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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좋다! 친구가 좋다!
조용히 바둑사랑 실천하는 백규환 (주)인코 대표
진재호 바둑평론가2015-03-22 18:34:57
▲ 서귀포칠십리 바둑축제를 11년간 후원하고 있는 백규환 (주)인코 대표.
바둑이 좋다. 친구가 좋다. 바둑친구는 더 좋다!
청춘의 꿈이 잉태될 대학시절. 경첩이 곧 빠질 듯한 덜렁거리는 접이식 바둑판에, 사석을 서로 맞바꾸면서까지 모자란 바둑알로 열심히 두드렸던 판수가 무릇 수 천판이었다. 기우회 골방에서 짧은 청춘이나마 묵혀봤던 유저라면 다들 기억나리라.
강산이 한번은 바뀌었으니 이젠 전통이 되어가는 축제가 있다. 이번 주말 제주 서귀포시민회관에서는 인코배 서귀포칠십리 바둑축제가 열렸다. (주)인코는 건축자제 내장제를 생산하는 회사. 지자체나 큰 기업도 아닌 곳에서 개인의 쌈짓돈으로 기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바둑축제를 후원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과연 그는 어떤 분일지 몹시 궁금했다.
"어이쿠,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저 친구가 하자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칠십리축제의 메인스폰서라 할 백규환 대표는 이번 행사의 조그만 조력자일 뿐이라며 기자와의 대면을 극구 피한다.
여기서 말하는 '저 친구'는 내셔널리그 의정부팀 감독인 아마강자 황원순. 백규환 대표와는 한양대 76학번 동기동창이다. 그들은 대학기우회에서 만나 40년 가까운 우정을 쌓았고, 그들의 우정만큼이나 진한 바둑사랑을 10년 넘게 소리 소문 없이 실천하고 있다.
▲ 40년지기 백규환 황원순 씨
이 축제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나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기획을 맡고 어떤 이는 경비를 충당하고 또 어떤 이는 재능을 얹져야 비로소 축제가 축제다워지는 것. 지금도 백대표가 가장 곤혹스럽게 생각하는 순간은 건배제의나 축사를 시킬 때란다.
"서귀포칠십리 바둑축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클럽 A7 식구들의 헌신과 절친 황원순의 뜨끈뜨끈한 인간미와 서귀포 한공민 원장의 아이를 향한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길거리축제 때부터 재능기부해주신 많은 사범들도 큰 역할을 했지요."
과거 아마7단급 사범들이 바둑판을 들고 나와서 야외지도기를 펼쳤던 길거리축제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그 기획자였던 A7 홍시범 대표가 한번은 바둑계 선배인 황원순 씨에게 자신의 고향인 제주에서도 길거리축제를 한번 하고 싶다는 얘길 했다. 그러자 황씨는 즉각 대학동기 백규환과 담판을 지으며 오늘날 서귀포칠십리 바둑축제가 태동했다. 그게 11년 전이고, 그때를 기점으로 길거리축제는 제주도축제로 변신했다.
황원순과 백규환의 담판 내용이 흥미롭다. 백대표는 친구 황원순을 대학 1년 때 만났다. 학교에 흥미를 못 붙이던 차에, 바둑이 뭔지 정도만 알았던 그는 기원에서 1년 정도를 살았다. 그때 비약적으로 바둑이 늘어 한때 프로기사가 되어볼까 하는 상상도 할 정도. 친구 황원순은 자신보다 늘 바둑을 잘 두었으며 동기동창이었기에 자주 어울리게 되었다.
▲ 서귀포축제에서 페어대회 1회전에서 절친끼리 적으로 만났다.
"예전에 약속을 하나 했어요. (황)원순이가 인간성이 좋아서 '야, 난 네가 하자는 대로 하고 싶어'하고 지나는 말로 툭 던졌어요. 그걸 기억하고 있는 이 친구가, 2002년 임동균 김희중 심우섭 등 당시 술잔을 돌렸던 증인을 대동한 자리에서 대뜸 제주얘길 하는 겁니다. '너 전에 내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고 했지? 그럼 대회 후원 좀 해!' 하는 것입니다."
절친의 꼬드김 때문이라고는 에둘러 표현했지만 그는 신의를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친구 황원순은 한마디로 '사가지 있는 사람'이라고 백규환을 표현했다. 그가 말한 사가지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사단(四端)을 말한다. 어짊과 의로움, 예의와 지혜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말이다.
"바둑이란 베이스가 없었다면 지금의 친구들도 없었을 것입니다. 바둑판에서 지는 것을 배웠습니다.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여기 올 때마다 너무 좋습니다. 제 사업이 망하지 않는다면 서귀포칠십리 바둑축제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 서귀포 산굼부리에서 칠십리축제를 준비한 멤버들의 기념촬영. 좌하귀가 백규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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