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8강에서 커제를 제압한 강동윤과 상대전적 열세였던 김지석을 상대로 승리한 스웨가 LG배 결승으로 가는 최후의 관문에서 조우했다.
강동윤과 스웨의 상대전적은 강동윤 기준 1승2패. 하지만 가장 최근 대국이 2년 전이었던 2013년이고, 커제에게도 2전 2패를 당하고 있었으나 승리한 점 등을 보면 적은 판수만 치러진 상대전적은 승부예측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당일의 컨디션과 기세 등이 승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
joonki라는 ID로 10,000승을 달성하는 등 타이젬 회원들에게 친숙한 서능욱 프로가 입회를 맡은 오늘 대국에서 89년생 강동윤이 백 돌을 한 웅큼 판에 올려놓자, 91년생 스웨는 흑 돌 한 개를 꺼냈다. 돌을 가린 결과 홀수가 나올 경우 흑백 선택권을 가지겠다는 의미. 하지만 짝수가 나왔고, 선택권을 얻은 강동윤은 흑을 선택했다(하단 동영상 참조).
타이젬에서는 오전9시 대국시작과 동시에 강동윤-스웨 대결을 김승재의 해설로 생중계하고 있다. 대국실에 접속할 여건이 안 되거나 스마트폰 등으로 이 뉴스를 읽고 계신 분이라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기사 하단 관전기를 확인하면 된다.
오전10시 현재 강동윤과 스웨의 4강전은 28수까지 진행되었다. 첫 수부터 초반진행을 따라가보자.
제1보(1~9) 강동윤, 미니중국식 포진으로 출발
●강동윤 ○스웨 LG배는 여타 대회와는 달리 돌가리기 후 홀짝을 맞춘 쪽이 흑백 선택권을 갖는다는 것은 지난 8강전 뉴스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 세계대회에선 단위가 높은 사람이 백 돌을 쥐게 되고, 단위가 같은 경우엔 입단년도를 따진다.
같은 9단이지만 입단이 빠른 강동윤이 백 돌을 한 웅큼 쥐었고, 스웨는 흑 돌 하나를 바둑판 위에 올려놓았다. 돌가리기 결과 홀수가 나오면 흑백 선택권을 갖겠다는 의도. 하지만 강동윤이 두 개씩 나눈 백 돌은 짝수로 끝났고, 흑백 선택권은 강동윤이 갖게 되었다. 스웨가 가지고 있던 흑 돌통을 강동윤이 가지고 오면서 흑백 교환이 이뤄졌고, 오늘 대국은 강동윤의 흑으로 시작되었다.
8강에서 커제를 제압한 강동윤은 "흑백 선택권이 있었다면 흑을 가져오려고 했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커제가 2015년 중국기원 공식시합에선 백으로 한 번도 진 적이 없기 때문에, 백을 선택하고 싶기도 했지만 강동윤은 6집반이라면 흑이 나쁠 이유가 없다는 의견.
각설하고, 흑으로 출발한 강동윤은 미리 구상한 미니중국식 포진을 펼쳤다. 2000년대 초반 판에 박힌 듯 나오던 '단골 포석'이었지만 요즘엔 오히려 고색창연한 느낌도 난다.
백8의 갈라침엔 흑9로 어깨를 짚어가는 강동윤. 이 수 또한 미니중국식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등장한 신수로, 처음 두어졌을 때는 기존의 기리를 깬 파격적인 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옛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반가운 한 수.
제2보(10~23) 침착한 스웨, 하변을 넓히는 강동윤
●강동윤 ○스웨 백10,12로 두 번 밀어두고 백14로 두칸 벌리는 수는 정석화된 진행으로, 이 변화를 잘 몰랐던 타이젬 회원이라면 배워둘 만한 수법이다. 흑 돌들이 우하귀와 하변에 포진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끊어서 싸움을 하다가는 상대의 전략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
강동윤이 흑15로 내려서자, 스웨는 백16으로 우상귀 흑을 압박한다. 흑17은 이런 모양에서 형태상의 급소. 중앙을 막힐 수 없다고 판단한 스웨는 백18로 하나 밀어두고 백20, 중앙으로 머리를 내민다. 집으로도 크고 흑 돌의 근거와도 관계된 흑21 자리는 절대점. 선수를 잡은 스웨는 하변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백22로 상변을 전개한다.
타이젬에서 이 바둑을 생중계하고 있는 김승재는 하변 A의 곳을 제일감으로 소개했다. 그리고나서 흑23의 곳에 둬서 크게 넓힐 수도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기가 무섭게, 강동윤의 손길이 흑23으로 향한다. A의 곳에 뛰어 두는 정도로도 충분해보였던 형태지만, 강동윤은 적극적으로 두기로 마음을 먹고 나온듯 하다.
제3보(24~30) 끊어가는 스웨, 전투 개시!
●강동윤 ○스웨 스웨가 백24로 어깨짚어 간 수는 이 바둑을 관전하고 있는 타이젬 회원들도 대부분 맞출 수 있는 삭감의 급소. 평범 속에 진리가 있듯, 고수들의 바둑을 보면 괜한 곳에서 기교를 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순리대로, 물 흐르듯 두면서 기회를 엿보는 것.
과거 일본 본인방전 9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다카가와가쿠는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의 바둑철학을 설파했다. 한자 그대로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이 말처럼, 다카가와가쿠는 대다수의 아마추어가 예상할 수 있는 7~80점짜리 수를 누구보다 많이 두는 프로기사였지만, 누구에게도 결코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일본 3대 기전 중 하나인 본인방전 9연패를 달성한 것만 봐도 당대 최강의 기사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 타이젬 회원들 또한 순리대로 두는 연습을 한다면 바둑실력 향상과 인격 도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제4보(31~36) 첫 번째 전장은 우하 일대와 하변
●강동윤 ○스웨 흑31, 강동윤은 흑백 쌍방간 형태상 급소를 차지했다. 스웨가 백32로 늘어둔 수는 절대. 여기서 배워둘만한 수법이 또 한 번 등장한다. 우하귀를 지킴과 동시에 백 돌을 압박하는 일석이조의 수가 바로 흑33. 지금 상황과 똑같은 형태가 아니더라도, 유사한 상황에서 사용이 가능한 수법이므로,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익혀둔다면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스웨는 백34, 날일자 행마를 구사했다. 아래쪽 백 돌이 약한 만큼, 백 돌에 기대서 탈출하는 것은 하책. 강동윤은 흑35로 비교적 완생형에 가까운 우변 백 돌에 기대면서 중앙으로 진출한다. 이 때 스웨가 백36으로 치받은 장면. 만약 흑이 A의 곳으로 넘어간다면 B로 뛰겠다는 의도다. 계속해서 흑이 C의 곳을 추궁하려고 해도, D로 늘어두면 연결되어 있는 형태. 하지만 상대방의 의도대로 고분고분 받아주는 것은 강동윤 스타일이 아니다. 고민에 빠진 강동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제5보(37) 오전10시58분 현재, 강동윤의 강수
●강동윤 ○스웨 역시 강동윤! 상대가 해달라는 대로 고분고분 받아주는 것은 강동윤의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의도를 거스르는 심리전이 노련한 강동윤의 장기. 선악을 떠나 흑37로 붙여간 강수는 바둑 팬들을 즐겁게 한다. 강동윤과 스웨의 LG배 4강전, 시작하자 마자 불꽃이 튀고 있다.
흑37로 건너붙이는 맥점을 구사한 강동윤은 10시58분 현재 대국장을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회심의 한 수를 둔 후에 고민에 빠진 상대를 두고 잠시 머리를 식히는 것은 많은 프로들이 좋아하는 활동. 제한시간 3시간으로 세계대회 중 시간이 긴 편에 속하는 LG배에선 뜨거워진 두뇌를 적절히 휴식하게 하며 집중력의 끈을 끝까지 놓치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6보(38~45) 강동윤, 요석 포획 성공
●강동윤 ○스웨 고심했으나 별다른 반발 수단을 찾지 못한 스웨는 백38,40으로 건너붙인 흑 한 점(제5보 흑37)을 잡았다. 그러자, 강동윤은 흑43까지 요석이었던 백 두점을 포획한다. 제4보 백36으로 치받은 수에 흑이 응수하지 않아 지금의 사달이 난 것이기 때문에, 스웨가 백44로 하변을 깨는 것은 당연하다.
흑45로 단수친 자리 또한 앞선 '유수부쟁선' 철학과 맥을 같이 하는 수로, 이런 장면에서도 괜한 기교를 부릴 필요가 없다. 흑 한 점을 준동하는 맛을 노리면서 하변을 두텁게 지켜둔 흑45가 놓이자 우하 일대에서 벌어졌던 첫 번째 접전에선 강동윤이 점수를 올린 모습으로 보인다. "하변 결과는 흑이 둘만해보인다. 오히려 백이 다소 아쉬운 결과다."(김승재)
제7보(46~59) 강동윤, 50집 확보
●강동윤 ○스웨 스웨가 백46으로 응수했지만, 이 수는 좋은 행마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대다수 프로들의 의견. 강동윤이 기분 좋게 흑47,49를 선수한 후 흑51로 끊 어가자 백의 응수가 궁하다.
무시무시한 싸움꾼 스웨지만 여기서 전투를 벌일 수는 없는 노릇. 갑자기 천사가 된 스웨가 백52부터 58까지 죽죽 밀어서 하변을 굳혀준다. 강동윤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는 그림. 흑59까지 늘어두니 전체적으로 흑은 이미 50집을 확보한 상황. "느낌으로는 흑이 좋아 보인다."(김승재)
제8보(60~70) 전선이탈 흑65, 강공으로 전환한 스웨
●강동윤 ○스웨 하변 접전의 결과는 흑이 득점에 성공했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바둑은 아직 넓다. 스웨가 서두르지 않고 백60으로 좌상귀를 날일자로 굳히자, 강동윤이 즉각 흑61로 저공비행한다. 이런 형태에서 상대 진영에 침입해 터를 잡을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수법. 오늘 대국에선 공부 재료가 많다. 흑61과 같은 수 또한 잘 익혀두면 맞수와의 다음 대국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흑이 63으로 전개했을 때, 스웨가 백64로 압박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여기서 전선을 이탈해 흑65로 손을 돌린 것은 어땠을까. 가뜩이나 하변 접전에서 실리를 많이 빼앗겨 급해진 스웨가 우변을 받아줄 리 만무하다. 백66을 선수한 후 백68로 상변 공격에 나서자 흑 돌의 신세가 풍전등화. 공수가 전환되어 이젠 스웨의 공격, 강동윤의 타개 대결이다.
제9보(71~81) 수읽기 대결 점입가경
●강동윤 ○스웨 바둑격언은 때론 꽤 유용한 지침이 된다. '궁하면 손빼라'는 격언이 있는데, 잘 모를 때 다른 곳부터 두라는 의미로 쉽게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조금 더 심화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당장 판단하기 어려운 곳이 있을 때 다른 곳에서부터 전단을 구하는 것이 좋다는 전략적 지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스웨에게 선공을 허용한 상변 흑 모양을 보면, 현재 지리멸렬한 상태로 어디서부터 타개를 해야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강동윤은 흑71로 우변을 젖혀갔다. 이곳 백 돌을 공격하면서 실마리를 구해 상변 흑 돌을 타개하겠다는 의도. 이것이 '궁하면 손빼라' 격언의 실전 사례다.
백72~흑81까지는 기세의 진행. 우선 백 돌을 양분해 전단을 구하는 데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흑 모양에도 약점이 있는데…….
제10보(82~104) 스웨의 멋들어진 대 사석작전
●강동윤 ○스웨 2012년 LG배 4강에서 강동윤을 꺾고 결승에 오른 스웨는 '원펀치' 원성진과의 결승3번기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세계타이틀 홀더 반열에 올랐다. 지난 10월 커제에게 왕좌를 빼앗기기 전까지 약 1년6개월 동안 중국1위를 지켜냈던 스웨는 인터뷰에서 중요한 시합 전에 '논어' '맹자' 등을 읽는다고 밝혀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5일 삼성화재배 결승 진출 직후 인터뷰에선 최근에는 '채근담'을 읽고 있다고 얘기했는데, 선비 이미지가 강한 스웨가 바둑도 온건하게 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스웨는 이세돌도 여러 차례 중국기사 중 가장 까다로운 상대로 지목했던 타고난 싸움꾼으로, 전성기 시절의 가토마사오를 방불케하는 대마사냥도 심심찮게 보여주곤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수읽기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하다는 이야기. 백82로 하나 단수쳐둔 후 백84로 끼워간 수에서 스웨의 수읽기 깊이를 가늠해볼 수 있다.
흑91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후, 스웨는 확신에 찬 손길로 백92로 덮어간다. 강동윤이 흑93~99로 백의 약점을 만들며 응수를 묻자, 스웨는 싹싹하게 백100으로 보강하며 우변 백7점을 전부 버린다. 이미 백84로 끼웠을 때부터 구상해둔 사석작전인 것. 강동윤이 흑101로 끊어서 우변을 접수하자, 스웨는 백102로 상변 일대를 크게 부풀린다. 이대로 상변이 전부 백의 확정가가 된다면 바둑은 당연히 백의 필승이다. 하지만, 타개에 능한 강동윤인 만큼 상변 흑 돌을 준동하는 뒷맛을 엿보고 있을 것이 자명하다. 스웨의 공격과 강동윤의 타개 대결 2라운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제11보(105~116)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강동윤 ○스웨 강동윤은 흑105로 하나 어깨짚어둔 후 흑107로 침공하는 수를 선택했다. 스웨는 폭파조가 상변 흑 돌과 손을 잡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백108,110으로 두어놓고 다시 112로 좌변에서 날아들어 흑의 안형을 빼앗는다. 강동윤이 흑113으로 버티자 스웨가 114,116으로 강하게 끊어온 장면.
제12보(117~123) 타개의 묘 선보이는 강동윤
●강동윤 ○스웨 백이 좌변을 관통했기 때문에, 흑은 117,119로 상변을 뚫을 수 있게 되었다. 바둑은 한 수씩 번갈아 두며 돌의 효율을 겨루는 경기. 크게 이상한 수를 둔 것이 아니라면, 상대가 좋은 곳을 차지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 또한 좋은 자리를 향할 수 있기 때문. 좌변 일대가 백의 수중에 크게 들어간 대신, 중앙에 투입된 특공대가 생포된 상변 흑 돌과 연결하며 탄력을 갖춘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스웨가 백122로 들여다본 장면, 일견 살기 어려워 보이는 형태다. 하지만 아마추어의 눈과 프로의 눈엔 차이가 있는 법. 현지 검토실에선 '백 돌에도 약점이 있고 흑 돌의 탄력도 상당하므로 어려운 승부'라는 의견이 대세. 강동윤이 흑123으로 뛰는 수를 구사하고 보니, 오히려 살 확률이 높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사활이 승부다. 산다면 흑이 나쁘지 않다. 여기서 제한시간을 다 사용해서라도 최선의 수를 찾아야 한다."(김승재)
제13보(124~131) 스웨의 '올인' 공격
●강동윤 ○스웨 그냥 흑125에 받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한 스웨는 124로 뚫고 126으로 지켜두는 수를 선택했다. 강동윤이 흑127로 이은 수는 절대. 여기서 스웨는 백128로 흑의 퇴로를 차단하며 '올인' 공격을 선언했다. 흑129로 뚫고 다시 흑131로 단수를 치자 중앙이 너덜너덜해진 모습. 이제 이 흑을 잡지 못한다면 백의 손실이 너무 크다. 단순하게 죽느냐, 사느냐가 승부가 된 상황. 타이젬 회원들이 관전하기엔 더 편해졌지만, 대국자는 살얼음판을 걷는 수읽기 대결을 벌이고 있다.
제14보(132~141) 강동윤, 묘수 작렬!
●강동윤 ○스웨 스웨가 백132로 공격한 것은 제일감. 흑133~137로 응수를 물어본 강동윤은 스웨가 백138로 파호하자, 진작부터 읽어둔 타개의 묘수를 터뜨린다. 흑139로 하나 끼워둔 후 흑141로 들여다본 수가 급소. 이 한 수로 중앙 흑이 '절반의 삶'은 확보했다. 어떤 수가 숨어있는지 하단 참고도를 보자.
참고도1
백1로 잇는 것은 절대. 여기서 흑이 먼저 2로 끊는 것이 좋다. 백은 3으로 따낼 수밖에 없고, 이 때 흑4로 단수친 후 흑6,8로 돌려친다면 백은 단수된 곳을 이을 수가 없다. 흑에게 A의 곳을 단수 당하면 촉촉수에 걸려 몰살되기 때문. 이렇게 진행된다면 백은 A의 곳에 나가고, 흑이 4의 곳을 때려내 연결하면 백은 다시 B의 곳을 이어서 중앙 반 쪽을 잡게 된다. 타이젬에서 이 바둑을 생중계하고 있는 김승재는 "바꿔치기는 흑승"이라는 분석.
제15보(142~153) 상전벽해, 바꿔치기는 바꿔치기인데…
●강동윤 ○스웨 142~144까지는 앞서 소개한 참고도1과 동일한 진행. 여기서 강동윤이 흑145로 응수를 물어본 것은 어땠을까. 김승재의 분석대로, 바꿔치기 양상으로 흐르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스웨는 백146으로 중앙 전체를 몽땅 접수했다. 그러자 강동윤은 흑147~153까지 전부 백의 영토가 된 걸로 보였던 좌변에서 거꾸로 흑 집을 만들고 있다.
중앙 흑을 살리는 쉬운 진행을 두고 사서 고생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상황. 쉽게 정리될 것 같았던 바둑이 다시 변수가 도처에 널린 혼전 양상을 띄게 되었다.
제16보(154~170) 천려일실, 강동윤 역전 허용
●강동윤 ○스웨 스웨가 집요한 추격전을 전개하고 있다. 강동윤이 흑의 영토가 되었다고 선언한 좌변에 백154로 비수를 내리꽂는다. 백166까지 진행되고 보니, 거꾸로 백 집이 훨씬 더 많이 늘어난 결과. 이렇게 되고 보니, 절반을 살릴 수 있었던 중앙 흑이 모두 잡힌 것이 더욱 커보인다.
스웨가 170으로 좌변 흑을 압박한 장면에서 김승재는 "흑(강동윤)이 괴로운 형세"라는 침통한 진단을 내놓았다. 제14보 141에 이어서 참고도1과 같이 두었더라면 흑이 우세하다는 평이 많았던 상황에서 응수타진을 하려다 비롯된 참변. 스웨가 역전에 성공했다.
제17보(171~181) 강동윤의 멋진 승부호흡
●강동윤 ○스웨 스웨가 먼저 좌변 흑을 압박한 장면이었지만, 이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한 강동윤이 수세를 취할 리 없다. 흑177~181까지 강하게 백 돌을 공격한 장면. 좌변 흑이 아직 못 살아있지만, 좌하귀 일대 백 돌 또한 두 집을 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역전을 허용했던 순간, 강동윤의 승부호흡이 놀라웠다. 위기에 빠질수록, 국면이 어려워질수록 더욱 힘을 내는 불굴의 투사 강동윤이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제18보(182~191) 드라마 같은 승부, 강동윤 재역전
●강동윤 ○스웨 흑183으로 연결하고 나니 이젠 오히려 백이 더 떨리는 상황이 되었다. 스웨가 190으로 치중해 어지럽혀 보지만 흑191로 응수해서 백이 잘 안 되는 모습. 강동윤이 놀라운 승부호흡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제19보(192~200) 강동윤, 승리 눈 앞
●강동윤 ○스웨 (▲…197) 스웨가 최대한 버텨보고 있지만 이미 저울추는 강동윤 쪽으로 기울었다. 강동윤이 흑▲의 곳에 흑197로 때려내자, 흑은 사통팔달 근심과 걱정이 모두 사라졌다. 반대로 좌하귀는 늘어진 패가 발생한 상황. 흑은 우변과 우상귀 등 적당한 곳에 두 번만 연타해도 충분한 국면. 그러나 바둑판을 전체적으로 훑어보면, 백은 팻감이 거의 없는데 반해 흑은 널린게 팻감이다. 중앙만 해도 팻감이 10개 정도는 되는 형태라 백이 견딜 수가 없다.
타이젬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는 김승재 해설자에게서 드디어 "흑(강동윤)이 확실하게 이겼다"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오후3시40분 현재 강동윤이 중국1위(커제)와 중국2위(스웨)를 연거푸 완파하고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 일보 직전이다.
▲ 결승 진출을 눈 앞에 둔 강동윤.
▲ 오후3시55분 현재, 255수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강동윤(흑)의 승리가 확정적이다. 김승재 해설자의 "지금은 차이가 많이 납니다"라는 멘트가 타이젬 대국실을 통해 전송되고 있다.
강동윤, 263수끝 흑불계승! 중국1위 커제의 2015년 세계대회 무패 질주를 막아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강동윤이 중국2위 스웨 마저 제압하고 제20회 LG배 결승에 선착했고, 뒤를 이어 박영훈이 중국6위 퉈자시를 물리치고 결승에 합류하면서 지난 제19회 대회(박정환-김지석)에 이어 2년 연속 한국기사간 결승전이 성사되었다.
총평 초반 진행은 하변 실리를 크게 확보한 강동윤이 편한 흐름이었다. 흑65(관전기 제8보 참조)가 실수였고, 백이 84(제10보)로 끼운 이후 수순이 좋아 백102까지 중앙을 장악하면서 스웨가 우세를 잡았다. 이후 강동윤이 중앙 특공대를 투입했을 때 스웨가 공격 과정에서 미스를 범했고, 이를 강동윤이 멋진 수순으로 응징하며 역전시켰다. 하지만 중앙 반 쪽을 살리는 바꿔치기를 했으면 쉽게 우세를 잡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좌변 응수타진을 했다가 반발을 당하며 다시 어려워졌고, 이후는 엎치락뒤치락의 연속이었다. 스웨가 좌하귀 백 돌이 미생이라는 점을 간과했고, 그 허를 강동윤이 무섭도록 정확하게 찌르며 승세를 확립했다. 이후 패 싸움이 이어졌지만, 중앙에 팻감이 많았던 강동윤이 승리를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