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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동윤, 'LG배 우승트로피를 여자친구에게'

제20회 LG배 결승3번기에서 박영훈 2-1로 꺾은 강동윤 인터뷰

이영재2016-02-04 17: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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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타이틀 홀더로 복귀한 강동윤(1989년생).

강동윤이 돌아왔다. '이창호 천적'으로 불리며 혜성 같이 나타난 강동윤은 2009년 후지쓰배 결승에서 이창호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타이틀 홀더 반열에 올랐다.

'이제 강동윤의 시대가 온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이세돌의 후계자로 이론의 여지가 없이 강동윤이 거론되던 시절이기도 했다.

하지만 후배 박정환이 어느새 부쩍 성장해 턱 밑까지 추격해왔고, 늘 앞서 있었던 동갑내기 라이벌 김지석은 어느 순간부터 폭발적인 모습으로 위협을 가했다.

2014년 후반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는 한국1위 박정환, 2위 김지석이라는 공식이 성립했다. 딱 1년 전이었던 지난 제19회 LG배 결승전의 주인공도 박정환과 김지석이었다.

절치부심했던 강동윤은 지난해 딱 한 번 찾아왔던 기회를 움켜잡았다. 본 대회 32강전 리캉과의 일전에서 역전승을 시작으로, 16강에선 천야오예를 격침한 '세계최강의 아마추어' 안정기를 제압했다.

이번 LG배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라해도 8강전 강동윤-커제 대결. 세계일인자 커제가 2015년 한 해 동안 메이저 세계대회 무패행진을 벌이고 있던 시점, '커제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가 한국바둑계의 화두였다.

커제에게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트로피를 안긴 바이링배 4강전에서 박정환이 커제에게 0-2로 패했고, LG배 8강 직전엔 이세돌이 삼성화재배 4강에서 커제에게 0-2로 졌다.

한국1,2위가 모두 완봉패를 당한 암울한 상황에서 등장했던 해결사가 바로 강동윤이었다.

강동윤은 8강전에서 커제를 격파한 것을 시작으로, 커제 이전에 1년6개월 동안 중국1위를 지켜냈던 현 중국2위 스웨를 4강에서 돌려세웠다.

중국1,2위를 같은 대회에서 하루 간격으로 연파하며 결승에 오른 강동윤은 국내 팬들로부터 큰 응원을 받았다.

해를 넘겨 벌어진 이번 결승3번기, 상대는 8승8패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던 절친한 선배이자 한국기사 중 2015년 세계대회에서 가장 승률이 좋았던 한국2위 박영훈이었다.

결승1국은 강동윤의 막판 착각을 응징하지 못한 박영훈의 실책에 힘입은 행운의 승리, 2국은 끝내기에서 난조를 보인 강동윤의 패배였다.

오늘 벌어진 최종3국, 강동윤은 초반부터 두터움을 적극 활용한 호방한 공격작전을 들고 나와 바둑 팬들을 즐겁게 했고, 맹공격을 퍼부은 끝에 승기를 잡았다.

오후3시55분, 박영훈이 돌을 거뒀고 강동윤의 두 번째 세계대회 우승이 확정되었다. 국후복기를 마친 강동윤을 만나 7년 만에 세계타이틀 홀더로 복귀한 소감을 들어봤다.

▲ 복기를 마치고 돌을 쓸어담는 두 선수. 최선을 다해 싸운 박영훈(왼쪽)과 강동윤에게 박수를 보낸다.

축하한다. 7년 만에 세계대회 우승이다. 소감은?
사실 작년에 여자친구에게 세계대회 우승트로피로 프로포즈를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조금 늦었지만 우승을 하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

최종국이 된 오늘 바둑을 총평한다면?
중반에 대마를 잡으러 가지 않고 집으로 승부를 했더라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중앙 백 대마를 잡으러 가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서 어려워졌다. 백이 살 가능성이 더 높은 돌이었다.

백의 어떤 수가 문제였나?
백102(실시간 관전기 제7보 참조)로 둔 수가 실수였다. 사실 당시엔 대마를 못 잡으면 지는 상황이라서 많이 괴로웠다.

이번 결승전은 어떻게 준비했나?
바둑 기술적인 부분 보다는 잠을 많이 자고 체력을 비축하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국가대표 연구실에 매일 나가서 열심히 훈련에 참가했다. 국가대표 연구실에서 실전을 많이 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올해 목표는?
여자친구가 세계대회 우승트로피를 하나 가져오라고 해서(웃음) 가져왔는데…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 할 것 같다. 올해 응씨배가 열리는데, 응씨배 우승트로피도 필요할 것 같다(웃음).

▲ 결승 기간 내내 검토실을 지켰던 강원도 지역연구생 유망주들이 '세계타이틀 홀더' 강동윤과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결혼 계획은?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다. 좋은 소식 있으면 알려드리겠다(웃음).

돌가리기에서 흑을 선택했다. 결승1~2국에서 '백번필승'이었는데 흑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
사실 돌가리기 직전까진 별 생각이 없었다. 선택권을 상대가 갖게 되길 바랬는데…(웃음) 평소에는 상대와 상관 없이 흑이 편하다고 생각해서 흑을 선택했다.

우승하기까지 어떤 대국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이번 대회에 첫 판(32강)부터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 중국의 리캉과 뒀던 32강전도 졌다고 해도 무방한 바둑이었다. 그 바둑뿐만 아니라 스웨와의 4강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역시 치열하게 싸웠던 오늘 결승 최종국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박영훈 선수와는 평소 친한 사이로 알고 있다. 이번 결승 기간에 평창에서 지내는 기간이 어색했는지, 평소와 비슷했는지 궁금하다.
영훈이형이 평소에는 먼저 말도 걸어주고 하는데… 평창에 도착했을 때 영훈이형 얼굴을 봤는데, 고개를 돌려서(웃음) 이번 결승전은 이런 분위기인가 보다 했다.

한중전으로 결승전이 벌어지는 것과 평소 친한 한국 선수와 결승전을 벌이는 것 사이에 긴장감의 차이가 있나?
전혀 없다. 상대가 중국 선수든 한국 선수든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실 이번 결승전에선 영훈이형이 한 마디도 안해서 외국인인 줄 알았다(웃음). 결승전을 준비하는 데 있어선 외국선수와의 대결이 편한 것 같다. 공부하는 공간에서 마주치거나 할 수 있으니…….

결승 상대였던 박영훈은 어떤 기사인가?
국후복기를 해보면 제가 못 본 수를 많이 보고 있었다. 기량은 저보다 강하다. (여자친구와)2대1로 싸웠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웃음).

평소 중요한 시합 전에 상대 맞춤형 전략을 준비하는 편인가?
저는 원래 포석을 정해놓고 두지 않는다. 그날 기분에 따라 두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커제와 스웨를 연파한 것 덕분에 팬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았다.
사실 제가 이렇게 응원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웃음). 제가 댓글 보는 것을 좋아해서 거의 모든 댓글을 다 봤는데, 주로 악플이 많았다. 심지어는 저와 관련된 뉴스가 아닌데도 저에 대한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이번에 바둑 팬분들이 이렇게 사랑을 주실 줄은 몰랐다(웃음).

7년 만에 세계타이틀 홀더로 복귀했다. 당시와 지금 어떤 차이가 있나?
어떻게 7년이나 걸렸는지 모르겠다(웃음). 그 때보다 실력이 더 늘었다. 한결 같이 잘두긴 했지만(웃음).

7년전 우승했을 때의 기분이 지금도 남아있나?
당시엔 얼떨떨하고 실감이 잘 안났다. 지금은 간절하게 바랐던 것 같다.

지난해 11월 4강전이 끝난 후 결승전까지 약 3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어떻게 보냈나?
저는 원래 벼락치기 스타일이라(웃음) 일주일 정도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별도의 준비를 하지 않아도 결승전에 대한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었다. LG배 결승전은 오전9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오전9시에 맞춰 생활리듬을 바꾸는 노력도 했다. 국가대표 훈련은 오전10시부터 시작되므로, 매일 훈련에 참가하면 시간은(LG배 대국과) 대략 비슷했다.

오늘 아침 식사를 걸렀는데, 결승전과 같은 큰 승부에선 식사를 잘 못하는 편인지?
그렇지는 않다. 제가 원래 시합 전에는 밥을 잘 안 먹는 편이다. 밥을 안 먹고 두는 것은 저한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국시간 동안 따로 간식을 먹었는지?
초코렛을 가져와서 먹으면서 대국했다.

국가대표 리그전에선 성적이 어떤가?
단연 제가 1등이죠(웃음). 사실 국가대표 리그전에서 잘해서 시드를 받으려고 했는데,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세계대회 본선시드는 국가대표 리그전을 통한 '국가대표 시드'와 한국랭킹 순으로 부여되는 '랭킹시드'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세계대회 우승자는 랭킹에 우선한다'는 규정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강동윤은 올 한 해 동안 모든 세계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박영훈 선수와는 친한 사이지만, 세계대회 결승전 패배의 후유증이 있을 것 같다. 보통 큰 승부가 끝난 후 서먹서먹한 관계는 어떻게 다시 회복되나?
만약 제가 졌으면 내일 열리는 시상식에선 뾰로통하게 앉아 있었을 것 같다. 지금으로선 일단 영훈이형이 먼저 말을 걸어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부모님이 많이 응원하셨을 것 같다.
사실 부모님께서 제가 2국을 패했을 때 전화를 하셔서 평창으로 오시겠다고 하셨다. 제가 극구 말려서 다행히 오시지는 않았는데(웃음) 그 정도로 저를 많이 응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신다.

부모님께 한마디 한다면?
부모님이 너무 성적주의여서… 제가 지고 집에 들어가면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인상을 쓰고 계시는데, 저는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한결 같은 부모님을 원합니다(웃음). 이번에 집에 가서도 "수고했다, 잘했다"보다는 그냥 "왔니?" 정도로 해주셨으면 좋겠다(웃음).

한국과 중국 정상권 기사들의 기량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5대5 정도로 맞붙는다면 현재 어느 쪽이 더 강한가?
만약 5명 정도라면 한국이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대회 우승자들이 너무 많다. 세계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모두 강하기 때문에 수적으로 중국에 열세인 건 부인할 수 없다.

톡톡 튀는 인터뷰로 유명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제가 바둑을 둘 때마다 해설하시는 분들이 "버티기가 강하다, 끈적끈적하다"와 같은 표현을 자주 쓴다. 사실 제 바둑의 장점은 '정교함'이다. 덧붙여서 저는 깔끔하고 정갈한 바둑을 구사한다(웃음). 최선의 수를 찾아서 정교하게 두는 수들을 제가 두면 '버틴다'고 표현하는 것이 다소 못마땅하다(웃음). 같은 수도 스웨 같은 선수가 두면 '정확한 수'라고 표현하지 않나? 앞으로는 제 바둑을 '정교하다'고 표현해주면 감사하겠다.

▲ "응씨배 우승트로피로 프러포즈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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