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바둑왕전]
'지금 질 것같은 상대는 없다!'
17세 타이틀훌더 이동훈 인터뷰
진재호2015-02-26 18:31:43
▲ 1998년생 이동훈은 입단 4년만에 타이틀홀더가
되었다.(사진협조=이시용. blog.naver.com/azziyong)
타이틀홀더 이동훈이 떴다. 2015년 2월23일 KBS스튜디오에서 속개된 제33기 KBS바둑왕전 결승3번기 2국에서 11위 이동훈이 1위 박정환에게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2-0으로 우승했다. 1국을 이길 때만해도 3억짜리 LG배 결승에 대비한 박정환이 전력을 다할 수 없었다는 이유가 성립되었다. 그러나 2국은 이미 LG배를 따낸 후 홀가분한 상태에서 거푸 꺾기는 역부족이란 것이 일반의 예상이었다.
과거 한국바둑이 영화로울 때엔 이동훈의 17세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에 타이틀홀더가 되었지만, 중국에 밀리는 지경이 된 지금 등장한 17세 타이틀홀더는 차라리 경사스럽다. 13세에 입단한 박정환이 16세에 십단전에서 우승했으니, 역시 13세에 입단한 이동훈이 17세에 첫 타이틀을 따냈다면 산술적인 '나이그래프'는 엇비슷한 셈. 바로 그 랭킹1위 박정환을 이겼다는 사실에 더욱 방점이 찍힌다.
늘 어린 소년으로 비춰지던 이동훈이 어엿한 타이틀홀더로 3월 랭킹에서 탑10 이내에 들 것이 확실시 된다. 박정환 이후 '차세대전폭기'를 고대하던 바둑팬들에게 이제야 옥동자를 하나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젠 조금은 억지스럽지만, 나현(20)-이동훈(17)-신진서(15) 순서대로 '95후' 계보가 일단 완성된 셈이다. 늘 한국기원 4층 국가대표연구실을 떠나지 않는 이동훈을 잠시 짬을 내어 만나보았다.
▲ 이동훈은 자신보다 5년 연상의 랭킹1위 박정환에게 2-0으로 승리를 거두고 첫 타이틀을 따냈다.
입단 후 첫 타이틀이다. 축하인사는 많이 받았나?
아직 우승한 직후이며, 곧장 또 국가대표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사를 받을 일은 많지 않았다. 특히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올해 박정환에게 1패를 당한 후에 내리 5연승이다. 스스로 작년보다 좋아졌다고 느끼는지?
좋아진 것 같다. 바둑으로든 외적으로든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한 선배들에게 아직은 힘들지만, 이세돌 박정환 등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에게 판 맛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많이 붙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훈련이 없는 주말에는 주로 뭘 하는가. 의외로 과격한 운동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TV를 보기도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체육관에서 순환운동 프로그램을 소화하기도 하고 근력운동도 한다. 복싱은 샌드백을 쳐본 정도며, 축구를 좋아한다. 등산도 가끔 한다.
지금 고2 나이인데, 혹시 여자 친구는 없나?
없다. 아직 목표가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여자연예인 중 좋아하는 사람은? 아이유(가수)를 안다. 열광하는 정도는 아니고 호감을 갖는 정도일 것이다. 이동훈은 페이스북 카톡 같은 요즘 젊은이들의 일반적인 소통도 전혀 하지 않는다. 기자가 그와 연락을 취할 때도 '촌스럽게'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냈음을 밝힌다.
국가대표생 훈련이 지속적이어서 하루 일과는 단순해졌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짜졌나?
국가대표 일정이 대부분이다. 8시쯤 일어나서 10시까지 국가대표실로 와서 오전 오후 훈련을 소화하면 5시쯤 된다. 저녁식사 후 후 양천대일도장으로 가서 가벼운 마무리 훈련을 한 후, 오후9시 정도에 운동하러 간다. 집 앞에 바로 체육관이 있어서 매일 1시간 정도 운동한다. 시간이 되면 타이젬 바둑을 두곤 한다.
국가대표팀에서 배우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게 있을까?
일단 국가대표 시스템에 대해 만족한다. 바둑이 많이 는 느낌이다. 리그를 하기도 하고 공동연구도 한다. 연구회를 하면서 신수법에 대해서 상당히 공유한다. 육성군 후배들이 나에게 배우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웃음) 도장에서 공부하는 것과 차이는? 도장에서도 이런 타입의 공부는 하고 있었지만, 일단 상대가 모두 나에겐 고수들이어서 수준차이가 약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같이 연구하면서 서로 배울 수 있는 점이 가장 크다. 도장에서는 거의 개인 공부를 하는 분위기니까.
작년 성적을 보면 롤러코스트였다. 특히 전반기와 하반기는 판이하게 달랐는데?
상반기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실력도 부족했고 정신적으로 약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자기관리를 잘 못되었던 것 같다. 자기관리엔 운동 등 체력향상을 통한 몸 관리도 있지만 정신적인 부분도 크다. 자연스럽게 올해 목표라면? 올해는 중국주최 기전에서 통합예선을 뚫고 본선을 올라가 보고 싶다. 아직 한 번도 통합예선을 뚫지 못했다. 리민배에서도 결선까지 갔지만 최종 본선 문턱에서 머물고 말았다. 통합예선을 통과하는 것이나 본선에서 몇 판 이기는 것이나 거의 비슷한 노력이 든다.
나현(20)에 이어 본인도 타이틀홀더가 되었다. 후발주자들이 서서히 우승전선에 들어서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95후' 기사들이 이제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같이 발전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나현의 우승에 고무된 측면도 크다.
바둑의 여러 분야 중 가장 늘지 않는 분야가 있다면?
일단 수읽기 부분이 어렵고, 대국 판수가 부족한 것 같다(경험이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 수읽기는 전체적인 부분의 수읽기(형세분석)도 어렵고 부분적인 수읽기도 쉽지 않다.
▲ 홍시슬러시는 좋아한다는 이동훈은 세계대회 통합예선을 일단 통과하는 것이 당면 목표란다.
올해 중국리그에서 연락이 왔나?
작년 청두에서 전반부는 못했지만 후반에 성적이 좋아져서 7승3패를 했다. 올해는 후베이(하북)와 계약했다. 탄샤오 리저가 동료라고 들었다. 대우는 작년보다 조금 좋아졌다.
중국리그와 한국리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한국리그는 속기고 중국리그는 장고다. 개인적으로 장고를 선호하기 때문에 중국리그가 조금 더 편하기 하지만 지금은 속기도 잘 둘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리그에서 잘 하고 싶다.
이세돌 최철한 등 매파보다는 박영훈 나현 등 비둘기파들에게 더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본인의 기풍과 관련이 있을 것 같지 않나?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전투형 기사는 참고 기다리면 후반에 기회가 오지만 박영훈 나현 등은 나의 장점이 상대도 장점이기 때문에 힘든 명이 있다고 본다. 이창호 1승1패, 박영훈 1승5패, 나현 1승3패다. 그러나 정교해지면 해결될 일이다. 박정환 선배에게는 3연패 후 있었는데 이번 결승에서 2연승했다.
작년 명인전 결승에서 우승을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
(싹싹하게) 아쉬웠지만 금세 잊었다. 그때도 실력부족이었다. 바둑실력 이외에 외부적인 룰도 정확히 알아야만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때는 솔직히 룰을 잘 몰랐다. 착수포기 하는 방법을 몰랐고, 착수포기 할 경우 상대가 팻감이 많더라도 가일수를 해야 되어(착수포기 시 팻감=무한대) 반집을 내가 이기는 상황이었다. 이동훈은 4강에서 이세돌을 2-0으로 셧 아웃시키고 결승에 올라 박영훈과 1-1을 만들었다. 중요한 기로인 3국에서 반집을 이겨있었다. 막판 상대방이 가일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동훈의 룰의 착오로 인해 상대는 가일수를 생략함으로써 반집의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
▲ 입단 이듬해인 2012년 한국바둑리그 최종국에서
승리한 강심장 이동훈.
앞으로 세 가지 질문이 남았다. 본인과 쌍벽을 이룰 것 같은 후배기사는?
신진서가 가장 낫다. 공식전은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국가대표 리그전으로 열 번 정도 만나서 5할 정도다.
올해 말에 랭킹이 몇 위 쯤 되어있을까?
랭킹을 지금까지 염두에 둔 적은 없다. 굳이 표현한다면 5위권 내에 들고 싶다.
자신과 3번기를 벌여서 나를 제압할 것 같은 상대는?
(잠시 고민하다) 질 것 같은 상대는 없다.
어릴 땐 재잘거리고 장난 끼가 다분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나 바둑을 접하면서 그러한 들뜸을 절제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전에는 과묵하기만 한 이동훈인 줄 알았지만 인터뷰를 마칠 즈음 기자의 생각은 확실히 변했다. 말씨는 아직도 좀 어눌하긴 하지만, 하고자 하는 표현을 확실히 해내는 이동훈임을 알게 되었다. 여러모로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이동훈은 제2의 이창호로서 이제 한 고비를 넘겼다. 고비란 일류가 되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을 말한다. 상승일로에 있다가 추락을 한 번 씩하곤 하는데 그 기간이 상당히 짧게 지나갔다. 앞으로 얼마나 뻗어나갈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김성룡 전 국가대표 전력분석관)
▲ 한국기원 4층 국가대표실로 매일 아침 출근해 공부를 하는 이동훈.
1998년 2월4일 생
2009년 대한생명배 어린이국수전 최강부 우승
2010년 제15회 삼성화재배 통합예선 아마기사로 진출
2011년 5월 입단
12월 제1회 KC&A배 신인왕전 준우승(대 강유택 0-2)
2012년 7월 제14회 농심신라면배 대표 선발
11월 2012 한국바둑리그 신인왕 수상
2013년 3월 2013 동아팜텍배 신인왕전 준우승(대 변상일 0-1)
7월 제4회 인천 실내&무도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단체 금메달
2014년11월 제42기 명인전 준우승(대 박영훈 1-3)
2015년 2월 제33기 KBS바둑왕전 우승(대 박정환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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