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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타]

김지석은 왕이 될 것인가

삼성화재배 LG배 연속 결승진출

김경동(金敬東)2014-11-20 14: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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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석이 삼성화재배에 이어 LG배에서도 결승에 올랐다.


황태자의 왕위 등극이 임박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은 '황태자'하면 <황태자 루돌프>를 떠올릴 것이고, 그리고 바둑을 좋아하는 바둑팬이라면 '황태자'라고 하면 제일 먼저 김지석을 떠올릴 것이다. 곱상한 외모에 정갈한 태도를 감안하면 오히려 왕의 이미지보다는 황태자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2009년 8월, 김지석은 제5기 한국물가정보배에서 이창호를 2대0으로 누르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급부상했다. 곧 왕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입단하면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어가며 유력한 차세대 대권주자로 거론되면서 황태자로 불렸으나 꽤 오랫동안 결정적 도약이 없어 '엄친아 황태자'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생겼다.

김지석이 왕의 자리에 오르려면 먼저 넘어야 할 산이 바로 박정환과 이세돌이다. 김지석은 이세돌과 2007년 첫 대결을 벌인 이후 역대 누적 전적은 8승 13패로 열세에 놓여있으며, 박정환과도 2007년 첫 대결을 벌였는데 이후 역대 상호 전적은 4승14패로 열세이다. 최근 5년간의 전적만 봐도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하다.

▲ LG배 4강전 모습.

2013년 초, 이세돌이 김지석을 '포스트 이세돌'로 지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GS칼텍스배 결승전에서 이세돌을 3대0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이세돌이 5번기 대국에서 완봉패를 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로 그는 황태자의 자리에 바짝 다가서는듯했다. 하지만 그 해 그는 박정환이라는 천적과의 맞대결에서 무승4패의 수모를 당하면서 황태자의 위상은 주춤했다. 특히, 김지석은 2008년 12월~2011년 6월 사이에 박정환에게 무려 7연패를 당했으며, 2013년 5월~2014년 1월 사이에는 5연패를 당했다.

이런 와중에 바둑계의 황태자 자리는 자연스럽게 박정환에게로 넘어갔다. 그렇게 김지석은 일찌감치 포스트 이세돌로 불리며 이세돌로부터 왕의 자리를 물려받을 인물로 낙점 받았으나 왕의 자리 등극은 쉽지 않았고 결국 4살 어린 박정환이 먼저 왕의 자리에 올랐다. 김지석은 그렇게 우두커니 앉아서 박정환의 시대를 맞았고 아직 한국바둑 랭킹 2위에 올라있다.

이러한 우려는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최근 벌어진 삼성화재배에서 박정환과 세계 일인자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스웨를 2대0으로 깔끔하게 처리하고 생애 첫 세계대회 결승전에 올랐다. 너무나도 오래 기다려왔던 세계대회 결승무대이어서 그런지 김지석은 결승진출을 확정 지은 뒤 "처음 세계대회 결승전에 올라 아주 기쁠 줄 알았는데 막상 덤덤하다."고 말했다.

▲ 김지석-탕웨이싱 12월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만난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언젠가는 왕의 자리에 그리고 세계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믿어왔던 김지석이 동시에 삼성화재배와 LG배 결승전에 올랐다. 일단 징조는 좋다. 삼성화재배 4강 당시 많은 이들이 스웨와 박정환의 결승전을 예상했으나 이를 완전히 뒤집고 김지석과 전기 우승자인 탕웨이싱이 결승 맞대결을 벌이게 된 것이다.

김지석은 인터뷰에서 박정환과의 결승 대결을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역대전적에서 보듯 박정환 보다는 탕웨이싱을 상대하는 것이 우승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김지석은 역대전적에서 박정환에게는 4승14패로 열세이지만 탕웨이싱에게는 3승1패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대회 결승전 경험의 유무 차이가 승부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LG배에서는 한국 랭킹1위인 박정환과 일전을 벌인다. 왕의 자리에 오르려면 먼저 왕의 자리에 있는 박정환부터 끌어내려야 하기에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 굳이 비중으로 볼 때 김지석은 중국의 탕웨이싱과의 일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삼성화재배보다는 LG배가 일타쌍피(?)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중요한 시합이 됐다. 하지만 결승상대를 고려해서 역대전적으로 볼 때는 LG배보다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더 많다.

김지석과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맞붙게 될 탕웨이싱은 "박정환이나 김지석 모두 아주 강하다. 김지석이 박정환 보다 더 실리를 중시하는 것 같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승부는 반반이다. 줄곧 말했던 것처럼 노력해야만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석은 박정환의 결전에 대해서 "정환이에게 그 동안 많이 졌다(4승14패). 저보다 실력이 강하기 때문에 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승 무대에서 만나게 된 만큼 승부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세계일인자로 거론되면서도 제24회 후지쯔배 우승(2011년) 이후 아직까지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하고 있는 박정환도 김지석만큼 다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내가 이길 확률은 40%정도 되며, 지석이형이 강한 상대이기 때문에 승부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는 좋은 내용을 남길 수 있도록 한판 한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임전 소감을 밝혔다.

김지석은 올해 25세. 중국의 신예기사들이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세계대회 우승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가 삼성화재배와 LG배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 것이냐 하는 것이 영원한 황태자냐 왕의 자리 등극이냐를 가늠하는 고비가 될 것이다. 황태자의 위상이 삼성화재배와 LG배 결승전에 달렸다.

▲ 박정환-김지석 내년 2월 LG배 결승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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