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뉴스 기보 상점 새소식

[세계기타]

한국인이 만든 호주바둑콩그레스

제1회 호주바둑콩그레스 참관기1

이광구 바둑평론가2015-02-03 09:13:12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 호주바둑콩그레스가 제1회 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개막식 전경.

호주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 표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한국은 겨울 방학이지만 시드니는 한여름이어서 1월의 호주는 원래 최성수기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올해는 특히 표구하기가 어려웠다.

이유가 없지 않았다. 1월9일부터 31일까지 시드니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호주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늘 그랬던 것처럼, 이곳의 한국 응원단 청년들이 대거 몰려와 시드니 거리에는 한국인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를 두고 우리 교민들은 "약 500만의 시드니 인구 중에 한국교포가 약 5만, 1%쯤 되는데, 올 1월에 갑자기 몇 천 명이 증가한 것 같다"면서 밝게 웃었다. 아닌 게 아니라 번화가나 한인촌 곳곳에 한국 축구 응원단의 붉은 티셔츠가 보이고 태극기 패션의 젊은이들이 활보하고 있다.

또 제2의 도시 멜버른의 멜버른파크에서는 19일부터 31일까지, 윔블던오픈(영국), 전미(US) 오픈, 프랑스 오픈과 함께 세계 4대 테니스 대회의 하나로 꼽히는 '2015 호주오픈'이 열렸다. 시드니와 멜버른에는 빈 방이 없었다.

축구 테니스뿐 아니라 호주행이 어려웠던 이유는 또 있었다. 25일부터 30일까지 시드니맥쿼리(Macquarie)대학교의 던모어 랭 칼리지(Dunmore Lang College)에서 '제1회 호주바둑콩그레스(Australian Baduk Congress)'가 문을 열고 있었다.

▲ 대회장소였던 시드니맥쿼리(Macquarie)대학교의 던모어 랭 칼리지

'콩그레스'라고 하면 '유럽콩그레스(European Go Congress)'와 '미주콩그레스(American Go Congress)'가 있다. 유럽콩그레스는 58회, 미주콩그레스는 30회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가장 긴 기전인 국수전이 지난해 58회를 치렀다. 바둑 최강국의 최고(最古) 기전과 유럽콩그레스가 연륜이 같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새삼스럽다.

아무튼 호주바둑협회 관계자들의 말마따나 "아시아에는 한중일이 주최하는 세계선수권전이 있고, 그게 곧 콩그레스니까, 이제 아프리카를 빼면 대륙마다 바둑 콩그레스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호주바둑협회(Australian Go Association)가 주최하는 대회 이름에 'GO' 대신 'BADUK'이 들어가 있다.

기획 주최 주관이 한국인, 우리 호주 교포다. 현재 호주바둑협회를 이끌고 있는 신명길 회장과 예전에 호주바둑협회 회장을 지냈던 한상대 교수가 기획 주관한 것. 신회장은 사업가이자 '호주동아'의 사주다. 한교수는 새삼 설명이 필요 없는 호주 바둑계를 넘어 세계바둑계의 유명인사. 두 사람은 바둑 실력도 호주 아마6~7단으로 현지에서는 최강 그룹이다.

오세아니아 대륙 첫 바둑 콩그레스의 대회장으로 뽑힌 시드니 맥쿼리대학교는 호주에서 10위권에 드는 명문. 우리교포들이 모여 살고 있는 이스트우드(Eastwood)에서 전철로 10분,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에서는 20분쯤의 거리다.

콩그레스라고 해서 유럽이나 미국처럼 참가자들로 북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럽은 많을 때는 1000명~500명 안팎이고, 미국도 300~400명은 된다. 호주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오기에는 거리도 멀고 하니 유럽이나 미국 오픈처럼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200명 이상은 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대회 공고가 지난 11월 중순에야 뜨면서 홍보가 늦게 시작된 이유로 참가 신청자는 그래도 100명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대회장에 나타난 사람은 60명 정도였다.

▲ 대회모습과 안영길 이다혜의 공개해설회, 그리고 우승자 김은국과 사싱을 맡은 한상대 교수의 모습.

그 중 한국 선수가 16명. 연구생 출신의 젊은 강자들, 김은국 박지영 곽도연 최한위 등의 얼굴이 보였다. 대회에 참여한 한국 프로기사는 세 사람. 현재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행사의 스태프 안영길 프로, 아마추어 동호인들과 같이 날아온 김일환 프로, 그리고 대회 시작하는 날 합류한 이다혜 프로가 참여했다. 일본에서는 13명, 중국에서 6명이 출전했다. 그밖에 대만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이웃 뉴질랜드가 각 1명이고 나머지가 호주.

대회는 최강부(아마7~5단), 유단자부(아마4~1단), 일반부(급)로 나뉘어 7라운드 호주시스템(맥마흔시스템과 비슷하다)으로 진행되어 우리 김은국 7단이 호주 콩그레스 초대 챔피언의 영예와 5000AUD(호주달러), 요즘 환율로 450만 원의 우승 상금을 차지했다. 준우승도 우리 곽도현 7단, 상금은 2500AUD. 3등은 15세 중국 소녀 에이미송(Amy Song), 한국에서 내셔널리그 멤버로 맹활약하고 있는 우리 주니어 여자 강자 박지영도 기대를 모았으나 5위에 머물렀다.

최강부도 3등 이하는 상금이 없고, 대신 유단자부의 1-2위가 전체의 3-4위가 되면서 1200AUD와 600AUD, 일반부의 우승자가 전체 5등으로 300AUD의 상금을 받았다. 상금 총액이 9000AUD. 국제대회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조촐한 대회였으나, 그에 비해 상금은 상당했던 셈.

진행은 매끄러웠고 숙소로 사용된 대학 기숙사, 주변 교통편 등도 깔끔하고 편리해 대회는 사람들 숫자가 좀 적었다는 것만 빼고 본다면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대회가 끝난 후 신 회장은 한국 선수단 전원을 자신이 운영하는 회전초밥 식당으로 초대해 만찬을 베풀었다. 후원자 신명길 회장과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한상대 교수, 진행을 총괄했던 네빌스마이스(Neville Smythe) 호주바둑협회 부회장 등을 만나 보았다.

▲ 대회의 산파역인 신명길 호주바둑협회장과 한상대 전 회장.

대회를 자평한다면?
(스마이스) 100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흡족하다. 숫자가 적었지만, 그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에서는 다행이기도 했다. 처음 치르는 대회인데, 우리가 과연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감당하고 소화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불안했다. 이 정도 규모를 이 정도로 치렀다는 것에 만족한다. 80점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분명히 훨씬 크고 재미있는 대회를 치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언제부터 이런 대회를 구상했는지?
(신) 4~5년 전부터였다. 한교수님이 1995년에 한국으로 가셨다가 2011년에 돌아오셨다. 그때 한교수님이 '우리 둘이 다시 만났는데, 뭔가 일을 하나 만들어 보자'고 하셨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여서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대회 홈페이지는 11월 중순에 나왔다. 보통은, 특히 서양에서는 이런 대회가 있으면 최소 1년 전에는 대회 요강이 나오는 것 아닌가?
(한) 장소를 고르고 대학 쪽과 대회장 기숙사 등 이런 저런 것들을 조율하는데 예상 외로 시간이 걸렸다. 학교가 되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원칙만 들고 나왔다. 그런데 우리가 대회 진행하는 것을 보고는 저들도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다. 내년에는 서둘러야 겠다.

대회장 숙소로 사용된 장소가 '던모어랭 칼리지'인데, 맥쿼리대학교 안에 있는 또 다른 단과대학인지?
(한) 칼리지에는 원래 기숙사 혹은 석박사 공부하는 대학원생을 위한 거주 지역이란 뜻도 있다.

대회의 의미를 꼽자면?
(신) 호주 바둑계는 한교수님이 이미 호주바둑협회 회장을 한번 지내셨고 지금은 내가 회장이다. 우리 교포가 그 지역사회 문화단체의 수장이 된 것은 한교수님이 최초다. 세계 제일이라는 한국 바둑, 한국 사람이 회장인 호주 바둑, 거기서 생긴 콩그레스… 구상에서 실천까지 몇 년이 걸리긴 했지만, 한국 바둑의 위상제고에 일조했다고 자부한다.

참가자 숫자와 상금이 균형이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다.
(한) 그랬다. 그래서 내년에는 우승상금을 좀 줄이고 대신 유단자부나 일반부의 5급 10급 그런 참가자들도 상을 탈 수 있고, 아무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교포나 호주 동호인들이 많이 안 보인다
(스마이스) 대회가 평일인 월 화 수 목이었던 것이 원인이다. 한국 교포나 호주 바둑인이나 마찬가지로 평일에 나흘을 시간 낼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이틀 정도가 고작이다. 내년에는 그래서 대회 요일을 금 토 일 월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것이다. 대회의 문을 열고나서 걱정이 있었었다. 기왕 하는 것 멋지게 하자는 생각에 상금도 키웠는데, 굳이 우리나라 선수가 차지해야만 한다는 건 아니지만, 첫 대회만큼은 우리 선수에게 주고 싶었다. 다행히 김은국 선수가 와주어서 내심 안도할 수 있었다. 더구나 김은국은 연구생 출신으로 현재 호주에서 고학하고 있다. 학비를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느라 쫓기고 공부할 시간은 부족한데 5000달러를 벌었으니 앞으로 6개월 정도는 마음 편히 학업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신) 나는 올해까지만 회장을 한다. 그러나 호주협회와는 별개로 호주 콩그레스는 계속 개최할 것이다. 이번에 우리 아들도 진행을 도왔다. 대를 이어서 할 것이니 지금부터 알아두라는 뜻에서였다.

▲ 시상식장면.

▲ 김일환 안영길

총 댓글수: 0새로고침

0/150자등록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