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부따]
칼럼-박정환 김지석의 LG배 명장면
김지석의 패착 분석
김성룡프로2015-02-20 21:33:54
▲ 김지석 박정환의 LG배 결승 모습.
박정환 김지석의 LG배 결승전 명장면
랭킹1,2위의 대결. 그것도 국내대회가 아닌 세계대회 결승을 보기란 쉽지 않다. 도전기를 펼치던 예전엔 늘 보던 일이지만 실력차이가 종이 한 장 차이인 현대바둑에서는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 되어버렸다. 1위가 매번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오른다고 해도 꼭 우승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예전 독주시대의 카리스마는 사라지고 있다.
제19회 LG배 결승전은 지난해 본선을 통해 한국바둑을 울고 울렸던 이른바 대박을 쳤던 강릉에서 벌어졌다. '16강 전원탈락'이라는 충격도 이곳에서, 또 4강전은 우리끼리 치른 경사도 바로 이곳 강릉에서 였다. 이번 결승은 그 동안의 수모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왜 이렇게 성적이 좋아졌을까? 여러 가지로 이유를 분석해 보면 네 가지 정도로 판단된다.
1)새로운 국가대표의 힘
2)점심시간 폐지
3)한국기사만 사용하는 초읽기 1분에서 40초로 변한 점
4)우연
지난 1년 국가대표 전력 분석관으로 일하다 보니 1번 새로운 국가대표의 힘은 필자의 입으로 말하는 것은 낯뜨거워 차마 말 못하겠다. 2번은 분명 우리가 유리하다. 이 점은 10번기, 삼성화재배, LG배를 통해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
3번 역시 앞으로 다른 시합도 제고해 볼 여지가 있을 듯 싶다. 이유는 중국은 세계대회 제한시간을 중국리그와 같이 세팅했다. 가장 많이 시합을 해 선수들이 적응 하기 편한 시간, 즉 중국기사들이 유리한 방식을 취했다는 점이다. 우리 기사들이 가장 대국 수가 많은 시합은 단연 바둑리그다. 그렇다면 우리도 세계대회 초읽기는 40초로 바꾸는 것이 분명 유리할 수 있다.
4번은 앞으로 우리가 지금의 조그만 성공이 자만으로 바뀔 때 나올 수 있다. 너무 바닥을 치다 보니 어쩌다 성적 낸 우연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가기 전 약간의 반등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여러 번 언급 했듯이 그저 박정환, 김지석이 잘한 것일 뿐이다. 선두주자가 시간을 벌어줄 때 후발주자는 하루 빨리 성장해야 한다.
▲ 김지석 박정환의 복기 모습
결승이 열리던 8일 봄으로 향하던 날씨가 급변했다. 전날 한파 예고를 듣기는 했지만 하루 사이 10도가 넘게 내려 간 온도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랭킹 1,2위의 대결. 그것도 국내대회가 아닌 세계대회 결승을 보러 강릉으로 향하는 길. 집을 나온 순간 그냥 TV로 보고 싶다는 생각에 갈등했다.
선수와 관계자는 대회장 숙소에 4시30분 도착. 김지석이 속한 신사연구회는 최철한, 박승화를 비롯 대규모 프로응원단이 파견됐다. 마치 김지석의 홈 경기가 된 느낌이었다.
2월 9일 1국 9시 대국 시작. 10시 대국이 기본인 한국 선수들에겐 부담되는 이른 시각. 밤 9시 시합이 생길 때만해도 기사회에서 프로를 뭘로 아느냐고 반발할 정도로 격하게 반발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그런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다.
5분만에 20수 돌파. 검토실 화면을 보면서 초반 긴장이 두 기사의 손길을 빠르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3국까지 모든 시합 패턴이 그랬다. LG배는 제한시간이 각자 3시간으로 초읽기가 없는 응씨배를 제외하면 세계대회 중 가장 길다. 그런 점에서 다른 시합보다는 시간의 압박이 덜한 편이다. 물론 초읽기는 1분이 아닌 40초로 진행되기 때문에 갑자기 초에 몰릴 경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점심시간이 따로 없어 심리적으로 쫓기는 모습도 느껴진다.
예전 세계대회 결승에서는 100수 이전에 초읽기에 몰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LG배 보다 한 달 먼저 결승을 치른 바이링배에서도 커제와 추쥔은 마지막 시합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전개했다. 중국기사들은 주로 초반은 빠르게 두고 남은 시간을 승부처에서 집중적으로 쓰고, 미세할 경우엔 마지막에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여분의 시간을 남기는 것이 하나의 패턴이다. 이번 결승전을 통해 우리도 추세에 따라 가고 있다는 점만큼은 확실해졌다.
▲ 4년 7개월만에 세계선수권을 다시 획득한 박정환.
1국 초반 접전 성공 이후 완벽하게 마무리 한 박정환을 보면서 검토실의 많은 기사들은 '천적 관계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김지석은 무기력했다. 1국과 2국 사이 하루의 휴식 일. 박정환에겐 그 하루의 휴식이 달가울 리 없다. 예민하기도 하거니와 다음 시합까지의 시간이 긴 것이 오히려 초조함을 증폭시킨다. 반면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활발한 김지석은 동료기사들과 같이 식사도 하고 숙소 근처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며 긴장을 풀었다.
하루의 휴식은 흐름을 180도 바꿨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조건 초반 실리에서 뒤처져선 안 된다고 느낀 것인지 2국에서 김지석은 철저히 초반부터 실리작전을 펼쳤고 박정환은 가장 자신 없다고 하는 '공격 바둑'을 둘 수 밖에 없었다. 타개를 잘한 김지석의 반격으로 승부는 결국 3국으로 넘어갔고 바둑 내용은 마치 홀리기라도 하듯 2국과 같은 패턴으로 이어졌다.
3국은 반집승부를 100여 수 가까이 이어가며 명승부의 요건을 갖췄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짜릿한 바둑을 둔 것이다. 문제는 '타개의 신'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바둑을 연속해서 두었던 김지석이 왜 그렇게 낙관하면서 서둘렀을까. 분명한 점은 삼성화재 탕웨이싱보다 박정환은 버티기를 잘했고 승부수를 잘 날렸으며 형세판단과 끝내기 능력이 탁월했다.
박정환이 지목한 김지석의 패착. 백1 흑2로 선수할 수 있어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백1은 4로 붙여야 했다.
3국이 끝나자 조서대결 마냥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여유도 안 주고 돌을 거뒀다. 김지석은 아무도 말을 못 붙일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 자신에 대한 화가 심할 때는 피해주는 것이 상책. 그는 마지막에서야 초읽기에 몰렸고 그마저도 하나도 사용 안 했다. 반면 박정환은 마지막 한번만으로 견뎠다. 시간 공격을 펼쳤다고 생각도 되지만 지면 그런 이유보다는 초조함으로 서두른 것 같이 보인다.
우승 인터뷰 내내 박정환은 환하게 웃었다. 이제 만22살일 뿐인데 4년7개월 만에 두번째 세계타이틀 획득이라 하니 마치 첫 번째 우승과 같은 기분이 아니었을까. 팬들의 비난에 오죽하면 랭킹1위에서 내려오고 싶었다고 할까. 축하를 보내며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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