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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하이라이트/지나친 오기가 자초한 역전패

8강전 하이라이트 ③

tygem2003-10-17 10: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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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왜 그랬는지 나도 몰라~. 참지 못해 망했어…."
종종 지나친 오기와 반발로 평지풍파를 불러 좋은 바둑을 버리곤 했던 조훈현 9단이 평소 되뇌이던 말이다. 그런데, 이번 8강전에서 그 특유의 고질병 때문에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이창호·이세돌이 탈락한 가운데 또다시 그가 한국바둑의 보루가 된 상황에서 벌어진 사고이기에 그 아쉬움이 더욱 컸다.
반면, 조치훈 9단은 지난 16강전에 이어 또한번 막판 상대 실수로 역전승하는 행운을 의 안으며 오랜만에 세계무대 4강에 올랐다.

[제8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조훈현 9단(한국) ●조치훈 9단(일본)
(2003. 10. 16, 207수 끝, 흑 불계승)



장면(조훈현의 '미친 수' 폭발)

초반 고전하던 조훈현 9단(백)이 상변전투에서 큰 성과를 올려 형세역전에 성공한 장면. 그런데, 백의 낙승이 점쳐질 무렵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는데….

흑1의 가벼운 선수활용에 백2로 발끈하면서 반상에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백2는 조훈현 특유의 오기와 저항정신을 드러내는 강수였으나, 결과적으로 평지풍파를 자초한 패착이었다. 그의 자탄처럼 '미친 수'라고 할까.

가뜩이나 꼬투리를 찾고 있던 조치훈 9단으로선 고마울 뿐이다. 흑3·5로 강력히 버티니 백 곤란!


참고도1(무난한 백승코스)


흑1에 백2로 받아주었으면 무난한 백승. 이랬으면 이제는 흑▲가 준동해도 좌변 백이 자체로 안전하므로 이후 실전처럼 고초를 겪을 일이 없었다.

검토실의 이창호 9단과 박영훈 4단은 '백의 낙승'을 예견한 채 이미 검토를 파한 상황이었다. 국후 조9단이 가장 먼저 후회한 수도 바로 이 수였다.



실전진행1(당황한 조훈현)


백1로 끊어 천지대패가 났다. 이 무렵 조훈현 9단은 근본적인 착각을 하고 있었다.

하변 흑대마 쪽에 팻감이 많아 흑이 안된다고 생각한 것. 그런데, 조치훈 9단이 흑10으로 패를 해소하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팻감으로 쓴 하변 대마를 선뜻 잡지 못한 채 돌연 장고에 빠져들었다. 왜일까?



참고도2(조훈현의 착각)


조훈현 9단은 패의 대가로 하변 흑대마만 잡으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바로 착각이었다.

좌변에서 백이 보태준 손해가 클 뿐더러 흑2라는 후속수단까지 있는 것 아닌가. (A와 B가 맞보기) 흑▲가 살아가는 날이면 백○들이 결딴나므로 백이 안된다.



실전진행2(조치훈의 역전타 작렬)


한참을 고민하던 조훈현 9단, 백1로 상변의 뒷맛을 미봉한 채 황급히 백5로 손을 돌려 대마를 잡고 본다. 그리하여 사태가 수습되는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조치훈 9단의 손에서 흑12가 떨어지고, 그 순간 현지 검토실은 탄식 소리가 가득찼다. 마침내 결정타가 터진 것이다.



참고도3(백, 파탄)


백1로 받을 수 없는 것이 백의 비극. 흑2로 나가는 순간 상변과 좌변 백이 분단되며 바둑이 끝난다.
백의 마지막 저항은 상변 흑과의 수상전인데, 흑●가 선수로 수를 늘리는 구실을 하고 있어 백의 수부족.



실전진행3(백, 역전승)


흑4로 우상귀가 뭉텅 떨어져서는 흑이 반면 10집 이상 앞서는 형세가 되고 말았다.
이후 조훈현 9단은 옆 자리의 이세돌 9단마저 진 걸 알고는 처절하게 버텼으나, 얼마 못가 돌을 거두고 말았다.

집념과 투혼의 승부사 조치훈이 드디어 '대 조훈현 7연패'의 수렁에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국후 간단히 복기를 하는 조치훈 9단은 다소 미안한 듯 겸연쩍어 하는 표정이었고, 잔뜩 상기된 조훈현 9단은 역전패의 분이 가시지 않은 듯 어이없어 하고 있었다.



참고도4(조훈현의 불운)


국후 조훈현 9단이 후회한 수 또 한가지.
미리 백□가 놓여있었다면 흑▲가 살아가도 상변 백이 완생이므로 상황이 크게 다를 수 있었다. (백□로 젖히면 흑은 ■로 받는 것이 정수).
이 수는 사실 언제든지 백이 선수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타이밍이 맞지 않은 걸 보면 이날 만큼은 '귀신이 돕는 승부사' 조훈현 9단에게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이리라.

"(삼성화재배를) 2연패한 걸로 충분하지…" 대국장을 나서는 조훈현 9단이 쓸쓸히 되뇌인 말이다.

부산=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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