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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가 사는 법]

권효진-웨량, 프로부부가 사는 법

결혼10주년 맞이한 '중국통' 권효진과 웨량 부부의 바둑이야기

이영재2015-06-14 14: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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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가족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웨량 권효진, 둘째인 딸 지우(7).

글·사진=이영재 기자
 
바둑계엔 생각보다 많은 프로기사 부부가 있다. 부부가 모두 KB리그 및 여자리그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상훈-하호정, 김영삼-현미진 부부, 지난 5월27일 맥심배 시상식에서 가족들과 기쁨을 함께한 최철한과 윤지희 프로 부부, 함께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박병규-김은선 부부 등.

중국으로 눈을 돌리면, 장주주-루이나이웨이, 창하오-장쉔 부부 등 바둑 팬들에게 잘 알려진 프로들끼리 연을 맺은 커플이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한국과 중국에서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나눈 한국의 권효진, 중국의 웨량 프로 부부.

권효진의 부친은 권갑룡으로 한국바둑사관학교인 권갑룡도장을 프로 중 맨 처음 연 인물이다. 1995년 권효진이 입단에 성공하면서 한국 최초의 부녀프로기사가 탄생했다. 한편 웨량의 여동생 또한 중국 프로(딩례)에게 시집을 갔다고 하니, 권효진-웨량 부부는 국제간 부녀간 형제간 바둑가족인 셈이다.

2005년 웨딩마치를 울렸으니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권효진 웨량 부부의 첫 만남은 중국에서 이뤄졌다. 현재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위치한 권갑용 바둑도장과 중국 베이징에 있는 녜웨이핑 바둑도장은 정기적으로 교류를 해온 사이. 매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교류전을 벌였는데 2003년 1월 중국에서 교류전이 벌어질 때, 처음 만났다.


▲ KIBA 권갑용바둑도장. 한국바둑을 이끌 새싹들이 아침 일찍부터 바둑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첫 만남을 갖게 된지 한달이 지난 2003년 2월, 권효진은 중국 여자바둑의 간판스타 장쉔과 제1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 4강 3번기를 치르기 위해 다시 중국 베이징으로 향했다. 이 때 웨량은 권효진을 응원하기 위해 시합장을 찾았고, 팽팽한 접전 끝에 1-2로 패하며 세계대회 결승 진출의 기회를 놓쳐 상심이 컸던 권효진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권효진이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온라인에서 만남을 가지며 서로를 조금씩 알아갔다. "당시 남편하고는 주로 온라인에서 만나 바둑도 두고 대화도 하면서 데이트를 했죠. 저는 사실 바둑에는 집중이 안되었는데, 남편은 진짜로 바둑을 두더라구요(웃음). 제가 한 판도 이긴 적이 없어요."

웨량은 초기 중국 갑조리그에서도 활약한 바 있는 실력파지만, 정상권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던 상황. 때마침 한국의 바국도장에서 아내 루이나이웨이와 함께 연구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던 장주주가 '한국에서 함께 바둑지도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상황이었다. 웨량으로선 그 시기가 토너먼트 프로냐, 보급 프로냐를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였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바둑교육에 뜻이 있었던 웨량은 한국행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연고도 없는 타지로 훌쩍 떠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권효진과의 만남이 웨량의 선택을 돕는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갑작스레 낯선 한국 땅에 가기로 결정한 것은 어려운 선택이었어요. 아내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고, 온라인을 통해 교류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한국에 오면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 몫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죠."

 
▲ 마침 한국에 와 있던 웨량이 도장을 찾았다. 다정한 아빠와 딸의 모습.

웨량이 한국 바둑도장에 와서 가장 놀란 점은 바둑교육이 '시간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중국에선 2시간이면 2시간, 3시간이면 3시간 등 시간을 정해 강의와 실전대국 등 커리큘럼에 따른 교육을 하고 수업을 마치는 방식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상황.

하지만 한국은 달랐다. 한국에선 도장이 문을 여는 시간(오전9시)부터 문을 닫을 때(오후9~10시)까지 하루종일 스승과 제자가 함께 호흡하며 쉬지 않고 바둑 공부를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웨량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방식은 세계최강국으로 올라서는 디딤돌이 되었다고 믿었다. 그는 바둑도장을 운영해야겠다는 목표를 갖게 된다. 중국으로 돌아가서 한국식 교육법을 도입한다면 중국바둑도 단박에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실제로 웨량과 권효진이 함께 만든 '악권 바둑도장'(웨량岳亮의 첫 글자 한자 '악'과 권효진의 권을 붙여서 만든 도장 이름)이 선두주자가 되어 중국에 한국바둑도장식 교육법을 전파했고, 지금은 대다수의 중국바둑도장이 모두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교육한단다.

"한국과 중국이 모두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습니다. 한국은 바둑교실과 바둑도장의 경계가 모호하죠. 바둑을 배우는 모든 학생이 프로를 지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국과 같은 시간 집중제 교육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요. 중국은 이미 한국의 장점을 받아들였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나가고 있어요."(권효진)

 

▲ 악권바둑도장 홈페이지.

한국식 바둑교육은 중국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기존 중국바둑도장에서 부족하게 느꼈던 공부시간이 악권바둑도장에 오면 비약적으로 늘어났기 때문. 효과를 입증할 만한 실질적인 성과도 거두게 되는데, 권효진 웨량 부부가 중국에 있는 동안 배출한 프로기사는 무려 17명이나 된다.

악권바둑도장의 간판스타는 중국15위 양딩신과 황룡사배 세계여자바둑단체전에서 5연승을 달성한 쑹룽후이.

특히 양딩신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부의 집에서 숙식을 하면서 바둑을 배웠다고 한다. 신혼 초기였던 당시, 그야말로 애 하나를 키우는 정성을 들여 애지중지했던 제자가 지금은 중국1위 스웨를 꺾고 중국최대기전 창기배에서 우승하는 등 청출어람했다.

또한 지난 5월 제2회 몽백합배 통합예선 결승에서 한국4위 강동윤을 격침한 중국신예 판인과 백홍석을 꺾은 리러가 모두 악권바둑도장 출신.

 
▲ 중국신동 판인과 권효진. 이 귀여운 아이는 시간이 흐른 후…
 
▲ 강동윤-판인(승). 한국4위 강동윤을 격침하기에 이른다. 지난 몽백합배 통합예선 결승 대국모습.

현재 권효진은 서래바둑연구실에서 활발한 바둑보급 활동을 하고 있고, 웨량은 중국에서 악권바둑도장을 운영하느라 각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웨량은 한두달에 한 번씩 한국으로 들어와서 1주일 가량 머물다가 다시 중국으로 간다. 기러기 부부가 된 셈인데, 고충은 없을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저도 전업주부가 아니고 일을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 두 명을 혼자 키울 생각을 하니 막막했죠. 지금은 아이들도 예쁘게 잘 커줬고, 남편 바둑도장도 중국에서 자리를 잡아서 뿌듯하죠."(권효진)

부부는 슬하에 두 자녀를 두었다. 첫째가 악현, 둘째는 악지우. 웨량(岳亮)은 중국 남송시대의 명장 악비(岳飛) 장군의 후손으로, 한자 첫 글자를 그대로 읽으면 '악'으로 발음된다. 아버지의 성을 따르다보니 자녀들이 모두 특이한 성을 가지게 되었다.

"현이와 지우는 어렸을 때부터 악현, 악지우라는 이름에 익숙해져서 괜찮은데, 정작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 할 때가 종종 있어요(웃음). '세상에 악 씨가 어디 있어요?'라는 반응들을 많이 보이죠."(권효진)
▲ 아빠의 뽀뽀세례가 다소 부담스러운 듯(?) 딸 지우의 익살스런 모습.

바둑가족의 새싹들 답게 현이와 지우는 모두 바둑을 배우고 있다. 지난 3~4월 여자바둑리그가 한창이던 때에는, 바둑TV에서 생중계가 시작되면 각자 바둑판을 하나씩 붙잡고 앉아 수순을 따라가며 검토를 할 정도. 권효진 웨량 부부는 자녀 둘 중 하나는 꼭 바둑을 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권효진은 올해 첫 출범한 여자바둑리그 서울부광탁스의 감독을 맡았다. 바둑계 대표 '중국통'임을 입증하듯, 다른 팀 보다 한 발 빠른 물밑 접촉을 시도해 중국여자1위 위즈잉을 영입했다. 또한 권효진은 K바둑에서 중국갑조리그 방송을 4년째 해오고 있다.    

중국바둑계 소식에 밝고, 중국바둑의 어제와 오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권효진 웨량 부부는 한국바둑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다. 이들이 한결같이 얘기하는 것은 중국에 비해 한국은 바둑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 중국기사들이 '바둑프로'라는 자부심을 크게 갖는데 반해, 한국은 일류 기사 몇 명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잘 아시다시피, 중국바둑은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요. 대학입시 가산점 제도 등 바둑실력이 강한 학생에게 혜택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중국공영방송에서 바둑과 관련된 다큐를 제작할 정도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죠. 물론 한국의 상황이 중국과는 다소 다르지만, '미생'과 같은 콘텐츠를 더 많이 생산하고 일반인들에게 바둑의 장점을 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분명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바둑계 안에 갇혀 있지 말고 대중들에게 나아가야 바둑이 살 수 있어요."(권효진)


▲ 맨 왼쪽에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아이가 권효진 웨량 부부의 장남 악현. 출중한 외모로 길거리 캐스팅되어 서태지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을 때.

▲ 현재는 주1회 연기 수업을 받으며 아역배우로 활
약 중이다.

 
▲ 둘째 딸 지우. 바둑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기력은 약하지만, 벌써부터 재능이 보인다고. 

▲ "엄마보다 낫네~" 할아버지(권갑룡)와 수담을 나누는 지우(오른쪽)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현(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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