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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역류

분노의 역류

i진선2011-01-17 16: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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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역류

1996년 조훈현-유창혁-서봉수로 굳어져있던 80년대 후반에 소년 이창호가 태풍을 일으키면서, 가장 먼저 경쟁에서 뒤쳐지기 시작한 기사는 서봉수 9단이었다. 이렇게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위기에서 국가대항 단체전인 진로배에서 서봉수9단(이하 단위생략)은 한국팀의 4장으로 나서서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다. 서봉수는 초반 2연승의 기세를 탄 당시 중국 최고의 강자중에 한 명이었던 위빈 9단을 만난다. 위빈 9단은 교과서적인 점잖은 바둑으로 소문난 바둑판의 신사. 잡초류의 서봉수 9단을 만나서 정신없이 여기저기 두다가 불계패로 9연승의 신화를 창조하는데 일조한다. 제 4국에서는 일본의 히코사카 나오코가 나왔다. 치밀한 신 컴퓨터 바둑이라지만, 야생마처럼 날뛰는 서봉수의 행마에 기가 질려 자멸한다. 이어 대회 제5국에서는 당시 중국 신예로 대륙의 모범생 창하오 7단이 나선다. 정신없는 날카로운 포석에 창하오는 정신을 잃었다. 패배후에 얼굴이 붉어지고, 코끝에서 땀방울이 뚝뚝. 3연패를 당한 중일은 합동회의(?)를 한 끝에 일본바둑계에서 최고의 승률을 올리고 있던 신예 야마다 7단을 4번째 제물로 서봉수 앞에 내세운다. 초반 우세든 중반 우세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야마다는 서봉수의 상대가 아니었다. 종반으로 갈 수록 서봉수에게 직사하게 두들겨맞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5번째 선수는 누구냐고 서봉수는 묻는다.

96년 한 해동안 성적은 31승27패로 승률은 불과 53%로 비공식 랭킹으로 아무리 좋게 보아도 중하위권 기사로 전락직전이었다. 이런 그에게 제5회 진로배는 하향세에서 역행하는 분노의 역류를 보인다. 이 역류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가는 중국 일본 정상급 기사들은 도대체 서봉수류 즉 잡초류라는 것이 뭔지 머리를 싸메고 분석했다. 미완성 바둑, 깔끔하지 않은 포석,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의 놀라운 폭팔력. 뭔가 가슴 속에 분노로 치밀어오르는 역류. 중일의 최강 기사들은 불가사의한 그의 바둑에 놀라워한다. 마효춘과 섭위평은 연구를 마친 후 진임신 9단을 5번째 제물로 보낸다.

섭위평: 15년전에 말이여...서봉수라는 연승의 고수가 있었는디...이번에는 문도원이라는 연승의 고수가 나타난겨...도대체 이 사람들 바둑 맘에 안들어해! 독한 바둑이다해! 독한 바둑! 독종들이다 해!

왕레이: 섭선생님..서봉수 선생의 9연승의 원동력이 「분노의 역류」라면, 문도원의 7연승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섭위평: 프로가 되고 난 후 나태해진 마음 잡고 더 이상 뒤쳐지기 싫다는 독한 마음. 「문뚜기의 역류」지.

왕레이: 캑@.@::

그네들말로는 중국이 다 이긴 바둑이었다. 그런데 다 이긴 바둑이 어디있나. 끝까지 가봐야 알지. 서봉수 曰, "5연승은 우습소. 줄을 서시오."라고 말하는 듯. 이제 중국에는 마효춘과 조대원이, 일본은 요다 노리모토와 왕립성이 대기중이었다. 이제 서봉수는 다음 선수가 누구인지 고민도 안했다. 왕립성-조대원-요다 노리모토-마효춘 순서로 나오겠지. 그런데 이들은 90년대 세계 최강의 프로기사다. 서봉수는 96년도에 승률 50% 간신히 넘는 컨디션 최악의 기사다. 5연승에 빛나지만, 지나간 5연승보다 남겨진 4연승은 더욱 힘들고 아니 3연승도 불가능해보이고 2연승도...뭐 지금까지 성적도 대단한데....라고 나태해 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두어달의 휴식기간동안 서봉수는 중일의 4인의 최강기사를 철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조대원은 균형의 묘를 추구하는 바둑이야..그 균형을 깨야만해...왕립성은 정석과 포석에 강점이 있어. 정석대로 둔다면 난 결코 이길 수 없어. 요다 노리모토는 사무라이 바둑이야. 예리해. 어쩌면 마효춘보다 더 어려운 상대. 사무라이 칼에는 묵직한 둔도가 최고다. 마효춘은 세계 최강 프로기사중의 하나야. 그러나 그는 자존심이 강해. 자존심을 건들어야해!"    

사무라이 요다 노리모토는 서봉수가 반집승. 이제 중국 최강 마효춘만이 역사적인 업적 성취의 장애물로 남아있었다. 물론 그가 진다고 그에게 뭐라할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의 뒤에는 유창혁-이창호-조훈현이 대기하고 있다. 한국의 우승은 거의 확실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서봉수가 마효춘을 마무리 해야만한다. 그러기를 바둑팬들은 간절히 바란다. 서봉수와 마효춘의 일대 명승부를 잠시 감상해보자.  

서봉수(흑)-마효춘(백) 

당시까지의 서-마의 대결 전적은 3승1패로 서봉수가 압도. 모두 흑잡은 자가 승리했었다고 전해진다.  

백24는 과연 마효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24~30까지 지하철을 열심히 판다.

   

흑31- 참 멋진 수로 보인다. 이후 41로 힘차게 젖혀가게되어 흑이 좋아보이게된다.

여기서 부터는 고수님들은 기억이 나실 듯. 우변에서 얼마나 상전벽해가 일어나는지 지금보아도 눈이 팽팽 돌아간다.

 

여기서의 접전 승리로 서봉수 9단의 세계바둑사에 길이 빛날 9연승의 기록이 탄생한다.

산전벽해의 묘기를 보여준 명국. 제5회 진로배 9연승은 흑 불계승으로 마무리 한다.

90년대 후반기의 세계 최강의 일원이었던 일본과 중국의  왕립성-조대원-요다 노리모토-마효춘 4총사를 무릅꿇게한 서봉수의 분노의 역류는 바둑계에 남겨준 교훈이 적지않다. 요즘 세계 바둑계는 춘추전국시대나 다름없다. 언제 어디서 강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상황이 조금만 어렵고 힘들어도 실망하고 불평하고 현실과 타협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도전하기를 잊는 젊은 신예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타이젬 i진선)

[i진선 한 마디]

제가 사사로운 일이 있어서 기사가 늦었습니다. 기사는 미리 준비는 했었지만..손질하기가 힘이 드네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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