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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부따]

열전! 삼성화재배 1주일 리뷰

삼성화재배 통합예선 1주일간을 관전하며

김성룡프로2014-08-07 15: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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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첫 주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이 벌어졌다. 

매년 8월 첫째 주는 삼성화재 통합예선 주간이다. 바둑계 최초로 아마추어와 제3세계 바둑인도 참여할 수 있게 한 오픈대회인 까닭에, 362명이나 출전했던 1주일간의 대결의 장은 프로나 아마추어 강자들 모두에게 축제의 기간이다. 각국의 낯선 프로들의 이름과 얼굴을 직접 대조대비해볼 수도 있고, 시니어부와 여자부 월드조 등 꼭 일류들이 아니라도 누구나 본선의 꿈을 가질 수 있다. 축제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본다.

여자조를 외면한 셰이민
8월의 첫날 이른바 새끼조라 불리는 운이 없는 사람들의 날이다. 예전 같이 한판마다 대국료가 있다면 그런대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지만 대국료가 없는 요즘엔 그저 운이 없을 뿐이다. 대진표를 보았더니 일본 여류 셰이민이 있다. 그런데 여자조가 아닌 남자들이 참가하는 일반조에 떡 하니 명패가 있는 것이 아닌가. 루이나이웨이라든지 최정이 일반조에 있다면 '한번 해보자'는 의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여자조에 나와도 본선가능성이 10% 미만인 그녀가 남자조라니.

셰이민은 대만 출신으로 일본기원 소속이다. 1년에 돈으로 2억을 벌어 남녀 통틀어 일본에서는 최근 7-8년간 랭킹10위안에 항상 든다. 여자 대회를 우승하면 항상 기모노 입은 모습으로 우승 트로피를 받는 그녀를 보고 대만은 우리랑 정서가 많이 다른 게 아닌가 생각해보곤 했다. 최정이 만약 일본에서 프로생활을 하면서 우승을 했다고 기모노를 입었다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녀가 일반조에 참가하게 된 것은 알고 보니 일본기원의 행정 착오였다나. 첫판은 승리했지만 역시 남자의 벽은 높았다.

▲ 쎄이민

▲ 최영찬 최규병 부자.

최부자집 이야기
삼성화재배 예선은 일정이 길다보니 토 일요일 경기가 포함되어 있다. 월요일 3회전 경기를 치르기로 되어 있는 최규병은 다음 날 지지옥션배 시합이 관계로 일요일에 경기를 했다. 그는 며칠 전 시니어클래식에서 우승한 기대치에 힘입어 시니어조의 강력한 본선후보로 꼽혔다. 그가 속한 조는 고마쓰히데키 위빈 서봉수 등이 모여 있어 '죽음의 조'로 꼽힐 정도.

최규병의 상대는 오야고이치. '도쿄지하철' 고바야시고이치의 수제자로 만만치 않은 상대. 그런데 이 날 대국장엔 묘한 그림이 그려졌다. 최규병의 옆자리엔 LG배 우승경력의 장웨이제와 마주앉은 이가 바로 아들 최영찬이다. 아버지 옆도 아니고 아버지 맞은편에 아들이 앉아 있으니 자기 바둑이 눈에 들어 올 리가 없다.

그래서일까? 먼저 패한 건 아들 최영찬. 마침 아버지는 마지막 초읽기 몰려 있어 아들에겐 아버지의 레이저 눈길을 피한 것만도 다행이다. 아버지의 바둑은 반집 승부. 암만 계산해도 반집 패배의 냄새가 짙다.

최영찬에게 "아버지 졌지?" 하자 "제 바둑만 쳐다보더니 에이!" 아버지가 반집 진 것이 자신의 탓인 것 마냥 아파했다. 느낌이 참 묘하다. '영찬아! 그런 말은 아버지가 할 말이야. 빨리 진 네가 할 말이 절대 아니란다.' 최규병은 이날 반집패 충격 때문인지 다음날 지지옥션까지 패배가 이어졌다.

▲ 박창명(승)-커제. 무명 박창명은 갑조리그 11전승을 달리는 거함 커제를 꺾는 기엽을 토했지만 멍타이링에게 패했다.

박창명, 세상을 놀라게 할 뻔 했다
박창명. 생소한 이름이다. 신진서 같은 기대주는 절대 아니다. 올 초 힘들게 입단하기로는 누구보다 더했지만 서른에 입단한 김남훈 때문에 입단한 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프로로서의 존재감은 거의 0%.

얼마 전 한국기원에서 오랜만에 필자에게 인사 한답시고 한 말이 "사범님 요즘 어떻게 사세요?" 순간 멍 했다. '창명아! 이런 말은 보통 삼촌뻘인 내가 너에게 할 말이거든.(이 글 꼭 봐라~)' '아, 얘 원래 4차원이지^^' 그래서 한 말이 '네 덕분에 먹고는 산다.'

3일(3회전) 그의 상대는 커제. 중국에서는 '불패소년'이다. 어릴 적 이창호, 이세돌 두 기사에게만 붙여졌던 최고 신예들의 수식어다. 이미 타이젬에서는 박정환급 대우를 받고 있던 그는 올해 폭발했다. 전반기 중국리그 11전 전승을 기록한 것. 단일 시즌 중국리그 연승 최고기록은 왕레이의 15연승이고 다년 간 최고기록은 이세돌의 19연승이다. 과연 이 기록에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중국에서는 10번기 결과 못지않게 큰 관심사다.

박창명과 커제의 경기는 커제의 일방적 우세를 점치기 어렵지 않다. 이 바둑이 인터넷 중계가 되면서 999배당이 이뤄졌는데, 1.1 배당이라도 받겠다고 커제에게 배팅한 사람에겐 '거지 되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말을 박창명이 만들어 준 하루였다.

초반부터 커제를 망가뜨리더니 완승. 탄샤오를 이겨 데일리 베스트에 꼽힐 이원영의 승리가 순식간에 묻혔다. 삼성화재배 예선 최고의 반전드라마였다. 끝나고 잘했다고 칭찬하자, '그런 인사 받을만한 일인가' 하는 생뚱맞은 표정. 아쉽게도 그는 예선 결승에서 패했다. 하지만 존재감 0%에서 넌 나만큼 유명해 졌어.

▲ 미위팅-나현(승). 그러나 나현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나현, 폭발할 듯 말 듯
5일(4회전) 이 날 최고의 빅카드는 단연 한국1위 나현과 중국4위 미위팅의 대결. 나현의 랭킹점수는 9400점대 반면 미위팅의 한국랭킹 환산점수는 9800점대다. 400점 차이의 대결은 배팅으로 치면 78대22 정도의 차이다. 막상 나현과 미위팅이 그 정도 차이일까 여기겠지만, 비근한 예로 나현과 필자의 차이만큼 벌어져있다. 필자가 나현과 10판을 두면 2판을 이길 수 있을까? 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배팅 막대기가 과연 어떻게 될 지 자못 궁금하다.

이런 일이 있었다. 국가대표 전지훈련 기간 식사 자리에서 나현이 "400점 차이면 어떻게 10판중에 두 판 밖에 못 이기냐"고 하자, 옆에 있던 김지석은 "그럼 (박)정환이에게 너 10판 중에 두 판 확실히 이길 수 있어"라고 말에 나현은 묵묵부답이었다. 순간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는지 묘한 정적이 감돈 적이 있다.

나현은 아직도 본인의 잠재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끝내 불발탄이 된다면 현재 데이터 상으로는 미위팅이 백번 앞선다. 자기보다 한 살 어리다는 점이 나현으로서는 정말이지 지기 싫은 한 판이다. 한국에서는 동생보다 못하다는 얘기를 아직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지만 미위팅 뿐만이 아닌 여러 중국기사와만 비교해도 부족함이 들어난다.

미위팅은 '총알 탄 사나이' 탄샤오 저리 가라 할 만큼 LTE로 두더니 나현 존(zone)이라고 불리는, 두터우면서 미세한, 바둑에 결국 걸려들었다. 시간은 25분이 남았지만 해볼 곳이 없다. 나현 승. 이쯤 되면 기세를 타서 다음 판은 보너스로 봐야 하지만, 예선 결승에서 무명인 옌환에게 패했다. 하루 사이에 냉온탕을 왔다갔다 한 것이다. 2%로 부족함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정말 아쉽다.

▲ 중국에서 최근 10대 입단자가 대거 늘어났다. 사진은 항저우바둑학교 출신 입단자들 기념촬영.


충격! 중국 입단대회
한중국가대표과 저녁 식사가 마련되었다. 자연스레 서로 간에 국가대표 운영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던 중 7월25일 끝난 중국 입단대회 얘기가 나왔다. 중국은 2000년 이후 7회 입단대회 개정을 통해 어린 유망주 발굴에 나섰다고 한다. 초기엔 대학입학 가산점이 목적(중국은 프로에게 대학 입학 가산점을 준다)인 프로 준비생들이 많았다. 그러던 것이 바둑 붐과 함께 전문도장이 생겨나면서 치열해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나이 많은 아마추어가 10대 소년들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가 10년 전 먼저 경험한 일반인이 연구생을 이기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된 것.

중국은 남자 20명 여자 5명의 새로운 프로가 매년 등장하며 7월에 프로들의 승단대회와 함께 입단대회가 같이 열린다. 중국은 다시 어린 유망주의 경쟁이 치열해 졌다. 같이 식사한 국가소년대 감독 황이중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이번 입단대회를 통해 대부분 1998년생 이하가 프로가 되었는데 특히 2000년생 4명과 2001년생 1명, 2002년생도 1명이 입단에 성공했다고 했다. 특히 2002년생은 전체 6위로 입단했다고 하니 그 놀라움은 더했다. 2002년생은 우리 나이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이다. 그들은 우리처럼 어드밴티지 성격의 영재입단대회나 가산점을 받아서 입단한 것이 아닌 똑같은 조건에서 프로가 된 것이다. 기존 7명 포함 중국은 11명의 2000년생과 2001년 1명 2002년 1명 등 '2000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8월 영재 입단대회를 통해 우리는 신진서 포함 총 3명의 ‘2000후’가 만들어진다. 숫자로 중국을 이기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하지만 영재 확대 등을 통해 최소한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야 한다. 10년이 지난 후 "신(臣)에게는 아직 12척의…"라고 말한 이순신 장군의 비장한 한마디를 또 듣지 않길 바랄 뿐이다.

▲ 한중 2000년생 프로. 한국의 신진서와 중국의 리웨이칭.

▲ 강승민 김윤영 이원영

아쉽다! 삼성화재배
6일 최종예선이 벌어지던 날. 이제 마지막 5번째의 시합에서 승리해야만 본선 32강에 진출 할 수 있다. 1주일 간 고생 고생해서 최종전에 올라 탈락하면 비행기 삯 호텔비와 식비 포함 150만원의 경비가 사라진다. 예선 결승에 탈락하면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필자가 지켜보면서 한탄이 절로 나오게 된 것은 그 많은 우리 선수들의 바둑 중 유리한 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후 5시가 넘자 패자들이 속출한다. 대다수가 우리 선수다. 7월 중순 처음 예선 대진표를 보면서 안성준 김정현 한태희 3명은 1만 원 짜리 내기를 했다. 총 19개의 예선 토너먼트에서 본선에 올라가는 선수 이름을 가장 많이 맞히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 최종 결과는 김정현이 무려 10명의 본선진출자를 맞췄다. 안성준과 한태희는 9명을 맞췄는데 1명의 차이는 나현이 속한 조에서 유일하게 김정현이 옌환의 본선진출을 맞춘 것.

저녁 7시 타이젬 관계자들과 함께 중국 기사들은 한국기원 근처 고깃집에서 서울에서의 마지막 밤을 자축했다. 중국의 우승 후보들을 나름 우리 신예들이 각개격파 했지만, 워낙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데는 당할 재간이 없다.

예선시작 전 인터뷰에서 한국 5명 본선 진출을 나름 보수적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똑같은 결과에 이렇게 허탈할 수가 없다. 다행히 김윤영이 여자기사의 체면을 세워줬고 강동윤이 장웨이제에게 승리한 것이 컸다. 이원영 김승재 강승민도 축하해 주고 싶다.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또 한 번 느낄 수 있는 8월말 32강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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