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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가 사는 법]

'11년째 신혼' 잉꼬부부 스토리

바둑계 대표 잉꼬부부 이상훈-하호정 인터뷰

이영재2015-07-08 16: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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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진정한 바둑가족! 아빠팀vs엄마팀으로 편을 나눠 페어대국을 벌이는 모습. 왼쪽부터 이상훈, 둘째 윤서 양, 하호정, 첫째 지민 양. 


국내최초로 프로기사간 결혼을 발표했던 이상훈(42)-하호정(35) 부부가 올해로 결혼 11년 째를 맞았다.

2004년 9월 결혼을 발표하고 2005년 3월에 결혼한 이상훈-하호정 부부는 국내 2호 프로기사 부부.(국내1호는 김영삼-현미진 부부로 결혼 발표는 2004년 11월에 했지만, 2004년 12월에 먼저 결혼식을 올린 바 있다.)

남편 이상훈은 지난해 2014시즌 퓨처스리그, 정규리그, 포스트시즌까지 3개 부문에서 모두 우승을차지하며 바둑리그를 평정한 자타공인 최강팀 티브로드의 감독이다. 또한 아내 하호정은 올해초 바둑계를 뜨겁게 달군 2015 여자바둑리그 서귀포칠십리 감독을 맡은 바 있다. 프로기사 부부인 두 사람이 나란히 바둑리그와 여자리그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

이상훈 프로는 지난 2012년 9월부터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에서 '사활과 수읽기', '포석과 정석', '중반전술개론' 등 바둑학 전공 강의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바둑학과생들의 호평을 받으며 매 학기 2과목 이상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호정 프로 역시 순천향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에서 '교양바둑' 강의를 맡고 있는데, 수강신청 화면이 열리자 마자 3분 내에 마감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제 대학교 성적평가 기간이 모두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생활패턴이 단순해졌다는 이상훈-하호정 부부. 남편 이상훈이 감독을 맡고 있는 바둑리그 티브로드 팀의 경기가 저녁에 있기 때문에 데이트는 평일 오후에 할 때가 많다. 영화를 즐겨보는데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연평해전'이라고.

▲ 모처럼 온가족이 함께 하는 평일 점심시간. 아이들 보다 부모들이 더 즐거워하는 모습.    


어렸을 때부터 바둑에 매진해 프로가 된 것, 바둑리그와 여자리그에서 감독직을 맡고 있는 것,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것 등 닮은 점이 많은 부부지만, 사실 남편 이상훈과 아내 하호정의 성격은 정 반대다. 이상훈이 침착하고 신중하며 다소 내향적인 반면, 하호정은 쾌활하고 활동적이며 외향적인 성격이다. 뚜렷한 성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상훈-하호정 부부는 바둑계 대표 잉꼬부부로 명성이 자자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하호정)
"말 싸움 조차도 별로 안 한 것 같아요."(이상훈)
"제가 수더분한 성격이라 다툴일이 별로 없었죠. 사람들은 남편이 착해서 싸움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알고보면 제가 더 착해요(웃음).

오히려 싸움을 한 적이 없다보니 서로간에 미운 정(?)이 들지 않아 걱정이라는 이상훈-하호정 부부. 어렸을 때 '한 미모'했던 아내 하호정을 꼭 닮은 예쁜 딸 두 명과 함께 오손도손 가정을 꾸리고 있는 잉꼬부부를 두 딸이 수학중인 권갑용바둑도장에서 만났다.

▲ "어디를 봐야 되나요?" 단란한 바둑가족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만난지 1년3개월 만에 스피디하게 결혼에 골인한 이상훈-하호정 부부는 '친구에서 연인'이 된 대표적인 케이스.

이상훈과 절친한 이창호, 강승희 등 동료프로들과 함께 종종 어울렸던 하호정은 평소 친했던 '오빠' 이상훈에게 자신의 친한 친구를 소개시켜줬다.

하지만 당시 이상훈과 하호정의 친구 사이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소개팅 주선자였던 하호정은 미안한 마음에 이상훈에게 자주 연락을 하며 위로를 해줬고, 따뜻한 마음씨에 끌린 이상훈은 급기야 하호정에게 깜짝 고백을 하기에 이른다.

"너무 뜬금없이 고백을 받았어요(웃음). 당시 2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져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는데 그 때 남편에게 고백을 받았죠.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남편 집이 분당이었고 저는 서초에 살고 있었는데, 거절하고 나니 저를 패대기(?)치더라고요. 데려다 주지도 않고 버스 정류장에 버리고(?) 가버렸어요. 그래도 조금은 매달리거나 할 줄 알았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길래 오히려 당황스러웠죠(웃음). 튕기는 매력에 끌렸다고 해야하나…"(호정)

"일주일쯤 후에 왜 전화도 한 번 안하냐면서 아내에게 먼저 전화가 왔어요. 저는 한 번 의사표시를 했는데 아내가 이미 거부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또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죠. 다시 만나는 도중에 아내가 사귀자고 하더라고요(웃음)."(상훈)

▲ "여기서는 먼저 마늘모로 붙여 두는 게 중요해." '엄마팀'의 모습.

▲ 여유로워 보이는 '아빠팀'.


아내가 꼽은 남편의 매력은 무엇일까?

"남편의 장점은 자기자신을 사랑한다는 점이에요. 저는 그게 좋아요. 열등감 있는 남자는 별로인데 남편은 그렇지 않거든요. 자기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을 믿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호정)
"다른 말로 하면 고집이 세다는 뜻도 되겠죠(웃음)."(상훈)

"그리고 남편이 보기보다 유머감각이 있어요(웃음). 함께 있으면 재밌어서 결혼한 거에요."(호정)
"맞아. 아빠 웃겨~"(지민)

11년간 결혼 생활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지 궁금해졌다.

"원래 가장 행복했던 때는 지민이가 태어났을 때라고 얘기해야 하는데(웃음), 사실 작년에 티브로드가 우승했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런데 그 날 우승 직후 바로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응급실 신세를 졌었죠. 그 때 인생이 새옹지마라는 것을 느꼈죠."(상훈)

"특별히 행복한 때 보다는 매 순간 순간이 행복해요. 저랑 살면서 남편이 덜 예민해졌어요. 신혼때는 남편이 시합에서 지고 오면 물어보기도 그렇고 조금 답답했었죠. 그 때 제가 남편의 시합 결과를 눈치채는 방법이 있었어요. 집에 요구르트 배달이 왔었는데, 남편이 그것을 꺼내서 정리 해두면 그 날 바둑을 이긴 것이고, 그대로 있으면 바둑을 진 것이었죠(웃음)."(호정)

"남편에게 '죽기전에 누구한테 몇 집 졌고 그런 것 절대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 넷이 함께 행복했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니 승패는 빨리 잊자'고 얘기했어요. 신혼 초에는 잘 들어줬는데, 지금은 또 달라졌죠. 티브로드 팀이 지면 본인이 졌을 때 보다 더 힘들어해요."

▲ 어렸을 적 엄마의 모습을 빼 닮았다는 첫째 지민(오른쪽)과 둘째 윤서.

이상훈-하호정 부부의 첫째 지민(10) 양과 둘째 윤서(8) 양은 아내 하호정이 사사했던 권갑용 바둑도장에서 바둑공부를 하고 있다. 나이는 언니 지민이 2살 위지만 바둑을 배운 시기가 비슷해 기력은 호선이라고. 프로기사 부모에게 자녀들의 기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요청했다.

"지민이와 윤서는 저희한테 9점 정도 놓고 둬야 할 거에요."(상훈)
"애들 표정이 안 좋아지는데~?(웃음)"(호정)
"아빠한테 9점에 이길 수 있어요!"(지민)

윤서 양은 지난 3월 SG배 페어바둑대회 예선에 아빠와 함께 출전해 프로기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하루에 평균적으로 바둑 공부하는 시간을 묻자, 첫째 지민은 4시간30분, 둘째 윤서는 5시간30분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첫째 지민은 미술을 가장 좋아한다. 반면 둘째 윤서는 바둑을 가장 좋아한다고. 부모가 프로기사인 만큼 자녀들을 프로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을까?

"그것은 말 그대로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부모가 바둑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바둑을 배워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바둑을 배운다면 향후 학업에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에요. 프로입단이 목표는 아닙니다."(상훈)

"저는 둘 중에 한 명은 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엄마가 바둑프로기사였고, 바둑을 통해 행복해졌기 때문에 딸도 바둑과 함께 행복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죠."(호정)

두 딸이 누구를 닮았는지 묻자,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엄마를 닮았다"고 답한다. 미모는 어렸을 적 엄마를 꼭 빼닮았지만, 푸근한 성격은 아빠를 닮았다는 부연설명도 잊지 않는다.


▲ 지민, 윤서 양과 함께 쌀국수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이상훈-하호정 부부.

인터뷰 내내 너무 좋은 얘기만 했다고 느꼈을까. 아내 하호정이 이러다가는 분량이 안나오는 것 아니냐며 남편에게 서로의 단점을 하나씩 이야기 하자고 제안한다. 얼떨결에 궁지에 몰린 이상훈이 "아내는 경솔한 기풍"이라고 말문을 연다.

"아내는 활발하고 외향적이지만 가끔 경솔할 때가 있어요. 사실 천재형들이 대부분 경솔한 면이 있죠(웃음)."(상훈)

경솔하다는 단점 지적으로 시작했던 얘기마저 '아내가 천재'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 상황. 이쯤되면 이 부부가 왜 바둑계 최고의 잉꼬부부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서둘러 아내가 천재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남편.

"아내가 예전 초등학교 6학년 때 당시 3학년이었던 이세돌에게 어린이 대회 결승전에서 승리한 적이 있어요. 이세돌은 나이는 어렸지만 당시에도 상당한 기력이었죠. 그 때 우승했던 대회 기사를 스크랩 해둔 것도 있어요(웃음)."(상훈)

단점을 하나씩 얘기하자는 취지가 퇴색되던 찰나, 아내가 말문을 연다.

"남편의 단점은 표현을 잘 안한다는 점이에요. 안 좋은 일이 있거나 할 때도 얘기를 안해주니까… 항상 제가 먼저 가서 풀어줘야 하고(웃음). 앞으로는 좀 더 표현을 해줬으면 좋겠어요."(호정)

프로기사 부부인 만큼 바둑에서 얻은 지혜를 삶을 통해 실천하고 있는 것도 있지 않을까.

"바둑을 통해 얻은 것이 많지만 삶에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책임감'입니다. 바둑은 혼자 두는 것이고, 자신의 판단을 오로지 자신이 책임지기 때문에 남의 탓을 하지 않습니다. 삶에서도 어떤 결과가 나왔을 때 남의 탓을 하지 않고, 어떤 일을 할 때에도 '내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죠."(상훈)

결혼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연애기간 동안 싸운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아마 싸울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던 이상훈-하호정 부부는 10년이 흐른 후 바둑계 대표 잉꼬부부가 되었다. 다시 5년 후 미래를 그려보는 두 사람.

"아마 5년 후에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 같아요. 변함없이 함께 바둑 일을 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겠죠?(웃음) 다만 아이들이 많이 자랐겠죠. 그 때는 아이들이 중학생이 될 테니까요."(상훈, 호정)

▲ 지난 3월 아빠와 함께 팀을 이뤄 SG배 페어대회에 출전했던 둘째 윤서 양의 귀여운 모습.

▲ 엄마의 어렸을 적 모습 그대로. 첫째 지민.

▲ 바둑을 가장 좋아한다는 둘째 윤서.

▲ "엄마가 말씀하신 대로 쓴 거에요." 둘째 윤서
가 6살때 적은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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