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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연승소녀에서 여제(女帝)로

제5회 궁륭산병성배우승 차지한 최정 인터뷰

진재호2014-09-17 15: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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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륭산병성배 결승 루이-최정(승) 대국 모습. 이 경기에서 최정이 승리하며 세계바둑퀸에 올랐다.

18세 최정과 51세 루이나이웨이의 혈전-. 세계유일의 여자세계선수권 궁륭산병성배 우승컵을 놓고 난산의 고통을 인내하고 있었다. 엎치락뒤치락하길 수차례. 진통을 시작한 지 5시간30분을 넘기면서 자그마한 루이의 한마디가 들려온다. '(최)정아, 축하한다!'

신 여제(女帝)의 대관식은 끝났다. 세계선수권을 언제 차지해도 차지할 것이라는 믿음만은 가득했던 최정이 마침내 노회한 중국의 철녀 루이를 밀어내고 신 여제에 올랐다. 입단 4년 4개월만이다. 한국 여자기사로는 박지은 윤영선에 이어 세 번째 쾌거다.

궁륭산병성배에서만 보더라도, 1,2회를 박지은이 우승했을 뿐, 3회는 리허, 4회는 왕천싱이 우승을 가져갔다. 단체전도 마찬가지다. 4월 황룡사쌍등배와 갈현녹차배 모두 중국이 우승했던 터.

최정의 우승은 말할 것도 없이 여자바둑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한국여자바둑은 조혜연 박지은이 정상에서 한발 물러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대를 이을 결정력을 갖춘 에이스가 부재했다는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킨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즉, 최정은 나이로 보아 향후 5년 정도는 안심해도 될 재목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최정이 우승을 차지한 후 추석연휴가 길게 이어졌고, 따라서 10일쯤 지나서야 비로소 세계여제 탄생 축하인터뷰를 했다. 언제나 그렇듯 서글서글하고 명랑한 '최궁륭'이다.

▲ 18세 최정은 또박또박 명랑하게 때로는 신중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화장은 여전히 안한 것 같은데?(웃음)
안 해요. 방송출연이라든지 화보사진을 찍을 때 이외엔 그런 것 안 해요.

1년 전 타이젬에서 인터뷰에서 '내년엔 달라진다'고 했는데 지금 달라진 것 같은가?
하하. 생생히 기억나죠. 더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해놓고 성적이 너무 안 나와서 고민 많이 했어요. 이번에 우승을 해서 다행이죠. 대진운이 좋아서 우승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루이와의 결승전 내용은 어땠나?
중반까지 끌려 다니다가 역전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손해를 보는 바람에, 루이사범님이 패를 들어올 때는 만만치 않았어요. 다만 팻감을 쓰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와서 제가 이기게 된 것에요.

지금 루이와 다시 둔다면?
1년 전에는 제가 확률이 높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 보니 루이사범님은 여전히 잘 두시는 것 같고, 제가 낫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올해 51세의 루이나이웨이는 올해 여자갑조리그에서 9승1패, 삼성화재배 16강에 진출 등으로 '제3의 전성기'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의 강세다. 최정에게 패하기 전까지 세계대회에서 여자기사들에게 15전 전승을 달렸고 중국랭킹 73위까지 올랐다. 또 이번 결승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각국의 일인자들만 상대했다. 16강 대만(호주대표로 참가했지만) 헤이자자, 8강에서 일본일인자 셰이민, 4강에서 중국 실력자 위즈잉을 연파했다.

▲ 입단 4년 4개월만에 세계바둑퀸에 올랐다. 청대
복식인 치파오를 입은 최정.

3년 전 여류기성전 결승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그때에 비하면 제가 많이 늘었죠. 그런데 루이사범님도 그때보다 더 늘지 않았을까 싶어요. 바둑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시상식 때 루이사범님은 속이 쓰릴 것 같은데(웃음), 제게 축하 인사에다 건배제의까지 하시고… 너무 고마웠어요.

최정과 루이는 2011년 여류기성전 결승에서 한차례 맞붙은 바 있는데, 당시에는 중반까지 압도적인 형세를 구축했던 루이가 막판 최정의 거센 추격에 매우 고생하다 간신히 반집을 남겼다. 당시 최정은 입단 1년 남짓이었다.

자기 스타일로 바둑을 둘 것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렇게 되고 있나?
원래 스타일은 초반에 나빴다가 후반 역전승이 많은 타입이에요. 제 전공은 끝내기가 아닌데 유리한 바둑을 쉽게 이기려고 하다 보니 승률이 안 좋아졌어요. 그럼 포석이 좋아졌다는 것인가? 국가대표 훈련하면서 기보도 많이 보니까 초반이 좋아진 것 같아요. 원래는 무식하고 과격한 바둑이었죠. 지금은 두텁게 두려고 해요. 

이번에 최정 김채영 오유진 이렇게 막내 3명이 최연소 국가대표가 되었는데,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통한다고 보는가?
이번 대회엔 시합 전날 비행기가 4시간이나 연착되고 버스도 3시간 이상 타고 갔어요. 좀 피로한 것도 원인이었어요. 주변에서 하시는 말처럼 경험도 필요한 것 같아요. 공부는 다들 열심히 하니까 언제든 성적을 낼 거에요.

8강에 고작 1명이 남았는데 외롭지 않았나?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먹었어요. 우승은 어차피 혼자 하는 것인데, 세 판만 이기면 우승이라고 편하게 생각했죠.

시상식에서 중국옷을 입었던데, 우승 할 줄 알고서 준비해간 것인지?
치파오라는 중국 청나라 전통의상이에요. 결승 전날 하루 휴식 일이었는데, 시내 관광을 가서 쇼핑을 했죠. 잘 어울린다며 단장으로 가신 조한승 사범님이 사주셨어요. 제가 입은 게 제일 비싸고 좋은 것이에요(웃음). 조사범님은 여자국가대표팀 코치도 역임하셨고, 이것저것 많이 신경써주셨죠.

▲ 시상식에서 루이는 최정에게 축하의 건배를 제의했다.


위즈잉과는 1승 후 5연패인데, 어떻게 된 것인가?
(씩씩하고 발랄하던 표정이 일순간 확 가라앉으며) 울고 싶어요. 진 거 생각하면 모두 가슴이 아파요.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많이 진 게 이번 우승에 도움이 되었어요. 위즈잉과 두면 초중반은 항상 유리했지만 후반 역전패를 꼭 당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초중반 유리하더라도 더욱 치열하게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점이 우승에 도움이 되었죠.

위즈잉이 잔을 계속 권했다는데, 그 잔은 술잔인가?
하하. 중국은 그런 문화니까…. 위즈잉이 명랑한 편이라 편하게 지내요. 같이 노래방 가서 놀기도 하고 그래요.

위즈잉하고 10번기 하면 어떨까?
(1초도 지나지 않아서) 저는 좋죠. 극복할 기회가 생기면 좋은 거니까요. 사실 제가 마음으로 극복해야 이길 수 있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서 고민이 커요. 언제나 두면 자신은 있지만 자꾸 지다보니까, 바둑이 불리해지면 '또 이렇게 지나' 하는 생각이 들고… 10번기를 한다면 몇 승 몇 패? 한판만 이기면 자신 있는데, 지금 한판을 못 이기고 있어서… 한 번이 중요한 것 같아요.

▲ 최정(좌)의 최대라이벌인 중국 위즈잉. 반외에서는 노래방도 같이 갈 정도로 친하단다.

중국 여자을조리그에서 작년엔 연락이 없었나?
요청은 있었는데, 작년은 화정차업배와 겹쳐서 참가하지 못했어요.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출전해야죠. 

남녀불문 기전에서 우승하는 게 꿈이라고 했는데, 너무 큰 목표 아닌가? 바둑리그에 우선 드는 것이 급선무일 텐데.
바둑이야 뭐 제가 열심히 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세계대회 4강까지 간 루이사범님이 대단하다고 하는가 봐요. 바둑리그의 경우 일단 남자기사들을 꺾을 수 있는 실력, 최소한 50위는 되어야 말번으로라도 뽑아주지 않겠어요. 지금 딱 100위인데, 올해 성적이 너무 안 좋았어요.

랭킹100위와 50위의 차이는?
요즘은 상향평준화가 되어서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퓨처스리그에서 많이 져서 랭킹점수가 하락했죠. 올해가 최다 패에요(웃음). 내년에는 70위까지는 올려야죠. 여자기전은 제한기전이라 랭킹점수가 적어서 무조건 남자기사를 많이 이겨야 랭킹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요.

올해 리민배 글로비즈배 등 세계신예기전을 출전하고서 느낀 바는? 중국과 일본의 이름 없는 신예 기사들의 수준은 어떻던가?
그때는 다른 시합에서도 맨날 질 때라… 글로비즈배는 준우승한 쉬자위안에게 두 번 연속으로 졌어요. 무명의 어린기사들은 차이가 약간 나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중국친구들은 비교적 어려서 금방 늘 것 같기는 하더군요.

▲ '신여제' 최정은 내년까지 랭킹70위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란다.

최근 '양외목 포석'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본인에게 최적화된 포석인가?
네. 맘에 드는 포석이에요. 퓨처스에도 몇 번 뒀고 최근에는 연습바둑 둘 때도 늘 이렇게 두고 타이젬에서도 둔 적이 있어요. 맨 날 쓰고 있어요.

"최정의 장점은 중반 전투에서 한방 걸려들면 남자프로들도 숨도 못 쉬고 그대로 판을 쓸어 담을 만큼 결정력이 있다. 반면 단점은 초반 포석이 단조롭다는 것. 그런 점에서 대표 팀에서 최근 담금질을 하면서 올해 최정이 달라진 점이 있다. 힘 바둑과 수읽기 바둑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만의 '양 외목 포진'을 연구 계발한 것이다. 중국 차오유인과의 8강전에서 최정은 양외목 포석을 구사했다. 아무래도 변화무쌍한 바둑이 자신의 체질에 맞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듯하다." (김성룡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

국가대표팀 생활은 재미있나?
일단 출퇴근을 규칙적으로 하니까 도장생활보다 좀 학교분위기가 나죠. 토론식으로 공부하고 있고, 김지석 목진석 사범님이 여자기사들에게 특히 신경을 많이 써주세요. 최명훈 코치님이 주도하시고 박정환 사범님도 가끔 오세요. 일단 고수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니까 저희에겐 큰 도움이죠. 

끝으로,루이 위즈잉 왕천싱 박지은 등이 세계무대 강적들인데, 본인이 보는 그들의 장단점은?
루이사범님은 두터움을 좋아하고,(한참 생각하다) 연세가 약점인 것 같아요. 왕천싱에게는 제가 잘 이겼던 것 같아요. 박지은사범님은 여전히 잘 두시고, 저도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고, 이긴 것도 다 역전승이에요. 내일 모레(19일) 두게 되는 여류국수 16강전에서 만나게 되었어요. 위즈잉은…극복해야죠! 타이젬에서 자주 들어오던데, 위즈잉과는 지금도 자주 두는가? 위즈잉에게 대국신청 자주 하는데 제 ID를 눈치챘는지 이제는 잘 둬두지 않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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