작용하기도 하는 것이 승부인 모양입니다. 즉, 평소에는 멀쩡하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헐크로 변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평소에는 '평화지상주의자'처럼 보이다가도 바둑판 앞에 앉는 순간 냉혈한 킬러로 돌변하는 승부사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보통사람들이 교육의 정도나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가지고 나온 기질에 순응하며 평생을 살아가듯이, 승부라는 특수한 세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본래 타고난 기질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지지는 못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 좋으면 승부에 약하다는 속설은 '그럼 사람이 악해야만 승부에 강해지는 것이냐?'하는 반론을 유발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선과 악의 차원이 아니라 '승부세계의 냉혹함'을 의미하는 걸로 받아들여야 옳겠지요. 다만 승부사는 자나 깨나 승부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승부사가 단 한 순간이라도 승부 감각을 잃는다면 링에 올라갔을 때, 마치 체중 조절에 실패한 권투선수처럼 잽 몇 방에 그로기로 몰리게 되겠지요.
제가 이세돌이라는 승부사를 연상하였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그의 기질이었습니다. 언젠가 그는 필화의 주인공 - 개전의 정을 보여 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지목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실력으로는 내가 최고인 것 같다." "단 한 판도 지지 않는 것이 목표다."라는 공격적인 발언을 한 적이 있고, <농심배>에서 주최 측이 납득할 수 없는 처사로 <외계인>에게 시드를 주었다고 하여 예선참가를 거부했으며, "마효춘은 일류에서 열외 시켜 달라."라는 노골적인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완만한 곡선이 대세인 도중 속에서 그는 '직선적인'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직선적인'은 기존의 정서상 수용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만불손하다는 반응이 주류였고, '바둑 한 냥 사람 서 푼'이라는 말이 임자를 만나기라도 했다는 듯이 그의, 인격의 완성도에 회의를 품는 반응이 주류였던 것 같습니다. 그의 안티(anti)도 생겼고, 심지어 꼴도 보기 싫으니 그의 기사조차 싣지 말아 달라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나왔었던 것 같습니다.
언뜻 이견을 달기 어려워 보입니다. 만약 이창호였다면 말을 바꿀 100번의 기회를 준다고 해도 그런 직격탄을 쏘는 발언은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그의 내공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면모를 기대하고 있었으나, 오히려 그는 트러블 메이커가 되어 스스로 고행을 자초한 감이 짙습니다.
그의 '직선적인'이 원성을 사는 것은 타당한 일처럼 여겨지지만, 그렇다고 그의 기사마저도 보고 싶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편협한 시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그리 단순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적절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만, 시인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독자는 대개 시인과 그 시인이 쓴 작품이 동일하다고 여기거나 동일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제가 어떤 시에서 감동을 받았을 때, 저에게는 그 시를 쓴 시인도 그 시만큼이나 감동적이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믿거나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충만할 거라는 뜻입니다. 그런 독자의 믿음에 부담을 느껴 평생 독자 앞에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잡문과 인터뷰를 비롯한 일체의 외도도 사양하고, '작가는 오로지 작품으로만 말하는 주의'를 고집하는 시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설사 그 시인이 자신의 시 이상으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인간적인 면모에서 파생될지 모르는 왜곡과 불협화음의 싹을 애초에 잘라 버리자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은둔주의는 호랑이가 무서워 산에 나무하러 가지 못하고 동지섣달 기나긴 밤을 추위에 떨며 새우잠을 자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를 읽은 독자는 시인을 알고 싶어 합니다. 시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시인이라는 구상적인 개념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시는 더욱 풍부해지고 시인은 더욱 깊어지는 것입니다.
같은 논리로 바둑 팬은 기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프로기사라는 구상적인 개념으로 확인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더구나 바둑은 흥행을 전제로 합니다. 독자가 없어도 시인이 존립할 수 있는가는 저도 모르는 부분이지만, 바둑 팬이 없는 프로기사는 결코 존립할 수 없다는 사실 만큼은 명확한 것 같습니다. 프로기사들의 기질과 스타일은 흥행의 중요한 요소이며 프로기사들의 신상이 해체되면 해체될수록 흥행 가능성도 커집니다. 스폰서들이 프로기사들의 인격을 저울로 달아보고 배팅하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세돌의 기사를 자주 못 봐서 환장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가 원성을 살수록 그의 기사는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바둑계가 대단히 보수적인 세계라고 느꼈습니다. 그건 바둑 자체가 갖는 도적인 특성도 작용을 하고, 기량과 인품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이 상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둑에는 사람을 침착하고 진지하게 만드는 힘이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둑계가 보수적인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 보수적인 세계에서 이세돌의 '직선적인'은 충분히 오해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제가 '오해의 여지'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그를 두둔하려는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승부의 여러 요소를 종합해 생각했을 때,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그의 '직선적인'을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作 흰고독]

2부
이제 그의 기질을 간략하게나마 짚어 보겠습니다. .....그의 애칭은 <쎈돌>입니다. 그의 애칭은 그 어감부터가 직선적인 행보를 예견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자기 확신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곧이곧대로 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자기감정에 충실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가치보다는 취향을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개성이 강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쇼맨십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그는 휘어지기보다는 부러지는 강성 기류를 지향하는 것 같습니다. 타협이라는 말은 그의, 사전의 맨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가 결정이 빠른지 느린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한 번 결정하고 나면 중간 점검을 하고 조심스럽게 나아가기보다는 끝이 보일 때까지 거침없이 질주하는 폭주기관차형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 속에서 비교적 돌출적인 신호를 타전하는 무선가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그의 기질을 짚어 보고나서, 그의 '직선적인'이 어쩌면 그 자신을 열처리하고 담금질하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기질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승부세계의 냉혹함과 승부 감각의 일관성이라는 면을 고려하면, '직선적인'은 외려 그의 존재를 고수하는 그만의 독특한 모스부호라고 인정할 수도 있지 않을는지요. 그는 보이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그대로 말하고 원하는 그대로 행동하는 '앙팡 테리블'이 아닐는지요. 그의 '직선적인'은 자신을 승부세계에서 지탱케 하는 그만의 지팡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을는지요.
저는 그에게 '싸가지가 없다'고 질책하기 전에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라는 배려를 먼저 보낸다면, 그의 '직선적인'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처럼 파이팅 넘치는 기질의 승부사를 따로 알고 있지 못하며, 그가 단지 교만할 뿐이라면 바둑의 신이 그에게 그와 같은 천부적인 재능을 주었을 리 없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 [作 흰고독]
3부....
저는 프로기사 중에서, 바둑판 전체를 꿰뚫어 보는 힘이 강하기로는 이세돌이 발군이 아닐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약관의 나이에 무슨 통찰력이냐?' 할는지도 모를 일이고, 그의 기재가 고뇌형이 아닌 감각형이라는 점에서 납득시키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가 바둑판의 이 쪽 저 쪽 그리고 그 쪽을 연계시켜 고리대금업자처럼 폭리를 취하는 대국과 바둑판의 1선에 이르기까지의 수읽기를 완벽하게 끝내 놓고 대마사냥에 나서는 대국, 하우스 부족으로 코피 나기 일보직전의 절박한 상황에서도 대마공격의 급소를 정확히 포착하고 '후까시'를 넣는 대국 등을 검토하고 나면 충분히 납득이 가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이창호가 약관의 나이에 부동심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예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 [作 흰고독]
4부....
공자도 바둑을 잡기라고 치부한 바 있지만, '유희'의 측면을 강조하였고 여운을 남겼습니다. 공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바둑을 두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바둑을 모르고도 불편이나 부족을 느끼지 않고 평생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바둑이 '따지고 보면 사소한 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필요성의 시각에서 '몰라도 밥 먹고 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바둑을 사소한 놀이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논리는 자승자박이 될 조짐이 엿보입니다. .......
저는 인간과 함께 사는 만물 중에 필요성만 따진다면 밥과 침대 외에는 전부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 채우고 잠을 잘 수 있다면 당장 '뒈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인간의 삶은 필요하지 않은 쪽에 더 할애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인간은 그가 원하는 것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가 포인트입니다. 사회성과 도덕성의 검증이라는 인증절차를 차치한다면,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은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에 따라 사소한 놀이도 될 수 있지만, 목숨을 걸고 나서야 하는 필생의 과업도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것은, 바둑을 사소한 놀이라고 보고 있더라도 승부사에게 '바둑은 사소한 놀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모욕이라는 사실입니다. 차라리 칼을 들이대는 게 낫지요. 저는 꼭 천체를 연구하는 사람 눈에 비친 별자리만이 우주이고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 중에 사소한 놀이를 비켜 갈 수 있는 항목으로 무엇이 있는지 저 같은 까막눈이 알 리 없지만, 저는 자치기를 하는 아이에게는 새끼자와 어미자가 우주이고, 문학을 하는 사람에게는 펜과 원고지가 우주이고, 밭농사를 짓는 농부에게는 밭과 호미가 우주라는 '삶의 리얼리티'를 신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간은 신으로부터 자기 몫의 일을 하도록 소명을 받는다'라는 말로 압축되는 장 칼뱅의 '직업소명설'이, 사람이 하는 일에, 그것이 사회성과 도덕성을 획득하는 한, 가치의 척도 따위는 결코 없다는 것을 진지하게 가르치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논어>의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 군군신신부부자자)'라는 말은 <정명론>이라고 하여 공자의 심오한 정치사상을 담고 있다지만, 저는 이 역시 사람이 자기 일에 신명을 다하는 한 가치의 척도로 그 우열을 잴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얼마나 하찮은가. 그러나 내가 그것들을 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볼테르의 말에서 제가 확인한 것은 장인 정신이 아니라 삶의 리얼리티였습니다. 조치훈의 "목숨을 걸고 둔다."라는 말이 장인으로서의 자세에 대하여 피력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바둑의 격렬한 속성과 지느니 죽는다는 승부사의 강한 승부혼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장인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사소한 놀이에 목숨을 걸 리야 없지 않겠습니까? '바둑의 깊은 즐거움을 한번 맛본 사람들에겐 바둑은 결코 사소한 것일 수 없'다는 논리는 반전처럼 튀어나와 의아스러웠고, 제 실력으로는 독해조차 안 돼 포기했습니다. 어떻든, 본인은 바둑을 사소한 놀이로 여기고 있으면서도, 타인이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말 것이며 '즐거움만이 아니라 삶에 대해 성찰할' 모범답안까지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제안 치고는 좀 가혹한 제안이 되지 않겠습니까?........
누가 뭐래도 프로기사에게는 바둑판과 바둑알이 우주입니다. 불세출의 천재들이 그렇듯이, 이세돌 역시 또래의 코흘리개들이 코 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하드'를 먹으며 침마저 흘릴 때, 이미 자신의 우주를 발견하였습니다. 그건 그의 운명입니다. 저는 그가 그의 운명과 더욱 적극적으로 '맞짱떠서' 바둑으로도 얼마든지 세상읽기가 가능하다는 진리를 입증해 주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作 흰고독]
5부.....
그의 호전성은 '공격 지향'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공격 바둑의 대명사로는 예내위와 유창혁을 들 수 있지만, 그의 공격은 예내위의 '막가파식'보다는 세련되고, 유창혁의 유연함보다는 '날이 섰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날이 섰다라는 뜻은, 찔리면 피가 날 것 같은 '날카로움'인지, 베이면 피가 날 것 같은 '예리함'인지 구별하기 어렵지만, 굳이 구별할 필요가 없다면 둘 다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본능적인 킬러형인 것 같습니다. 그에게 공격의 의사가 없다 하더라도 판이 돌아가는 낌새가 본능을 일깨운다면, 그는 언제라도 발톱을 일으켜 세울 만반의 준비를 갖춘 한 마리의 야수로 보입니다. 공격이냐 수성이냐의 갈림길에서 공격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수성에 비하여 공격은 몇 배의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대마불사의 교훈처럼, 공격은 언제나 헛심만 쓰다 알거지가 되고 말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알거지가 되고 말 위험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
그는 수읽기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류끼리의, 수읽기의 깊이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게 정설이지만, 빠르고 정확하다는 점에서 그는 일군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창호와 유창혁이 결정적인 수읽기에서 밀려 그에게 코피 나는 대국을 TV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수읽기가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은 그의 공격적인 성향에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
그는 공격의 급소를 포착하는 기술이 비상한 것 같습니다. 그는 한 칸 뛴 돌의 옆구리라든가, 날일자의 끊기는 자리라든가, 완벽하게 연결되지 않은 불각의 급소에 '철푸덕!' 돌을 갖다 붙여 공략하곤 합니다. 일류들의 대국에서 갖다 붙이는 수를 구경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의 '철푸덕!' 초식은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그는 공격의 혈을 짚는 재능을 타고 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의 재능은 그의 바둑을 공격적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가 전설 속에서만 나오는 '쌍립도 끊어 먹는' 비기를 조만간 재현해 내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 [作 흰고독]
6부.....
그는 용수철 같은 반탄력의 소유자입니다. 그는 불리한 상황에서조차도 물러나지 않고 되치기를 시도합니다. 나아갈 자리와 물러날 자리를 아는 것은 병법의 시작이자 끝인데, 그는 병법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한 번 물러나면 두 번 물러나야 되고, 두 번 물러나면 세 번 물러나야 되고, 그런 식으로 자꾸 후진기어를 넣다 보면 승리의 길이 어디론가 사라져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된다는 승부의 속성을 그가 깨닫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는 불리할수록 더욱 춤을 추고 힘을 내서 맞받아칩니다. 그는 한 판의 바둑에서 꼭 한 번은 판을 도떼기시장으로 만들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
그는 타개의 방향을 설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독특한 감각을 보여줍니다. 그는 백병전이 벌어지기 전에 응수타진으로 상대의 의중을 떠보는 수법에 능한 것 같습니다. 그 응수타진은 '나는 이쪽만 먹을 테니 너는 나머지 집을 다 먹어라'처럼 바꿔치기를 제안하는 것이거나, '나는 반 토막만 살아갈 테니 나머지 반 토막은 너 먹어라'처럼 타협을 제안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상대의 반응여부에 따라 갈 길을 정하자는 뜻인 것 같습니다. ...... [作 흰고독]
원문 전문 링크 주소
http://www.tygem.com/column/forum/view.asp?gubun=2&seq=2217&pagec=1&find=흰고독&findword=2
[i진선 한 마디]
우선 5년전에 이렇게 훌륭한 論을 써주신 흰고독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윗 글 중에..
ª 나는 이세돌의 기사를 자주 못 봐서 환장하는 사람이다..그가 원성을 살수록 그의 기사는 더욱 많아져야...바둑계가 대단히 보수적인 세계....그에게 '싸가지가 없다'고 질책하기 전에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라는 배려를 먼저 해보라...이세돌은 한 번 결정하고 나면 중간 점검을 하고 조심스럽게 나아가기보다는 끝이 보일 때까지 거침없이 질주하는 폭주기관차다....이세돌은 그의 운명과 더욱 적극적으로 '맞짱떠서' 바둑으로도 얼마든지 세상읽기가 가능하다는 진리를 입증해 주기를 고대한다.....ª 등등
요런 글 들 말이 확 와 닿았습니다...참...멋지네요. 특히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라는 배려..배려..관용과 배려..훔...오늘에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흰고독님의 글을 소개하면서 마음이 뿌듯합니다. 무려 5년전에 쓰신 글이 이세돌의 오늘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네요. 평소에 가끔 공부삼아 읽던 글인데, 이세돌 관련 파동을 지켜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글 입니다. 만약 바둑계의 대소사 일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두어달전에 이 글을 먼저 접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않았을까요?
작자이신 흰고독님은 과거 타이젬 논단에서 굉장히 활발히 활동하셨던 분입니다. 이런 분 덕분에 당시에 타이젬 논단은 풍요로웠고 기름졌었지요.
요즘 저작권 문제로 골치가 아픈데요...흰고독님께 윗 글 소개 허락을 받을 방법이 없네요. 혹여 흰고독님께서 이 기사를 보신다면, 이세돌 9단을 이해하는데 좋은 글로서 바둑팬들께 소개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해주시고 許해주시기 바랍니다.
원래는 전문 요약 된 기사였습니다. 그러나 요약하고보니 오류와 왜곡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한 차트로 깔끔하게 보기좋게 요약하고 첨삭하다 보니 아예 다른 글이 되어, 차라리 저의 글로 할까 싶은 찌라지心(?)까지 솔직히 들었습니다ㅡ.ㅡ:: 그래서 전문 요약이고 뭐고 취소하고 원문을 소개합니다. 1부는 전문, 나머지 2부~7부까지는 분량이 엄청나 전량이 다 올려지지를 않아서 주요 단락으로만 (요약 아님) 원문 그대로 소개합니다. 물론 전체 원문은 링크 주소가 윗글 말미에 있으니 이용하시면 됩니다. 단락별로 주제문으로 생각되는 부분을 제가 나름대로 몇 개를 색 표시했습니다만 전혀 의미 없습니다. 부디 전문을 꼭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만...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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