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한 바투, 그러나
2008년 9월경에 대대적으로 시작된 바투(batoo)가 서비스를 전격 중단했다.
바투는 속칭 21세기형 두뇌전략게임으로 출발했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전략게임이라 칭하는 바둑을 기본으로 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 기존 바둑을 더욱 빠르고 전략적으로 재구성하여 젊은이들과 특히 네티즌들에게 환영을 받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는 기존 19줄 바둑이 어느 정도의 재미를 느끼려면 상당 시간의 학습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과 한 게임을 하는 시간이 길다는 점을 고려하여 짧으면서도 바둑에 가까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11줄의 바둑판에서 진행되는 바투는 반드시 컴퓨터에서만 할 수가 있다. 설사 바둑 실력이 부족해도 바투는 초보자도 상급자와 대결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되있다. 특정 위치에 보너스 점수와 마이너스 점수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동시에 돌을 3개 임의로 착석해야하는 "베이스 빌드"와 선제공격권을 잡기 위한 "턴베팅"이 있어서 초반의 긴장감을 높였다. 더구나 상대에게는 보이지 않는 착석인 "히든"과 이것을 찾기 위한 "스캔"기능을 주어, 게이머는 상황추리에 의하여 언제든지 반전될 수 있는 긴장감이 주어진다. 말하자면 태권도의 3단 돌려차기 한 방이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셈이다.
| '바투
오픈 10일만에 50만명 대국… 프로기사 27명도 참여 바둑계가 온통 '바투(batoo)' 열풍에 빠져들고 있다. 홈페이지(www.batoo.com)를 오픈한 지 10여일 만에 누적 방문자 수가 50만 명을 넘어서는가 하면 스페셜경기 영상 조회수도 이미 15만 건에 달하고 있다. 열기는 프로기사들에게도 번져 선발전에는 내로라하는 정상급 프로가 27명이나 참여했다. 여기서 뽑힌 4명은 조훈현·이창호·이세돌·유창혁 등 4명의 톱스타들과 합류, 올 연말 패권을 다툴 예정이다. '바투'에 대한 바둑계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둘 간의 관계가 '대체재(代替財)'냐 '보완재(補完財)'냐에 대한 관점이 상반되기 때문이다. "바둑이 어려워 접근하지 못했던 잠재인구를 바둑으로 끌어들일 기회"라는 게 긍정론자들의 입장인 반면, 반대쪽에선 "바둑의 정통성이 훼손될 수 있고 자칫 주객이 뒤바뀔지 모른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어쨌든 내년 초엔 연간 총상금 30억 원 규모의 세계선수권대회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바투 열풍'은 갈수록 확산될 조짐이다.... 2008년 10-07 조선일보 기사 중에서 |
바투는 개발기간이 무려 2년에 걸쳐서 수백여명의 한중프로바둑기사들과 보드게임전문가들이 수 많은 테스트를 진행해서 게임의 흥미성과 룰의 공정성, 의외성들을 입증하여 21세기의 새로운 변형 바둑으로 찬사를 받았다. 바둑 전문가들은 "바투는 바둑의 심오한 전략성과 현대인들이 열광할 만한 요소들이 멋지게 결합되었으며, 냉철한 상황 판단, 상대의 심리를 꿰뚫는 직관력을 적절히 활용해야하는 새로운 전략게임"이라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타이젬을 비롯한 인터넷 바둑 서비스사들이 바투 체널링을 통해서 대대적인 지원을 했다. 총 투자비 200억. 2009년초에는 총상금 30억 규모의 바투 월드챔피언십을 계획하기도 했다. 바투 종목의 프로선수들도 새롭게 양성하려했고, 글로벌 기업의 대회 참여를 유도했다.그러나 쫄딱 실패했다. 왜 실패했을까.

무엇보다도 기존의 바둑팬들은 바투에 끌리지 않았고, 바둑을 모르는 신규 게이머들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바둑팬들중에는 "바투"라는 명칭부터 불만스러워하는 팬들이 많았다. 마치 "바둑+화투"를 연상 시키는 작명을 연상시킨다. 만약 필자라면 이러이러한 게임을 새롭게 만들었는데, 이름 짓기 이벤트라도 기획했을 듯. 게다가「베이스빌드, 턴베팅, 히든, 스캔」 이라는 게임 용어는 아예 처음부터 세계화 시키자는 뜻이었겠지만, 기성 바둑팬들에게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중에 하나였다. 차라리「미리두기,돌려두기,숨겨두기,몰래보기」보다 못했다. 한글화를 병행했다면, 장년층 바둑팬들도 호기심을 가졌을 텐데.

어떤 스포츠든지 처음에는 아마추어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한 후에 프로화가 진행되는데, 스타크레프트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바투는 동호가 성숙하기도 전에 프로기사들이 바로 바투 기전에 직접 참여했다. 설혹 게이머들이 바투에 관심가진다 해도 프로기사를 상대로 이길거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다. 바투는 결국 바둑이 축구라면, 바투는 족구다. 발쓰는 것은 기본 원리이기 때문에 의외성의 장치가 있다고 해도, 실제 상금 대회에서는 프로선수를 이기기가 거의 불가능. 프로기사들이 바투를 하는 모습을 자꾸 보여주면 바투 유인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 바투 게이머들의 실력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2년여동안 바투 제작에 참여한 프로기사들이 바투장에 판을 치니 처음부터 포기상태. 마치 프리미어리그 뛰는 선수들이 족구장에 나타난 격이다.
최상위 프로기사들의 바투에 지나친(?) 열성 홍보는 기존 바둑팬들에게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이미 언급했듯이, 프리미어 축구선수들이 갑자기 전략 족구 게임을 들고나와서, 축구팬들에게 족구가 너무 재미있으니 족구하자고 외치는 꼴이다. 수천년 역사의 숭고한 바둑을 직역으로 삼고 활동하던 사람들이 바투를 절찬하면서 나섰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좀 이상했다. 북치고 장구치고 다 했다. 끌리지 않았다.

홍보의 포커스가 기존 바둑팬에게 주로 향했다. 이창호-조훈현-이세돌-유창혁등을 필두로한 초일류기사들의 프로모션은 장년층에게는 어필할런지는 모르나 적어도 신세대들에게는 효과적이지 못했다. 과거 필자는 바투를 이왕 홍보하려면 세계기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로기사 끌어들이지 말고, 장년층 프로기사는 손 떼고, 10대 기사와 여성기사, 젊은 아마 기사들을 적극적으로 앞세워서 젊은 게임이라는 인식을 주어야한다고 강조했었다. 게임 홍보는 유저들의 입을 통해야 가장 일반적이고 효과적인데, 현대 한국 바둑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일류 기사들이 "바투가 너무 재미있어요^^"하는데 낯 간지러워 죽는 줄 알았다. 유저보다 일류 프로기사들이 더 재미있는 게임이라니...바투 홍보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랬다. 모모 프로기사들은 바투를 홍보하는 명목으로 상당한 지원금을 챙겼을터이니 손해보지는 않았겠지만, 대규모 투자가 실패로 돌아갔으니 바둑계에 유익할 턱이 없다. 바둑계의 책임과 반성, 요청된다.

(타이젬 i진선)
[i진선 한 마디]
바투 초기에 바투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가 내린적이 있습니다. 그 이 후로 다시 바투에 관한 기사를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었습니다ㅡ.ㅡ:: 참 아쉽습니다. 수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 자라는 것이 문화 콘텐츠인데..뭐 별다른 비판도 아니었고, 윗 글 내용 정도였는데요...그런 비판 싫다고 할 정도면 얼마 못갈거라고 짐작했었습니다ㅡ.ㅡ::시행착오도 거치고 때로는 욕도 바가지로 먹으면서. 그럴 각오없이는 정착할 수가 없어요. 작은 비판도 싫다고 하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죽고맙니다. 순탄하게 되는 것 없습니다. 날로 먹으려 들면 안되죠.
그러나 '히든' 있는 게임답게 ''히든된 바투' 다시 부활의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물론 냉정한 비판을 감수하면서 새 출발해야만하죠. 바투는 매우 훌륭한 게임이었습니다. 홍보는 꽝이었습니다만...「베이스빌드, 턴베팅, 히든, 스캔...ㅡ.ㅡ::」꽝꽝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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