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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부따]

새삼, 초일류의 수읽기에 대하여

이세돌-양딩신 반집공방에 관해

김성룡2014-05-21 14: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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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이세돌이 중국리그에 첫 출전하여 양딩신에게 반집승을 거두었다.

18일 일요일 오전 9시. 집 근처의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국가대표 팀에서 전력분석관으로 일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아침형 인간이 되어있었다. 우연히 스마트폰으로 타이젬을 들어가 보니 10시30분에 중국갑조리그 3라운드 중계가 예정되어 있음을 알았다.

광시의 주장 이세돌(한판 승리 시 1700만원 계약)이 올해 첫 선발 등판을 한단다. 상대팀은 마침 구리가 속한 충칭. 전력이 약한 광시는 당연히 이세돌이 주장전에 나올 테니 충칭(구리 왕시 셰허 양딩신)만 구리를 주장 전에 내보내면 10번기 5국(5월25일)의 전초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10번기에서 구리가 2연패 후 2연승의 좋은 분위기를 감안해 배려한 것인지, 아니면 이세돌을 피하면서 3-1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상대는 중국 13위인 양딩신(16)이 나왔다.

양딩신은 국가소년대의 기준인 98년생이라 국가소년대지만 이미 타이틀을 차지한 바 있어 현재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8세에 최철한과의 석 점 바둑에서 승리할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받았던 양딩신. 96년생 세계타이틀 보유자 듀오인 미위팅 판팅위를 가장 위협할 기사로 중국에서는 모두 양딩신을 꼽고 있다. 자신의 나이 또래에서는 한중일을 통 털어 가장 앞서 있다.

이 바둑이 탐이 나서 타이젬에 부탁해 해설을 맡았다. 제한시간 2시간45분 1분 초읽기 5회, 점심시간이 있었다. 내용은 이랬다. 초반부터 양딩신의 두터움에 밀린 이세돌은 타개에 모든 것을 건다. 중반 즈음엔 그로기로 몰린 것이 아니가 싶었지만 30집 대마를 버리고 절묘한 타협책을 들고 나오면서 형세를 반전시켰다. 하지만 두터움을 이용해 쫓아오는 양딩신에게 다시 역전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두 기사 모두 1분 초읽기에 몰렸다.

▲ 양딩신

▲ 천재소년 양딩신(16)은 1,3을 두면서 승리를 직감했을 것이다.

(참고도1) 아마 양딩신(흑)은 1,3으로 둔 순간 역전했다고 느꼈을는지 모르겠다. 끝내기에서는 이세돌(백)이 난조를 보이고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그 찰나 1분이 약간 안 지날 즈음 백4가 놓였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백 두 점이 기어 나온 것이다. 해설을 하면서 눈을 의심했다. 저 수가 가능한가?

결국 이 바둑은 백4의 살려나온 수로 승부가 결정 났다. 계속된 양딩신의 집념도 대단했지만 마지막에 반집을 뒤집지는 못했다. 저녁6시 가장 늦게 끝난 이 판을 보면서 10번기 5국을 앞두고 집중력이 돌아 온 느낌을 받았다.

이 날 조한승 박정환도 승리했지만 청두의 이동훈은 신진서가 소속된 산동의 국가소년대 딩스슝(98년생)에게 패했다. 산동은 유망주인 신진서와 딩스슝을 번갈아 기용할 확률이 높은데 4라운드 5월22일 경기에는 신진서가 출전한다. 산동의 홈경기이지만 서브 스폰서 계약을 통해 중국 제일명산인 황산에서 벌어진다고 한다. 홈팀은 자신들의 홈경기를 나름대로 판매할 수 있다. 시안 최철한의 경우엔 팀이 부동산 개발회사인 점 때문에 아파트 모델하우스, 조한승은 아우디 자동차매장에서 시합 한 적도 있다.

▲ 한국의 젊은 소년기사들이 이세돌-양딩신 대국을 연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진서 설현준 한승주. (사진을 못 찍어서 죄송~)

그 이튿날 19일 아침 9시20분. 국가대표실에 가장 먼저 한승주가 나타났다. 훈련시간은 10시부터지만 30분 전에 나오는 것이 습관이 된 듯하다. 아마 전날 밤의 바둑리그 승리(대 김성진)가 그를 더 빨리 나오게 했는지도 모른다. 자랑 할 것이 뻔해(?) 전날 바둑은 모른 척 했다.

9시40분. 신진서 신민준 한태희까지 제법 여러 명이 모이자 전 날 이세돌-양딩신 바둑이 다시 화제가 되었다. (참고도2) 신진서는 백이 기어 나올 때 흑1로 두면 백이 잡혔다고 했다. 맛은 나쁘지만 수가 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설마 맛이 그렇게 나쁜데 아무 수도 안 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 워낙 신진서가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자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 설왕설래했던 신진서의 참고도.

중앙 공간이 넓은 것은 아니니 막상 해볼 만한 변화가 많지는 않다. 그런데 한승주가 백2,4를 발견했다. 이 수를 이해하려면 일단 타이젬 5단 이상의 실력은 되어야 한다. 한 눈에 들어올 만큼 쉬운 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해설하면서 이상하게 느꼈던 백7로 두는 끝내기를 왜 빨리 교환 안할까 하는 점도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백6이 선수가 되어야 8로 끼우는 수가 절묘해 진다. 계속해서 백14까지는 외길로 천지대패가 난다.

과연 이세돌이 이 수를 보고 있었을까? 만약 보고 있었다면 몇 수 전 부터일까. 그는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몰려 있었다. 물론 예전부터 노리고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더 기가 막힌 건 예상치 못한 수를 당하면 누구나 정신이 멍해진다. 더군다나 역전에 성공했다고 생각할 즈음 이런 수를 당한다면 충격이 더 크다.

어차피 수가 나서 진다고 생각했다면 흑1로 두는 것이 양딩신으로서는 당연하다. 그런데 결국 이 바둑을 반집 승부로 만들었으니 상대가 수를 안다고 생각하고 그 와중에 계가까지 해보면서 마지막 1집을 벌어 역전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다.

1분 안에 그 모든 것을 계산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프로인 필자가 묻고 싶을 정도다. 확실한 것은 검토하는 입장에서 시간이 많은 신진서도 못 본 수를 두 기사는 분명 1분 안에 모두 봤다. 냉정하게 그 수를 노리고 있었을 테니 이세돌은 몇 분 더 있었다고 가정한다지만, 불가사의 한 건 정말이지 양딩신이다.

요즘 어린 기사들은 사활 공부에 열심이다. 속기바둑이 많다보니 짧은 시간에 이런 수읽기를 해 내려면 어려운 사활을 풀면서 능력을 키워야 한다. 국가대표를 책임지고 있는 유창혁 감독도 선수들에게 지하철이나 이동 중에도 항상 사활문제를 생각하면서 시간을 아끼라는 말을 해준다. 바둑에서 인간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초일류들의 수읽기 능력을 제대로 본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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