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부따]
'리웨이칭! 뭐냐? 그 마지막 행동은'
리민배 세계바둑신예 최강전 스케치
김성룡 프로2014-05-07 08:05:12
▲ 중국 항저우에서 벌어진 U-20 세계청소년바둑대회인 리민배 전경.
항저우이야기 2탄으로 리민배를 소개한다. 4월 30일 오후 2시. 항저우기원 5층 서호(西湖)룸. 120명의 94년생 이하 한중일대만 4개국의 내로라하는 청소년 기사들이 모여들었다. 일본과 대만은 각 2명씩. 한국은 프로 19명, 아마 7명이다.
리민배는 자비출전이며 예선을 4월과 여름(일정 미정), 두 차례 치르기 때문에 선수들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 물론 두 번을 다 출전할 수도 있다. 중국의 입단대회가 7월로 예정되어 있어 여름예선전은 입단대회를 통해 뉴 페이스가 25명 추가로 나온다고 봐야한다.
예선은 6개조 20명씩 나누어 5회전 스위스리그를 벌인다. 여기서 각조 4명이 본선에 오르고 본선 1,2회전에서 연승을 해야 여름 예선전과 관계없이 왕중왕전(본선)에 직행한다. 10월 항저우에서 열리는 국제바둑박람회 기간에 부대행사로 본선이 예정되어 있단다. 우승상금은 40만위안(약 7000만원)으로 신예대회로서는 누구라도 군침이 돌 만하다. 새삼스럽지만 중국은 바둑의 최절정기를 맞고 있다.
▲ 항저우기원에는 역대 세계선수권자의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쓰여있다.
항저우이야기 1탄에서 소개한 을조리그 병조리그 여자을조 프로들이 대회장만 옮겨 와 있는 느낌이다. 거기에 중국국가 팀 몇몇 에이스들의 모습도 보인다. 중국은 판팅위에게 시드를 줬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동갑내기 미위팅이 예선을 치른다. 세계대회 우승자가 그것도 신예대회 예선전에 출전하고 있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껍다. 일본의 본인방전 도전자 이다아쯔시도 있고 대만 상금왕이라는 고등학생 왕위엔쥔도 있다. 요즘 최고로 잘나간다는 커제, 당이페이, 양딩신도 보인다.
우리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은 선수는 변상일. 항저우 2팀을 갑조리그로 승격시킨 공로로 이번 대회 초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다른 선수가 자비 출전이라면 변상일은 숙식제공을 팀에서 해준단다.
예선을 통과하려면 최소 4승1패를 해야 한다. 예선전은 출전 수당이 없고 자비 출전이기 때문에 2패를 당하면 다음 판을 두는 의미가 없다. 간혹 3승2패가 올라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의미 없는 판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어린 선수들이니만큼 의미 없는 판이라 하더라도 열심히 하지 않겠냐고 하는 취지는 좋지만, 과연 이 방식이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쓰는 더블일리미네이션과 토너먼트를 혼합하는 것이 이럴 땐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 한국아마 윤지수-세계챔프 미위팅.
3시30분. 김진휘가 심판을 찾는다. 우리는 입회인이 한명 시합장에 있지만 중국은 4명이 심판이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김진휘가 시간패를 당한 것이다.
"왜 안 눌렀어?"
"여덟에 눌렀는데도 아홉 소리가 나와서 당황해서 안 눌렀어요."
의문의 여지가 없는 시간패다. 시계 버튼을 정확히 누르지 않을 때(실제로는 계시기가 불량) 시계가 계속 가는 경우가 있다. 나는 눌렀지만 시계는 계속 가는 야속한 상황이다. 특히 마지막 초읽기에서는 치명적이다. 이번 대회 1호 패자가 졸지에 김진휘가 됐다. 이것도 중국에서 승부를 하려면 익혀두어야 하는 로컬룰이다.
올해 입단한 이현준(94년생)은 여류최강 위즈잉과 대결이다. 얼마 전 LG배 예선에서 아마 최강이라는 홍무진이 진 걸 봐서인지 이현준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위즈잉은 화장도 하고 옷차림이 제법 아가씨 티가 난다. 얼마 전 갈현녹차배에서는 실력으로 중국을 우승시켰지만 미모대결에서는 여신 헤이자자에게 완패했다. 최정에게 "위즈잉도 여신에 도전하나 봐!" 라고 말하자 최정 왈, "헤이자자에게는 못 이기잖아요. 급이 달라도 너무 달라요." 라며 손을 가리며 웃는다. 다행히 이현준은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반상만 쳐다보면서 2집반을 이겼다.
신진서가 두 번째로 빨리 끝났다. 이겼다. 상대는 96년생 장가호(張家豪). 중국식으로 읽으면 장자하오. 새치가 재법 많아서인지 진서아버지라고 해도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외모다. 실제 대국 모습을 보면 헤비급과 미니멈급이 대결하는 것 같았다.
"초반에 한 건 했니?"
"네."
키도 크고 여드름도 나고 목소리까지 변해 신진서가 이젠 애가 아니다.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신예로 변상일과 신진서를 꼽는데, 둘을 유심히 볼 지어다.
5시를 넘기자 절반 이상의 바둑이 끝이 났다. 오유진의 상대는 이름이 우리 식으로 읽으면 '조건남'이다. 한국기사들이 오유진에게 그런 남자와 대국하였으니 기분 좋겠다며 농.
신민준은 졌다. 상대는 중국을 그렇게 들락날락 하는 필자도 잘 모르는 기사다. 그런데도 졌다. 이건 위로하기도 어렵다. 2월 한중교류전의 안성준과 똑같은 상황이다. 그 시합은 정식 시합이 아니니 털어 낼 수 있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 줄 방도가 없다. 신민준이 스스로 이겨내는 도리밖에.
최정도 이겼다. 상대는 국가 2팀 선수로 98년생. 1월 교류전 때도 상대했었다. 김채영도 대만에 초단에게 승리했다. "잘 두던데?" 했더니 '뭐, 저런 정도에게 이긴 걸 가지고…'라고 말하는 듯하다. 많이 컸다. 김채영! '하긴 여류국수잖아.'
▲ 장자하오-신진서.
▲ 오유진과 조건남(?).
▲ 이현준-위즈잉.
이긴 사람은 컴퓨터로 자신의 바둑을 기록해야 한다. 예선전을 기록하지 않는 우리에겐 생소한 장면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만들지 않는 우리가 오히려 이상하다. 그동안 자신의 바둑은 자기가 적어서 보관하는 습관이 들어 있었다.
나 역시도 4단이 될 때까지 내 바둑을 기록했다. 요즘 입단한 후배들은 과연 자신의 바둑을 기록할까. 개인적으로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기원차원에서 기록 보관해야하고 그 데이터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기록자에게는 20위안(3500원)을 기록비로 지급했다. 을조와 병조에서도 승자는 20위안을 받고 기록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요즘은 바둑의 기술 말고도 중국한테 배울 점이 너무 많다. 아니, 뒤쳐진 점이 너무 많다.
6시가 가까워지자 두 판만 남았다. 설현준 판이 시끄럽다. 상대는 국가대표인 양카이원(97년생). 집계산 결과 설현준의 반집패. 그런데 설현준은 계가가 잘못 됐다고 한다. 심판이 양카이원에게 물었다.
"네가 이긴 게 맞니?"
"아뇨. 제가 진 줄 알았어요."
"그럼 복기 해볼래. 진 걸로 할래?"”
"진 걸로 할 게요."
이렇게 솔직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기사가 있다니. 심판은 그 대답이 어이가 없는지 오히려 복기할 것을 요구했다. 진 걸로 하겠다는 걸 심판이 우겨서 복기 시작. 당연히 프로들이 몰려든다. 결과는 설현준의 반집승이었다.
마지막 남은 판은 올해 입단한 김민호 대 커제. 대국 시작 1시간 후부터 자세가 무너진 커제. 그만큼 초반부터 망하고 시작했다. 마지막 순간 까지도 1집반을 이긴 상황에서 김민호가 무려 6집짜리 실수를 하며 4집반 패. 중국기사들이 커제의 어깨를 두드리며, 용궁 갔다 왔다고 한마디씩 하는 것 같다.
▲ 자신의 대국을 기록하는 송상훈과 일본의 본인방전 도전자 이다아쯔시.
▲ 설현준-양카이원. 복기까지 한 끝에 설현준이 반집승.
▲ 김민호-커제.
밤 7시 반부터 국가 2팀 연습실에서 30초 바둑을 연습하기로 했다. 한국프로들은 전원 집합. 일본도 이다아쯔시와 위정치가 왔다. 대만의 일인자 왕위엔쥔도 박민규에게 탈탈 털리는 모습. 이다아쯔시도 일본에서의 활약이 중국에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중국도 15명이상이나 참여해 100위안(약 1만8000원)짜리 친선게임은 활황을 이뤘다. 아마추어도 장수영도장 3명과 충암도장 4명이어서 도장단체전이 성사되었다.
'중국 신진서'라 불리는 리웨이칭이 슬그머니 오더니 '진짜 신진서'와 2000년생 빅 매치를 벌였다. 30분 후 1999년생 중 톱 쉬자양도 등장하며 신민준과 대국하며 1999년생 빅 매치가 또 벌어진다. 비록 100위안짜리지만 이런 빅카드를 보게 되다니, 4월의 마지막 날 밤 9시에 한중 미래 최강전이 시작됐다.
밤 10시10분 종료. 한국시간으로는 11시10분. 리웨이칭과 쉬자양이 '양신'을 이겼다. 리웨이칭은 기고만장이다. 신진서가 호텔 방으로 올라가자, 일본 대만 형들에게 자신의 무용담을 복기로 보여준다. 급기야는 신민준 복기 판까지 다가가더니 신민준이 볼을 꼬집으며 판에다 대고 뭘 가르쳐 주려는 것이 아닌가. 놀라기는 한 살 위 신민준도 마찬가지. 그런데 어이없는 표정을 짓자 한 번 더 꼬집는 것이 아닌가. 신민준이가 사람이 좋아 그렇지, 아마 상대가 이동훈이었다면 리웨이칭은 어린 나이에 임플란트를 할 수도 있었다.
▲ 저녁을 먹고 또 항저우기원에서는 심야까지 속기 대국이 벌어졌다.
▲ 앞쪽 1999년생 대결 쉬자양-신민준. 뒤쪽 2000년생 대결 리웨이칭-신진서.
▲ '중국 신진서' 리웨이칭이 대만 일본선수들을 옆에 두고서 복기 무용담을 펼치고 있다.
총 댓글수: 0
관련 뉴스
Copyright © 컴투스타이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