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타]
그녀가 가면 길이 된다
국제바둑연맹(IGF) 사무국장으로서의 첫발 디딘 이하진
진재호2014-07-09 01:09:58
▲ 프로기사에서 바둑행정가로 변신한 국제바둑
연맹(IGF) 사무국장 이하진.(사진협조=한국기원)
한민족 문화유산의 보고(寶庫)이자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에서는 세계 54개국 바둑인이 참가하는 바둑한마당 세계아마바둑선수권 경주대회가 한참 열기를 더하고 있다. 세계 속의 스포츠바둑의 이미지를 심고 나아가 한국바둑과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만방에 알리는 큰 축전이 되고 있는 것.
이 대회는 과거 일본에서 30여 년간 줄곧 개최해왔던 세계대회로 프로 아마 대회를 통 털어도 가장 오래된 연조를 자랑하는 권위 있는 대회. 그동안 위상이 그리 크지 않았던 국제바둑연맹(International Go Federation. 약칭 IGF)을 통하여 한중일이 세계바둑행정을 단일화하고 국제사회에서 한목소리를 내기 위한 대회 기구로 IGF가 재조명되기에 이르렀다.
IGF는 세계 최대 바둑단체로 현재 회원이 74개국에 이른다. IGF가 주최하는 세계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 경주대회의 실무총책임자가 바로 IGF 신임 사무국장 이하진(26) 프로다. 이하진이 대전 우송대 솔브릿지국제경영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서, 차기 IGF 사무국장에 내락되었다는 소식은 꼭 1년 전 타이젬 뉴스에서 이미 전한 바 있다. 그때보다 한참 노련하고 자신감이 붙은 이하진을 경주대회 현장에서 만나본다.
▲ 세계아마바둑선수권에서 유창한 영어로 대회
규칙을 설명하고 있는 이하진.
7월1일부터 정식 IGF 사무국장이 된 소감은?
어제(5일) 날짜로 IGF 총회에서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가 신임 IGF 회장에 취임하게 되었으니 저는 6일 이후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되는 셈이에요. 양재호 총장은 IGF사무총장이 되며 전 그 아래인 IGF 사무국장입니다. 공식 임기는 2년이지만 연임을 하게 될 수도 있어요. 처음엔 기쁘기도 했지만 지금은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작년부터 한국기원 사무국에서 일했는데, 1년 동안 중점적으로 한 일은?
작년 8월 학교를 졸업하고 9월부터 사무국에서 일했어요. 한국기원에는 관련문서가 참 많더군요. 가장 중점적으로는 IGF 관련 문서를 탐독했고, 가끔 해외출장도 다녔죠. 경주대회는 IGF 사무국장으로 데뷔하는 무대죠. 작년 10월부터 완벽한 대회를 위해 준비상황 점검, 주요참가국 접촉, 또 경주시와의 업무 협조 등 별로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몹시 바빴네요.
IGF 행사가 이 대회 말고도 많이 있나?
작년 7월 폴란드 유럽바둑콩그레스를 다녀왔고, 8월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바로 이 세계선수권대회를 다녀왔어요. 또 11월 일본 페어대회, 12월 중국 베이징 스포츠어코드대회를 잇달아 참관했습니다. 올해도 필리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의에 서대원 아시아바둑연맹(AGF) 회장님을 수행하기도 했어요. 주로 바둑의 세계화를 주창하는 것이 IGF의 목적이니까 외국과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견문도 넓히고 인맥도 넓히는 일을 했죠. 월급은 어디서 나오는가? IGF에서 사무국장 월급과 출장비는 꼬박꼬박 나옵니다(웃음).
전야제에 많은 VIP가 왔던데, 다들 구면인가?
거의 다 이젠 뵈었던 분인데 딱 두 분이 처음 뵌 분이었어요. 고 잉창치 선생님의 아들이자 응씨배기금 이사장인 잉밍하오 선생과 한국기원 홍석현 총재는 오늘 처음 뵈었어요. 잉씨는 영어로 인사말도 나누었어요.
▲ 대회심판위원인 조훈현 박승철 남치형 이하진.
▲ 원활한 대회진행을 위해서 도 이하진은 동분서주.
1년여 동안 사무국에서 일해 본 소감은?
현재의 IGF는 조직적인 틀이 잘 잡혀있어 살아있는 느낌이랄까, 이사회 내부의 역할 분담도 확실하고, 한중일이 국제적인 일은 IGF를 활용 하자는 분위기에요. 국제적인 일은 차츰 차츰 해야지 한 번에 되는 게 아니더군요. 특히 바둑은 오랫동안 한중일 각국이 나름대로의 갈래가 있어서 오래 기다리는 것이 더 좋더군요. 30여 년 간 일본이 해온 세계바둑의 파수꾼 역할을 고마워해야 한다고 새삼 느꼈어요.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바둑의 세계화를 30년전부터 초석을 닦았으니까요.
경주대회는 IGF 주최로 한국에서 처음인데 기존행사와 다른 점은 있었나?
네. 있었어요. 그 전에는 세계대회를 한국 중심으로 했어요. 손님들을 모셔놓고서 지극히 한국중심으로 했다는 것이죠. 올해부터는 의전행사부터 국제식으로 치르는 등 초대받은 그들이 생소하지 않도록 변화된 것이 특징이죠. 이를 테면 전야제 행사도 갖출 것 다 갖추면서도 굉장히 간소해졌죠. 과거엔 우리가 바둑대회를 하는데 손님 몇 분을 초대했다면 지금은 그들처럼 국제적인 트렌드로 변화했다는 것이겠죠.
2년 임기 이후의 모습은 어떠할까?
의장국이 바뀐다고 해서 IGF 사무국장도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일단 연임 가능성이 있어요. 또 한국기원 사무국에서 일할 가능성도 있고, 또 하나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계속할 수도 있겠죠. 아예 다른 길을 또 갈 수도 있겠네요. 제가 학부에서는 금융을 전공했어요.
앞으로 행정가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팁을 준다면?
경험도 일천한 사람이 그런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추천할 만한 일이라는 겁니다. 저 같은 케이스는 바둑을 어린 나이부터 전공했기 때문에 바둑기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베이스가 있어요. 바둑을 전공한 이가 바둑행정가가 되기에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여타 스포츠 단체에서도 선수출신 행정가를 선호하는 입장이죠. 행정도 연속성이 있어야 하니까요. 일단 꿈이 있으면 대학을 가야 합니다. 행정일이라는 것은 바둑기술이 아니라 외교 비즈니스라서 다양한 지식을 갖추어야 하거든요.
▲ 호주바둑협회부회장 겸 IGF 이사인 네빌스마이스와 미국바둑협회장 앤드류오쿤과 환담하는 이하진.
자신이 자라서 배우고 익혀서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것이 제1의 인생이라면, 자신만의 오랜 정체성을 또 다시 발견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 흔히 제2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고시패스보다 어렵다는 프로의 길을 완성했고, 잠시 접어두었던 '가지 않은 길'을 또 다시 가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스물여섯 아가씨 이하진의 용기는 또 성공을 불렀다. 국제바둑연맹 사무국장으로 제2의 바둑 인생을 걷는 그녀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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