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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명인전]

“댓글? 이기면 보고 지면 안 봐요!“

여류명인 4연패에 성공한 최정 인터뷰

진재호2015-04-28 18: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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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여류명인전에서 4연패에 성공한 최정은, 타이젬 극렬 팬 최정의 멘토(mentor) 아빠 최창연(49)와 함께 한국기원 부근 고기 집에서 우승 축하연을 조촐하게 가졌다. 최정을 보려면 국가대표 훈련이 계속 이어지기에 주말밖에는 시간이 나질 않는다. 타이젬이 약속한 날은 박승철 사범의 결혼식이 있던 주말이었고, 하필 그곳에서 최정은 축가를 불렀단다.

"고기는 제가 구울게요!"
최정은 요즘 고기 굽는 재미가 붙었다. 여류명인전 2국 때 합천군 행사에서 한우를 오유진과 구워먹던 사진이 떠올랐다. 덕분에 세계선수권자가 직접 구워주는 고기를 맛볼 수 있었다.

"맥주는 못해요. 전 사이다로 할게요."
최정은 맥주 한잔은 할 수 있는데, 요즘 안구건조증이 심해 약을 먹고 있단다. 어릴 적 아토피가 있었는데 요즘 다시 도지는 것 같아서 가려먹어야 하는 음식이 많다는 아빠의 전언.

▲ 고기굽는 시범을 보인 최정. 왼쪽은 자신의 멘토인 아빠 최창연 씨.

박승철 사범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렀는데, 어떤 인연으로 그런 과감한 결정을 했나?
2013년 인천실내무도 경기 때 박사범님이 코치였어요. 그래서 당시 여자대표팀 선수였던 (오)정아언니 나 (김)채영이 (오)유진에게 축가제의가 왔었어요, 정아언니는 사정이 생겨서 우리 셋이서 박학기의 '비타민'을 불렀죠. (아래 최연소 국가대표 3명이 축가 부르는 동영상 있음)

여류명인전 오유진과의 2국은 포석이 특이했다. 작년에는 양외목도 썼는데 '괴초식'에 재미를 붙인 것은 아닌지?
일단은 상대가 당황하는 게 재미있고…(웃음) 스타일자체가 중앙을 중시하는 기풍이라서 좀 낯설지만 지금 제가 전투형이니까 최적의 변칙포석이라고 생각해요. 또 (오)유진이 절 잘 알기 때문이기도 했고, 너무 평범하게 두어서 이기려고만 하는 것은 싫었어요. 앞으로도 외목 고목 등 다른 것을 써볼 참이에요. 대국 2시간 전에 산책을 하다가 문득 그 포진이 떠올랐어요. 물론 평소에 그런 포진에 대한 상상은 했었지만.

타이젬에 실린 사진에는 대외목과 고목을 병합한 포진을 깔아놓고 웃고 있던데…
아, 그건 오해에요. 그 당시 밖에서 '최정이가 이상한 수를 두었어!'하는 팬들의 대화가 들렸어요. 그래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그랬던 거예요.

첫 여류명인전에서 우승했던 3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는가?
넓게 보게 되었다는 점이죠. 그리고 승리에 대해 집착하는 면이 좀 줄었다는 것이 발전이라면 발전이죠. 여자명인전도 1국 내용이 좋지 않았는데 2국에서는 꽤 만족했어요. 요즘은 확실히 이기는 데만 목표를 두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느껴요.

입단초기부터 남자기사와 대등하게 되겠다는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작년 10월 한국리그에서 김승재, 2011년 명인전 예선결승에서 조한승 사범님을 꺾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그 일로 뉴스가 된다는 점은 제가 아직은 약하다는 거죠. 작년까지는 목표가 흐릿해진 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또렷하게 목표로 설정되어 있어요. 진행 중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지금 86위인데 올해 안에 50위, 3년 안에 20위가 될 수 있겠는가. 작년 인터뷰에서 50위나 100위나 엇비슷하다고 했는데, 왜 못 올라가는 것인가?
비슷하니까 못 올라가는 거죠. 사실 여자들끼리 시합은 우승을 해도 랭킹점수가 크지 않고, 만약 패하면 많이 깎이게 되는 것도 버거운 측면이 있어요. 그러나 올해가 지날 때 쯤이면 50위권에 반드시 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KB리그에서도 뽑아 주시겠죠.(웃음)

▲ 여류명인전 대국 당시 대외목과 고목을 갖다놓고 팬들의 설왕설래를 듣고서 웃음을 짓는 최정(사진 위). 건배 제의에 웃음보가 터진 오유진 최정(사진 아래). 

아직 자기바둑이 결정되지 않은 듯 보인다. 본인생각은?
중반은 자신이 있는데 후반을 조금 보강을 해야 한다고 봐요. 이래가지고는 상위랭커로의 진입은 힘들어 보이고, 끝내기 실력을 더욱 보강해야 하죠. 그런 다음에 생각할 문제라고 봐요.

이번 여자바둑리그가 처음 시작할 때 목표승수는 몇 승이었나?
10승 정도는 하지 않을까 했지만 8승에 그쳤어요. 속기였기 때문에 좀 많이 진 듯….

여자들끼리 경쟁하는 구도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남자기사와 대등해지는 게 제 꿈이요 목표인데, 여자들끼리 경쟁에 자꾸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한 말이에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여자기사중에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는 아니에요.

황룡사쌍등배에서 위즈잉과 만났을 때 얘기 좀 해달라.
이번에 연패를 끊었는데, 과거대국과는 많이 의미가 달랐죠. 마인드컨트롤이 되었다고 할까, 바둑 두기 3분 전에 부처님처럼 명상을 했던 게 주효했어요. 솔직히 제가 져도 (김)혜민 언니가 있었으니 큰 부담은 없었어요. 과거엔 자꾸 지고 자꾸 초조해지다보니 ‘이건 내 바둑이 아닌데’ 하면서 진 경우가 잦았지만요.

위즈잉이 지고 나서 또 울지 않던가?(웃음)
진짜 울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위즈잉은 감정이 금방 금방 나타나는 쪽인 것 같아요. (위즈잉은 과거 2013년 황룡싸쌍등배 때도 6연승을 거두고 최정에게 패한 이후 운 적이 있다.)

그래도 이번에 또 지면 어떻게 하나 하고 고민이 있었을 텐데?
했긴 했죠. 만약 졌다면 타이젬에 안 들어오려고 했어요. 그 상황에서 타이젬 댓글이 곱지 않을 것이란 상상을 하니까 벌벌 떨렸어요.(웃음)

▲ 오랜만에 친구같은 아빠와 함께 한 최정.

타이젬 댓글도 보는가?
이기면 보고 지면 안 봐요. 아니, 지면 한참 후에 봐요.(웃음)

지금까지는 바둑이 남자친구라고 했다. 언제까지 그럴 건가?
남자친구가 있는 것이 싫지는 않지만 현재는 그럴 맘이 없어요. 아직 바둑으로 할 일이 많아서요. 그리고 주변에서 절 여자로 안 봐요.(웃음)

요즘 고민거리는 뭐가 있을까?
고민은 아니고 궁금한 게 있어요. 요즘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을 읽는데 관념과 사상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어요.

끝으로 어려운 질문 하나. 나이가 많아도 최강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대단한가, 아니면 어린데도 최강의 실력을 보여주는 게 대단한가?
(잠시 생각하다) 나이가 많은데도 성적을 내는 것이 더 대단한 일 같아요. 여전히 루이사범님을 존경하긴 하지만, 요즘은 목진석 코치님을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국가대표 코치면서도 저희보다 공부량에서 덜하지 않아요. 목코치님 스마트폰엔 처음 보는 사활 어플이 굉장히 많아요.

한국바둑 여제(女帝)의 계보는 윤영선 조혜연 박지은 최정으로 이어진다. 신여제 최정은 아직 19세에 불과하므로 성장 잠재력은 무한하다. 2014년 궁륭산병성배에서 우승했고 이번 2월 벌어진 황룡사쌍등배 막판 3연승에서 보았듯 단체전에서도 주장 역할을 확실히 수행했다. 또 라이벌 위즈잉에게 그간 얽히고설킨 매듭을 스스로 풀어헤쳤다.

최정은 한국무대에서는 난공불락이다. 한판이야 모르겠지만 번기에서 그녀를 제압할 강적은 아직은 없어보인다. 물론 성장세의 오유진(17)이 한번밖에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그들의 나이차는 크지 않기에 오유진이 늘면 최정도 는다.

과거 스무살 이전에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하겠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가능할 것 같은 지 다시 묻자, 이 질문에는 아빠가 현답을 내린다. "목표가 작으면 빨리 이룰 수 있지만, 이루기 힘든 꿈을 가진 이는 행복한 것이죠."

그러고 보니 최정도 여류명인전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1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길게 볼 때 결국 퇴보인 것 같다. 태양을 향해 쏜 화살이 가장 멀리 날아간다는 말처럼,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 역시 담대함이 느껴지는 부녀지간이다.


▲ 박승철 사범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는 최연소 여자국가대표 3인. 김채영 오유진 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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