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천명을 지나 바둑학에 전념하여 13년만에 박사가 된 김달수(65)씨.
1970년대 대학바둑가를 주름잡았던 아마강자 김달수 씨는 현재 아시아바둑연맹(AGF) 사무총장이다. 2002년 지천명을 넘어서며 바둑학 연구에 뜻을 세우고 명지대 바둑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2005년 '바둑의 기원(起源)과 관련된 박혁(博弈)의 의미에 대한 문헌연구 및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딴다. 그 후 또 9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한국 바둑규칙의 문제점 분석 연구'로 박사학위를 따냈다. 지난해 8월 '현현기경의 특성 및 가치에 관한 연구'로 처음으로 바둑학 박사에 오른 이상훈 씨에 이은 두 번째 박사학위 취득자.
바둑가의 양지 음지를 가리지 않는 활동가 김달수 박사는 바둑규칙의 역사와 바둑규칙과 관련된 문제 사례, 바둑 용어의 정의와 표현, 귀곡사의 권리문제, 동형반복, 종국의 처리에 관한 문제점을 조사하고 고찰했다. 65세의 만학에 학위를 받은 김박사는 한국 바둑규칙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내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논문을 통해 한국 바둑규칙에서 가장 논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인 '귀곡사'를 다루었다. 흔히 우리가 바둑을 배울 때 '귀곡사는 죽은 것으로 처리한다.'는 대목에서 막히기 시작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김 박사는 '가종국 후 교대 착수의 원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동형반복'을 주기 개념을 도입해 실전에서 무리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또 김박사는 삼패, 장생 등 동형반복 형태를 단순히 무승부로 처리하도록 되어있는 것도 경기의 박진감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이 역시 일선에서는 '종국 후 가일수' 적용을 둘러싸고 미묘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는 문제다. 이는 근본적으로 '영토룰'의 속성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한국 바둑규칙이 근원적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 바둑규칙의 양대 축인 영토룰(Territory rule)과 지분(持分)룰(Area rule)이 분화되어 나오는 과정을 논문을 통해 추적한 김달수 박사는 현재의 바둑규칙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점을 과감하게 고쳐 나가도록 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정합(整合)성과 편의성 위주의 규칙을 복수로 운영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두 규칙의 일정 부분을 선택해 경기를 할 수 있는 조합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일반 아마추어의 대국에서는 물론, 현재 프로 경기에도 이미 문제점이 노출되어있는 것이 많은 상황에서 이번 논문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그 외 상당수 규칙 위반 사례들이 대국규칙 자체의 허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밝혀진 만큼 앞으로 바둑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바로 잡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 김박사는 귀곡사 삼패 장생 등 바둑규칙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논문에서 지적하고 있다. 직접 바둑판에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

▲ 박사논문 '한국바둑규칙의 문제점 분석 연구. 축하합니다. 박사학위를 따기까지 스케줄을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작년 12월 명지대에서 3명, 외부인사 2명 등 5명의 논문 심사위원이 평가를 내렸다. 그것이 이번에 통과가 된 것이다. 오는 18일 10시30분 명지대에서 석박사 학위수여식을 갖는다. 아직은 정확하게 박사는 아니다.(웃음)
논문주제는 어떤 계기로 확정짓게 되었나요? 간단하게는 설명이 어렵다. 12년 전부터 역사연구를 시작했다. 바둑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나의 관심사였다. 그것을 연구하는 방법으로는 문헌자료와 박물자료. 즉, 고고학적 자료연구가 있다. 둘 다 학술적으로 2000년 이상 되었고 유물자료는 2000년 이전 것은 없는 실정이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바둑규칙을 소급적용하면 뿌리가 하나라는 답이 나온다. 원시기법은 단순하다 바둑판에 따먹기 식으로 하다가 누구의 돌이 많이 살았나를 가리는 것이다. 그것은 돌 중심 사고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식이나 응창기식이 돌 중심이다. 일본식 한국식은 1600년 전부터 떨어져나왔다. 흑백이 교대로 착수를 했기 때문에 돌은 세어보나 안 세어보나 똑같으니까, 나머지 공간만 계산하면 된다는 논리다. 일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다.
작년 6월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이 부분이 문제가 되긴 했죠?
실내무도경기 때 나는 AGF 사무총장으로서 기술부문을 담당했다. 당시 영문화 작업을 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바둑이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은 시점에서 바둑규칙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 수집이나 연구가 행해지지 않았다는 게 아쉬웠다. 일례로 무승부는 노게임이다. 승부를 나누기 때문에 무승부다. 우리가 굳이 무승부라고 하는 것은 임시방편이다. 공교롭게 실내무도기간 중에 최철한-안성준 장생이 발생했다. 그것은 무효이며 재 대국하는게 옳다. 그러나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에 편의상 무승부를 해야 한다. 일전에 섬성화재배 이세돌-구리 대국에서 4패 무승부가 선언되었다. 재대결로 결론 났지만 체력전이 되어버리는 문제가 또 발생한다. 제대로 되려면 무승부가 아니라 무효대국, 노게임이 선언되어야 옳다.
이런 경우는 흔히 있다. 쌍패가 반상에 남아있고 반패가 3개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이론적으로는 쌍패는 빅, 반패 하나씩을 매우고 결국은 반패 싸움 하나의 임자만 가리면 승패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쌍패를 이용해서 바둑을 끝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 그 바둑이 나온다면 ‘흐름상 한쪽이 앞섰으니 이긴 것으로 하자’고 한다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바둑규칙에 쌍방합의하면 무승부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그렇다면 합의 안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지금 규정으로는 삼패와 쌍패만 나오면 답이 없다. 당시에도 내가 고치자고 건의했더니 바둑계의 반발이 심했다. '잘 쓰고 있는데 왜?'라는 것이었다. 문제의식이 없다. 세계화를 주장하면서 한국바둑이 이러면 안 된다.
▲ 김박사는 현 AGF 사무총장으로서 바둑현안에 대해서도 활동이 왕성하다. 학위 따는 과정에서 도움 주신 분이 있나요?
한국에서는 아쉽게도 없다. 단, 일본의 카가오라는 양반이 이 큰 도움을 주었다. 7급밖에 안 되는 노인분인데 바둑역사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다. 그때 기력이 문제가 아니라 관심이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분은 일본 서부에 사는데 학술대회가 있으면 도쿄까지 쫓아가는 열정을 보인 분이다. 2003년 일본에서 학술대회가 열렸는데 그때 그분을 처음 뵈었다.
그럼 일본어에다 중국어 영어까지 다 능통합니까?
중앙대 경제학과를 나와서 LG종합상사에 입사를 했다. 당시 바둑도 꽤나 즐기고 있었다. 16년간 무역회사에 다녔으니 영어 일어는 업무상 하게 되었고, 중국어는 바둑공부 때문에 익혔다. 모두 의사소통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지금 가지고 있는 바둑계의 직함은?아시아바둑연맹(AGF) 사무총장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는 대한바둑협회 국제분과위원장을 역임했다. 바둑은 아마6단이다.
이 직함 모두 월급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생업은 어떻게 합니까?
아쉽지만 월급이 없고 자원봉사의 형태다. 나이 50에 아내에게 선포한 것이 있다. 60이 되면 모든 것은 중단하고 바둑계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나의 신조는 나이 30까지는 부모님께 신세를 지는 시기이며 60까지는 가장으로서 식솔들을 무양해야 한다. 그리고 60이후는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
명지대 바둑학과가 없었더라면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까요?
사실 그게 궁금한데, 나의 성향으로 볼 때 비교언어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끝으로 대학에서 바둑을 공부하는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한문의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고전에 들어가면 젊은이들이 조금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체적인 추세가 취업달성도를 가지고 대학을 평가하니 요즘 학문이 말이 아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특히 바둑계는 취업자리가 많이 없으니 어떻게 취업 자리를 많이 만들 것이냐 문제도 상당히 중요하다. 세계화와 젊은이들의 희망상황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본다면 세계화로 콘셉트를 잡은 것은 옳다. 그러나 아쉽게도 세계화 자체에 관한 정립이 부실한 상황이다. 바둑보급을 하려고 전 세계로 나가는 추세인데, 같이 외국인들과 바둑두어준다고 해서 보급은 아니다. 특화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바둑기술 바둑문화 바둑학 등으로 무장된 세계회가 필요해보인다. 앞으로 그쪽에 관심을 갖고 있다.
▲ 김달수 아시아바둑연맹(AGF) 사무총장과 이하진 국제바둑연맹(IGF)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