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리그]
류민형, '퓨처스라고 얕보지 마세요!'
티브로드, 화성시에 2:0 리드
KB리그운영본부2014-07-11 10:03:38
▲ 티브로드 퓨처스리거 류민형이 변상일이 쳐놓은 덫을 뚫고 기어이 대마를 살려냈다. 승부도 그것으로 끝.
변상일이 노리고 노리던 상변 흑대마를 마침내 치중해 잡으러 가자 목진석 해설위원은 "아무래도 살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재밌는 것은 변상일이 칼을 뽑기 직전 좌변을 사전공작할 때의 손놀림. 얼핏 봐선 초읽기에 몰려 황급히 갖다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이 돌들 하나 하나가 모두 대마를 포획하기 위한 그물에 해당하는 수들이어서 방송에선 "연극으로 치면 주연배우감"이라는 농담이 오가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이 장면에서 류민형의 태도였다. 대마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도 괴로워 하는 기색은 커녕 패배를 각오한 사람처럼 표정이 담담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가일수하다간 지니까 버텨본 것 아닐까요?" 김만수 해설위원의 말은 이 바둑이 곧 변상일의 승리로 끝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웬걸, 이후 대마의 사활을 둘러싼 수읽기 공방이 절정에 달했을 때 얼굴을 붉힌 쪽은 류민형이 아니라 변상일이었다. 변상일은 나름대로 교묘하게 덫을 치고 대마를 잡으러 간 것이지만, 내심 그렇게 오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은 류민형이었다. 변상일이 어설픈 초보 배우였다면 류민형이야 말로 진짜 노련한 주연배우였던 것이다.
▲ 도장 선후배의 엇갈린 명암. 이 판의 배배로 변상일은 최근 4연패와 더불어 1승5패라는 최악의 부진에 빠졌고 류민형은 KB리그에 세 번 출전해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퓨처스리거 가운데 최초로 3승 고지를 밟았다.
돌을 거두기 전 자신의 실패를 깨달았을 때 변상일의 눈은 이미 물기로 가득해 있었다. 이것을 야속한 TV카메라가 놓치지 않고 있을 때 다음의 멘트가 방송을 탔다.
"주연과 조연이 바뀌었네요. 류민형 선수 무섭습니다."(김지명)
"저는 류민형 선수가 무서운 게 아니라 바둑이 무섭습니다."(목진석)
3승3패의 티브로드와 2승4패의 화성시코리요가 전반기 마지막 라운드에서 만났다. 지난 6라운드까지의 순위는 티브로드가 4위이고 화성시코리요는 최하위(8위). 하지만 1위와 꼴찌가 단 2경기 차이에 불과한 데다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전체 순위가 요동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의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이보다는 중반라운드가 본격화된 시점에서 팀 전력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데, 그 점에서 양 팀은 이번 라운드에 부진한 주전 대신 과감히 퓨처스리거를 출전시키는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주에 이어 연속해서 경기를 치르는 화성시는 1승5패로 부진한 3지명 류수항 대신 퓨처스리그에서 5승1패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박진솔의 출전이 어느 정도 예고된 상태였다. 하지만 티브로드가 4지명 이동훈과 5지명 안조영을 모두 빼고 류민형과 박민규, 두 명의 퓨처스리거를 등판시킨 것은 파격에 가까운 승부수. 그만큼 티브로드도 현 상황을 위기로 보고 있다는 방증인데, 첫날 류민형이 상대 2지명을 잡는 수훈을 세우면서 이상훈 감독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티브로드가 2-0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양 팀은 둘째날 승부를 결정짓는 3~5국을 속행한다. 대진은 박민규-박진솔, 김승재-최철한, 박정환-김성진(이상 앞이 티브로드). 박민규와 박진솔은 둘 다 KB리그 첫 출전이며, 박정환과 김성진은 이번이 첫 대결이다.
▲ 둘째날 4,5국에 양 팀 주장이 엇갈려 출전하는 상황에서 첫날의 승부가 중요했다. 결과는 티브로드가 1국(왼쪽. 강유택)과 2국(류민형)을 모두 가져가는 개가를 올렸다.
<제1국> 강유택-진시영. 랭킹이나 올해 성적, 상대 전적(2승2패) 등 모든 면에서 비슷한 두 사람. 강유택이 초반의 우위를 지키며 승리했다.
<제2국> 변상일-류민형. 직전 경기에서 조한승에게 좋은 바둑을 놓친 변상일. 이 판에서도 중반 좋았던 흐름이 하변에서 크게 당하면서 대마를 잡아야 이기는 상황으로 몰렸다.
▲ 퓨처스리그에서 5승1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티브로드팀. 류민형, 박민규, 윤찬희 3명이 모두 4승2패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류수항과 김현찬, 두 락스타리거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 2지명 변상일과 3지명 류수항의 동반 부진이라는 악재를 만난 화성시. 그 점에서 KB리그 첫 출전인 박진솔이 돌파구를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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