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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의 棄權(기권)

프로기사의 棄權(기권)

i진선2010-10-01 2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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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프로기사의 棄權(기권)

일정대로라면 오늘 10월1일은 제7회 지지옥션배 19국이 열리는 날이고, 안관욱 8단과 루이 9단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9월 28일에 안관욱 8단이 한국기원에 기권을 통지해와서 그날로 안8단의 기권패, 루이9단의 기권승으로 기록이 되었고, 예정되어있던 10월 1일에는 최규병 9단이 출전하였다. 그런데 기권은 '10월1일자 대국'을 '9월 28일에 통보'한 것인데, 어떻게 '9월 28일자 기권패'로 기록되었나. 기권 예정된 대국은 '10월 1일'자 아니었나. '9월28일'에는 대국 일정이 없었는데 일정없는 대국을 어찌 기권한다는 말인가? 물론 대회 일정을 조정하여 어쩔 수 없이 한 일 이겠지만, 온당치 못하다. '10월1일자 대국 기권'이 옳다. 아뭏든 그걸 따짐은 아니고, 바둑 시합에서 기권(棄權)이란 무엇인가를 고찰해보자는 뜻. 한국 바둑史에 기록되어있는  몇 "기권"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프로기사로서는 무책임이요, 상대 선수에게는 결례요, 바둑팬들에게는 무례라고도 할 수 있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棄權. 프로기사의 기권을 어찌 봐야할까.

기권의 사전적 정의는 '투표, 의결, 경기 따위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행사하지 아니함'이다. 정치적으로 투표에 기권함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만 지적하지는 않는다. 암묵적으로 다수에 동조함, 혹은 반대로 다수에 저항함을 뜻하기도 한다니 상황에 따라서 정반대의 의미로도 읽혀질 수 있겠다. 투표든 의결이든 경기든 간에 기권은 '해당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니, 스포츠에서 정확한 의미는 '경기 도중 포기함이 아니라, 아예 경기에 참가하지 않음'이 된다. 바둑의 경우는, 한 수 두고 기권을 한다면, 정의적으로는 기권이 아니라 불계패다. 마침 한국 바둑사에 최단수 불계승이 기록되어있으니 조훈현 9단이 단 1수만에 불계승을 거둔 기록이 있다.

한국 바둑史에 수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조훈현 9단(이하 단위 생략)은 최단수순승 기록까지도 갖고 있으니 과연 기록의 사나이. 자료에는 기권을 통보했다고 하지만, 정의적으로는 기권이 아니라, 패배 선언이고 불계패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두 수 두고 대국을 끝냈다.

95년 7월 자료에 의하면 세계 최단수 대국이라고 표기되어있는데, 이것 역시 오류다. 조훈현이 1수 만에 승리한 자료가 분명히 있다. 강훈과 김승준의 본선 2회전 8강전의 당시 대국료가 80만원에 달했다고 하지만, 대국료 때문에 부득불 참가하여 2수만에 대국을 마친 것은 아니다. 연락 소동끝에 나온 해프닝에 가깝다. 한국 현대 바둑 초기부터 90년대 초반까지도 가정용 전화의 보급이 원활하지를 않았고, 설사 집에 연락해도 당사자가 외출하고 있는 중이라면 대국 일정 통보를 제대로 하지 못하니 낭패를 보는 경우는 허다했다. 프로기사는 평일에는 자주 한국기원에 와서 대국 예정일 파악은 필수 였다. 지금처럼 휴대폰 통보라던가 홈페이지에 공시는 생각지도 못했다. 50~60년대에는 확정된 대국 일정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 사정에 따라서 대국을 하고 결과만 통보하는 경우도 까지도 있었다. 지금은 절대 벌어질 수 없는 일. 현재 한국기원의 공식 대국은 원칙상 '정해진 일자, 정해진 시각, 정해진 장소'에서만  가능하며, 어떤 이유로도 정해진 사항을 대국자들이 임의로 변경해서는 아니된다. 엄격하다.

한국 바둑 규정에는 '기권'의 의미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규정은 아직 없는 듯. 윗 자료상으로 볼 때는 경기전에도 기권 할 수 있고, 경기중에도 기권할 수가 있는가 본데, 경기가 시작한 후라면 한 수를 두었어도 참여는 참여다. 어찌 기권할 수가 있는가 불계패가 맞다. 비록 사정이 있었다하나 정해진 시간내에 정해진 장소에 와서 대국 상대자 앞에서 한 수를 두었다면 불계패 아닌가. "투표, 의결, 경기 따위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행사하지 아니함" 이므로 약간(?)이라도 시합에 참여한 경우와는 확실한 구분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윗 자료의 기록은 기권이 아니라 '최단수 불계승' 또는 '최단수 불계패'가 정확한 표현이다. 

기권의 정의에 딱 맞는 사례가 있다. 작년 7월 24일에 제1기 SKY 바둑배 시니어 연승 최강전 13국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날은 조훈현과 김인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김인이 불참을 했고, 조훈현은 현장에 와서 기다리다가 소정의 시간 머문 후에 기권승을 인정 받은후에 귀가했다고 전해진다.

사실 최근에 프로기사의 기권은 알게 모르게 꽤 자주 나오는 편이다. 얼마전 한국 바둑계를 뒤흔들었던 이세돌 휴직 소동도 알고보면 "기권"이 시작. 작년 5월 14일 한국기원 바둑TV에서 열리기로한 제4기 한국물가정보배 프로기전에서 이세돌이 홍성지에게 기권을 알렸다. 당시에 한국기원 기전팀은 이세돌의 형 이상훈이 중국리그에 이세돌이 출전하는데 일정이 겹쳐서 물가정보배를 기권한다고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상대방은 대회 현장에 와있고, 기권자는 오지않거나 기권 통보를 한 경우가 공식적인 기권이다. 만약 두 대국자가 오지않으면 양자 몰수패가 맞지만, 한국기원에서 미리 일정을 조정했다면, 대국을 연기한 것일 뿐 이는 기권은 아니다.  

'기권'은 '권리를 포기함" 이라지만, "기권 할 수 있는 권리"도 또 하나의 "권리" 아닐까. 당시에 이세돌은 " 한국물가정보배가 우선이고 중국리그는 개인적으로 참가하는 대회일뿐이다. 개인적인 일정이 겹쳐서 예정되어있던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일정 조율을 부탁함은 실례라고 생각했다. 바둑팬들께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한다. 이세돌과 한국 기원 기전 팀과 일찍 조율이 이루어졌다면 기권 파동은 일어날 수 없었다. 그런데 국내리그 불참 아니 참가 거부 내지는 '참여 기권"으로까지 사태가 악화되면서 엄청난 소용돌이가 일었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도 한 사람의 인간인데, "기권" 할 수 있는 "권리"까지 없다면, 한국 바둑계는 너무 삭막하다. 사람인지라, 이런 사정 저런 사정도 있을 수 있고, 심지어 어떤 날은 지독히 바둑 두기 싫은 날도 있다. 그러나 한 쪽에서는 기권패로 또 한 쪽에서는 기권승으로 기록이 되더라도, 바둑이 어찌 가위바위보 처럼 단순히 승패로만 의미를 찾겠는가. 더구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기권이 남발된다면, 한국 바둑계가 어찌 되겠는가. 예전처럼, 기권하거나 일정 변경하더라도, 기전 운영에 큰 지장을 주지않던 시대가 아니다. 한국기원 기전팀에서 버럭하기 때문도 더욱 아니다. 바둑 TV나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서 좋아하는 기사의 대국을 시간에 맞추어 목빠지게 기다리는 바둑팬들을 생각한다면, 프로기사의 기권할 권리는 갈 수록 축소될 듯하다.

10월 1일 원래는 안관욱과 루이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는 날이었다. 안관욱은 기권했다. 작은 의미를 찾아본다면, 프로기사로서의 계가 과정의 실수에 바둑팬들께 미안함이 보인다. 그리 비판 받을만 할 기권은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바둑계와 한국기원은 변해가는 상황과 첨단 미디어 추세에 맞추어서 대국 규정과 규칙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정비가 필요할 듯. 추석 연휴중에 대국자들과 관계자 그리고 기자들까지  우왕자왕하던 돌발적인 해프닝,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 없다. '해프닝'은 '기권'하지않는다. 반갑지않은 손님 해프닝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사회에 틈만 나면 찾아온다.

(타이젬 i진선)

[i진선 한 마디]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아이고..살다 살다 이런 추석은 처음 겪었습니다...ㅠ.ㅜ:: 아직도 머리가 띵 하네요....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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