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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진 '열린 교육을 하고 싶어요'

바둑도장 오픈한 한종진 인터뷰

강나연2014-02-17 15: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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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종진(오른쪽)은 김주호(왼쪽), 조한승과 의기투합해 바둑도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어릴 적 기자는 바둑교실 사범님과의 대국이 부담스러웠다. 지도기를 받을 때마다 이 수를 두게 되면 사범님께 혼이 날 것인지 아닌지를 더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두고자한 수는 이른바 '떡수'였고, 결국 그 수가 왜 나쁜지 이해하지 못한 채 정석들을 마냥 외우곤 했다.

이처럼 학생의 흥미 의욕 능력 이해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정한 소정의 교육내용을 학생에게 주입시키는 교수법을 주입식 교육이라 칭한다. 단 한 판도 똑같은 내용이 나오지 않는 바둑에 주입식 교육은 불가능한 것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바둑교육이 주입식 교육법을 채택해온 것이 사실아닌 사실이었다. 참여형 교육이 주입식 교육보다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여러 번 발표됐는데 과연 참여형 바둑교육은 어려운 것일까.

답은 한종진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한종진은 조한승 김주호와 의기투합해 17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297번지 대명빌딩 2층에 바둑도장을 오픈했다. 입단지망생을 위주로 학생들을 받을 계획이며, 점차 인원이 많아지면 입단지망생반 영재입단반 여자입단반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운영할 생각이라고.

▲ 한종진은 자신의 교수법에 대해 친한 기사들과의 사석에서 자주 이야기했고, 조한승 김주호가 뜻이 있다며 한종진에게 선뜻 연락을 취해왔다고.

한종진은 5년 전부터 바둑교육에 종사했다. 이형진 이상헌 민상연 신진서 한승주 오유진 유병용 백찬희 설현준 최영찬 등 벌써 10명의 입단을 도왔다. 한종진이 맨 처음 바둑교육에 발을 디뎠을 때는 1주일에 이틀 가르치는 것으로 계약했다. 그런데 가르치는 것이 즐거워지다보니 한종진은 주말까지도 헌납하기 일쑤였다. 몸이 안 좋은 날에는 집으로 학생들을 초대해 가르쳤다. 학생들 역시 한종진을 믿고 잘 따랐다.

"나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내겐 제자이기도 하지만 친동생 같다. 나도 입단공부를 해본 사람이라, 바둑공부가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공감해준다. 그러다보니 제자들이 유독 나를 잘 따른다."

입단 문턱에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종진은 점차 자신만의 교수법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나는 1인자에게 스타일이 정해져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바둑에 대한 가치는 개개인이 추구하는 기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누군가는 이세돌 바둑에 멋을 느낀다면, 누군가는 박영훈과 같이 치밀한 계산바둑에 매력을 느낀다. 조한승과 같이 조화를 중시할 수도 있다. 선생님이라면 학생이 추구하는 바둑의 가치를 잘 다듬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종진이 형과 함께 제 경험을 살려서
훌륭한 기사를 만들어 보렵니다."

한종진이 추구하는 교수법은 열린참여형. 그런데 기자 역시 주입식 바둑교육으로 성장했고, 그러한 교육법들을 자주 보았기 때문에 참여형 바둑교수법에 대해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한종진은 자신있게 말한다. "우리는 그 동안 이창호 이세돌이 둔 수라고 해서 무조건 학생들에게 정석을 강요했다. 정석은 예로부터 최선이라고 인정한 방식이지만, 학생들도 정석보다 충분히 더 나은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이세돌이 두었다고 해서 따라두는 것이 아니라 이 수를 왜 두었는지, 돌의 효율을 어떻게 극대화시키고자 한 수인지 등 착수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면 정석이 아니더라도 나는 제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 그리고 그 내 의견(정석)을 말한다.

만약 제자가 내 의견을 모두 들은 후에도 그래도 본인이 둔 수가 좋다고 한다면 나는 그 수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실전에서 그 수를 두어 안 좋은 결말이 자주 나옴을 경험한다면 그 학생은 더이상 그 수를 두지 않을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런 수를 두면서도 이겨간다면 그것은 '이상하다'고 볼 게 아니고 '대단하다'고 봐야 한다."

한종진은 학생들에게 바둑수로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가장 훌륭한 스승은 경험'이라는 말이 있다. 경험이 많을수록 경우의 수를 다양하게 알 수 있다. 정석의 수순을 아는 것 보다 그 정석이 왜 최선인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최선의 수를 찾아가는 길에 본인이 추구하는 바둑의 가치를 담는다면 더욱 창의적인 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한종진의 참여형 바둑교수법이다.

한종진은 바둑교육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여긴다. "제자들과 함께 할 때가 제일 즐겁죠. 제자들이 바둑대회 결과로 힘들어할 때가 가장 힘들고요. 바둑은 학교공부처럼 오늘 한 문제 더 외운다고 해서 내일 100점 받는 것이 아니거든요. 바둑은 오늘 밤새워 공부해도 내일 중요한 대국에서 지면 0점 인거죠. 바둑이 만만한 길은 아니지만, 그 길에 좋은 안내자가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간 신진서 같은 영재를 누구손도 타지 않은 맨 처음부터 제 손으로 키워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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