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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vs구리 10번기]

이세돌은 외로울 때 강하다

25일 이세돌-구리 10번기 5국 벌어져

진재호2014-05-23 12: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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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의 분수령인 5국을 맞아 이세돌은 그 어느 때보다 외롭게 처철한 승부를 벌인다.


세기의 대결 이세돌-구리 10번기의 날이 밝았다.

시작 휘슬과 함께 분위기를 휘어잡으며 2-0으로 앞서갈 땐 이세돌의 완승을 꿈꾸었다. 그러나 구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내와 딸을 대동한 3국을 회생의 발판으로 삼고, 신안군에서 치러진 4국에서 급기야 동점타를 날려 2-2로 시리즈를 급박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제 6번기의 첫판이다. 승부의 저울추가 어디로 기울 것인가.

오는 25일 오전10시(한국시간)부터 중국 윈난(雲南)성 샹그릴라(Shangri-La, 香格裏拉(향격리랍))에서 벌어진다. 샹그릴라는 영국 제임스힐튼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 나오는 등장하며 유토피아로 묘사된다. 원래 지명은 중뎬(中甸)이며 티베트어로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

평균고도가 3000미터 이상인 샹그릴라는 상하이에서도 4시간여 비행기를 타야하고 다시 버스로 4시간을 가야 하는, 고산증이 올 지도 모르는 천혜의 오지. 이런 극단적인 곳에서 극단적인 상황으로 심하게 쫓기는 이세돌의 진짜 바둑을 볼 수 있을까.

▲ 점차 긴장감이 극에 달해가는 10번기. 지난 4국 모습.


이제 6번기에서 4승을 거두어야 최후의 승자가 된다. 물론 지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면 3승만 거두면 되지만 이미 양웅은 올만큼 왔다. 달만큼 달아있다. 500만위안(약 8억3000만원)을 나누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4승을 해야만 한다.

10번기는 심리전이다. 2연승으로 앞서다가 2연패를 허용한 이세돌은 최근 구리에게 4연속 패배를 당하고 있다. 초상부동산배 춘란배 10번기 3국,4국까지 이세돌과의 네차례의 대국에서 모두 이기고 있다. 현재 이세돌은 상대전적에서 20승1무21패로 근소하게 구리에게 뒤져 있다. (비공식 전적 09년 남방장성배, 13년 제1회 천신약업배 포함) 지금까지 동갑내기 라이벌로서 한쪽이 4연승을 차지한 예도 없었고 승패 차이도 +3이 가장 많이 벌어진 격차였다. 결과적으로는 10번기가 대등하게 되었지만 심리적으로는 이미 이세돌은 역전을 당한 것.

그러나 이번 5국에서 승리를 가지고 간다면 심리적으로 매우 안정적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5국까지 전반전을 모두 마치고 6국은 오는 7월에 개최된다. 월드컵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10번기가 중단된다. 따라서 1승의 프리미엄을 두달 간 가지고 간다는 점에서 1승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0번기가 점점 진행되면서 서로간의 큰 실수는 점차 사라지고 '반집승부'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서로 큰 기술로 크게 승부가 기우는 경우는 보기 힘들 것이며, 대국이 진행될수록 양 선수 모두 바둑에 대해 완성도가 높아간다는 것이다.

▲ 지난 4국 전야만찬 때의 모습. 이세돌과 구리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특히 4국은 반집 승부를 중반 이후 말미까지 이어오다, 그 반집을 뒤집기 위한 몸부림으로 판을 몇 번씩 뒤집으며 오금을 저리게 만든 명국이었다. 따라서 양웅의 집중력이 대회 후반부를 맞이하면서 정점을 치닫기 때문에 더더욱 체력관리 건강관리 같은 승부외적이 요소가 오히려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체력이라면 이세돌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요인이다. 이번 5국에서는 어떠한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

10번기는 블랙홀이다. 여태까지 모든 대회나 상금은 물론이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쌓아온 양웅의 업적도 이 한번의 10번기 시리즈 성패에 앞서질 못한다. 이제 후반전으로 돌입하는 시점에서는 많은 상황들은 이세돌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그러나 객관적인 정황이 구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것 자제가 또한 구리로서는 부담이다. 3연승을 내달을 기세였지만 오히려 구리에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던 3국을 생각해보면 쉽다.

지난 1국에서는 이세돌의 부인과 딸이 10번기 현장을 찾아서 기운을 북돋았고, 배수의 진을 친 3국에서 구리 역시 부인과 딸이 찾아와 심적 안정을 주었다. 이제는 오로지 혼자다. 승부를 원래 외로웠고 10번기는 경험해보지 못한 외로움과 괴로움이 겹쳐서 온다. 이세돌은 혼자되었을 때 가장 강한 힘이 나온다. 지난 목요일 오전에 꼬박 이틀이 걸리는 천혜의 오지 샹그릴라로 순례자의 맘을 안고 떠났다. 건투를 빈다.

▲ 이세돌의 스승인 권갑룡(좌)이 증도에서 벌어진 4국에도 응원차 내려와서 이세돌의 승리를 기원했다.


동료선후배 기사들의 격려 멘트를 싣는다.

신진서=2대2 동점인 만큼 이세돌 사범님이 승리를 했으면 좋겠다.

송태곤
=구리가 연승중인 것은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이세돌의 컨디션이 나쁜 것 같지도 않아서 연패를 끊을 시기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이세돌이 이겨야 한다.

안성준=구리의 컨디션이 좋은 게 맘에 걸린다. 그러나 중요한 승부일수록 더 강해지는 이세돌이기 때문이 이겨 주리라 믿는다.

김성룡=샹그릴라는 평균고도가 3500미터에 달하는 오지이기 때문에 이동하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린다. 체력과 고산증 등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오히려 이세돌의 진짜 힘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목진석=좋지 않은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시 시작한다는 맘으로 평온한 맘으로 임한다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 평상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다.

윤현석=현재 2승2패지만 구리가 4연승 중이다. 심리적으로는 이미 구리가 많이 앞선다. 그러나 4국에서도 평소 볼 수 없었던 이세돌의 정교함이 나왔고, 당시 컨디션이 별로 좋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5국은 해볼 만한 승부다. 10번기의 분수령이다.

권갑룡=2연승을 달리다 컨디션 조절 실패로 추격을 허용했지만 5국엔 컨디션을 회복했을 것이다. 본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전 국민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멋진 내용을 보여 주리라 확신한다.

타이젬에서는 25일 오전10시부터 '조남철 패밀리'의 막내 이성재의 거침없는 해설로 대망의 10번기 5국을 생중계한다.

Mlily 몽백합 이세돌-구리 10번기는 제한시간이 4시간에 1분 초읽기 5회. 월드컵 기간인 6월을 제외하고는 1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 개최되며 먼저 6승자가 나오면 종료된다.

승자는 우승상금 500만 위안(약 8억 3000만원)을 독식하고, 패자에게는 20만 위안(약 3500만원)이 여비가 지급된다. 단, 최종스코어가 5승5패일 경우 상금을 절반씩 나눈다. 이번 10번기는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을 후원하는 중국의 헝캉가구회사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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