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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전]

칼럼-돌의 효율을 찾아낸 박정환

국수전 1국 박정환-조한승

김성룡프로2015-01-08 12: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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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 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구사했다는 평을 듣
는 오청원 선생.

처음 바둑을 배울 때 우리는 단수를 먼저 가르친다. 상대의 돌을 잡을 때 기쁨을 먼저 알려주어 흥미를 끌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 이치를 알면 다음은 가장 효율적으로 잡는 법을 가르친다. 한 점을 잡더라도 귀에서는 두 수로 잡는 법, 중앙은 4수만에 잡는 법을 말이다.

지금까지 바둑을 배우며 돌의 능률 즉, 효율적인 바둑을 둔 기사는 누구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물론 사람마다 편차는 크겠지만 지난해 100세를 일기로 영면한 오청원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워낙 그 시대 수준을 앞섰기에 그런 바둑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장면도1을 먼저 보자. 바둑의 기술 중 키워서 버리기가 있다. 바둑을 두다보면 심리상 한 점이 두 점 되면 버리고 싶어도 못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오히려 한 점으로 버리는 것도 두 점으로 더 키워서 죽여야 성공할 때가 있다. 흑1은 잡힌 곳에 미련을 가지고 더 크게 잡히려고 하는 수로 보일 수도 있다. 만약 10까지의 진행이 된다고 하면 백의 기분은 어떨까 흑 석 점을 그야말로 최대한 비효율적으로 잡은 형태가 된다.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을 견딜 수 없는 백은 4로 흑을 잡지 않고 5로 두었다.

장면도2에서는 흑이 1-5까지 백을 끊어 전투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백의 대처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다음 백의 선택이 기가 막히다. 일단 악수로 보이는 백8의 자충이 그것이고 다음 패기 없이 10-14까지 백 넉 점을 버리는 작전이다. 만약 대국자가 누구인지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앞에 언급한 오해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백이 요석 같은 백돌을 가볍게 이용해 폐석화시키며 실리를 크게 얻어 바둑의 초반 흐름을 앞서 나간 멋진 장면이다.

장면도1은 2014 바둑리그에서 벌어진 조한승(백)대 박정환(흑)의 대국이고 장면도2는 2015년 1월6일. 새해 첫 타이틀매치인 국수전 1국의 장면이다. 역시 대국자는 조한승 국수를 상대한 도전자인 박정환의 멋진 수순들이다.

▲ 조한승-박정환 국수전 도전1국 복기장면

국수전은 58회라는 대회 역사가 말해 주듯 언제부터인가 국수전 앞에 '전통의' 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기전이 되고 있다. 당대 최고수만이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었고 초대 국수인 조남철 이후 단 12명만이 타이틀 홀더로 이름을 올린 국내 최고의 기전이다. 특히 프로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성(姓) 뒤에 붙여주는 국수의 호칭을 누구나 듣고 싶어 한다. 그것은 단순한 상금이 아닌 권위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수전이 유일한 도전기(타이틀 보유자는 다음해에 도전자와만 시합함) 기전이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타이틀전은 대부분 도전기 시합이었다. 얼마나 오랜 기간 방어에 성공하느냐가 뉴스가 되던 시절이고 타이틀 보유자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요구 되던 때였다.

일본 바둑시합을 그대로 모방하다 보니 이런 현상은 더욱 심했고 간혹 지금같이 타이틀을 차지해도 다음 해 본선에서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시작 하는 기전은 어딘지 모르게 이벤트 기전 혹은 2류 기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도전제가 사라지며 연속 우승의 기록은 3년을 넘는 일이 없어지고 1인 독주의 시대 역시 막을 내렸다.

▲ 조한승 국수

조한승은 2012년 최철한에게 도전해 국수 자리를 처음 차지했고 이듬해엔 최철한의 도전을 뿌리치며 2연패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이세돌 마저 물리쳐 3연패를 이뤄냈다. 유연한 바둑이 힘 바둑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올해 그는 4연패를 노린다. 국수전 58기 역사상 4연패 이상을 이룬 기사는 조남철 김인 조훈현 이창호 네 명뿐이다.

전야제 때 조한승은 이번엔 정말 힘든 승부가 될 것이라 했고 박정환은 4국까지 가겠다는 얘기를 했다. 속마음을 90%는 감춘 인터뷰이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의 뜻은 감지된다. 다음 날 실제 대국에서 후반으로 가면 어렵다는 생각이 초반 무리하지 않는 조한승을 공격적으로 만들었고 상대의 심리를 꿰뚫은 박정환은 쉬운 길을 찾아낸 것이다.

대국은 도전기 치고는 빠른 오후 3시50분에 끝났다. 30분 정도의 복기를 마치고 대국장을 빠져 나오는 조한승에게 "왜 이렇게 빨리 던졌어?" 하자 허탈한 웃음과 함께 "이 정도면 오래 버텼죠"라고 하는 모습에 많이 안타까웠다. 김인 국수(42년생)와 조훈현(53년생)의 대결이 조한승(82년생)과 박정환(93년생)으로 바뀌어 40년의 시공간을 초월해 오버랩 되는 느낌이다. 과연 40년 전에도 이랬을까 (실제 국수전에서는 김인 대 조훈현의 도전기는 없었다.) 국수전 2국은 9일부터 다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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