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부따]
최초의 유럽 프로 파볼 이야기
미국에 이어 유럽도 자체 입단대회 치러
김성룡프로2014-05-31 17:58:37
▲ 유럽 바둑대회 모습. 이민자가 아닌 순수 유럽인들이 상당수다.
5월 29일 밤 10시쯤 바둑리그를 참관하고 11시에 덕유산으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를 탈 예정이었다. 약속된 장소로 이동하는 중에 스마트 폰으로 타이젬에 접속해서 이리 저리 서핑을 하고 있는데, 대국실에 낯익은 이름 하나가 보였다.
파볼 리지(Pavol Lisy, 슬로바키아, 유럽랭킹 2위). 어릴 적(2008년) 한국으로 유학 온 그를 10판 정도 지도 해 준 적이 있다. 비록 3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파볼은 장래가 촉망되던 학생이었다.
바둑은 이미 끝나 있었다. 파볼의 승리. 그런데 유럽 바둑이 인터넷 중계가 되는 것이 드문 일이어서 수소문을 해보았더니, 유럽 최초의 프로 자격시험 결정판이었다.
2011년 미국은 타이젬의 후원으로 한중일대만을 제외한 국가 중에 처음으로 입단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처음 미국과 유럽을 가 본 프로들은 바둑 팬들의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프로 자격증을 가진 프로는 실력을 불문하고 비용을 지불하며 배우는 미국과는 달리, 실력이 있다면 프로나 아마의 개념을 크게 중요시 하지 않는 유럽에서는 라이센스가 별 효력을 발휘 못하여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 왼쪽이 유럽최초 프로 파볼리지. 사진은 2012년 유럽바둑대회 모습.
그런 차이는 결국 미국이 프로 자격시험(입단대회, Pro Qualification)을 먼저 시작하게 된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 결과 비록 중국계이긴 하지만 미국은 2명의 프로기사를 먼저 배출했다. 미국과 경쟁 구도에 있던 유럽 연합은 선수를 뺏긴 것이 아쉬웠는지 조금 늦게 프로 자격시험(1st European Pro Qualification 2014)을 시작했다.
이민세대가 오래 되고 동양인이 특히 많아 바둑인의 대다수가 아시안 아메리칸인 미국과는 달리 유럽은 동양인의 수가 적어 순수 유러피안의 입단 대회라는 점이 미국과는 달랐다. 시험 참가 자격은 유럽 랭킹을 기준으로 16명에게 참가자격을 주었다.
아직 프로제도가 생긴 다음 문제에 대한 논의가 적었음인지 유럽1인자로 불리 우는 일리야 쉭신은 불참했다. 일리야는 한국에서 프로가 된 스베틀라나 쉭시나(스베타)의 남동생으로 역시 한국에서 프로가 된 샤샤보다도 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유럽의 바둑 인구는 러시아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독일과 프랑스가 뒤따르고 있다.
시합 방식은 토너먼트 패자부활 방식이다. 4승을 하면 가장 먼저 프로가 될 수 있고 1패자들은 패자조에서 한 번의 기회를 더 가져 5승1패가 되면 2번째 프로가 될 수 있다. 총 6라운드의 시합을 2라운드씩 각 지역을 옮겨 다니며 세 번을 나누어 치른다.
1-2라운드는 5월 23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열렸고, 3-4라운드는 장소를 옮겨 5월 29일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렸다. 제한시간은 90분에 초읽기는 캐나디안 식으로 10분에 25수를 두는 룰이다. 이 방식은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서양에서는 이미 사용한지 오래된 룰이다.
16명 토너먼트이다 보니 3라운드가 끝났을 때는 3승자가 2명이 나온다. 결국 4라운드에는 전승자가 한 명이 나오기 때문에 당연히 입단결정국이 나올 수밖에 없다. 파볼은 루마니아 최고수인 코넬버조(Cornel Burzo,유럽랭킹4위)에게 326수 끝에 흑으로 7집반을 승리했다. 6월20일 5-6라운드가 진행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는 갈 필요가 없다. 유럽 최초의 자체 시험을 통과한 프로기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 입단대회 중간 시상식 모습. 프로입단대회도 일반 대회처럼 모두 함께 모여 축하를 해준다.
바둑 내용은 시종 엎치락뒤치락 하였다. 파볼의 흑1부터 축으로 몰아가는 것이 좋았다. 11의 맥을 찾아내며 백을 꼼짝 못하게 한 것이 백미. 결국 이곳에서 승기를 잡은 파볼은 심리적으로 안정된 것인지 후반 역시 흠잡을 곳이 없이 마무리 지었다.
유럽의 아마추어 정상급 수준은 대략 정선에 덤을 주는 치수로 본다. 프로와 두 점엔 세고 정선보다는 조금 약하다. 인터넷을 통한 실전이 늘면서 바둑 수준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젊은 층의 바둑 인구가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번에 프로가 된 파볼 역시 이제 20살이 되었고 비슷한 또래 그룹이 있어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프로제도가 생긴 지 우리는 60년이 되어간다. 일본은 100년을 바라보고 있고 중국도 30년이 되었다. 처음에 우리도 무엇이 있어서 프로제도가 생긴 것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을 보면서 비슷한 실력을 가진 싱가폴과 태국도 프로제도를 만들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진정한 세계대회를 볼 수 있는 날도 오리라. 한국에서 바둑을 배웠던 파볼이 더욱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 앞줄 왼쪽에서 3번째가 파볼. 2008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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