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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부따]

初心으로 돌아가자-새내기 연수참관기

입단자 연수 체험기

김성룡 프로2014-04-04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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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단 새내기들이 대전 계족산을 맨발로 오르고 있다. 한승주 박창명 신윤호 최현재의 모습이 보인다.

필자는 1991년에 프로가 되었다. 당시만 해도 1년에 2명만 프로가 되었기 때문에 입단자 연수라는 것을 있을 수가 없었다. 5년을 모아도 겨우 10명밖에 안 되니 말이다.

그러다 6명을 뽑는 시대가 되자 연수제도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프로에게 연수 같은 게 뭐가 필요해?' 라는 말에 묻혀 사라지고, 또 다시 생기고, 또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 기존 프로의 대국을 기록하는 정도로 연수기간을 대신했다. 다시 시대가 변해 입단대회를 통해 1년에 10명 이상을 뽑게 되자 입단자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2년 전부터 제대로 된 입단자연수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3월31일부터 4월5일까지 5박6일 동안 유성에 있는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작년과 올해 입단한 새내기프로들이 합숙하며 프로로서 사회생활을 배우는 연수프로그램이 준비되었다. 유성은 삼성화재배를 통해 전원적인 대국장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곳이다.

과정은 하루 평균 12시간 씩, 총 27가지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번 연수 프로그램은 한 달의 준비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2년 전 처음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박덕수 전 타이젬 이사가 이번에도 자원봉사에 나섰다. 운영위원은 박승철 김혜민 서건우 김형환 안형준 등이 후배들을 위해 자원 봉사했다. 필자도 4일차 교육 중 하나인 '등산 길잡이'를 맡았는데, 간 김에 실제 하루를 연수생과 같이 체험해보았다.

3월31일 오전9시, 서울 왕십리 한국기원에서 출발한 버스는 유성 톨게이트를 지나 11시 경,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 도착했다. 첫날 오후엔 연수생들은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김수장 사범의 바둑 룰 설명과 안성문 바둑리그 전문위원의 바둑 역사를 배우는 시간이다. 프로가 바둑 룰도 배우나 싶겠지만 프로들이어서 배워야 하는 룰이 은근히 많다.

▲ 요가와 기체조 체험 장면. 앞줄에 이현준 김진휘 백찬희.

▲ 특히 헤비급 이호승이 즐거워하고(?) 있다.


4월1일 교육 2일차. 아침 6시30분부터 운동을 시작으로 밤 9시까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강의 내지는 체력 단련이다. 8시엔 김효정 기사회장이 프로로서의 자세와 역할 강의가 있었다. 다음은 바른 자세와 호흡법을 배웠다.

필자도 교육생이 되어 체험해 봤다. 요가와 기체조 같은 것을 혼합 한 것 같았다. 장시간 앉아 생활하는 프로들에겐 꼭 필요한 운동이었다. 2시간 동안의 강좌는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지만 한 번 배워서는 오히려 온 몸에 알이 배길지도 모르겠다.^^

점심시간 이후 오후 첫 강좌는 중앙일보 송필호 부회장의 명사특강이었다. 이번 교육일정에 명사특강은 두 번이 있는데 그 중 필자도 기다리던 강의였다. 과연 어떤 강의를 듣게 될까?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송 부회장은 이런 얘기를 하셨다. 나이차가 많은 이런 특이한 신입 연수는 어떤 한 주제를 가지고 할 수 없다. 그냥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 송필호 중앙일보 부회장의 특강.

초반 강의의 주제는 바둑이다. 아무래도 배우는 사람이 프로들이다 보니 초반 관심 사항을 통해 집중 시키려는 목적인 것 같다. 화제를 던졌다.

1. 바둑이란 무엇인가? 정답은 없다 생각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2. 바둑이 가지고 있는 성격은? 바둑은 경쟁이다. 바로 승부가 끼어 있기 때문. 경쟁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프로가 존재하게 된다.

3. 바둑의 본질은 무엇인가? 전략에 있다.

4. 현재 프로들은 진짜 프로들인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프로란 몸을 던져야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다.

5. 바둑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모양에 있다. 바둑도 모양이 좋아야 하듯 세상에 있는 성공한 것들은 모양이 좋다.
빈삼각=예외 아마추어에겐 빈삼각은 두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프로는 둔다. 바둑을 통해 예외성을 가지게 된다.
정석=원칙, 법/도덕. 프로는 아마추어에게 정석은 배우되 잊어버리라고 한다. 세상도 법, 도덕, 원칙을 완벽하게 지키는 사람은 없다. 세상사는 법도 정석과 같다. 바둑을 통해 사고의 유연성을 키워 준다.

6.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집중력.
결단력.
논리적 사고=과학적 사고(자료와 실험을 통해 이루어진다.)를 가지고 있다.

▲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는 똘똘한 눈빛들. 고교 교실의 한 장면 같다.

▲ 입단동기 박태희 강다정의 일과표 정리.

▲ 분임토의 장면. 마리야 김진휘 신민준 유병용.


필자는 이런 질문에 그동안 어떤 대답을 했을까. 앞에 1-3번은 물어봐도 대답하기가 어렵다. 한마디로 깊이 생각해 본적도 없지만 솔직히 정리가 잘 안 된다. 4번은 그럭저럭 비슷한 대답을 할 수 있다. 5번은 바둑을 두면 머리가 좋아지고 연산 능력이 좋아지고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며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다. 6번은 이세돌의 장점을 설명할 때 많이 쓰는 말이다. 초반 포석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본인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승부처에서의 결단력과 집중력이 돋보인다. 유일하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바둑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진짜 '프로'에게 바둑을 배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강의 내용만큼이나 연수생들의 호응도 또한 좋다. 질문도 많고 어린 기사들의 생각이 기특해서인지 대답 또한 길다. 3시20분. 강의는 예정 시간보다 20분을 초과했다. 이후 일정은 다행히 운동장에서 체육시간이다. 가장 즐거운 시간, 날씨마저 따듯하다. 왠지 연수를 받는 아이들이 힘들지 않게 5박6일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식사 시간 이후는 선배 운영위원들과의 질문하며 토론하는 방식이다. 선배들과의 토론은 조심스럽다. 서로 이미 알만큼 아는 사이지만 바둑계도 엄연히 상하가 존재한다. 하지만 분위기가 자유로워지자 질문 역시 가지각색의 양상을 띄운다. 여행 얘기, 중국 얘기, 국가대표 얘기.

연수생 중 한명이 이런 질문을 했다. 중국 국가대표들은 한국이랑 어떤 점이 다른가요? 박승철 코치가 얘기 했다. 중국에 가면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고 했다. '국가대표는 자신보다 먼저 국가를 생각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라고. 여러분도 돈을 버는 것 보다 국가대표가 된다면 먼저 국가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아!' 박승철 후배님에게 한 수 배웠다.

▲ 선후배기사들이 모여 허심탄회한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 신민준의 거창한(?) 계획표.

▲ 신진서의 일과표.

1일 생활계획표를 작성하는 시간이 마지막이다. 앞으로 하루를 어떻게 생활할지 적으면 바로 방으로 갈 수 있다는 말에, 후다닥 3분도 안 걸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여자 기사들은 초등학교 방학 숙제 하듯이 예쁘게 그림까지 그려서 1시간째 씨름 하는 사람도 있다. 공개 안하기로 한 것 중 필자가 몰래 신진서의 1일 생활 기록표를 사진으로 찍었다. 너무 솔직해 그야말로 대박이다. 사진을 참조하시라. (진서야 미안~)

교육3일차는 연수생들에겐 그야말로 힘든 일정이다. 스케줄 표를 보니 6시30분 아침 운동, 기사회 내규활동 1시간, 생활 예절 및 화술 2시간, 조별 토론 2시간, 프로기사 윤리 2시간, 또 조별 토론 2시간, 과제 1시간으로 마무리 된다.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일정이다.

일과 마지막 시간의 과제는 1년 후 부터 20년 후까지의 목표를 적는 것이다. 대다수 연수생의 꿈은 단기적으로는 바둑리그 진출, 10년 후엔 결혼과 내 집 마련, 20년 후엔 후진양성이다. 수업이 끝난 뒤 나이 많은 이호승에게 견딜만하냐 물어보니 '죽을 것 같다'고 했다.

교육 4일차에는 오전 산행이 있다. 원래는 연수원에서 10분 거리인 계룡산을 가는 일정이었지만 답사를 다녀온 운영위원들이 계룡산 코스를 보더니 돌이 많은 점을 우려했다. 혹시 모를 사고를 염려해 대전 시민들이 편안하게 운동코스로 삼는 계족산으로 변경했다. 그동안 연수원에서 지낸 답답함을 좀 풀어 보라는 의미가 강하다.

계족산에는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한꺼번에 펴 있었다. 예년 보다 계속된 따듯한 날씨가 봄의 생태계를 바꿔 놓았다는 뉴스가 정말인 것 같다. 가장 신이 난 건 여자 기사들이다. 필자가 멋진 포즈를 취하는 조건으로 사진을 찍어 줬다. 계족산은 편안한 둘레길 같은 코스를 황토로 만든 길을 통해 맨발로 걸으며 산책하듯이 산에 오를 수 있다. 그 점이 계족산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것 같다. 3시간 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보리밥 집에서 도토리묵과 파전을 곁들인 식사는 그야말로 꿀맛.

▲ 새내기 프로들이 계족산을 오르면서 한 컷. 앞줄에 마리야 박태희 강다정 오유진 신민준 등이 보인다.

교육 5일차, 12시간 수업을 끝으로 총 27가지의 연수생 교육 일정이 모두 끝났다. 프로가 되어서 1주일간 이렇게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필자도 이번에 알았다. 연수생들에게 물어봤다. 언제가 가장 힘들었느냐고 나이 많은 한 기사는 교육받으라고 전화 왔을 때부터라는 대답으로 시작해 대다수는 첫날과 3일째 되는 날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바둑 공부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것이 힘들다는 대답도 있었다.

우리들은 바둑 판 앞에서는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바둑과 관계없는 것을 배우는 데는 서툴다. 그런 점에서 이런 교육은 꼭 받아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들은 앞으로 우리 바둑계에 신선한 바람이 될 수 있는 존재들이다. 부디 1주일간의 연수 프로그램이 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바둑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소중한 시간이었으면 한다.

▲ 산중턱에 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모여 기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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