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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 3명의 김사범이 산다

김성래 김채영 김다영 '3부녀프로' 인터뷰

진재호 바둑평론가2015-08-22 16: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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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래가문'은 세계최초의 삼부녀프로기사가 되었고, 엄마까지 전 식구가 바둑가족이다. 아빠 김성래, 엄마 이소윤, 김다영 김채영 자매.

"두 딸이 타이틀을 놓고 결승을 치를 때 아빠가 입회를 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어제 21일 한국바둑계엔 경사가 있었다. 여자연구생1위 김다영(17)이 제44회 여자입단대회를 통과하면서 세계최초로 삼부녀(三父女) 프로기사가 탄생한 것. 아빠 김성래(52), 언니 김채영(19)에 이어 또 다시 막내 김다영이 프로의 꿈을 이루었다. 권갑룡-권효진 고바야시고이치-고마야시이즈미(일본) 등 간혹 부녀기사가 있긴 하지만, 가족기사가 즐비한 일본 대만 중국을 모두 뒤져봐도 삼부녀(三父女)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김다영의 아빠 김성래는 바둑보급 최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영어에 능통하여 4년 전까지 유럽에 보급활동을 다녀온 바 있고, 각종 바둑서적 저술과 방송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언니인 김채영은 2014년 여류국수전을 보유했던 여자바둑의 미래. 뿐만 아니라 엄마 이소윤(50) 씨도 바둑교실에서 초급반 지도를 다년간 맡아온 경력이니, 한국의 대표적인 바둑가족으로 손색이 없다.

김다영은 2003년 6살 때 바둑을 처음 배웠다. 2007년 초등3학년 때 연구생이 된 이후 현재 남여통합연구생 2조에 해당하는 실력파. 이는 박지은이 연구생시절 1조에 올랐던 전설같은 이야기에 이어 다음가는 높이란다. 김다영은 여류국수 경력의 언니 김채영의 재주와 견줄만하다. 실제로 김다영은 지난 3월 LG배 아마예선에서 박상진(프로) 홍근영 박종욱을 물리치고 여자아마로서는 처음 통합예선 진출권을 따내기도 했다.

앞으로 아빠 김성래의 소원이 이루어질지 모르는 공간에서,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나란히 김사범네 네 식구와 함께 김다영의 입단인터뷰를 가졌다. 아빠 김성래와 먼저 몇 마디 나누고 또 자리를 옮겨 가족과 대화를 나누었다. 편의상 물음을 묶어 정리했다.

▲ 입단대회때 진지했던 모습의 김다영.

지금 소감은?
다영 지금 너무 좋아요. 좋다는 생각이외엔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질 않아요.
아빠 세계최초의 삼부녀기사가 되었다는데, 가문의 영광이죠(웃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다영 일단 서울을 떠나 여행을 하고 싶어요. 쉬고 싶어요. 가급적이면 좀 오랫동안….
엄마 그럴 겁니다. 저희는 가족여행을 갈 수가 없었어요. 입단대회를 매번 여름에 하니까 여름휴가도 몇 년 째 갈 수가 없어요.

연구생과정에서 입단하기까지 사연이 참 많았을 것같다
아빠 요즘은 남녀구분이 없이 연구생을 관리하는데 다영인 연구생 2조까지 올라갔습니다. 박지은이 연구생 시절 1조까지 올랐다고 들었는데 아마 그 이후 여자연구생으로서는 최고 높이가 아닌가 싶어요. 채영이가 입단할 때는 당시 연구생 4~5조를 왔다 갔다 할 때여서, 크게 기대를 안했었는데 덜컥 입단을 했어요. 그런데 다영이는 기대를 좀 했었는데 입단이 기대보다는 1~2년 늦어진 셈이죠.

생각보다 늦게 입단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다영 재작년부터 입단대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입단이 유력하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떨어져서 굉장히 상심했어요. 작년엔 그 여파인지 성적도 굉장히 나빠서 슬럼프였던가 봐요.
엄마 올해 들어서는 굉장히 열심히 하더라고요. 제가 타이젬 대국도 자주 둘 수 있도록 한판에 5000원의 상금을 주었지요(웃음). 그랬더니 용돈도 타고 바둑도 트레이닝하고 다영인 좋았지만, 나중엔 제가 부담이 될 정도로 대국을 자주 했죠. 다영이가 1년 동안 참 공부 많이 했어요.
채영 작년엔 집에서도 공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공부를 멀리 했지만, 올해들어서 무섭게 공부하더라고요. 올해는 입단할지 말지 집안에서도 별로 걱정은 안했던 것 같아요.

사범으로서 아빠가 보기에 입단이 조금 늦어진 이유는?
아빠 입단대회가 그렇지만 실력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죠. 다영이가 조금 부담을 가진 것 같았고 좀 떨지 않았나 싶어요.

▲ 김채영 김다영 자매프로. 내년 여자바둑리그에서
나란히 뛰고 싶은 소망이 있다.

동생이 이젠 같은 프로가 되었는데 언니로써 부담되지는 않는지?
채영 오히려 이젠 성적에서도 큰 부담을 덜 수 있으니 좋죠. 혹시 제가 못하면 동생이 잘할 수도 있으니까요.

언니를 보고 자극을 받은 것은 없었는지?
다영 언니를 보고 당연히 빨리 입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극이라기보다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이번에 4판을 두었는데 어려웠던 대국은?
다영 저는 8강전 시드였기 때문에 첫판이 8강 조별리그였습니다. 첫판을 연구생 조승아를 만났는데 굉장히 어려웠고 나중에 역전을 한 내용이었어요. 결국 그 고비를 넘기고 입단이 보였습니다.

자매가 연습바둑을 두어본 것은 언제가 마지막인가?
채영 작년에 한번 두어보고 최근에는 둘 수 있었는데, 다영이가 원치 않아서 두지 못했어요.

동생과 시합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만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
채영 지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러나 만약 진다고 해도 다른 기사에게 지는 것보다는 맘이 덜 아플 것 같기도 하고요.

자매끼리 5번기를 하면 누가 이길 것 같은가?
채영 제가 이길 것 같아요.
다영 세 판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아빠 싸움 붙이지 말래도요(웃음)!

아빠를 시합에서 만난다면?
다영 아빠는 언제나 부담 없이 열심히 둘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빠 한 표 주웠다고 생각하겠지 뭐(웃음).

채영이와 다영이 입단 중 어느 쪽이 더 기쁜가?
아빠 딸을 비교하는 질문은 삼가세요(웃음)!
엄마 채영이 때는 당시 유력한 후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횡재한 기분이었다면, 다영이 때는 '이제 되었구나'하는 안도감이죠. 다영이는 이번에 안 되었더라면 좀 괴로워질 수 있겠고. 채영이는 여류국수도 올라봤고 스포츠어코드에서 금은 아니지만 은메달도 따봤어요. 앞으로 자매가 서로 분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어요.

▲ 언니 못지 않은 기재 김다영(17).

바둑전념이냐 공부전향이냐를 두고 언제 고민을 했었나?
아빠 저희는 모두 6학년 졸업할 때 계속 바둑을 시키느냐 공부를 시키느냐 둘 중 선택의 시간을 가졌어요. 학부모가 아닌 사범으로서 볼 때 채영이는 노력형이고 다영이가 센스형이었죠. 채영이는 악착같이 극구 바둑을 한다고 말했고, 다영이는 내심 바둑을 계속한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할까 말까'를 망설이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조바심이 난 제가 '다시 한 번 해보자'고 타일렀던 기억이 있네요(웃음).

아빠가 프로이기 때문에 프로다운 조언이 있었을 것 같다
아빠 사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왔을 때는 옆으로 슬며시 비켜주는 것이 최고지요. 다만 결정적인 순간에 터닝 포인트가 된 계기는 있었을 거예요. 채영이의 경우는 당시 최정의 공부 방법을 본받으라고 같은 도장으로 옮겼고, 다영이도 1년 전에 죽 다니던 도장을 옮겼어요. 어느 도장에서나 공부하는 것이야 비슷하지만, 맘이 흔들릴 때나 계기가 있을 때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 조금 도움이 되었을 거예요.

언제 어떻게 바둑을 가르치기 시작했나?
엄마 제가 미술전공이어서 처음엔 미술학원을 했어요. 아침에 출근하면 미술학원에서 두 아이들을 데리고 학원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죠. 그게 너무 안쓰러워서 아빠가 바둑을 하니까 인근 바둑학원을 보내게 되었죠. 다영인 어렸을 때 거의 매일 바둑학원에서 놀고 잠이 들고 그랬어요. 그럼 제가 업고 저녁에 퇴근하고 그랬죠.

엄마가 본 다영이의 숨은 면면 어떤 것?
엄마 다영인 욕심이 많은 아이에요. 초등1학년 때 최규병 사범이 책을 선물해주면서 '이 책을 마스터하면 바둑이 엄청 는다'고 하자, 언니 몰래 그 책을 혼자서 다 봤던 아이에요. 채영이는 초등시절에 머리가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입단 후에는 성격이 오히려 둥글둥글해지고 당당해지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다영이도 어떻게 달라질 지 기대가 되요.

따님을 둘 다 프로로 만들었는데 엄마의 생각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엄마 저 나이에 자기가 원하는 것은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 바둑보급도 나갈 수 있고 자기가 꿈꾸던 것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창 수능을 공부하고 있을 아이들에 비하면 나름의 진로를 이미 정한 것이니 상대적으로 무척 행복할 것이다. 물론 고생은 그간 했었지만 지금은 보답을 받는 것이라고 본다. 다만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다시 다영이게게. 목표는?
다영 일단 여자타이틀을 따고 싶고, 이왕이면 언니가 딴 여류국수전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럼 가장 빨리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다영 여자리그에 뽑히고 싶어요. (언니랑 같은 팀에 뽑히고 싶은가) 네에. 그 이유는 나도 이기고 언니도 이기면 기쁨이 두 배가 되니까요.

혹시 지금 프로 중에 라이벌이라면?
다영 라이벌이라기보다는 (송)혜령이 언니를 꺾어보고 싶어요. 연구생시절엔 제가 좀 많이 진 것 같아서요. (인터뷰 전에 다영이를 보고 가장 먼저 달려와서 포옹을 한 이가 송혜령이다.)

▲ 우리는 모두 김사범입니다. 우리를 부를 땐 그냥 '김사범!' 하지 말고 이름을 불러주세요! '김사범' 김채영, '김사범' 김성래, '김사범' 김다영.

아빠로서, 또 사범으로서 남은 소원은 무엇인가?
아빠 두 딸이 타이틀전을 벌이고 아빠가 입회를 하는 그림이 소원입니다(웃음).

아빠의 소원은 언제쯤 들어줄 것인가?
다영 한 3년 후? (너무 오래 걸린다고 하자) 그럼 1년?
채영 ('그렇게 빨리? '하고 놀라며) 제가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아요(웃음).

타이젬에서 요즘 자주 두던데 성적은 어떤 편인가?
다영 입단대회 기간에도 6판을 둬서 다 이겼어요. 저에게는 좋은 훈련무대가 되는 곳이라 꾸준히 두고 있어요. 이젠 (P)를 달아야겠죠(웃음)? 위즈잉과도 4판을 두었는데 1승3패에요. 정상급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되었죠. (그러자 역시 타이젬에서 자주 트레이닝을 하는 언니 채영이 실제로는 위즈잉이 더 잘 둔다고 조언.)

부모로서 딸들에게 할 애기가 있다면?
아빠 때린 사람을 잊어먹고 맞은 사람은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 아빠에게 벌 받은 얘기나 상처를 받았던 일 등을 기억하고 있을 때마다 맘이 아팠어요. 아빠와 사범님 사이에서 혼란이 왔던 것이라 생각하고 이해하기 바라는 수밖에요. 잘 해줘서 고맙고 잘 커줘서 고맙다고 전하겠습니다.
엄마 그래도 수월하게 커주었어요. 아이들도 나름의 스트레스가 많았겠지만, 사실 커는 과정에서 누구나 스트레스는 겪는 거죠. 그래도 우리는 바둑이라는 한 길을 팠기 때문에 한 가지 어려움만 있었죠. 가지 수에서 일반인들보다는 고뇌할 일이 적었다고 할 수 있네요. 엄마는 지금 행복하단다.

입단을 목표로 하는 수많은 학부모들에게 2명의 자식을 입단시킨 부모로서 조언이 있다면?
아빠 무심한 것이 최고 약이에요. 학부모들도 승패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승패에 대한 얘기는 묻어두어야 하죠. 방금 말했듯이 부모의 한마디 한마디가 얘들에게는 상처가 됩니다. 어차피 1~2년 사이에 해결될 것은 아니라면 그림자처럼 기다려야 합니다. '너 약한 애에게 왜 졌냐'는 식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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