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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부따]

‘공배의 묘수’란 이런 것!

안성준 대국에서 두 번씩이나 등장

김성룡프로2014-07-04 07: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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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판의 바둑에서 가장 희열을 느낄 때가 언제일까. 아마도 묘수를 터뜨렸을 때가 아닐까 싶다. 사진은 세계대회의 한 장면.


한판의 바둑을 대할 때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가장 희열을 느끼시는가? 개인에 따라 혹은 기력에 따라 약간 달라지겠지만, 대개의 아마추어들은 대마를 확실히 잡는 길이 보였을 때가 아닐까 싶다. 물론 계가에 자신이 있는 고수라면 '반집'이기는 길이 보일 때가 야릇한 가슴 떨림을 겸하여 희열을 느낄 때도 있다.

묘수는 어떨까. 바둑에서만 아니라 시사용어로도 자주 쓰이는 '묘수'. 아직까지 수 천판을 두었어도 묘수 한번 두어본 적이 없는 묘수, 어쩌면 묘수인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묘수는 더러 있었을 것이다. 만약 묘수를 알고 두었다면 그 희열의 절대치는 수년 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클 것이다.

"그런 묘수가 다 있나?" 많은 유저들도 경험이 있을 이 한마디는 통상 기원경험이 있는 중년의 팬들이라면 늘 들어왔고 해왔던 레파토리. 문제는 좋은 수를 둘 때 보다 주로 상대가 '떡수'를 두었을 때 사용빈도가 높아 대개는 상대의 약 올리는 경우가 많다. 조(훈현)국수님도 실수를 하면 "내가 미쳤구나!" 라고 혼잣말을 말을 많이 하는데, 보통 상대가 잘못 둔 것을 비꼬는 경우가 많았다.

진짜 '묘수'를 말한다. 묘수를 굳이 분류하자면 1선 묘수, 사활 묘수, 찝는 묘수, 수상전의 묘수 등 다양하다. 그러나 드물지만 공배의 묘수라는 것도 있다. 3패 빅 보다 4패 빅이 나오기 어렵고, 장생만큼 드문 것은 아니지만 공배의 묘수도 굉장히 드물게 나온다. 생각해보라. 마지막 끝내기도 1집 짜리인데, 중반에서 한집도 생기지 않는 희한한 공배를 두어서 묘수가 된다?

장생이 작년 바둑리그에 나오면서 큰 뉴스가 된 적이 있다. 그 당사자 중 한 명인 안성준이 장생에 이어 공배의 묘수를 두면서, 그것도 한판에 두 번을 보여 주며, 승리하는 진기록을 또 한 번 작성했다.

▲ 바둑리그에서 만난 이호범-안성준. 안성준이 우변에서 큰 위기를 맞았지만, 진기명기에 나올 법한 두 차례 '공배의 묘수'로 짜릿한 승리를 안았다.


지난달 29일 SK엔크린-신인천일염 6라운드. SK 최규병감독은 이 시합의 중요성을 선수들에게 각인시키려는 것이지 시합 2일 전 선수들을 소집해 거하게 회식을 했다. 우연히 필자도 합류하게 되었는데 최감독은 이 자리에서 오더가 좀 아쉽다는 얘기를 수차례 했다. '슈퍼팬더' 민상연이 이세돌을 이긴다는 계산이 없었기 때문에 나온 얘기지만, 필자도 4년 째 감독을 하면서 느낀 점은 바둑리그가 감독 마음처럼 되는 경우는 1위를 할 때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각설하고-.

1-1에서 맞이한 둘째 날. 안성준 대국은 SK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한판이었다. 지명도나 랭킹 모두 앞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인 이호범은 같은 도장 출신으로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인지 초반부터 바둑은 냉정을 잃고 뜨겁게 달아올랐다. 중반부터 힘으로 찍어 누르려는 안성준을 이호범은 살살 약 올리고 피하면서 승기를 잡는 듯 했다.


<장면도1> 안성준(흑)-이호범(백). 백1은 A로 나오는 수와 B로 잡으러 가는 수를 맛보기로 충분하다는 뜻. 이 바둑 최대 위기를 맞이한 흑. 하지만 흑2로 공배를 메우는 수가 묘수가 되었다. 이 수는 백이 A로 나오면 2로 둔 수가 도움이 되어 촉촉수로 잡을 수 있다. B로 흑을 잡으러 가도 2로 공배를 메운 수에 의해 C가 선수가 되면서 산다. 첫 번째 공배의 묘수가 위기의 안성준을 살렸다.

실수 했지만 바둑은 그래도 백이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냉정을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찾느냐 인데, 이호범은 부족함을 드러냈다. 종반으로 갈수록 흑의 우세로 변해간 바둑이 이호범에게는 천금 같은 마지막 찬스가 다시 생긴 줄 알았다.


<장면도2> 백1로 어떻게든 패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 같이 보였기 때문. 이 장면은 흑의 뒷 공배가 많지 않아 패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흑2가 두 번째 공배의 묘수다. 촉촉수가 걸리기 때문에 백은 3으로 둬야 한다. 그 때 흑4로 단수 치면 6으로 들어가는 패가 있어 양패로 살 수 있다.

안성준의 묘수는 누가 봐도 좋은 수라고 할 만한 묘수다. 여기서 문득 어릴 적 보았던 공배의 묘수 하나가 생각났다. 고전 중에 고전으로 불리는 묘수인데 1812년 일본에서 벌어진 바둑에서 나왔다.

당시 본인방(本因坊) 가문의 장문인 겐죠오(元丈. 본인방 죠와(丈和)의 스승) 대 야스이(安井) 가문의 후계자 야스이지도쿠(安井知得 흑)의 대국. 한 살(겐죠오가 1년 연상) 차이인 두 기사는 평생의 라이벌이면서 기력도야의 상대방으로 인식하며 평생 72차례의 많은 시합을 했다고 전해진다. 상대에 대한 존중으로 명인이 되기를 서로 포기해 8단에서 생을 마쳤다. "명인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장면도3> 바로 흑1이 공배의 묘수라고 불리는 한 수. 중앙에 떠 있는 흑 돌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어떤 수를 둘까 고민하던 차에 나온 한 수다. 그 곳을 굳이 두지 않아도 사실 흑이 끊어지지 않는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볼 때 사활에 대한 찜찜함을 막겠다는 의도가 강하고 덤이 없다는 점이 흑에게 약간의 여유를 주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가. 공배의 묘수, 이해가 되는가?

야스이지도쿠(安井知得)의 한 수는 예전 표현 그대로 한다면 불가해(不可解)의 한 수다. 지금 이 수에 대해 재평가를 내리자고 한다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당대 최고수들의 시합에서 상대가 인정한 한 수라면 더 이상 이견을 말 한다는 것은 이상하다. 묘수는 바둑을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과 즐거움을 준다.


▲ '공배의 묘수'로 유명했던 야스이지도쿠(安井知得) 전집. 
(사진출처=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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