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으로 타이젬 기보 놓아보기를 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이 스마트 폰이다. 방송 대국은 웬만하면 인터넷 중계를 동시에 한다. 그렇다면 스마트 폰으로도 자기 바둑의 중계를 볼 수가 있다.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스마트 폰만 있다면 5초안에 접속할 수 있다. 거기에는 놓아보기 기능이 있다. 마지막 초읽기인데 수상전에 몰렸다고 가정하자 타협해야 할지 아니면 수상전 해야 할지 갈림길에서 40초 초읽기다. 그렇다면 고의적으로 화장실에 가 문을 걸어 잠그고 몇 분 간 놓아보기를 통해 수상전을 해 볼 수 있다. 시대가 변해 굳이 바둑판이 없이도 놓아 볼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일단 규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정말 급한 경우가 있을 것에 대비해 혹시 모르니 물도 안 마셔야 되고 식사도 배탈 염려가 있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이런 점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것 자체가 귀찮아 지는 것이다.
15년 전 대국장 금연제도가 생길 때도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다. 국수의 계보는 골초의 계보라고 할 만큼 담배와 바둑은 떼려야 뗄 수 없었다. 지금은 원로들도 대국장에서 담배 피우는 경우는 없다. 심지어 애연가인 이세돌이 3억짜리 삼성화재배를 두면서 정히 생각이 난다면 복도까지 나와서 담배 한 개비를 태우는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즉, 자신이 가진 제한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원칙에 따라 일시정지 문제도 점심시간 문제와 함께 고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 이세돌-구리 10번기도 스스로 계시기를 작동한다.
▲ 김인-조남철 대국 모습. 이 시절엔 당연히 계시는 계시계가 도와주는 방식이었다.3. 초읽기 문제공식경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초를 읽어주는 계시기다. 자연스레 예선은 기능 초시계. 본선 이상은 사람이 읽는 '구형 초시계'를 사용한다. 항상 누가 초를 읽어 주는데 익숙했던 조훈현은 10년 전쯤엔 예선 대국이 많아지면서 시계를 누르는데 익숙지 않아서 시간패를 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초창기에는 남이 시계를 눌러 주고 읽어 주는 게 편한 세대가 분명이 존재했다.
올해 10번기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이세돌과 구리가 직접 시계를 누른다는 점이었다. TV에서 흔히 보는 계시계는 전문직업인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고 해도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 동안 우리 바둑계는 큰 승부일수록 기록자와 계시원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별 생각 없이 일본바둑이 했던 점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이세돌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그는 일생일대의 승부를 하는 입장에서 바둑외적인 일로 승부에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보다 억울할 일은 없다고 했다. 당연히 시계는 당사자가 눌러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초시계를 대신 눌러주는 시합이 없기 때문에 계시원이 필요 없다. 비근한 예로써 바둑보다 먼저 스포츠의 길을 간 체스의 경우 유치부 아이들도 시계를 스스로 누르며, 상금 30억짜리 세계대회 결승도 스스로 시계를 누른다고 한다.
지난 25일 바둑리그에서 시간패가 나왔다. '아홉에 뒀니, 열에 뒀니' 아직도 왈가왈부 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9억짜리 시합하는 사람도 셀프서비스를 하는 마당에 200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경기에서 '억울한' 스토리가 기사화 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올해 당장 바둑은 전국체전에서 시범종목이 되었다. 앞으로 정식종목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이상해 보이지 않고 선수들이 시합 외적인 부분으로 승부에 영향을 받게 해서도 안 된다. 어떤 분야나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하려면 불편하다. 하지만 프로라면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승부를 공정하게 하기 위해 당분간은 불편을 참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작년 인천실내무도 아시아경기대회 체스 경기 모습. 체스에서는 계시기 작동은 물론 심지어 수순기록도 스스로 한다. 계시기 옆에 필기구와 기록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